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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자의 뉴스정원] 뜨거운 친일파 논쟁 뒤 ... 제국의 시대, 침묵 대신 조선의 곁을 택한 일본인 다섯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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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자의 뉴스정원] 뜨거운 친일파 논쟁 뒤 ... 제국의 시대, 침묵 대신 조선의 곁을 택한 일본인 다섯 명

    - 아사카와 다쿠미·노리타카 형제와 야나기 무네요시, 후세 다쓰지, 소다 가이치 … 조선의 문화와 사람을 지키려 했던 일본인들
    친일과 반일, 협력과 저항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다. 누가 어느 편에 섰는지 묻는 목소리는 커지지만, 역사의 한복판을 살아간 사람의 선택은 때로 국적과 민족이라는 두 글자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일제강점기는 일본 제국이 조선의 국권을 빼앗고 민족의 삶과 문화를 억압한 폭력의 시대였다. 그 책임은 어떤 미담으로도 흐려질 수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시대, 식민 지배의 부당함을 외면하지 않고 조선의 사람과 문화 곁에 서려 했던 일본인들도 있었다.누군가는 조선의 산에 나무를 심었고, 누군가는 이름 없는 장인의 그릇을 지켰다. 누군가는 독립운동가의 변호인이 됐으며, 또 다른 이는 부모 잃은 아이들의 손을 잡았다.그들은 제국의 국민으로 태어났지만, 적어도 삶의 어느 자리에서는 제국이 명령한 침묵을 거부했다. 조선의 곁에 섰던 다섯 사람이번에 살펴볼 인물은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 아사카와 노리타카(淺川伯敎), 후세 다쓰지(布施辰治),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소다 가이치(曾田嘉伊智)다.이들을 모두 같은 성격의 인물로 묶을 수는 없다. 후세 다쓰지가 식민지 민중과 독립운동가를 법정에서 변호한 인권변호사였다면, 아사카와 형제와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의 도자기와 생활 공예를 연구하고 보존한 사람들이었다. 소다 가이치는 버려진 아이들을 돌본 사회사업가이자 기독교인이었다.활동 영역도, 조선을 바라본 관점도 달랐다. 특히 야나기의 조선 예술론은 오늘날까지 식민주의적 시선과 연결해 비판받는다. 따라서 이들을 무조건 ‘조선을 사랑한 의인’으로만 그리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다만 식민 지배가 일상이던 시절, 조선의 사람과 문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행동했다는 사실만큼은 기록 속에 남아 있다.1. 조선의 산과 생활 공예를 사랑한 아사카와 다쿠미아사카와 다쿠미는 1891년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태어났다. 농림학교를 졸업한 그는 1914년 조선으로 건너와 조선총독부 산림과와 임업시험장에서 근무했다.그는 관청의 일본인 기술자였지만 조선의 산림을 일본식 기준으로만 다루지 않았다. 조선의 기후와 풍토에 맞는 나무를 찾고, 자연의 질서에 가까운 조림 방식을 고민했다. 1924년에는 잣나무 종자의 발아를 촉진하는 노천매장법을 개발해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는 데 기여했다.그의 시선은 산에서 조선 사람들의 밥상과 부엌으로 옮겨갔다. 당시에는 흔하고 보잘것없는 물건으로 취급됐던 소반과 장독, 목공예품과 백자에서 이름 없는 장인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그 결과물이 1929년 출간된 『조선의 소반』이다. 사후에는 『조선도자명고』가 간행됐다. 다쿠미는 물건의 형태만 기록하지 않았다. 지역마다 달랐던 명칭과 쓰임, 제작 방법을 조사하며 생활 속에 스며든 조선인의 미감을 남겼다.그는 야나기 무네요시, 형 노리타카와 함께 1924년 경복궁 집경당에 문을 연 조선민족미술관의 설립과 운영에도 참여했다. 미술관은 왕실의 화려한 유물보다 민중이 일상에서 사용했던 공예품에 주목했다. 다쿠미는 그 실질적인 운영을 맡았다. 망우역사문화공원 인물 기록,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931년, 그는 급성폐렴으로 불과 마흔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다쿠미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늘날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들었다. 그의 묘비에는 조선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 간 일본인이 이곳에서 한국의 흙이 됐다는 뜻의 글이 새겨졌다.2. 조선 도자기의 시간을 기록한 아사카와 노리타카다쿠미의 형 아사카와 노리타카는 조선 도자기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연구자였다.그는 1913년 경성의 학교에 미술교사로 부임한 뒤 조선 백자의 담백한 빛과 형태에 매료됐다. 이후 전국 수백 곳의 가마터를 찾아다니며 도자기 조각을 수집하고, 제작 시기와 지역적 특징을 조사했다.그가 한 일은 아름다운 도자기를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흩어진 파편을 통해 조선 도자기의 계보와 변화를 복원하려 했다. 오늘날에는 작고 불완전해 보이는 파편 하나도 도자사의 연대와 제작지를 밝히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노리타카는 동생이 세상을 떠난 뒤 조선민족미술관의 운영을 이어받았다. 광복 이후에는 자신이 수집한 공예품 약 3천 점과 도자기 조각 서른 상자를 한국에 기증했다. 이 자료들은 국립민족박물관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의 한 줄기가 됐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동생 다쿠미가 조선의 숲과 생활 속 물건에 귀를 기울였다면, 형 노리타카는 땅속과 가마터에 남은 파편을 따라 조선 도자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섰다.3. 독립운동가의 법정 곁을 지킨 후세 다쓰지후세 다쓰지는 다섯 사람 가운데 식민 지배에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맞선 인물이다.1879년 일본 미야기현에서 태어난 그는 변호사가 된 뒤 국가와 권력이 외면한 사람들의 편에 섰다. 1919년에는 도쿄에서 2·8독립선언을 발표한 조선인 유학생들의 변호를 맡았다.이후 의열단원 김시현, 일본 왕궁 앞에서 폭탄을 던진 김지섭, 일왕 암살을 계획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 등 조선 독립운동 관련 인사들을 변호했다. 1926년에는 나주 궁삼면 농민들이 동양척식회사를 상대로 벌인 토지회수 투쟁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조선에 들어왔다.그는 법정에서 단순히 형량을 줄이는 데 머물지 않았다.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인에게 가한 차별과 고문, 토지 수탈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 대가로 변호사 자격정지와 투옥을 거듭했다.