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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배우는 환경에서 즐기는 환경으로 … 창원시, 제3회 환경문화제 9월 5일 개최
    환경

    배우는 환경에서 즐기는 환경으로 … 창원시, 제3회 환경문화제 9월 5일 개최

    -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중앙광장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 자원순환·탄소중립·생물다양성 등 시민 체험 프로그램 마련 - 가족 단위 참여 확대 … “기후위기 대응, 생활 속 실천으로 연결해야”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어렵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기면서 생활 속 실천으로 연결하는 환경축제가 경남 창원에서 열린다. 창원시는 오는 9월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중앙광장(성산구 창원대로 524)​에서 ‘2026년 제3회 창원시 환경문화제’를 개최한다.올해 환경문화제는 ‘환경을 배우는 하루가 아닌, 함께 즐기고 실천하는 하루’를 방향으로 시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면서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부모와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환경문제를 특정 세대나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시민 모두의 생활 문제로 확장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자원순환부터 탄소중립까지… 직접 체험하는 환경축제행사장에서는 환경체험 프로그램을 비롯해 자원순환·탄소중립 체험, 생물다양성 관련 전시와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만들기 체험과 각종 이벤트, 즐길 거리도 마련된다. 참가비는 무료다.최근 환경정책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시민들의 ‘인지’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이다.탄소중립과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자원순환이라는 단어는 이제 익숙해졌지만 이를 가정과 학교, 직장 등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는 시민이 적지 않다.이번 환경문화제가 체험과 참여에 무게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재활용과 올바른 분리배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다회용품 이용, 에너지 절약과 같은 작은 행동을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축제 이후에도 환경 실천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산업도시 창원에서 열리는 환경문화제, 의미 더 커특히 창원은 기계·자동차·방위산업 등 제조업 기반이 강한 대표적인 산업도시다. 동시에 주남저수지를 비롯한 생태자원과 도심 녹지 등 자연환경도 갖추고 있다.때문에 창원에서 ‘자연과 산업의 공존’을 주제로 시민 참여형 환경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기후위기 시대의 산업도시는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전환과 자원순환, 탄소배출 감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이 과정에서 기업과 행정의 역할만큼 중요한 것이 시민 참여다.탄소중립 정책이 시민 생활과 동떨어진 행정구호에 머물 경우 지속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 반대로 환경정책이 시민들의 소비와 이동, 에너지 사용, 폐기물 배출 등 일상생활과 연결될 경우 도시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환경축제의 성패는 ‘행사 이후’에 달렸다 이번 행사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된 만큼 환경교육의 문턱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자원순환과 생물다양성 등을 체험하는 것은 환경교육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어린 시절 형성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생활습관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다만 환경문화제가 일회성 축제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행사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일상으로 연결하는 후속 장치도 필요하다.환경체험 프로그램에서 배운 분리배출 방법을 가정에서 실천하고, 일회용품 감축 체험이 다회용품 사용으로 이어지며, 생물다양성 전시가 지역 생태계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시민들이 행사장을 떠난 뒤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환경축제의 실질적인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기자의 시선 "환경축제, ‘몇 명 왔나’보다 ‘무엇이 달라졌나’를 봐야"기후위기 대응에서 시민 참여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환경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환경을 재미있게 경험하고, 그 경험이 생활습관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 체험 중심으로 진행되는 창원시 환경문화제의 방향은 주목할 만하다.중요한 것은 축제 이후다.환경축제의 성과를 방문객 숫자나 체험부스 운영 횟수로만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참가자들이 일회용품을 하나라도 덜 사용하게 됐는지,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알게 됐는지, 지역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나아가 환경문화제에서 확인된 시민들의 관심을 창원시의 탄소중립·자원순환·생물다양성 정책과 연결하는 구조도 필요하다.환경문화제의 진정한 가치는 축제가 끝나는 오후 2시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체험이 시민들의 다음 날 행동을 얼마나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작은 생활습관 하나가 당장 도시의 탄소배출량을 크게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수많은 시민의 행동 변화가 쌓이고 이를 지방정부와 기업의 제도적 변화가 뒷받침할 때 도시의 환경정책도 실질적인 힘을 얻는다.2026년 제3회 창원시 환경문화제는 오는 9월 5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중앙광장에서 열리며 참가비는 무료다.
    2026-08-18 12:37:51 정진욱
  • [기획리포트] 숲만 지구를 살리는 게 아니다 … 메마른 사막이 ‘아마존’을 먹여 살린다
    환경

