6억 원 사업 '깜깜이 계약' 논란…한수원, 국가계약법 위반 의혹에 유착 논란까지

이정윤 발행일 2026-08-02 12:49:34

[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공모는 마감 하루 전 공개, 평가는 특정기관 중심…전문가 "절차의 공정성이 무너지면 공공사업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추진한 원전 주변지역 사회적경제기업 육성사업을 둘러싸고 국가계약법 위반과 절차상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의원실은 사업부서가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행기관을 선정했으며, 공고와 평가 과정에서도 특정 기관 중심의 운영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공공계약 원칙을 훼손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혁진 의원(사진)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한 '2026년도 원전 주변지역 사회적경제기업 육성 지원사업'이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 대상임에도 사업부서가 임의로 수행기관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사업은 총 6억 원 규모다. 원전 주변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지만, 추진 과정에서 계약 절차와 공모 운영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의원실의 주장이다.

 한수원 내부도 "경쟁입찰 대상" 판단

이번 논란은 한수원 내부 법률검토 자료가 공개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사업이라고 해서 국가계약법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해당 계약이 쌍무계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경쟁입찰과 조달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법률 검토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업부서가 자체 판단으로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전문가 "공공기관은 예외보다 법 적용이 원칙“

 공공조달 분야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계약은 예외 규정보다 일반 원칙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공공조달 전문가는 "국가계약법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법률상 명확한 예외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 부서가 자체적으로 수행기관을 선정했다면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절차가 흔들리면 사업의 신뢰성과 정당성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고는 마감 하루 전…참여 기회 박탈 논란

 사업 공모 과정에서도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홍보를 맡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공고문과 제안요청서를 사전에 전달했지만, 진흥원은 공모 마감 하루 전에 홈페이지에 공고를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상당수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사업 정보를 뒤늦게 확인하면서 제안서를 준비할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공고기간은 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행정학 전문가들은 공공 공모사업에서 충분한 공고기간은 공정 경쟁의 기본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한 행정학 교수는 "공고를 늦게 게시하면 일부 기관만 정보를 먼저 확보하게 되고, 다른 참여자는 준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는 경쟁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률 위반 여부와 별개로 공공기관이라면 모든 참여자가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평가위원 구성도 논란…이해충돌 가능성 제기

평가 절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 의원은 제안서 평가위원 과반수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직원으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공고와 홍보를 맡은 기관이 평가에도 핵심적으로 참여하면서 이해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고, 홍보, 평가가 특정 기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최종 계약도 서울 소재 업체로 결정되면서 지역 사회적경제기업 육성이라는 사업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 "평가의 독립성은 공공사업 신뢰의 핵심“

 공공행정 전문가들은 평가위원 구성의 독립성과 객관성은 공공사업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한다.

한 공공행정 전문가는 "공고와 홍보를 담당한 기관이 평가 과정에서도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공정한 평가가 이뤄졌다는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평가위원 구성부터 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 육성사업 취지까지 흔들려

 이번 사업은 원전 주변지역 주민 지원과 사회적경제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절차상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피해는 결국 지역 주민과 성실하게 사업을 준비한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경제 분야 전문가들은 공공지원사업은 지역 공동체를 위한 사업인 만큼 특정 기관이나 일부 업체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의심만으로도 정책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사회적경제 전문가는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사업은 공공성과 지역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절차의 공정성이 흔들리면 지역 기업들은 공공사업 참여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정책의 목적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의혹만으로 단정은 금물…객관적 조사 필요“

 최혁진 의원은 "국가계약법 위반과 공고·홍보·평가 전반의 문제는 단순한 실무 착오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며 "불법 계약과 유착 의혹, 허위보고 여부까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현재 의원실이 제기한 의혹과 내부 검토자료를 바탕으로 제기된 문제인 만큼, 한수원의 공식 해명과 감사기관 또는 관계기관의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함께 확인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계약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공공계약 관리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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