해방 이후에도 재일조선인의 권리 보호와 일본 평화헌법의 보급에 힘썼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4년 그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당시 일본인으로서는 최초의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포상이었다.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후세의 삶을 설명하는 말은 그의 묘비명으로 전해지는 문장에 압축돼 있다.“살아야 한다면 민중과 함께, 죽어야 한다면 민중을 위하여.”법은 권력의 문장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손에서는 약한 사람을 지키는 마지막 문장이 될 수도 있음을 그는 보여줬다.4. 광화문 철거에 반대하고 조선 민예를 알린 야나기 무네요시일본 민예운동을 이끈 사상가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의 이름 없는 장인들이 만든 백자와 목공예, 생활용품에서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그는 1916년 처음 조선을 방문한 뒤 여러 차례 조선을 오가며 공예품을 수집하고 연구했다. 아사카와 형제와 함께 1924년 조선민족미술관을 설립했고, 강연과 음악회, 저술 활동을 통해 마련한 돈을 건립 기금으로 보탰다.특히 1922년 조선총독부가 신청사 건립을 이유로 광화문 철거를 추진하자 「사라지려 하는 한 조선 건축물을 위하여」라는 글을 발표해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광화문을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한 민족의 역사와 기억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의 글은 일본과 조선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동북아역사재단그러나 야나기에 대한 평가는 찬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 수록 연구에 따르면 그가 조선 미술을 ‘비애의 미’로 설명한 것은 식민지 조선을 수동적이고 슬픈 존재로 고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선 예술을 사랑했다는 사실과, 그 사랑 속에도 식민지 지식인의 한계와 타자화의 시선이 존재했다는 평가는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한 사람의 선의가 언제나 완전한 이해를 뜻하지는 않는다. 야나기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논쟁적인 이유다.5. 부모 잃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소다 가이치소다 가이치는 정치가도 학자도 아니었다. 그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었다.1867년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태어난 소다는 조선에서 YMCA 일본어 교사 등으로 일했고,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뒤 사회사업에 뛰어들었다. 1921년부터 가마쿠라보육원 경성지부의 운영을 맡아 일제강점기 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아이를 보살폈다. 이 시설의 역사는 오늘날 영락보린원으로 이어진다.그가 평생 돌본 아이의 수는 자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에게 그는 국적을 앞세운 일본인이 아니라 먹을 것과 잠자리를 마련하고 곁을 지켜준 어른이었다.해방 후 일본으로 돌아간 소다는 일본 각지를 다니며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책임과 회개를 촉구했다. 말년인 1961년 다시 한국을 찾았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서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안장됐다. 소다 가이치의 생애를 다룬 학술연구, 연합뉴스 관련 기록다만 “이름 모를 조선인이 타이완에서 쓰러진 소다를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 조선에 왔다”는 유명한 일화는 그대로 단정하기 어렵다. 관련 연구는 그가 처음 조선에 온 직접적인 이유가 취업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아름다운 일화일수록 기록과 전승을 구분해 읽어야 한다.영웅 만들기가 아니라, 선택을 기억하는 일다섯 사람을 소개하는 목적은 일본 제국의 식민 지배 책임을 희석하거나 ‘좋은 일본인’의 이야기로 피해의 역사를 덮으려는 데 있지 않다.아사카와 형제는 조선총독부와 식민지 교육기관에서 일했고, 야나기의 미학에는 식민주의적 시선이라는 비판이 남아 있다. 소다 가이치에 관한 일부 미담도 사료를 통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삶에는 선의와 한계, 실천과 모순이 함께 존재한다.그럼에도 우리가 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선택할 수 없지만, 부당한 시대 앞에서 어느 쪽을 바라보고 누구의 곁에 설지는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쿠미는 조선 사람들이 사용하던 작은 밥상을 들여다봤고, 노리타카는 버려진 도자기 파편을 주웠다. 야나기는 사라질 광화문 앞에서 글을 썼고, 후세는 피고인석에 선 독립운동가의 곁을 지켰다. 소다는 거리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의 손을 잡았다.거대한 역사책에는 제국과 전쟁, 조약과 통치자의 이름이 먼저 기록된다. 그러나 역사의 체온은 언제나 이름 없는 그릇과 한 그루의 나무, 법정의 변론과 아이에게 건넨 밥 한 끼 속에 남는다.친일과 항일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질수록 필요한 것은 성급한 영웅 만들기도, 불편한 사실을 지우는 단죄도 아니다.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으며, 그 행동이 당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기록으로 차분히 살피는 일이다.어두운 시대에도 모든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시대의 명령을 따랐고,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주 적은 사람들은 국적과 경계를 넘어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 자리를 내었다.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의 국적보다, 침묵할 수 있었던 순간에 침묵하지 않았던 선택인지도 모른다.[정기자의 뉴스정원] 눈 쌓인 거인의 정원을 몰래 찾은 아이들이 앉았던 나무에만 봄이 찾아와, 결국 거인이 쌓았던 벽들을 허물고 정원을 개방한다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단편 소설 "거인의 정원(The Selfish Giant)"처럼, 담장 밖 뉴스들은 잠시 지우고, '정기자의 뉴스정원'에서는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문화 뉴스들만 골라 시민 여러분께 개방해 드리겠습니다.."정기자의 뉴스정원"은 시민들 제보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신간 소개, 공연 소식, 전시 등 문화 소식, 예술가나 다양한 인물들의 소식들을 정기자(jnoog@naver.com)에게 사진과 간단한 내용을 적어 제보해 주시면 됩니다.
    2026-09-10 07:18:40 정진욱
  • 국경을 넘어 춤으로 겨루다 … 소년 브레이커 ‘Louis Shan’이 보여준 글로벌 성장기
    인물