    [기획리포트] 숲만 지구를 살리는 게 아니다 … 메마른 사막이 ‘아마존’을 먹여 살린다

    - 아마존·습지와 정반대처럼 보이는 사막, 지구 생태계의 숨은 연결고리 - 사하라 먼지, 대서양 5천㎞ 건너 아마존에 ‘천연 비료’ 공급 - “사막을 없애고 숲을 만들면 좋다?”…자연 사막과 사막화는 전혀 다른 문제
    울창한 숲과 물이 가득한 습지는 흔히 생명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반면 사막은 메마른 모래와 뜨거운 햇볕,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불모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하지만 지구 환경을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숲과 습지만큼 사막도 제 역할을 한다. 특히 세계 최대 열대우림인 아마존과 세계 최대 규모의 뜨거운 사막인 사하라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지구 생태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NASA 위성 관측 연구에 따르면 사하라에서 발생한 먼지는 대서양을 건너 아마존까지 이동한다. 이 먼지에는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인(phosphorus)이 들어 있다. NASA는 연평균 약 2,770만 톤의 사하라 먼지가 아마존 분지에 내려앉으며, 이 가운데 약 2만2천 톤의 인이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아마존에서 비와 홍수 등에 의해 매년 빠져나가는 인의 양과 비슷한 규모다.결국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사하라가 수천㎞ 떨어진 세계 최대 열대우림에 일종의 ‘천연 비료’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사막의 먼지가 어떻게 아마존의 비료가 되나아마존은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 토양도 영양분이 매우 풍부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열대우림은 강수량이 워낙 많아 토양의 영양분이 빗물과 강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빠져나간다.이때 뜻밖의 지원군이 등장한다.사하라에서 강한 바람이 불면 미세한 광물 먼지가 대기 중으로 올라간다. 그 가운데 상당량은 대기 순환을 타고 대서양을 건넌다. 일부는 바다에 떨어지고 일부는 남아메리카까지 도달한다.특히 아프리카 차드 북부의 보델레 저지대(Bodélé Depression)는 과거 호수였던 지역으로, 이곳에서 발생하는 먼지에는 식물 성장에 중요한 인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것이 아마존에 떨어져 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영양분 공급에 기여한다.흐름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이렇다.사하라의 토양·먼지 → 강한 바람 → 대기권 이동 → 대서양 횡단 → 아마존에 침적 → 인 등 영양분 공급 → 열대우림 생태계 유지에 기여겉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막과 열대우림이 지구 규모의 물질순환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라는 표현은 정확할까여기에서는 흔히 알려진 표현 하나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며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20%를 아마존이 만든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아마존에서 광합성을 통해 막대한 산소가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식물과 미생물의 호흡 및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도 많은 산소가 소비된다. 따라서 아마존이 현재 대기 중 산소에 기여하는 ‘순생산량’을 단순히 20%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그렇다고 아마존의 가치가 작다는 뜻은 아니다.아마존은 방대한 탄소를 저장하고 물을 순환시키며 지역과 지구 기후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생태계다. 산소 생산량이라는 한 가지 숫자보다는 탄소·물·열·생물다양성을 움직이는 거대한 지구 시스템이라는 점이 훨씬 중요하다.물을 품은 ‘습지’도 지구 환경의 핵심축사막의 반대편에는 습지가 있다.습지는 물을 저장하고 홍수를 완화하며 지하수를 보충하는 동시에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특히 이탄습지와 맹그로브 같은 일부 습지 생태계는 막대한 탄소를 저장해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람사르협약 사무국 역시 습지를 담수 공급과 생물다양성, 홍수 조절, 지하수 보충, 기후변화 완화 등에 중요한 생태계로 평가한다.따라서 지구 생태계를 사람의 신체에 비유한다면 어느 한 지역만 ‘허파’라고 부르는 것보다 숲·습지·바다·초원·사막이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 유지 시스템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그렇다면 사막이 많아질수록 지구에 좋은 것일까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자연적으로 형성된 사막의 생태적 가치와 ‘사막화(desertification)’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사하라 같은 자연 사막은 오랜 지질·기후 변화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고유한 생태계다.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식물과 동물, 미생물이 존재하며 먼지와 광물질 이동 등을 통해 다른 지역과 연결된다.반면 사막화는 과도한 방목이나 산림 훼손, 부적절한 농업, 토양 황폐화,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기존의 생산적인 땅이 황폐해지는 현상을 말한다.유엔도 사막화 방지와 훼손된 토지의 복원을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한 과제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사막도 중요하니 사막화도 괜찮다”는 결론은 명백한 오류다.마찬가지로 모든 자연 사막을 무조건 숲으로 바꾸는 것이 환경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해당 지역의 강수량과 토양, 수자원, 고유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녹화는 또 다른 생태적 부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사막 먼지는 바다에도 영향을 준다사막 먼지의 여행지는 아마존만이 아니다.바다로 떨어지는 광물 먼지는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먼지가 운반하는 철과 인 등 영양물질은 조건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이면서 광합성을 통해 탄소순환에도 참여한다. 결국 육지의 사막에서 출발한 작은 먼지 입자가 대기를 거쳐 바다와 숲의 생태 과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다만 사막 먼지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지구를 식힌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먼지는 태양복사와 지구복사에 영향을 미치고 구름 및 생태계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입자의 크기와 고도, 성분 등에 따라 냉각과 온난화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순효과에는 여전히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지구에는 ‘쓸모없는 땅’이 없다사막을 바라보는 관점도 이제 달라질 필요가 있다.인간의 눈에는 숲이 많고 물이 풍부한 땅이 가치 있어 보인다. 농사를 지을 수도, 많은 사람이 거주할 수도 없는 사막은 상대적으로 쓸모없는 땅처럼 느껴질 수 있다.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토지 이용 가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사하라에서 일어난 먼지가 대서양을 건너 아마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사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NASA 관측은 사하라와 아마존이라는 극단적으로 다른 두 생태계가 실제로 하나의 지구 시스템 안에서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숲은 탄소와 물을 순환시키고, 습지는 물과 탄소를 저장하며, 바다는 열과 탄소를 흡수하고 생명체를 품는다. 사막 역시 고유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면서 광물 먼지를 다른 생태계로 운반하는 공급원이 된다.중요한 것은 어느 생태계가 더 가치 있는지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각 생태계가 가진 고유한 기능과 그 사이의 연결을 보전하는 것이다.기자의 시선 "사막은 ‘지구의 빈 공간’이 아니었다"우리는 환경보호를 이야기할 때 흔히 ‘더 푸르게’를 떠올린다. 나무가 많으면 좋고, 물이 풍부하면 좋으며, 메마른 땅은 복원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다.하지만 사하라와 아마존의 관계는 자연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먼지가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의 숲에 도착하고, 그 안의 영양분이 다시 식물 성장에 이용된다. 수천㎞ 떨어진 두 지역을 하나의 순환 고리가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환경정책에서도 ‘사막=나쁜 땅, 숲=좋은 땅’이라는 단순한 공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인간 활동 때문에 황폐해지는 사막화는 막아야 하지만, 수천 년 이상 자연적으로 형성돼 고유한 생태계를 이루는 사막까지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볼 이유는 없다.지구는 아마존 하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숲과 습지, 바다와 초원, 그리고 메마른 사막까지 서로 물질과 에너지를 주고받는다.푸른 숲의 반대편에 있는 황량한 사막도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움직이는 하나의 톱니바퀴다.어쩌면 사하라에서 출발해 아마존에 내려앉은 작은 먼지 한 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지구에는 이유 없이 존재하는 생태계가 없다.
    2026-08-18 12:37:33 안영준
  • [이수영의 IT 칼럼] AI시대, 노동시장의 변화에서 장애인은 어느 위치에 서게 되는가
    인권/복지

    [이수영의 IT 칼럼] AI시대, 노동시장의 변화에서 장애인은 어느 위치에 서게 되는가

    AI는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가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바꾼다고 할 때 우리는 흔히 하나의 장면을 떠올린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그 결과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장면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AI는 어떤 직업을 통째로 없애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 하나의 직업 안에 존재하던 업무를 잘게 나누고,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며,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낸다.따라서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을 논의하면서 “AI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는가”라는 질문만 던지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I로 노동의 구조가 다시 짜일 때 장애인은 그 변화의 어느 위치에 서게 되는가.지금까지 장애인 고용정책은 장애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일정한 일자리를 마련하고 고용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두어왔다. 그러나 AI가 업무의 내용 자체를 변화시키기 시작하면 기존의 직무와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앞으로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무직이라는 하나의 직업 안에는 문서 작성, 자료 검색, 회의록 정리, 일정 관리, 데이터 입력, 고객 응대 등 수많은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 AI는 이 가운데 일부를 자동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무직이라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무직을 구성하는 업무의 조합이 달라질 수 있다.이 변화는 장애인에게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기존에는 신체적 제약 때문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웠더라도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하면 사람은 판단과 기획, 의사소통, 창의적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에 장애인에게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했던 단순 반복 업무가 자동화된다면 오히려 고용의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일자리를 없애느냐가 아니라 어떤 업무가 사라지고 어떤 업무가 남는가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장애인 고용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성을 보여준다. AI 채용은 장애인에게 새로운 관문이 될 수 있다. AI가 노동시장에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영역 가운데 하나는 채용이다. 기업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지원자를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AI가 이력서 분석부터 직무 적합성 판단, 온라인 면접 분석 등에 활용되는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문제는 AI가 무엇을 ‘좋은 노동자’의 기준으로 학습하느냐이다. 빠른 말하기, 일정한 표정, 특정한 시선 처리, 끊김 없는 의사소통, 특정한 경력의 패턴 등이 높은 평가를 받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면 그것은 실제 직무 수행 능력과 관계없는 특성을 평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업무 자체는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지만 말의 속도가 느리거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면접 방식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하자. 인간 면접관이라면 지원자의 직무능력을 별도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알고리즘이 정해진 패턴에서 벗어난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이 경우 AI는 사람의 편견을 없애는 도구가 아니라 편견을 더 빠르고 일관되게 반복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AI 채용의 공정성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알고리즘의 정확도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누구를 기준으로 정확한가를 물어야 한다. 평균적인 지원자를 잘 평가하는 AI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지원자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AI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AI 시대에 장애인 고용정책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분야는 직무 재설계다. 기존의 직무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만 고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직무를 여러 업무로 나누고 AI가 담당할 부분과 사람이 담당할 부분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의 행정업무에서 반복적인 자료 정리와 초안 작성은 AI가 담당하고, 사람은 최종적인 판단과 대외적인 소통을 담당할 수 있다. 데이터가공 업무 역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과 사람의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이러한 변화는 장애인의 고용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과거에는 “이 사람이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가 질문이었다면, 앞으로는 “이 직무를 어떻게 재설계하면 이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이것은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접근도 아니다. 고령자, 경력단절자, 청년,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직무를 유연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AI가 업무를 세분화할수록 오히려 사람마다 다른 능력을 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 장애인은 AI 산업의 ‘사용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변화는 장애인을 AI의 수혜자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장애인의 경험 자체가 하나의 전문성이 될 수 있다. AI 서비스가 장애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장애인의 실제 경험과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에 그치지 않고 AI의 품질을 평가하고, 서비스를 설계하고,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접근성 평가, 디지털 서비스 테스트, 사용자 경험 분석, 데이터 품질 검증, AI 윤리와 디지털 포용 정책 등은 장애인의 경험이 직접적인 전문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 영역이다.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경험’을 단순한 의견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오랫동안 디지털 환경에서 장벽을 경험해온 사람은 어떤 기술이 실제 사용자에게 작동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독특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장애인을 새로운 기술의 교육 대상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술의 개발과 평가에 참여하는 전문인력으로 육성하는 정책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AI 시대에는 장애인 고용의 성과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이제 장애인 고용을 단순히 ‘몇 명을 고용했는가’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일자리가 지속 가능한가, 기술 변화에 따라 직무가 사라졌을 때 다른 업무로 전환할 수 있는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가, 전문성을 쌓아 더 높은 수준의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정책도 고용 → 직무전환 → 재교육 → 경력개발이라는 생애주기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기업이 AI를 도입하면 정부가 해야 할 일도 달라진다. 단순히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로 직무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노동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재교육과 직무전환을 지원하고, 새로운 직무에 진입할 수 있도록 훈련체계를 바꿔야 한다.특히 AI 교육 역시 단순한 활용법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AI를 사용할 줄 아는 장애인”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AI 시대에 필요한 전문성을 가진 장애인을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은 ‘보호’가 아니라 ‘전환’의 문제다. AI의 확산을 막는다고 장애인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그 변화의 과정에서 누구도 탈락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장애인 고용정책의 목표도 기존 일자리를 영원히 보존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동의 내용이 바뀌더라도 장애인이 새로운 업무로 이동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더 나은 직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교육과 직업훈련의 체계를 바꾸고, 기업은 직무를 재설계하며, 기술기업은 장애인을 고려한 AI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는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그 변화의 설계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결국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전환의 문제다. AI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 그러나 AI가 기존의 노동 장벽을 낮추고 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어느 쪽의 미래가 현실이 될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AI의 성능만이 아니다.노동시장이 기술의 변화에 맞춰 얼마나 유연하게 직무를 재설계하는지, 기업이 장애인을 얼마나 동등한 노동자로 바라보는지, 정부가 얼마나 빠르게 고용정책을 전환하는지에 달려 있다. AI 시대에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일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선택하고, 기술을 활용해 능력을 확장하며, 변화하는 노동시장 안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다.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로 넘어간다면, 장애인 역시 그 변화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가 아니다. “AI로 다시 만들어지는 노동시장에 장애인이 함께 설 자리를 우리는 만들고 있는가?”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정책이 답해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2026-08-18 07:29:30 이수영 칼럼니스트
  • 남부지방 폭우 피해 확산…희망브리지, 이재민 돕기 긴급 성금 모금
    사회

