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0원’, 다른 업체는 최대 50억…축구협회 국제친선경기 예치금 ‘이중잣대’ 논란

이정윤 발행일 2026-07-29 19:41:42
2022년부터 쿠팡플레이에는 예치금 한 차례도 부과하지 않아
[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대한축구협회가 국제친선경기 개최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공식 후원사인 쿠팡플레이에는 예치금을 부과하지 않은 반면, 다른 민간 사업자에게는 최대 5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최민희 의원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쿠팡플레이가 국제친선경기를 개최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에 예치금 면제 조항이 신설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제도가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운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민희 의원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국제친선경기 주최 단체에 경기 운영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입장권 예상 수입의 30%를 예치금으로 요구하고 있다.


예치금 제도는 지난 2009년 관련 규정에 처음 포함됐지만 10년 넘게 실제 적용되지 않다가, 2019년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실제 부과 과정에서 업체마다 전혀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쿠팡플레이는 첫해부터 예치금 ‘0원’

쿠팡플레이는 2022년 처음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개최했지만 당시 예치금 부과가 가능한 규정이 있었음에도 예치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에도 쿠팡플레이는 국제친선경기를 지속적으로 개최했지만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예치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이 최 의원실의 설명이다.

반면 다른 민간 사업자들에게는 수십억 원 규모의 예치금이 요구됐다.

스포츠 콘텐츠 기획업체인 스타디움엑스는 2023년 나폴리와 마요르카, 셀틱FC 등 해외 축구팀의 국내 친선경기를 추진하면서 축구협회로부터 24억 원의 예치금 납부 또는 8억 원과 금전채권신탁 제공을 요구받았다.

당시 규정에는 예치금 반환 시기와 절차가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측은 계약서 작성과 에스크로 계좌 이용 등 자금 반환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축구협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해당 업체는 확실한 반환 보증 없이 거액을 납부하는 데 부담을 느껴 예치금 납부를 포기했고, 경기 승인도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해외 구단에 지급한 계약금과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의원실 측 설명이다.

2025년 FC바르셀로나의 국내 친선경기를 추진한 또 다른 업체도 약 50억 원의 예치금을 축구협회에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쿠팡플레이에는 한 푼도 부과되지 않은 예치금이 다른 민간 사업자에게는 수십억 원 규모로 적용된 셈이다.

‘2년 이상 개최’ 면제 규정, 쿠팡에 맞춘 조항이었나

논란은 2024년 1월 축구협회가 국제대회 승인 및 운영 규정에 새로운 예치금 면제 조항을 추가하면서 더욱 커졌다.

신설된 규정은 ‘최근 2년 동안 동일한 수준의 대회나 경기를 안정적으로 개최한 단체에 대해 예치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2022년 처음 대회를 개최한 뒤 정확히 2년이 지난 시점에 면제 규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규정 변경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해당 규정은 2년이라는 기간만 정하고 있을 뿐, 실제 경기 개최 횟수나 관중 안전, 계약 이행 여부, 재무 건전성 등 운영 능력을 평가할 구체적인 기준은 담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예치금 부과와 면제 여부가 객관적인 평가표가 아닌 협회의 재량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구조라면,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나 차별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가 쿠팡플레이에 처음부터 예치금을 부과하지 않은 이유와 2024년 면제 조항을 마련한 배경, 규정 개정 과정에서 어떤 검토와 의사결정이 있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0억 맡겼더니 이자는 축구협회 수입

예치금에서 발생한 이자를 축구협회가 자체 수입으로 처리한 점도 논란이다.

2025년 FC바르셀로나 친선경기를 추진한 업체가 납부한 약 50억 원의 예치금에서는 약 100만 원의 이자가 발생했다. 축구협회는 경기 종료 후 원금은 돌려줬지만, 이자는 반환하지 않고 협회 수익으로 회계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축구협회는 예치금 이자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요구한 의원실에 수익으로 처리했다면서도 세부 사용내역 공개에는 제한이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축구협회 정관에 따라 경영 내용을 공시해야 하지만 예치금과 이자 수입 등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별도의 법률상 근거 없이 예치금을 보관하면서 발생한 이자를 돌려주지 않는 행위는 민법상 부당이득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제시했다.

정부 보관금과 법원 공탁금은 원금을 반환할 때 발생한 이자까지 함께 지급한다는 점에서 축구협회의 운영 방식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이후인 2026년 1월 ‘예치금에서 발생한 이자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규정에 명시했다. 그러나 전문위원실은 이 조항 역시 고객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일 경우 약관법상 불공정 조항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목적보다 협회 재량이 앞섰나

예치금은 경기 취소나 계약 불이행, 관중 안전 문제에 대비해 주최 측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성격의 국제친선경기를 개최하면서 특정 업체에는 예치금을 받지 않고, 다른 업체에는 사업 추진이 어려울 정도의 거액을 요구했다면 제도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예치금 산정 기준과 반환 절차, 면제 요건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회가 납부 여부를 결정하고 발생한 이자까지 자체 수입으로 처리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미비를 넘어 협회 권한의 과도한 행사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민희 의원은 “공식 스폰서인 쿠팡플레이에는 예치금을 받지 않으면서 다른 업체에 최대 50억 원을 요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중잣대”라며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라면 명백한 특혜 의혹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치금 이자를 협회 수입으로 처리하면서 사용처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며 국회 청문회에서 예치금 제도의 적법성과 규정 개정 과정, 회계처리 전반을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쿠팡플레이가 실제로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뿐 아니라, 축구협회의 국제경기 승인 제도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됐는지에 있다.

축구협회는 업체별 예치금 부과 내역과 면제 사유, 규정 개정 과정, 이자 수입의 회계처리와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동일한 조건의 사업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구체적인 해명 없이 내부 규정만을 앞세울 경우 특정 기업을 위한 선택적 행정이었다는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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