    국경을 넘어 춤으로 겨루다 … 소년 브레이커 ‘Louis Shan’이 보여준 글로벌 성장기

    - 일본·한국·러시아 선수들과 맞붙은 국제 브레이킹 무대 … 이틀 연속 우승으로 증명한 가능성
    언어가 달라도 춤은 통한다. 국적이 달라도 배틀이 시작되는 순간 서로를 판단하는 기준은 오직 음악과 움직임,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준비해 왔는가에 있다.지난 9월 5일과 6일 한국에서 열린 두 차례의 스트리트댄스 대회에서 어린 브레이커 'Louis Shan(루이스 샨)'이 이틀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단순히 두 개의 우승 트로피를 얻었다는 결과보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그 과정이었다. 9월 5일 열린 ‘Breakpoints JAM ’26’에서 Louis Shan은 결승에서 일본 선수와 맞붙어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2027년 2월 27일 태국에서 열리는 ‘Blow Out Kids Battle’ 출전권까지 얻게 됐다.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9월 6일, 서울 SKBD Place에서 열린 ‘FLABOR VOL.4’의 U-19 Breaking 부문에 다시 출전했다.이날 현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과 심사위원, MC와 DJ, 관객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이날 현장은 단순한 어린이 경연대회라기보다는 하나의 스트리트 문화 축제에 가까웠다.'Louis Shan'의 6일 벌어진 대회에서의 두 번째 우승 과정은 더욱 인상적이었다.4강에서 한국 국가대표 고등학생 선수와 맞붙었고, 결승에서는 러시아 선수와 겨뤄 승리하며 최종 우승자가 됐다.불과 이틀 동안 일본, 한국, 러시아 등 서로 다른 국가와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무대에서 실력을 겨뤘다.작은 무대에서 시작되는 ‘문화 외교’현장에서 바라본 브레이킹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것이었다.누군가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음악이 시작되면 국적과 언어의 장벽은 금세 사라진다. 선수들은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의 실력을 인정한다. 관객 역시 어느 나라 선수인지를 떠나 좋은 움직임이 나오는 순간 환호한다.그 모습에서 필자는 스포츠와 문화가 가진 또 다른 국제교류의 가능성을 보았다.특히 브레이킹과 스트리트댄스 문화에서는 어린 세대의 국제교류가 이미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해외 선수들이 참가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인연이 다시 해외 대회 출전으로 이어진다.Louis Shan 역시 이번 한국 대회 우승을 계기로 다음 무대를 태국으로 넓히게 됐다.한국에서 일본 선수와 겨루고, 한국 선수와 경쟁하며, 러시아 선수와 결승을 치른 뒤 다시 태국 무대로 향한다.어쩌면 이것이 지금 세대가 만들어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의 문화교류인지 모른다.승패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의 태도였다.현장에서 만난 어린 댄서들의 표정에는 긴장감과 즐거움이 동시에 있었다.배틀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무대가 끝난 뒤에는 함께 사진을 찍고 서로의 춤을 이야기한다. 승자에게는 박수가 보내지고 패자 역시 다음 배틀을 준비한다.성인들의 국제관계에서는 국가와 이해관계가 먼저 등장하지만, 아이들의 무대에서는 조금 달랐다.“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보다 “너는 어떻게 춤추느냐”가 먼저였다. 그것이 스트리트댄스가 가진 힘일 것이다.이번 대회 사진 속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는 모습 역시 그런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승자와 준우승자, 심사위원과 참가자, 어린 선수와 성인 댄서들이 하나의 프레임 안에 들어왔다.한 아이의 우승 뒤에는 긴 시간이 있다대회에서는 몇 분의 배틀로 승패가 결정된다.하지만 그 몇 분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수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실패한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간다.이번 두 대회의 결과 역시 단순한 행운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9월 5일 일본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하루 만에 다시 출전한 대회에서 한국과 러시아 선수들을 차례로 상대해 우승했다는 것은 체력뿐 아니라 집중력과 실전 대응 능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결과다.그리고 그 과정에는 선수 한 명만 존재하지 않는다.아이를 지도하는 스승과 가족, 대회를 만드는 주최 측, 심사위원과 DJ, MC, 그리고 무대를 찾아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이 함께 존재한다.그래서 어린 선수의 우승을 바라볼 때 우리는 결과뿐 아니라 그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누가 만들고 있는가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K-컬처의 다음 장면은 ‘함께 만드는 무대’일지도 모른다한국은 이미 K-POP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세계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한국 문화가 세계로 나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세계의 젊은 세대가 한국으로 들어와 함께 경험하고 경쟁하고 교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브레이킹 대회와 같은 스트리트 문화 행사는 규모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국제교류가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일본,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아이들이 한국을 찾아 한국 선수들과 배틀하고, 다시 다른 나라의 대회에서 만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춤은 하나의 강력한 문화교류 플랫폼이 될 수 있다.그 중심에서 한국이 아시아 청소년 스트리트 문화의 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9월의 어느 주말, 작은 브레이킹 무대에서 한 소년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그러나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하며 본 것은 두 장의 우승 상장보다 조금 더 큰 것이었다.국적이 다른 아이들이 같은 음악을 듣고, 서로 경쟁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다시 다음 무대를 약속하는 모습이었다.Louis Shan에게 이번 우승은 끝이 아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경험은 이제 2027년 태국의 새로운 무대로 이어진다. 그곳에서는 또 다른 나라의 아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그리고 그런 만남이 반복될수록 아이들에게 세계는 조금씩 가까워진다.춤 한 곡이 흐르는 몇 분 동안 국경이 사라지는 경험.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만들어줘야 할 국제교류의 시작은 바로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2026-09-10 07:18:19 김미란
  • [김미란 현장 칼럼] 치료를 넘어 ‘한국에서의 삶’으로 … 의료관광의 다음 경쟁력을 주는 경험
    공연/전시

    [김미란 현장 칼럼] 치료를 넘어 ‘한국에서의 삶’으로 … 의료관광의 다음 경쟁력을 주는 경험

    - 김미란 | 관광칼럼니스트·한중 통역사
    필자는 9월 8일부터 9일까지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2026 서울의료관광 국제트래블마트(SITMMT)’에 셀러로 참가했다. 올해 행사에는 해외 바이어 70개사와 국내 셀러 300개사 등 약 370개사가 참여해 B2B 상담과 홍보, 네트워킹을 진행했다.현장에서 세계 각국의 바이어와 국내 의료기관 관계자를 만나며 다시 확인한 것이 있다. 의료관광은 좋은 병원만 소개한다고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해외 고객이 한국에서 치료받기로 결정하려면 의료기술뿐만 아니라 상담의 신속성, 정확한 통역, 투명한 비용, 이동과 숙박, 진료 후 관리까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의료관광은 병원 한 곳의 상품이 아니라 여러 기관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종합 서비스다. 특히 통역은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환자가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파악하고, 의료진의 설명이 오해 없이 전달되도록 도우며, 예약부터 귀국 후 사후관리까지 연결해야 한다. 현장을 이해하는 통역과 코디네이션이 의료관광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할 수 있다.의료관광의 외연을 서울의 병원과 쇼핑에만 한정할 필요도 없다. 치료 전후의 회복과 휴식에 한국의 지역문화와 일상 체험을 결합한다면 새로운 체류형 상품을 만들 수 있다.예를 들어 충남 보령의 의료기관 방문과 관광을 연계하고, 지역 가정에서 김치를 담그거나 함께 식사하며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보령의 관광지와 특산물을 접하고, 안전과 관련 기준이 확보된다면 해양·낚시 체험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유명 관광지만 돌아보는 일정과 달리 한국인의 실제 삶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여행이 될 수 있다.물론 아이디어만으로 상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의 외국인환자 유치 등록 여부, 의료광고와 환자 보호, 통역 품질, 숙박 관련 규정, 체험 프로그램의 보험과 안전 등을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특히 가정 체험과 해양 프로그램은 지역주민의 동의와 적법한 운영 구조를 전제로 해야 한다.이번 트래블마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많은 명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자원을 연결했을 때 생기는 가능성이었다. 해외 바이어는 신뢰할 만한 한국 현지 파트너를 찾고, 국내 의료기관은 실제 환자와 연결될 해외 채널을 원한다. 지역은 체류인구와 소비를 늘릴 새로운 관광콘텐츠가 필요하다.이 세 주체를 연결하려면 행사장에서의 짧은 만남을 구체적인 후속 협의로 전환해야 한다. 상대의 고객층과 실제 송객 경험을 확인하고, 의료기관의 진료 역량과 외국인 대응체계를 검토한 뒤 작은 규모의 시험 상품부터 운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의료관광의 성패는 화려한 제안서나 명함의 숫자가 아니라 첫 상담부터 귀국 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신뢰에서 결정된다. 한국의 의료기술에 지역의 문화와 사람, 세심한 소통이 더해질 때 의료관광은 단순한 치료 목적의 방문을 넘어 오래 기억되는 한국 경험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행사에 셀러로 참가해 해외 바이어 및 국내 의료기관 관계자들과 의료관광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김미란 | 관광칼럼니스트·한중 통역사*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9-10 07:18:12 김미란 칼럼니스트
  • [ESG 카드 뉴스] 9월 10일, 오늘의 환경 타로 ... ‘전차(The Chariot)’ 
    환경