    남부지방 폭우 피해 확산…희망브리지, 이재민 돕기 긴급 성금 모금

    연일 이어지는 집중호우로 남부지방 곳곳에서 주택과 차량이 침수되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늘어나면서 피해 복구와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한 구호단체의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17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성금 모금에 나섰다고 밝혔다.희망브리지는 모금된 성금을 피해 지역 복구와 이재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구호 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별·재해별 지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복이나 누락, 특정 지역에 대한 지원 편중을 막고 실제 피해 규모에 따라 성금을 공정하게 배분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현재 재난 현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산사태와 침수로 거주지를 떠나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산사태와 폭우로 쉴 곳을 잃고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의 불편이 막심한 상황”이라며 “현장 중심의 신속한 구호 물품 지급과 긴급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이어 “피해를 입은 이웃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폭우 피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은 희망브리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ARS 전화와 문자 기부 등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다.한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61년 전국 언론사와 사회단체가 뜻을 모아 설립한 법정 구호단체다. 수해와 산불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긴급 구호 물품 지원과 피해 복구 지원 등에 나서며 재난 피해 이웃들의 일상 회복을 돕고 있다.
    2026-08-17 20:21:11 이정윤
  • [포토] 입주 1년여 만에 테라스 추락”…송도 럭스오션SK뷰, 또 다른 층도 ‘붕괴 우려’
    사회

    [포토] 입주 1년여 만에 테라스 추락”…송도 럭스오션SK뷰, 또 다른 층도 ‘붕괴 우려’

    후테라스 추락한 송도 럭스오션SK뷰…같은 동 다른 층도 ‘처짐’ 제보
    ”정일영 의원 “철저한 원인 조사와 책임 있는 대책 마련해야”외국인 근로자 증가 건설현장…국적 아닌 숙련도·자격·안전교육·관리감독 체계가 핵심지난 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 럭스오션SK뷰’ 아파트에서 외벽 테라스 구조물이 붕괴해 지상으로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같은 동의 다른 테라스에서도 이상 징후가 있다는 입주민 제보가 나오면서 추가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사고는 지난 7일 오전 6시께 발생했다. 107동 2층 외벽에 설치된 테라스 구조물이 지상으로 떨어졌으며 다행히 해당 세대가 공실이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송도 럭스오션SK뷰는 1,114세대 규모로 입주를 시작한 지 약 1년 6개월에 불과한 신축 아파트다.문제는 이번 사고가 특정 세대에 국한된 것인지,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시공된 다른 테라스에도 문제가 있는지 여부다.입주민 A씨의 제보에 따르면 붕괴가 발생한 107동 2층뿐 아니라 같은 동 4층 테라스에서도 육안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보이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A씨는 “추가 붕괴 가능성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이 상당한데도 관계당국과 시공사 측의 대응이 주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미온적”이라며 “사고가 난 부분만 수리할 것이 아니라 동일 구조물 전체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도 사고 이후 유사한 테라스가 2~5층에 다수 설치돼 있다며 단순 복구가 아닌 단지 전체에 대한 정밀진단과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건설전문가 시각…“같은 구조라면 한 곳만 고쳐서는 안 돼"건설·구조 분야에서는 이번 사고의 핵심이 ‘왜 떨어졌는가’를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특히 동일 동 또는 단지 내에 같은 설계와 공법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반복적으로 설치돼 있다면 사고가 발생한 한 곳만 보수하는 방식으로는 주민들의 안전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구조전문가 관점에서는 설계도면과 실제 시공 상태가 일치하는지, 철근 배근과 정착 상태가 적정했는지, 콘크리트 강도와 접합부 시공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또한 4층 테라스가 실제로 처졌는지 여부 역시 육안 판단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레벨 측량과 구조안전진단 등을 통해 변형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허용 기준을 벗어났는지 확인해야 한다.만약 동일한 설계·공법이 적용된 여러 구조물에서 유사한 변형이 확인된다면 개별 세대의 단순 하자가 아니라 설계·시공·감리·품질관리 전반을 들여다봐야 할 사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정일영 의원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 대책 필요”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고를 단순한 하자보수 문제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정일영 의원은 사고 이후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에 철저한 원인 조사와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해당 단지에서 입주 후 다수의 하자가 접수된 점을 지적하며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정 의원은 이번 사고뿐 아니라 시공사의 다른 사업장까지 안전 문제를 점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인천시와 국토교통부도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난 14일 현장을 방문해 주민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시공사에만 원인 조사를 맡길 수 없다며 시공·감리업체의 책임까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따라서 향후 조사에서는 시공상의 문제뿐 아니라 설계, 감리, 사용승인 과정에서 안전 관련 사항이 제대로 검증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외국인 근로자 많은 건설현장…문제는 ‘국적’ 아닌 숙련도와 관리체계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 건설현장의 인력 구조 문제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건설현장은 인력난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 출신 근로자들이 골조·미장·타일·철근·거푸집 등 여러 공정에 참여하고 있다.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의 참여 자체를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재까지 송도 럭스오션SK뷰 테라스 붕괴가 특정 국적 근로자나 무자격 외국인 근로자의 시공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핵심은 국적이 아니라 작업자의 숙련도와 필요한 자격, 공정별 교육, 작업지시 전달, 현장 감독 및 감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점이다.특히 언어가 다른 근로자가 투입되는 현장에서는 설계도면과 작업지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숙련 작업이 필요한 공정에는 적정 기능인력을 배치하며, 시공 후에는 현장 책임자와 감리자가 기준에 맞게 작업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만약 충분한 교육이나 숙련도 검증 없이 인력이 투입되고 이를 원청·협력업체·감리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개별 근로자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 전체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따져야 한다.5만7천여 건 하자 접수…“단순 보수 넘어 안전 신뢰 문제”송도 럭스오션SK뷰에서는 입주 이후 총 5만7천여 건의 하자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도배와 미장, 타일 등 다양한 공종의 하자가 포함돼 있다.다만 일반적인 마감 하자와 구조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하자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하자 건수만으로 건축물 전체의 구조적 결함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그럼에도 입주 2년도 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에서 외부 테라스 구조물이 실제 지상으로 추락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사고 당시 아래에 사람이 있었다면 중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입주민들이 요구하는 것도 결국 ‘안심하고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이번 사고는 한 세대의 테라스를 다시 만드는 것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07동 4층을 비롯해 동일한 구조와 공법이 적용된 테라스에 실제 변형이 존재하는지, 설계와 시공은 적정했는지, 감리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무엇보다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특정 공정이나 근로자를 붕괴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 조사 결과 설계·시공·감리 중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 소재에 따라 보수·재시공 및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신축 아파트의 안전은 입주민이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시공사와 감리업체, 관계당국이 객관적인 자료와 정밀진단 결과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할 사안이다.
    2026-08-17 16:16:40 이정윤
  • 광복 81주년, 태극기 너머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국방/외교