    [ESG 카드 뉴스] 9월 10일, 오늘의 환경 타로 ... ‘전차(The Chariot)’ 

    9월 10일 목요일, 오늘의 환경 타로는 ‘전차(The Chariot)’입니다. 전차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발걸음’을 뜻합니다. 대중교통자가용 대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세요. 도심 속 탄소 발자국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카드뉴스는 ESG 캠페인 일환으로 지구촌 환경보전과 일상 속 시민들 실천을 결합한, 각 타로의 대표 상징을 환경적 메시지로 재해석했습니다.On Thursday, September 10, today’s environmental tarot card is The Chariot.The Chariot represents “steps toward reducing carbon emissions.”Public Transportation: Try using a bicycle or public transportation instead of driving your own car.This can dramatically reduce your carbon footprint in the city.*As part of an ESG campaign, this card-news series reinterprets the traditional symbolism of each tarot card through environmental messages that connect global conservation with practical actions in everyday life.
    2026-09-10 07:17:49 정이든 청년기자
  • 위생 위반해도 제재 끝나면 학교급식 납품…아이들 먹거리 관리 이대로 괜찮나
    노동

    위생 위반해도 제재 끝나면 학교급식 납품…아이들 먹거리 관리 이대로 괜찮나

    최근 5년 행정처분 527건 중 식품위생법 위반 329건 ‘62.4%’
    [데일리환경= 안상석기자] 성장기 학생들이 매일 먹는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위생법 위반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제재기간이 끝난 업체들이 다시 학교급식 시장에 대거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법령과 규정에 따른 제재기간을 마친 업체가 다시 계약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가 실제 문제점을 개선했는지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기간 만료만으로 다시 학교 식재료 공급에 참여할 수 있다면 현행 관리체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학교급식 식재료 계약금액의 95%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과거 위반 이력과 개선 여부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문제다.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국회 교육위원회)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에 내려진 행정처분은 총 527건이었다.이 가운데 식품위생법 위반이 329건으로 전체의 62.4%를 차지했다. 부정당업자 처분은 163건, 원산지 위반은 35건이었다.식품위생법 위반 329건…영업정지 이상도 81건식품위생법 위반에 따른 처분을 보면 과태료가 192건으로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이어 영업정지 51건(15.5%), 과징금 34건(10.3%), 영업소 폐쇄·영업허가 취소·직권말소 30건(9.1%), 품목제조정지 22건(6.7%) 순이었다.특히 영업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은 사례가 81건으로 24.6%에 달했다.학교급식은 일반적인 식품 거래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수의 학생이 같은 시간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식재료를 섭취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집단적인 식품안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그만큼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에는 일반적인 식품업체 이상으로 엄격한 위생관리가 요구된다.제재 끝나자 다시 학교로…재계약 2만9,980건·3,128억 원더 주목되는 부분은 행정처분 이후다.적발 업체는 공공급식통합플랫폼(eaT) 이용이 일정 기간 제한되지만, 제한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학교급식 계약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자료에 따르면 제한 만료 이후 이들 업체가 체결한 재계약은 총 2만9,980건으로 계약금액만 3,128억763만 원에 달했다.행정처분을 받은 업체 458곳 가운데 186곳, 40.6%가 제한기간 종료 후 다시 학교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 소재 A업체는 2022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과 89일간의 플랫폼 이용제한을 받았다. 그러나 제한기간이 끝난 이후 7,598건의 계약을 체결해 915억5,587만 원을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물론 해당 업체가 이후 관련 시설과 관리체계를 개선하고 정상적인 기준을 충족했다면 재계약 자체를 부적절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오히려 따져봐야 할 핵심은 ‘3개월이 지났느냐’가 아니라 ‘위반 원인이 제대로 개선됐느냐’다.반복 위반업체 44곳…‘기간제 제재’만으로 충분한가반복 위반 사례도 확인됐다.최근 5년 동안 2건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는 44곳으로 전체 처분업체 458곳의 9.6%를 차지했다.한 번의 실수나 관리상 착오와 반복적인 위생관리 부실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동일 업체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단순히 일정 기간 플랫폼 이용을 제한했다가 다시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방식만으로 식품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급식·식품위생 전문가들은 제재기간의 길이보다 제재 종료 후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과정에서 위반사항의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예를 들어 위생시설 개선 여부와 작업장 관리상태, 식재료 보관·운송 과정, 종사자 위생교육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한 뒤 학교급식 계약에 다시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반복 위반업체라면 일반 업체보다 현장점검 주기를 짧게 하거나 일정 기간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위험도에 따른 차등관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계약금액 95.3%가 수의계약…업체 선정 과정도 들여다봐야학교급식 계약구조 역시 이번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다.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학교급식 식재료 계약금액은 총 14조1,956억 원이다.이 가운데 수의계약이 13조5,290억 원으로 전체의 95.3%를 차지했고 전자입찰은 6,666억 원으로 4.7%에 불과했다.수의계약 비중이 높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부실업체 선정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특성과 계약방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다만 계약방식과 관계없이 학교가 업체를 선정할 때 가격과 공급능력뿐 아니라 과거 식품위생법 위반과 원산지 위반, 반복적인 행정처분 이력 등을 쉽게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하다.특히 제재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위반 이력이 사실상 업체 선정 과정에서 의미를 잃는다면 행정처분의 예방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급식전문가 “위반이력 통합해 학교가 업체 위험도 확인할 수 있어야”급식 전문가 관점에서 학교급식의 안전성은 최종 조리단계에서만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생산과 가공, 보관, 운송, 검수, 조리까지 전 과정이 연결돼 있다. 납품업체의 냉장·냉동 관리나 작업장 위생에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가 최종 검수 단계에서 이를 모두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따라서 교육당국과 관계기관이 업체별 위반 이력과 처분 내용, 개선조치 결과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학교가 계약 전에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식품위생법 위반과 원산지 위반 등 학생 먹거리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은 업체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핵심 정보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지난 8월 시행된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위반업체에 대해 최대 6개월 동안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수의계약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제재가 강화됐다.하지만 제재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6개월이 지나 다시 계약시장에 들어오는 업체의 위생환경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확인하는 장치가 없다면 ‘3개월 제한’이 ‘6개월 제한’으로 바뀌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제재보다 중요한 것은 ‘고쳤는지 확인하는 것’한병도 의원은 “학교급식은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 발달과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교육부는 행정처분 및 위반 이력을 통합 관리해 사전점검부터 사후관리까지 학교급식 전 과정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학교급식 납품업체의 제재 이후 시정 여부 확인 실태와 관계기관 정보공유, 현장 재점검 체계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학교급식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위반업체를 무조건 시장에서 영구 퇴출하는 것이 아니다. 경미한 위반과 중대한 위반, 일회성 위반과 반복 위반을 구분하고 그 위험도에 맞게 관리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다.다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행정처분 기간이 끝났다는 사실과 위생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위반업체가 학교급식 시장에 다시 들어오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고쳤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반복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현장 재점검과 집중관리를 강화해야 한다.학생들이 매일 먹는 한 끼를 책임지는 학교급식이라면 업체의 제재기간이 며칠인지 계산하는 행정보다 실제 식재료가 안전하게 공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2026-09-09 14:49:08 이정윤
  • 산책로와 취수장이 불과 3m…암사정수센터 ‘개방과 식수안전’ 충돌 우려
    사회

    산책로와 취수장이 불과 3m…암사정수센터 ‘개방과 식수안전’ 충돌 우려

    강동 한강그린웨이 추진 과정서 국가 중요시설 취수장 인접 논란
    서울시가 한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수변공간 조성사업이 시민의 먹는 물을 책임지는 취수시설과 맞닿으면서 ‘개방과 안전’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 고 있다.특히 강동 한강그린웨이 사업으로 조성되는 보행로 일부 구간이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취수시설과 불과 약 3m까지 인접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적인 공원이나 산책로와 다른 수준의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양평호 시의원(사진)은 지난 7일 암사아리수정수센터를 찾아 주요 정수·취수시설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한강그린웨이 사업 추진에 따른 국가 중요시설 관리와 취수원 보호 문제를 살펴봤다.이번 문제는 단순히 산책로 하나를 어디에 설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수백만 시민에게 공급되는 수돗물 생산시설 주변을 어디까지 시민에게 개방할 것인지, 개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에 대한 도시 기반시설 관리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하루 평균 115만㎥ 생산…서울 동남권 책임지는 핵심 시설암사아리수정수센터는 강동구 아리수로 131에 위치한 서울시의 주요 정수시설이다.1986년 최초 통수 이후 지속적인 증설과 시설 개선을 거쳐 현재 하루 최대 160만㎥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부지 면적은 약 38만5,598㎡로 23개 동의 건축물과 고도정수처리시설 등이 운영되고 있다.현재 하루 평균 생산량은 약 115만㎥ 수준이다. 서울 동남권 시민들의 일상적인 식수 공급을 책임지는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일반 공공시설과는 중요도가 다르다.취수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정수센터 내부의 정수처리 공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취수 단계부터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런데 강동 한강그린웨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성될 보행로와 취수시설 간 거리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국가정보원 검토 과정에서는 취수장이 보행로와 약 3m 이내로 인접해 보안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보행자가 취수장 핵심시설을 촬영할 가능성과 비인가자의 접근, 취수시설을 대상으로 한 위해행위 가능성 등이 주요 우려사항으로 거론됐다.‘보행로 3m’ 문제, 보안에만 국한해서는 안 돼여기서 한 단계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취수시설과 시민 보행공간이 가까워지는 문제를 국가 중요시설의 ‘보안’이라는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취수시설은 시민에게 공급할 원수를 확보하는 상수도 시스템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시설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고의적인 위해행위뿐 아니라 실수나 돌발행동에 따른 오염 가능성까지 위험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한강 수변공간을 이용하는 시민이 증가하면 보행자뿐 아니라 자전거 이용객 등 다양한 형태의 이용이 뒤따를 수 있다. 특정 시간대에 방문객이 몰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수질전문가들은 취수원과 정수시설처럼 시민 건강과 직접 연결되는 기반시설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가’만 따지기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 규모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특히 먹는 물 시설은 오염사고가 발생한 뒤 정수처리를 강화하는 방식보다 오염물질이나 비인가자가 취수시설에 접근할 가능성을 처음부터 낮추는 다중 방어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보행로와 취수시설 사이의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차폐시설과 출입통제, CCTV 등 감시체계,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체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수질전문가 “정수기술만으로 모든 위험 해결한다는 접근 경계해야”현대적인 고도정수처리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해서 취수원 보호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수질관리의 기본은 가능한 한 깨끗한 원수를 확보하고 오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뒤 정수과정에서 다시 한번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수질관리 전문가 관점에서 보면 취수시설과 일반인의 접근 공간을 지나치게 가깝게 배치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정수처리 과정에서 걸러내면 된다’는 방식은 바람직한 위험관리라고 보기 어렵다.오염물질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정수처리 공정에서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보행로 조성 전 취수시설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구간은 보행로의 위치나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시설이 이미 결정된 뒤 울타리나 CCTV를 추가하는 사후 보완방식보다 계획 단계에서 취수시설과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시민의 한강 접근권 중요하지만 ‘먹는 물 안전’과 맞바꿀 수 없어서울시가 한강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수변공간 이용을 확대하는 정책 자체는 필요하다. 한강변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단절된 구간을 연결하는 것도 시민의 여가와 도시환경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그러나 모든 한강변을 동일한 기준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특히 취수장이나 정수센터처럼 시민 생활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이 위치한 지역은 일반적인 수변공원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양 의원도 “한강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들이 수변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방향은 필요하지만 암사취수장은 서울시민의 먹는 물을 책임지는 국가 중요시설”이라며 “일반적인 공원이나 산책로와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결국 시민 접근권을 확대하되 취수시설과 직접 맞닿는 구간은 우회하거나 충분한 완충공간을 확보하고, 불가피하게 인접해야 한다면 일반 보행구간보다 강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개발계획 확정 전에 ‘수질·보안 위험평가’부터 해야이번 논란에서 서울시가 우선해야 할 것은 보행로를 먼저 조성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보완하는 방식이 아니다.사업계획 단계부터 아리수본부와 보안 관계기관, 수질·상수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취수시설 주변의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특히 보행로와 취수시설이 약 3m까지 가까워지는 구간에 대해서는 실제 이용객 규모와 비인가자 접근 가능성, 오염물질 투입 등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 감시 사각지대 여부 등을 세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위험성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판단된다면 보행로의 일부 노선을 변경하거나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비상상황에 대비해 취수 단계에서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는 수질감시체계와 현장 대응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도 이번 기회에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양 의원은 “한강 개발사업과 환경 기반시설 보호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한강그린웨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아리수본부와 관련 기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국가보안시설 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안전한 수변공간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한강 개방보다 앞서야 할 것은 ‘서울시민의 물 안전’한강 수변공간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지만 취수시설 역시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두 시설이 공존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하는 것이 우선이다.특히 암사아리수정수센터처럼 하루 평균 약 115만㎥의 수돗물을 생산하는 대규모 시설 주변에서는 한 번의 사고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서울시는 한강그린웨이의 연결성과 접근성만을 사업 성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취수시설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했는지, 시민 이용 증가에 따른 보안·수질 위험을 얼마나 낮췄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시민에게 한강을 더 가까이 돌려주는 것과 시민이 마시는 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모두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두 가치가 충돌하는 구간에서는 식수 안전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산책로는 필요에 따라 노선을 조정할 수 있지만 서울시민의 먹는 물 안전은 사고가 발생한 뒤 되돌리기 어렵다. 암사취수장 인접 보행로 문제를 단순한 산책로 조성사업이 아니라 서울의 핵심 상수도 기반시설 보호 문제로 다뤄야 하는 이유다.
    2026-09-09 13:44:04 이정윤
  • “국비 1,643억 받고 절반 가까이 집행잔액…서울교육청 840억 반환 논란”
    교육