    광복 81주년, 태극기 너머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곳곳에서 이어지는 기념행사…광복의 의미를 다음 세대에 어떻게 남길 것인가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8월 15일은 대한민국이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날을 기념하는 광복절이다. 올해로 81주년을 맞는다.해마다 돌아오는 기념일이지만, 광복의 의미를 기억하는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경축식과 타종행사, 공연과 전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긴다.서울시는 15일 오전 11시 30분 종로 보신각에서 제81주년 광복절 기념 타종행사를 개최한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광복의 소리, 미래를 깨우다'​다.광복회 추천으로 참여하는 독립유공자 후손 9명과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의장 등 11명이 33번의 종을 울린다. 타종에 앞서 음악 공연과 창작 뮤지컬,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고, 타종 이후에는 시민 대합창도 이어진다.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서대문독립공원 일대에서도 15일부터 16일까지 '2026 서대문독립민주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는 '광복의 빛으로 하나 되는 서대문'을 주제로 기념식과 공연, 체험·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독립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부산에서도 15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다. 특히 올해는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아 관련 공연도 마련된다. 경축식에는 독립유공자 유족과 시민 등 1천3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기념일은 '하루'지만 기억은 '계속'돼야 한다광복절이 돌아오면 거리에는 태극기가 걸리고 곳곳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뒤에도 광복의 의미가 우리의 일상 속에 남아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기념일의 의미는 결국 얼마나 오래 기억하느냐에 있기 때문이다.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독립운동을 직접 경험한 세대와 광복을 직접 기억하는 세대는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역사적 공간을 보존하며, 다음 세대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해진다.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나 독립기념관, 독립문, 임진각과 같은 공간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그곳에 남아 있는 건물과 기념물, 사진과 기록은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는 일종의 '기억의 환경'이다.우리가 자연환경을 보전해야 미래세대가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듯이, 역사와 문화의 공간 역시 보존해야 다음 세대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다.광복의 의미는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는 데 있다광복 81주년을 맞아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단순히 1945년, 81년 전의 해방이라는 역사적 사실만은 아니다.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일상,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어떤 희생과 노력 위에 만들어졌는지를 돌아보는 일이다.올해 여러 지역의 광복절 행사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도 '미래세대'다.서울시는 타종행사의 주제를 '광복의 소리, 미래를 깨우다'로 정했고, 경남은 '기억할 이름, 이어갈 내일'을 주제로 경축식을 마련했다. 각 지역의 행사가 과거를 기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래세대와 기억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결국 광복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바라보는 일인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어떤 역사를 남길 것인지, 어떤 공간을 보존할 것인지,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81번째 광복절. 태극기를 다는 것에서 시작해도 좋다.하지만 하루 동안 태극기를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가까운 역사관이나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보고 그곳에 남겨진 이야기를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것 역시 광복을 기억하는 방법이다.광복은 81년 전에 끝난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일상을 가능하게 한 역사다.그리고 그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보존해 다음 세대에 전달할 것인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4 20:26:14 정민오
  • [정민오의 시선] 전기차 캐즘 끝나가나…‘화재·충전 불편’ 넘어 다시 전기차 찾는 소비자들
    자동차/시승기

    [정민오의 시선] 전기차 캐즘 끝나가나…‘화재·충전 불편’ 넘어 다시 전기차 찾는 소비자들

    제주 보조금 접수 1시간 만에 물량 초과…대구·광주·부산서도 수요 회복 유지비 부담에 전기차 경제성 재부각…환경 측면에서도 반가운 변화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한동안 주춤했던 전기차 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과 충전 인프라 부족, 긴 충전 시간 등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전국 곳곳에서 보조금 신청이 예상보다 빠르게 마감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최근 제주에서 나타난 현상이 대표적이다. 제주도는 지난 6일부터 '2026년 하반기 전기자동차 민간 보급사업' 신청을 받은 결과 전기화물차가 접수 시작 1시간 만에 준비 물량을 넘어섰다고 13일 밝혔다. 승용차 역시 접수 첫날 1시간 만에 870대가 신청됐다.하반기 보급 물량은 승용 1,200대, 화물 400대 등 모두 1,600대였다. 하지만 신청자가 몰리면서 제주도는 출고 지연이나 신청 취소 등에 대비해 승용 1,500대, 화물 500대까지 신청을 받기로 했고, 전기화물차는 결국 7일 오후 접수를 마감했다. 승용차도 12일 접수를 종료했다.제주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보기도 어렵다.대구에서는 올해 1차 전기차 보조금 접수가 시작된 지 5일 만에 마감됐고, 1,450대가 신청됐다. 광주 역시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1차 사업이 약 두 달 만에 마감돼 450대를 추가 배정했다.부산도 마찬가지다. 당초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면서 상반기에 추가 예산을 투입해 1,000대를 추가 지원했다.전국 판매량에서도 회복세가 확인된다. 2026년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국내 전기차 시장을 짓눌렀던 이른바 '캐즘'이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캐즘은 새로운 기술이 초기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은 뒤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전, 수요가 한동안 주춤하는 '시장 공백기'를 뜻한다. 화재·충전 불편보다 커진 '유지비' 고민그렇다고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불안이 모두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고, 충전소 부족이나 충전 대기시간 역시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불편한 부분이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충전시설과 주차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그럼에도 전기차를 다시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가장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유지비다. 차량을 구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연료비와 각종 유지비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차의 상대적으로 낮은 운행비용이 다시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전기차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소비자를 끌어들인 것은 '친환경'이라는 이미지와 정부 보조금이었다. 이후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주행거리와 충전 편의성, 가격, 안전성 등을 따지기 시작했고,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커졌다.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를 바라보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친환경이라서 전기차를 산다'는 선택에서 벗어나 차량 가격과 보조금, 연료비, 유지비를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전기차가 경제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여기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확대와 주행거리 개선, 다양한 가격대의 신차 출시도 시장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환경 측면에서는 반가운 변화전기차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흐름은 환경 측면에서도 반가운 변화다.전기차 역시 배터리 생산과 폐배터리 처리 과정에서 환경 부담이 발생하고 전력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 문제도 있어 '완전한 무공해차'라고 단순하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운행 과정에서 내연기관차처럼 배기가스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통 부문의 탄소배출과 대기오염을 줄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특히 자동차가 생활 속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다시 속도를 내는 것은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다.전기차 보급 확대가 단순히 자동차 판매량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화석연료 중심의 이동수단에서 전기 기반의 이동수단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다.다만 지금의 흐름을 두고 '전기차 캐즘이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현재의 수요 회복에는 보조금과 각종 지원 정책의 영향이 상당하고,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안전성 문제 역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보조금이 축소되더라도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을 만큼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이 확보돼야 진정한 시장 회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특히 최근 본지 기사'전기차는 지하주차장 이용이 어렵습니다"…안전인가, 차별인가'에서도 보도한 바 있듯, 일부 역차별의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결국 지금의 변화는 전기차가 다시 '친환경차'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는 단계를 넘어, 경제성과 상품성을 갖춘 하나의 자동차 선택지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한동안 소비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전기차가 다시 선택받기 시작했다는 것. 환경 측면에서 보면 반가운 변화지만, 그 흐름이 일시적인 보조금 효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가격 경쟁력과 충전 인프라, 무엇보다 배터리 안전성 확보에 달려 있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4 20:26:04 정민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35년 전 한 사람의 증언에서 시작된 기억
    인권/복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35년 전 한 사람의 증언에서 시작된 기억