    “국비 1,643억 받고 절반 가까이 집행잔액…서울교육청 840억 반환 논란”

    서울교육청 국비 840억 반환…그린스마트스쿨 재정관리 어디서 꼬였나
    서울시교육청이 그린스마트스쿨 사업과 관련해 840억 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반환하게 되면서 대규모 교육시설 사업의 국비 교부와 집행 관리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단순히 ‘쓰지 못한 국비를 반환한다’는 문제만은 아니다. 교육부가 사업 진행 속도보다 앞서 국비를 내려보내고, 교육청은 행정절차와 학교 현장의 갈등 등으로 실제 시설비를 제때 집행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국비가 장기간 집행잔액으로 남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점이 핵심이다.서울시의회 임춘대 시의원(사진)은 8일 제339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의 그린스마트스쿨 국고보조금 반환 규모와 집행잔액 발생 원인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이번 추경에 편성된 서울시교육청 외부재원 반환금은 약 1,052억4천만 원이다. 이 가운데 그린스마트스쿨 국고보조금 반환금만 840억2,780만 원으로 전체 반환금의 약 80%를 차지한다.더 눈여겨볼 부분은 실제 집행 규모다.교육부에서 교부받은 국비는 1,643억여 원이지만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확정된 집행잔액은 819억여 원에 달한다. 교부받은 국비의 절반 가까이가 해당 기간 실제 사업비로 집행되지 못한 셈이다.임 의원 역시 반환금 자체보다 대규모 집행잔액이 발생한 원인에 주목했다.임 의원은 “이번 추경에서 더 중요한 것은 840억 원을 반환한다는 사실보다 애초 교부받은 국비의 절반 가까이가 왜 실제 사업에 사용되지 못했느냐는 것”이라며 사업 추진과 재정집행 과정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을 보면 사업 초기 학교 현장의 민원과 갈등으로 일부 사업 추진이 늦어졌고, 국비 사용 용도가 시설비로 제한됐던 점도 집행에 영향을 미쳤다.학교 시설사업은 국비가 확보됐다고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학교 구성원의 의견수렴부터 설계, 각종 행정절차와 계약 등을 거쳐 실제 공사가 진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반면 국비는 이러한 사업 진행 과정과 관계없이 먼저 교부됐고 재이월까지 제한되면서 실제 공사비로 사용하기 전에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교육청의 설명이다.서울시교육청은 사업 진행 속도에 맞춰 국비를 배분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국비 교부방식의 문제로만 돌리기도 어렵다.교육청 역시 학교별 사업 진행 상황과 예상 집행액을 보다 세밀하게 관리하고, 집행 가능성이 낮은 사업에 대해서는 조기에 교육부와 교부액 조정을 협의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특히 교육부가 2025년 11월 중간정산 방침을 안내한 이후 반환계획을 수립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다는 점도 재정관리 측면에서 점검 대상이다.교육전문가들은 학교 시설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비를 일괄적으로 내려보내기보다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교부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사업 선정 단계부터 설계·착공·공사 진행률 등을 기준으로 실제 집행 가능한 금액을 산정하고 이에 맞춰 국비를 단계적으로 교부하면 대규모 집행잔액과 반환금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교육재정 측면에서도 교부받은 예산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보다 실제 필요한 시점에 적정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고 집행했느냐가 중요하다.특히 학교 시설사업은 학생들의 교육환경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예산이 장기간 묶이거나 반환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다만 이번 반환금 전액을 교육청의 예산 낭비나 사업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국비 교부 시점과 실제 시설사업 집행 시점의 불일치, 국비 사용 용도 제한, 재이월 제한, 중간정산 방식 변경 등 제도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만큼 반환금의 성격과 발생 원인을 구체적으로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임 의원도 “정산방식 변경에 따른 불가피한 반환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수백억 원의 국고보조금이 장기간 집행잔액으로 남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비 교부부터 집행·정산까지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번 840억 원 반환 문제는 결국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양쪽의 재정관리 시스템을 동시에 돌아보게 한다.중앙정부는 실제 사업 진행 상황과 동떨어진 국비 교부방식이 적절했는지 점검해야 하고,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별 사업 일정과 집행 가능액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고 관리했는지 설명해야 한다.무엇보다 그린스마트스쿨은 노후 학교시설을 개선해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예산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정책의 성과가 될 수는 없다.필요한 예산이 필요한 학교에, 필요한 시점에 실제 투입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규모 국비 반환을 계기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교부·집행·정산의 엇박자를 줄이지 못한다면 비슷한 규모의 집행잔액과 반환 문제가 다른 교육시설 사업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
    2026-09-09 13:36:14 이정윤
  • 유만희, “직매립 막히자 민간시설로?…서울시 쓰레기 대책 ‘감량·처리능력’ 모두 잡아야”
    환경

    유만희, “직매립 막히자 민간시설로?…서울시 쓰레기 대책 ‘감량·처리능력’ 모두 잡아야”