    광복절 하루 전 8월 14일,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날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많은 사람에게 8월 14일은 광복절을 준비하는 날로 기억되지만, 이날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국가기념일이기도 하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기억하고, 인권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국가기념일이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았다. 8월 14일이라는 날짜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날이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이후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으로 이어졌고, 오랫동안 가려져 있던 역사를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올해는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 증언으로부터 35년이 되는 해다.201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정부는 매년 8월 14일 기념식을 열고 있다. 올해 기념식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렸으며, 주제는 '용기 있는 증언에서 평화의 발걸음으로'였다.대구에서도 이어진 기억올해 기림의 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도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행사가 이어졌다.대구에서는 14일 오후 범어대성당 드망즈홀에서 '2026 대구시민과 함께하는 추모와 위로의 노래' 음악회가 열린다. 피해 생존자와 가족 등이 참석해 피해자들의 삶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자리다. 추경호 대구시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한다. 대구시장이 법정기념일 지정 이후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처럼 기림의 날은 특정 장소에서 한 번의 행사를 치르는 것으로 끝나는 날이 아니다. 지역과 세대를 넘어 기억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억하지 않으면 역사는 사라진다환경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대기오염이나 기후위기, 자원순환처럼 눈에 보이는 문제를 먼저 떠올린다.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환경 역시 누군가의 삶과 기억을 통해 만들어진다.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어떤 목소리를 기록하며, 그것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는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들을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록과 기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기억은 과거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과거의 피해를 기억하는 것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쟁과 폭력 속에서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 그리고 평화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과정이다.그래서 8월 14일은 광복의 기쁨을 하루 앞둔 날이라는 의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광복을 맞기까지 우리가 지나온 역사와 그 과정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용기 있는 증언에서 시작된 기억이 35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기억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지키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 남기는 우리의 책임이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4 20:25:25 정민오
  • 탈선은 줄었는데 열차 고장은 늘었다…매일 타는 철도, 정말 안심해도 될까?
    도로/교통

    탈선은 줄었는데 열차 고장은 늘었다…매일 타는 철도, 정말 안심해도 될까?

    상반기 중요 철도사고 3건으로 감소했지만 차량 고장 운행장애는 40건 20년 이상 고속차량 53%·일반차량 62%…‘사고 나면 수리’ 넘어 예방정비 필요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매일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철도에서 탈선이나 충돌 같은 대형 사고는 줄었지만, 열차 고장에 따른 운행장애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큰 사고가 줄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승객 입장에서 철도의 안전은 대형 사고가 발생했는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갑작스러운 열차 고장과 운행 중단, 장시간 지연 역시 시민들이 체감하는 철도 안전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중요 철도사고는 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반면 차량 고장에 따른 열차 운행장애는 40건 발생했고 철도종사자 안전사고도 8건으로 늘었다. 국토부는 13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비롯한 철도 유관기관들과 안전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장애와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을 점검했다.특히 철도는 차량뿐 아니라 선로와 전차선, 신호·통신설비 등이 복잡하게 연결된 시스템이다. 어느 한 곳에서 발생한 작은 고장도 열차 지연이나 운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나 장거리 이동 중 열차가 멈추면 승객이 겪는 불편과 불안은 상당하다. '사고가 아니니 괜찮다'고 하기엔 반복되는 고장지난 5월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에서 객차 승강문 고장 이후 같은 장애가 다시 발생했고, 열차방호장치 고장 당시에는 현장 조치에 79분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승객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고로 분류됐느냐'가 아니다.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됐는지, 고장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정상 운행을 회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다음 열차에서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됐는지가 더 중요하다.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부품을 교체하고 운행을 재개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특히 차량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국토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철도차량 정비 강화대책에 따르면 20년 이상 운행한 차량은 고속차량의 53%, 일반차량의 62%를 차지한다. 오랜 기간 운행된 차량이 적지 않은 만큼 앞으로는 단순한 고장 수리를 넘어 차량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미리 제거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노후 차량·시설, '고장 나면 고친다'는 방식이 문제정부는 노후 부품을 선제적으로 교체하고 반복적으로 고장이 발생하는 부품을 별도로 관리하는 한편, 센서와 데이터를 활용해 고장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예방정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차량을 운영하고 정비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이러한 예방정비 체계를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적용하느냐도 중요한 과제다.철도차량은 단순히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노후화에 따라 높아질 수 있는 고장 가능성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느냐다. 특히 같은 부위에서 반복적으로 장애가 발생한다면 단순 부품 교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설계·정비 방식·운행 환경 등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야 한다.승객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고장은 안전사고가 아니다"라는 설명보다 "같은 고장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꿨는가"가 더 궁금할 수밖에 없다.차량뿐 아니라 선로와 작업현장도 살펴야철도 안전의 사각지대가 차량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올해는 지난 6월까지 전차선과 신호설비 등 철도시설물 장애도 14건 발생했다. 철도종사자 안전사고 역시 8건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고소·전기작업 등 위험도가 높은 현장에서 작업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안전장비와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찾아내는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노후 철도시설에 대한 점검과 보수·보강이 사고가 발생한 뒤 급하게 이뤄지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철도시설은 문제가 발생하면 차량 운행과 승객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기점검을 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위험요인을 찾아냈는지가 중요하다.철도 안전의 기준, '대형사고가 없었다'에서 바뀌어야올해 상반기 중요 철도사고가 감소한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그러나 이를 근거로 철도 안전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차량 고장에 따른 운행장애와 시설물 장애, 종사자 안전사고라는 다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특히 20년 이상 운행된 차량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는 작은 고장 하나하나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장애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원인을 분석해 정비 기준과 차량 관리에 반영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안전대책이 아니다.타고 있던 열차가 갑자기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문제가 생기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신뢰, 그리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철도 안전은 사고가 발생한 뒤 얼마나 잘 수습했느냐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사고와 장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찾아내고 제거하는 것이 진짜 안전관리다.노후 차량과 시설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제 철도 안전의 기준도 '큰 사고가 없었다'는 결과 중심에서 '작은 이상 징후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고 없앴느냐'는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매일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철도인 만큼, 승객이 불안해하지 않고 열차에 오를 수 있는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지속적인 점검 관리가 필요하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4 11:32:37 정민오
  • [이색 환경정책 소개] 카페에서 축제까지 일회용품 없앤다 … 제주도의 ‘플라스틱 제로 섬’ 실험
    환경

    [이색 환경정책 소개] 카페에서 축제까지 일회용품 없앤다 … 제주도의 ‘플라스틱 제로 섬’ 실험

    -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카페에서 시작된 다회용컵 사용을 축제·행사, 배달음식, 야시장 등 시민과 관광객의 생활 영역으로 확대 - ‘쓰고 버리는 제주’에서 ‘씻어서 다시 쓰는 제주’로 자원순환 구조 바꾸기
    관광객이 음료 한 잔을 사 마시고 버린 플라스틱 컵, 축제장에서 잠깐 사용한 음식 용기, 야시장에서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그릇. 관광도시 제주에서는 이런 일회용품이 대량으로 발생한다.제주특별자치도가 이 문제를 단순한 분리배출 확대가 아닌 ‘일회용품 자체를 덜 쓰는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정책이 대표적이다. 카페에서 시작된 다회용컵 사용을 축제·행사, 배달음식, 야시장 등 시민과 관광객의 생활 영역으로 확대하면서 ‘쓰고 버리는 제주’에서 ‘씻어서 다시 쓰는 제주’로 자원순환 구조를 바꾸는 실험이다. 제주 환경교육기관에서도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정책과 시민 실천과제를 별도 안내하고 있다.우도에서는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가장 이해하기 쉬운 사례가 제주 우도다. 우도에서는 2025년 8월부터 커피·아이스크림 전문점 39곳이 테이크아웃 음료 등에 다회용컵을 전면 도입했다. 이용자가 음료를 주문할 때 컵 보증금 1,000원을 내고 다회용컵을 받은 뒤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일회용컵을 쓰지 않는다고 관광객에게 개인 컵을 반드시 가지고 오라고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다. 기존 일회용컵이 있던 자리에 여러 차례 사용할 수 있는 컵을 넣고 회수·세척·재사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이를 가능하게 한 시설이 ‘우도 다회용기 세척센터’다. 우도에서 회수한 컵을 세척해 다시 매장에 공급하면서 섬 안에서 다회용컵이 반복적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했다.우도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도 아니다. 2024년 말 기준 우도 음료 매장 39곳 가운데 29곳, 약 74%가 다회용컵 사용에 참여했고 세척센터 운영 약 8개월 동안 6만8,399개의 다회용기를 세척해 약 1.4톤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이후 참여 범위가 확대되면서 우도 전체 39개 커피·아이스크림 매장으로 다회용컵 체계가 확산됐다.축제장에서도 일회용 컵·접시 줄인다제주의 실험은 카페에 머물지 않는다. 제주도는 2024년부터 각종 행사와 축제, 회의 등에 사용하는 다회용기의 대여부터 회수·세척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분석을 인용한 2026년 3월 보도에 따르면 2024~2025년 행사·축제 다회용기 지원을 통해 약 48톤의 일회용품 폐기물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2026년에도 약 3억3,000만원을 투입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즉 축제장에서 음식을 사 먹은 뒤 플라스틱 접시와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행사 후 회수해 세척한 뒤 다른 행사에서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지역 축제는 짧게는 하루, 길어도 며칠 동안 수많은 방문객이 몰린다. 그만큼 한꺼번에 많은 일회용품이 발생한다. 다회용기 전환 효과가 일반적인 생활공간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이유다.2026년에는 동문시장까지 … ‘친환경 시장’으로2026년 제주도의 정책은 한 단계 더 확대됐다. 제주도는 올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민간부문 사업에 전년보다 123% 늘어난 51억원을 투입해 생활·복지·여가 영역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제주도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5년에는 다회용기와 텀블러 약 184만 개 사용을 지원해 약 29.6톤의 일회용 폐기물을 감축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이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제주 동문시장이다.제주도는 2026년 신규사업으로 3억원을 편성해 동문야시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야시장에서 음식을 담아주던 종이·플라스틱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꾸는 방식이다.7월에는 동문재래시장이 다회용기 순환체계와 취식공간, 디지털 주문 시스템을 갖춘 친환경 미래시장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카페에서 시작된 변화가 축제장을 지나 관광시장으로까지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배달음식도 ‘먹고 버리는 용기’에서 벗어난다다회용기 정책은 배달음식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제주도는 2026년 배달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주시 지역과 서귀포 중문·혁신도시 등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방식은 어렵지 않다. 소비자가 다회용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에서 주문하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대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용기에 음식이 담겨 배달된다. 사용한 용기는 회수해 전문적인 세척 과정을 거친 뒤 다시 공급하는 구조다.일회용품 감축 정책이 관광지나 축제 같은 특별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평범한 한 끼까지 들어오는 것이다.왜 제주가 플라스틱 문제에 적극적일까제주는 섬이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관광객이 대규모로 방문하면서 생활폐기물과 관광폐기물이 함께 발생한다. 육지처럼 폐기물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특히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해안이나 바다로 흘러가면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될 수 있고 해양생태계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제주에서는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것만큼 애초에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플라스틱 제로’라고 해서 당장 제주에서 모든 플라스틱을 없앤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일회용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꼭 필요한 용기는 여러 번 사용하는 순환구조를 확대하는 장기적인 정책 방향에 가깝다.시민과 관광객이 체감해야 성공한다다회용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관광객 입장에서는 컵과 용기를 어디에 반납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하고, 반납 장소도 충분해야 한다. 음식점과 카페 입장에서는 다회용기 보관과 회수가 영업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무엇보다 세척과 위생관리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다회용기는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회수→운송→세척→살균→검수→재공급으로 이어지는 관리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편리성과 위생이라는 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민과 관광객의 지속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자료 출처: 제주특별자치도 및 제주시 일회용품 감축·다회용기 정책 자료, 제주특별자치도환경교육센터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실천 안내서’, 2026년 행사·축제 다회용기 지원사업 관련 자료.기자의 시선 ‘버리지 않는 관광지’라는 새로운 경쟁력제주의 플라스틱 제로 정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시민들에게 단순히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카페에는 다회용컵과 세척센터를 만들고, 축제에는 다회용기를 공급하며, 시장과 배달음식까지 회수·세척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시민의 환경의식에만 책임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접근이다.다만 ‘플라스틱 제로’라는 구호만으로 정책의 성공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다회용기를 세척하는 데 들어가는 물과 에너지, 회수 차량 운행에서 발생하는 탄소, 용기의 실제 재사용 횟수와 분실률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그럼에도 제주가 보여주는 변화에는 의미가 있다. 우도 카페에서 시작된 다회용컵이 축제와 행사, 배달음식, 전통시장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관광객이 제주를 떠난 뒤 남기는 것이 추억은 많되 쓰레기는 적은 섬. 제주도의 ‘플라스틱 제로 섬’ 실험이 성공한다면 환경정책을 넘어 제주 관광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2026-08-14 11:31:23 안영준
  • 이민석시의원,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시의회… ‘정원도시 서울’의 미래를 묻다
    환경

    이민석시의원,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시의회… ‘정원도시 서울’의 미래를 묻다

    [데일리환경 = 안상석 기자]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가 제339회 임시회를 앞두고 첫 행보로 현장을 선택했다. 이민석 위원장을 필두로 한 위원회는 서울숲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직접 찾아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소관 집행기관들의 현안을 보고받는 등 폭염 속에서도 정력적인 의정 활동을 펼쳤다.이번 현장 방문은 단순한 형식적 점검에 그치지 않았다. 위원들은 조성된 공모·참여정원 등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물론, 시민들이 이용하는 휴게 쉼터와 각종 편의시설까지 세심하게 짚어냈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실제 이용 환경의 안전성과 쾌적성을 검증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이어진 반포 한강공원 일정에서는 기후환경본부, 정원도시국, 서울아리수본부 등 환수위 소관 6개 핵심 집행기관의 주요 업무 추진 현황 보고가 진행됐다. 서울시의 환경·수자원·녹지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들이 모인 만큼, 현장에서 이뤄진 보고와 논의는 다가올 임시회 안건 심사의 밀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민석 위원장은 현장에서 “시민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하겠다”며 협력과 현장 중심 의정 활동을 강조했다.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길을 찾으려는 이 같은 시도는 평가받을 만하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원도시 구상과 환경 정책이 시민들의 삶에 진정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시의회의 날카로운 견제와 현장 감시가 필수적이다. 첫 현장 방문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환경수자원위원회가 앞으로도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든든한 소통 창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상석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3 08:48:21 이정윤
  • [생활공해] '냄새 공해' 악취만이 아니다. 원치 않는 냄새가 일상 침범
    환경