    환경전문가 “처리시설 확충과 발생량 감축 동시에 추진해야”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따라 서울시의 폐기물 처리체계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매립에 의존했던 폐기물을 앞으로 어떻게 안정적으로 처리할 것인지가 서울시의 시급한 환경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서울시는 공공 자원회수시설 확충과 민간 처리시설 활용 등을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시설 확충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민간처리 역시 비용과 처리용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결국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유만희 부위원장(사진)은 지난 4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기후환경본부 업무보고에서 수도권 직매립 금지에 따른 서울시 폐기물 처리대책과 자원회수시설 현대화 사업 추진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서울시 폐기물 처리 가운데 공공처리는 약 82%, 민간처리는 약 1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직매립이 제한된 이후 공공시설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폐기물을 어디에서 처리할 것인가다.서울시가 수도권은 물론 충청·강원 등 비수도권 민간시설까지 활용할 수 있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른 지역 역시 폐기물 처리시설의 용량에 한계가 있고 전국적으로 직매립 제한이 확대될 경우 지역별 처리수요가 증가하면서 민간 처리비용 상승이나 시설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유 부위원장은 “교차처리나 민간시설을 통한 예외적 처리는 한시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며 “서울시가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능력을 확보하려면 공공처리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에 더욱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결국 서울시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안정적인 자체 처리능력을 확보하는 것과 처리해야 할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특히 자원회수시설의 신설이나 현대화는 계획을 세웠다고 단기간에 완료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입지 선정부터 주민 협의, 환경영향 검토, 각종 행정절차와 실제 공사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따라서 새로운 처리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까지 발생하는 처리 공백을 민간시설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재정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환경전문가들은 폐기물 정책이 ‘처리 중심’에서 ‘발생 억제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소각장이나 민간 처리시설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회용품과 과대포장 감축, 재사용 확대,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과 함께 종량제봉투에 섞여 버려지는 재활용 가능 자원을 최대한 분리하는 정책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감량정책은 단순한 캠페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 시행 전후 종량제 폐기물 발생량이 실제 얼마나 감소했는지, 재활용률은 얼마나 높아졌는지 등을 수치로 확인해 효과가 낮은 사업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서울시는 종량제봉투에 혼입되는 폐비닐 등 재활용 가능 자원을 분리하고 시민들의 분리배출을 강화해 소각 대상 폐기물을 줄인다는 방침이다.그러나 정책의 성과는 홍보 횟수나 참여자 수가 아니라 실제 소각·매립 대상 폐기물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유 부위원장 역시 서울시의 감량정책이 실제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자원회수시설 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행정의 연속성 문제도 짚어볼 대목이다.강남·노원 등 기존 자원회수시설 현대화가 주요 현안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담당자와 팀장, 과장, 추진단장, 본부장 등 주요 인력이 인사를 통해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통상 장기간 진행되는 환경기초시설 사업은 주민과의 협의 과정과 사업 추진 배경, 각종 기술적·행정적 쟁점이 누적된다. 담당자가 대거 교체될 경우 문서상 인수인계만으로 기존 협의 과정과 현장 상황을 모두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환경시설 관련 전문가들은 특히 주민 수용성이 중요한 자원회수시설 사업의 경우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본다. 담당 인력 교체가 불가피하더라도 핵심 실무인력을 일정 기간 유지하거나 공동 인수인계 기간을 두는 등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유 부위원장은 “공공처리시설 확충은 주민협의와 행정절차 등으로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인데 담당 인력이 한꺼번에 바뀌면 업무를 다시 파악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연속성과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직매립 금지에 대응하는 해법을 민간처리나 임시방편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공공처리 역량 확충과 폐기물 감량이라는 두 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직매립 금지는 단순히 쓰레기를 매립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의 폐기물 정책을 ‘어디에 버릴 것인가’에서 ‘얼마나 덜 버릴 것인가’로 바꾸라는 요구에 가깝다.서울시 역시 민간시설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만 대책의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자원회수시설 확충 일정과 예상 처리용량, 민간처리 비용은 물론 연도별 폐기물 감량 목표와 실제 성과까지 시민에게 투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쓰레기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것은 처리 장소를 바꾸는 것이지 폐기물 자체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공공처리시설 확충과 함께 발생 단계부터 폐기물을 줄이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때 직매립 금지 이후의 서울시 폐기물 대책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2026-09-09 13:36:10 이정윤
  • 노연수 시의원, 남산서 국제정원박람회 추진…생태 보전과 대규모 행사 양립할 수 있나
    지역

    노연수 시의원, 남산서 국제정원박람회 추진…생태 보전과 대규모 행사 양립할 수 있나

    “생태경관보전지역 확대하면서 대규모 행사, 훼손 우려”
    서울시가 남산의 생태경관보전지역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2027년 남산 일대에서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구상하면서 ‘보전과 이용’이라는 상반된 정책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국제정원박람회가 정원문화 확산과 도시 녹지의 가치를 알리는 행사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대규모 방문객이 특정 기간 남산에 집중될 경우 오히려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특히 서울시가 현재 남산의 생태적 가치를 조사해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확대하려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박람회 개최에 앞서 행사구역과 관람객 동선, 방문객 규모 등을 생태계 수용능력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노연수 시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4)은 제339회 임시회 정원도시국 업무보고에서 남산 생태경관보전지역 확대를 위한 생태현황조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2027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추진 과정에서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서울시 정원도시국은 현재 '서울특별시 자연환경보전과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남산 생태경관보전지역 확대를 위한 생태현황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은 오는 11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문제는 생태적 보전가치를 확인하고 보호지역 확대를 추진하는 시점에 같은 공간에서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이다.정원박람회는 일반적인 실내 전시행사와 성격이 다르다. 정원 조성을 위한 시설물 설치와 관람객 이동, 행사 운영 차량과 장비 진입 등이 수반될 수 있다. 방문객이 집중될 경우 토양 답압과 식생 훼손, 야생생물 서식환경 교란 등의 가능성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노 의원은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추진 등 남산 생태계 보전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로 인한 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며 대비책 마련을 요구했다.이에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보전가치가 높은 구역은 방문객 출입을 제한하고, 정원 조성 및 인파 집중에 따른 영향이 없도록 조치하겠다”며 “지적된 사항을 세심하게 챙겨 혼란이나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그러나 단순히 보전지역 출입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환경·생태 분야에서는 대규모 행사를 자연성이 높은 공간에서 개최할 경우 행사장 내부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포함해 영향을 살펴야 한다고 본다. 관람객이 특정 탐방로와 진입로에 집중되면 보호구역 밖에서도 토양이 단단해지는 답압이나 식생 훼손, 소음·조명 증가에 따른 야생생물 교란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환경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행사 개최 전 남산이 감당할 수 있는 방문객 규모를 분석하는 ‘생태적 수용력’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특히 생태현황조사 결과를 박람회 계획에 실질적으로 반영해 핵심보전구역과 완충구역, 행사 이용구역을 구분하고 정원 조성지역과 관람객 이동 동선을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과 최대한 분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행사 기간 방문객이 예상보다 많을 경우를 대비한 대책도 요구된다. 일부 구간에 인파가 집중되지 않도록 관람 동선을 분산하고, 필요하다면 민감지역에 대해서는 시간대별 또는 구간별 출입인원을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행사가 끝난 뒤 원상회복 여부를 확인하는 사후 모니터링도 중요하다. 박람회 이전의 식생과 토양 상태를 기록한 뒤 행사 이후 동일 지점을 비교 조사해야 실제 생태계 영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결국 서울시가 풀어야 할 문제는 ‘정원박람회를 개최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찬반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인 정원행사를 개최하면서 남산의 생태적 가치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계획으로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오히려 국제정원박람회를 추진하면서 생태경관보전지역이 훼손된다면 정원과 녹지의 가치를 알리겠다는 행사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노 의원은 “남산은 서울의 대표적인 자연 자산이자 생태적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며 “국제정원박람회 추진 과정에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박람회 동선 계획과 인파 관리 대책을 더욱 세심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시는 오는 11월 완료될 생태현황조사 결과를 박람회 계획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조사 결과 보호 필요성이 확인된 지역은 행사 계획에서 제외하는 원칙을 세우고, 정원 설치와 시설물 배치, 관람동선까지 생태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남산은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남아야 할 서울의 자연 자산이다. 행사의 성공을 방문객 숫자나 정원 규모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행사가 끝난 뒤 남산의 생태환경을 얼마나 온전히 유지했는지도 중요한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
    2026-09-09 11:17:50 이정윤
  • 동물이 보내온 지구촌 인류에 대한 경고 ...  플라스틱 오염의 피해자, 바다거북
    환경