    [생활공해] '냄새 공해' 악취만이 아니다. 원치 않는 냄새가 일상 침범

    보이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후각 공해도 생활환경 문제 서울시도 악취 관리…“좋은 냄새도 과하면 누군가에겐 불편”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아침 출근길 집에서 나서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불쾌한 냄새가 기분을 망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갑자기 강한 향수 냄새가 밀려오기도 한다. 점심시간 음식점 골목을 지나면 각종 음식물 냄새가 뒤섞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앞에서 걷는 행인의 담배 연기 냄새,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불쾌한 냄새 등이 코를 찌르기도 한다.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소음처럼 데시벨로 쉽게 측정하기도 어렵고, 빛처럼 밝기를 숫자로 표시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한번 맡기 시작하면 피하기 어렵고 일상에 미치는 불편은 상당하다.이 때문에 최근에는 악취뿐 아니라 일상에서 원치 않는 냄새에 노출되는 상황을 통칭해 '냄새 공해'라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냄새는 보이지 않지만 생활을 침범한다환경 분야에서 관리하는 대표적인 냄새 문제는 '악취'다. 악취는 하수도, 음식물, 폐기물, 사업장 등 다양한 배출원에서 발생할 수 있다.특히 도심에서는 공장 같은 대규모 시설보다 일상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생활악취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음식점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나 하수관로, 정화조 등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대표적이다.서울시 역시 악취를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생활환경 문제로 보고 관리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는 악취배출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공공환경시설과 악취 우려 사업장 등 약 700곳을 대상으로 하절기 집중점검을 진행하고 있다.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지면서 냄새 문제가 더욱 민감해진다. 음식물이나 유기물이 부패하기 쉬워지고 하수관이나 정화조 등에서도 냄새가 발생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좋을 수 있는 냄새'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냄새 공해의 흥미로운 지점은 반드시 불쾌한 냄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담배 냄새나 하수구 냄새처럼 누구나 악취라고 생각할 만한 냄새가 있는 반면, 향수나 섬유유연제, 방향제처럼 일반적으로 '좋은 향'으로 여겨지는 냄새도 있다.문제는 냄새에 대한 감각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누군가에게는 은은한 향수 냄새가 기분 좋은 향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강한 자극으로 느껴질 수 있다. 좁은 엘리베이터나 만원 지하철처럼 환기가 제한된 공간에서는 향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특히 향수를 한 번 뿌리는 것과 여러 번 뿌리는 것, 개인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과 밀폐된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은 같은 향이라도 체감이 크게 달라진다.결국 중요한 것은 '향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음식점이나 공연장, 교통수단, 엘리베이터 등에서 향수를 뿌리는 행동은 법으로 정하기 이전의 문제다. 악취는 '불쾌함'까지 숫자로 담기는 어렵다냄새가 환경문제로 관리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소음은 소리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고 빛은 밝기를 측정할 수 있지만 냄새는 사람의 후각과 주관적인 느낌이 개입한다.같은 냄새라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강도가 다를 수 있고, 냄새의 종류와 노출 시간, 주변 환경에 따라서도 체감이 달라진다.실제로 서울시는 과거 생활악취 관리 과정에서 악취에 대한 판단에는 주관성이 많이 반영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닌 생활악취까지 별도로 관리해왔다.때문에 냄새 문제는 단순히 '냄새가 난다'는 민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생원을 찾아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 확인하며, 필요한 경우 측정과 저감시설 설치 등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음식점·하수구 등 생활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도시에서 냄새 공해를 만드는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하다.직화구이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조리 냄새, 하수관과 빗물받이에서 올라오는 냄새, 음식물 쓰레기와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냄새, 사업장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 등이 대표적이다.서울시는 직화구이 음식점 등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악취저감시설 설치와 유지관리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해왔다. 실제 방지시설 설치 이후 주변 주민들의 악취 체감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이는 냄새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예민함으로 치부할 사안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내가 괜찮으면 괜찮다'는 생각부터 바꿔야냄새 공해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생활방식이 다른 사람의 생활공간까지 침범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특히 엘리베이터, 지하철, 사무실, 병원, 공연장처럼 사람들이 가까이 모이는 공간에서는 한 사람의 냄새가 수십 명에게 동시에 전달될 수 있다.결국 냄새 공해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기술과 규제만이 아니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냄새가 다른 사람에게도 편안할 것이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도시가 더 쾌적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소리와 빛뿐 아니라 우리가 매일 무심코 흘려보내는 '냄새' 역시 하나의 후각 공해의 생활 환경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2 16:24:17 정민오
  • [생활공해] '시각 공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시를 뒤덮은 전광판과 조명
    환경

    [생활공해] '시각 공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시를 뒤덮은 전광판과 조명

    밤에는 빛공해, 낮에는 시각공해…LED 전광판·간판 늘며 눈 쉴 틈 없는 도시 서울시도 전광판 밝기 기준 마련…'더 밝게'보다 '필요한 만큼'의 도시환경 필요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밤이 되면 도시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대신 오히려 더 화려해진다.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운 LED 전광판과 상가 간판, 가로등과 아파트 조명이 거리를 밝힌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 조명 때문에 집 안에서도 완전한 어둠을 경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낮이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출근길과 퇴근길 거리 곳곳에서 간판과 현수막, 대형 광고판, 디지털 사이니지가 시야를 채운다.도시의 편리함과 활기를 위해 만들어진 빛과 광고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눈과 생활공간을 침범하는 '환경공해'가 되고 있다. 바로 빛공해와 시각공해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빛공해는 필요 이상으로 밝거나 원치 않는 인공조명이 사람이나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현상을 말한다.대표적인 것이 주거지역으로 들어오는 외부 조명이다. 아파트 맞은편 상가의 간판이나 건물 외벽 조명, 주차장과 도로의 조명 등이 밤늦게까지 켜져 있으면 집 안까지 빛이 들어올 수 있다.특히 LED 조명의 확산과 대형 전광판의 증가로 도시의 밤은 과거보다 훨씬 밝아졌다. 문제는 단순히 '눈이 부시다'는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밤에 지나치게 강한 빛에 노출되면 수면 환경이 방해받을 수 있고, 생체리듬을 교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람에게 밤은 본래 어두워져야 하는 시간이지만 도시의 인공조명은 밤과 낮의 경계를 점점 흐리고 있다.서울시가 올해로 20회째 빛공해 공모전을 열며 시민들에게 생활 속 빛공해 문제를 알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빛공해를 줄이고 시민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좋은 빛'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눈을 뜨면 또 다른 공해가 시작된다빛공해가 주로 '밤의 문제'라면 시각공해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는다.거리를 걷다 보면 크고 작은 간판이 건물 외벽을 채우고, 도로변에는 각종 광고물과 현수막이 늘어서 있다. 여기에 대형 LED 전광판과 디지털 사이니지가 더해지면서 도시의 시각 정보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광고가 많다는 사실 자체를 공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로 더 눈에 띄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더 밝게 만들고, 움직이는 화면을 사용하는 광고가 늘면서 도시 공간 자체가 거대한 광고판처럼 변하고 있다는 지적은 가능하다.특히 디지털 전광판은 기존의 정적인 간판과 다르다. 화면이 움직이고 색이 바뀌며 밝기도 크게 달라진다. 보행자는 물론 운전자 입장에서도 시야를 끌어당기는 자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결국 빛공해와 시각공해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는 셈이다.'더 밝게' 경쟁하는 전광판…서울시도 기준 마련실제로 서울시는 올해 대형 옥외전광판의 밝기를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했다.서울시는 지난 2026년 3월 전국 최초로 옥외전광판의 주·야간 빛 밝기 권고기준을 마련하고 4월부터 적용했다. 30㎡ 이상의 전광판을 대상으로 주간 밝기를 7,000cd/㎡ 이하로 권고하고, 야간에는 표시면적과 시간대에 따라 기준을 세분화했다.서울시가 주요 전광판 52곳을 실측한 결과 주간 전광판의 상위 평균 밝기는 약 10,000cd/㎡ 수준이었다. 서울시는 밝기를 낮추면 시민의 시각적 피로를 줄이는 동시에 전력 사용량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실제 관리 중인 전광판 가운데 일부는 밝기를 낮추는 조치도 진행됐다. 서울시는 4월에만 주간 46개, 야간 40개 전광판의 밝기를 기존보다 낮췄다고 밝힌바 있다.도시의 밤에는 어둠도 필요하다도시에서 빛을 없앨 수는 없다. 가로등과 건물 조명은 안전을 위해 필요하고, 상점과 기업의 광고 역시 도시 경제의 중요한 요소다.문제는 필요와 과잉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가다.모든 공간을 밝히는 것이 안전한 도시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광고를 크게 만드는 것이 활력 있는 도시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곳에는 적절한 빛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빛은 줄이며, 거리의 시각적 정보 역시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쾌적한 도시환경에 가까울 수 있다.결국 좋은 도시의 조건은 얼마나 밝고 화려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편안하게 보고, 걷고, 쉴 수 있는가​에 있을지도 모른다.소음공해가 귀를 쉬게 하지 못하고, 냄새공해가 코를 괴롭힌다면 빛공해와 시각공해는 눈을 쉬지 못하게 한다.도시는 점점 더 밝아지고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그만큼 사람의 눈이 쉴 수 있는 공간과 밤의 어둠을 되돌려주는 일도 고민해야 할 때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2 16:24:01 정민오
  • 폭염 지나갔는데 물이 없다…남부권 덮친 ‘늦여름 가뭄’ 비상
    환경

    폭염 지나갔는데 물이 없다…남부권 덮친 ‘늦여름 가뭄’ 비상

    48개 시·군 기상가뭄…남부권 중심으로 농업용수 부족 현실화 최근 6개월 강수량 평년의 82.3%…8~9월에도 비 적을 전망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한때 40도를 넘나들던 폭염이 한풀 꺾였다. 하지만 더위가 물러난 자리에는 또 다른 기후위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는 '물 부족'이다.8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남부권을 중심으로 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다. 폭염 기간 강한 증발이 이어진 데다 충분한 비까지 내리지 않으면서 농업용수 부족을 비롯한 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부산과 경남 김해, 울산 울주 등에서는 가뭄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82.3%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48개 시·군에서 기상가뭄이 발생한 가운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가뭄 상황이 두드러지고 있다.비가 적은 데다 폭염까지…물 부족 더 키웠다가뭄의 직접적인 원인은 강수량 부족이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단순히 '비가 적게 온 해'로만 설명하기 어렵다.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토양과 수면에서 수분이 빠르게 증발했고, 농작물의 물 수요 역시 증가했다.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치면서 이미 확보된 수자원이 빠르게 소진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실제로 경남 지역 농업용 저수율은 39.6%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운문댐은 가뭄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에 들어갔고, 밀양댐과 섬진강댐도 '경계' 단계에 놓이는 등 수자원 관리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농촌에서는 가뭄이 곧바로 생계와 연결된다. 논과 밭에 공급할 물이 부족해지면 농작물 생육이 떨어지고, 가뭄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량 감소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더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다문제는 당장 비가 내리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도 가뭄을 해소할 만큼 충분한 비가 내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정부 전망에 따르면 8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 예상되지만, 9월에는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이 전망되고 있다. 이미 누적된 강수량 부족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의 비만으로 가뭄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수 있다.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가뭄 예·경보에서도 최근 6개월 전국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83.6% 수준에 머물렀다. 당시에도 부산·대구·인천 등을 포함한 53개 지역에서 기상가뭄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당초 기상청은 올해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6~7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고 8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지역별 강수 편차가 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폭염 다음 가뭄'이 보여주는 기후위기폭염이 끝나면 곧바로 선선한 날씨와 장마 같은 ‘정상적인 여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기후위기의 모습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폭염으로 물이 빠르게 증발하고, 비가 내리더라도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정작 가뭄 지역의 수자원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호우와 장기간 이어지는 가뭄이 번갈아 나타나는 극단적인 날씨가 반복될수록 물 관리 역시 더욱 어려워진다.환경 전문가들은 가뭄을 단순히 '비가 안 오는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강수량뿐 아니라 기온, 증발량, 토양 수분, 저수지 저수율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지역별 물 수요에 맞춘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폭염이 한풀 꺾였다고 해서 올여름의 기후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뜨거운 공기가 물러난 자리에서 마른 땅과 낮아진 저수지가 또 다른 경고음을 내고 있다.올여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온계의 숫자만이 아니다. 얼마나 비가 왔는지, 그리고 그 비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 물로 남았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8-12 14:52:32 정민오
  • [ESG 정책 소개] 장례식장 일회용 접시가 사라진다 … 서울시가 바꾸는 새로운 장례문화
    환경

    [ESG 정책 소개] 장례식장 일회용 접시가 사라진다 … 서울시가 바꾸는 새로운 장례문화

    서울의 장례식장에서 익숙했던 일회용 밥그릇과 국그릇, 접시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가 장례식장을 생활 속 자원순환 정책의 새로운 현장으로 선택하면서다.서울시가 2026년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에서 한 해 배출되는 일회용품 쓰레기는 약 3억7천만 개, 2,300톤 규모다. 특히 국내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접시 가운데 약 20%가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서울시는 소개했다. 장례식장이 환경정책의 대상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조문객에게 음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인용 상차림만 해도 약 20개의 일회용품이 한 번 사용된 뒤 버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밥그릇부터 물잔까지 다시 쓴다서울시의 방식은 단순히 일회용 접시 몇 개를 줄이는 수준이 아니다.서울시는 2023년 서울의료원을 시작으로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업을 확대해 왔다. 밥그릇과 국그릇, 반찬그릇뿐 아니라 수저와 젓가락, 물잔, 식탁보 등까지 다회용품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2026년 서울시 자료에는 서울의료원·서울동부병원·서울보라매병원·삼성서울병원·중앙보훈병원에 이어 연세대 신촌장례식장까지 도입 장례식장으로 소개돼 있다.시민 입장에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 조문객이 식사를 한 뒤 그릇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 회수하고, 세척·살균해 다시 사용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서울시의 사업계획에서도 상주는 조문객에게 다회용기로 음식을 제공하고, 장례식장은 사용·회수를 위한 공간과 운영체계를 마련하며, 다회용기 사업자는 용기 대여와 세척·회수·재공급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고 있다.실제 쓰레기는 얼마나 줄었나눈여겨볼 부분은 실제 감축 실적이다.서울시가 2026년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은 2023년 약 20만9천 개에서 2024년 약 54만4천 개, 2025년에는 약 160만5천 개로 증가했다.같은 기간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빈소도 2023년 9개에서 2024년 26개, 2025년 51개로 늘었다. 서울시는 그동안 약 236만 명분의 식사가 다회용기로 제공돼 약 618톤의 일회용 쓰레기를 감축한 것으로 집계했다.특히 서울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다회용기 도입 후 일반폐기물이 약 70~80% 감소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2026년 7월 서울시가 종합병원 30곳의 탄소중립 활동을 평가한 자료에서도 장례식장 다회용기 도입 등을 통해 일반폐기물을 최대 80% 감량한 사례가 확인됐다.왜 하필 장례식장일까장례식장은 일반 식당과 상황이 다르다. 언제 몇 명의 조문객이 방문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고 짧은 시간에 많은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일회용품은 이런 상황에서 편리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장례식장의 일반적인 식사문화로 자리 잡았다.하지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다회용기로 전환했을 때 폐기물 감축 효과도 크게 나타날 수 있다.서울시 정책이 흥미로운 지점도 여기에 있다. 시민에게 일회용품을 쓰지 말라고 요구하는 방식보다 일회용품이 대량으로 사용되는 장소의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위생은 괜찮을까시민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문제는 위생이다.다회용기는 단순히 사용한 그릇을 다시 내놓는 방식이 아니다. 서울시 사업 구조상 사용한 식기를 회수한 뒤 전문적인 세척 과정을 거쳐 다시 공급하는 체계가 전제된다. 서울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식기 세척·물류 비용과 현장 운영 인력 등을 지원 대상으로 두고 있다.따라서 정책이 확대될수록 중요한 것은 '다회용인가 일회용인가'만이 아니다. 세척·살균 기준과 운송·보관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는지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정책 정착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장례문화도 친환경으로 바뀔 수 있을까서울시의 장례식장 다회용기 정책은 거창한 첨단 환경기술과는 거리가 있다. 기존에 한 번 쓰고 버렸던 그릇을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이다.하지만 시민 생활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작지 않다. 카페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처럼 장례식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일회용품 감축의 범위가 일상생활에서 관혼상제 영역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시 역시 2026년 장례식장뿐 아니라 배달음식, 경기·행사 등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생활영역을 다회용 체계로 전환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결국 이 정책의 성패는 '친환경 장례식장 몇 곳을 만들었느냐'보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장례문화가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느냐에 달려 있다.환경정책이 시민에게 불편과 희생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폐기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업은 지켜볼 만한 생활밀착형 환경정책이다.기자의 시선장례식장에서 환경을 생각하자는 이야기가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 자료대로 한 해 전국 장례식장에서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3억7천만 개에 달한다면 더 이상 작은 문제가 아니다.특히 주목할 부분은 조문객 개인의 실천에 의존하지 않고 장례식장과 공급·회수·세척 시스템 자체를 바꾼다는 점이다. 환경정책이 오래 지속되려면 시민에게 계속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보다 친환경적인 선택이 더 자연스럽고 편리하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다만 확대 과정에서는 위생관리와 세척에 필요한 물·에너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담까지 함께 살펴 실제 환경효과를 지속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 자체보다 일회용품 사용과 폐기물, 탄소배출을 실제로 얼마나 줄였는지가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2026-08-12 11:19:58 안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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