    동물이 보내온 지구촌 인류에 대한 경고 ...  플라스틱 오염의 피해자, 바다거북

    - 먹이인 줄 알고 삼킨 비닐 … 바다거북이 보여주는 플라스틱 문명의 끝
    바다거북이 비닐을 삼키고 폐어구에 몸이 얽히는 장면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바다거북을 위협하는 것은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만이 아니다. 대량생산된 플라스틱이 짧게 사용된 뒤 자연으로 흘러가는 산업구조 전체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해파리처럼 떠다니는 비닐 … 먹이와 쓰레기의 경계가 무너졌다투명한 비닐봉지가 바닷물 속에서 천천히 펼쳐졌다 접히기를 반복한다. 해파리를 먹는 장수거북에게는 자연 먹이와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다른 바다거북도 해초와 갑각류 사이에 섞인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와 함께 삼킨다.바다거북이 플라스틱을 먹는 이유는 모양 때문만은 아니다. 바다를 오래 떠다닌 플라스틱 표면에는 조류와 미생물이 달라붙고, 이들이 내는 냄새가 바다거북에게 먹이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연구를 통해 제기됐다.삼킨 플라스틱이 배설되지 않으면 소화관을 막거나 장기를 손상할 수 있다. 위장을 채운 플라스틱은 실제 영양분을 주지 않으면서도 포만감을 일으켜 먹이 섭취를 줄인다. 플라스틱 때문에 가스가 차 부력을 조절하지 못하면 깊이 잠수하거나 먹이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된 연구는 바다거북이 삼킨 플라스틱 조각의 수가 많아질수록 폐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바다거북 폐사와 플라스틱 섭취 연구 분석에서는 바다거북의 약 52%가 플라스틱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추정됐지만, 이는 전 세계 모든 개체를 직접 조사한 결과가 아니라 여러 지역 자료와 오염 분포를 결합한 추정치다. 지역과 종, 연령에 따라 실제 섭취율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매년 수생생태계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1,900만∼2,300만 톤유엔환경계획(UNEP)은 매년 약 1,900만∼2,3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강과 호수, 바다 등 수생생태계로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2,000대가 넘는 쓰레기 수거차의 적재량에 해당한다.종종 인용되는 ‘매년 1,100만 톤이 바다로 들어간다’는 수치는 해양 유입량을 중심으로 한 이전 연구의 추정치다. UNEP의 현재 수치는 바다뿐 아니라 강과 호수를 포함한 수생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두 수치는 조사 범위와 산정 방식이 다르므로 동일한 통계처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지금과 같은 생산·소비 방식이 지속되면 수생생태계로 유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2040년까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바다에 축적된 플라스틱은 약 7,500만∼1억9,900만 톤으로 추정된다.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햇빛과 파도, 마찰에 의해 잘게 부서질 뿐이다. 큰 비닐과 병, 포장재는 결국 5㎜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더 작은 입자로 쪼개져 플랑크톤과 조개, 물고기 등 다양한 생물에게 흡수되거나 섭취된다. 일회용품만큼 위험한 ‘유령어구’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비닐봉지와 빨대, 페트병만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바다에는 훨씬 크고 질긴 플라스틱이 떠다닌다. 조업 과정에서 잃어버리거나 버려진 그물과 낚싯줄, 통발 같은 폐어구다.주인을 잃고 바다를 떠다니면서도 계속 생물을 잡는다는 의미에서 ‘유령어구’라고 부른다. 합성섬유로 만든 어망은 쉽게 썩지 않아 오랫동안 거북과 물고기, 상어, 바닷새, 해양포유류를 붙잡을 수 있다.바다거북이 그물이나 낚싯줄에 얽히면 수면으로 올라와 호흡하지 못해 익사할 수 있다. 앞발이나 목을 조이는 줄은 성장하면서 살을 파고들고, 상처와 감염 또는 신체 일부의 절단으로 이어진다.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는 동안 에너지가 소진돼 이동과 먹이활동도 어려워진다.폐어구는 일반 포장재보다 개별 크기가 크고 강도가 높으며, 애초에 생물을 붙잡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따라서 해양쓰레기 대책에는 육상 쓰레기 감축뿐 아니라 어구 표시제와 회수보증금, 항구 내 폐어구 반납시설, 분실 신고와 추적, 어구 재활용 체계가 함께 포함돼야 한다.위장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눈에 보이지 않는 조각으로 변하다구조되거나 폐사한 바다거북의 소화기관에서는 비닐 조각과 포장재, 낚싯줄, 스티로폼 등 다양한 플라스틱이 발견된다. 어린 바다거북은 해류를 따라 떠다니는 해조류 주변에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수면에 모인 작은 플라스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큰 플라스틱은 소화관 폐색과 내부 손상을 일으키지만, 미세플라스틱은 조직 염증과 화학물질 노출 가능성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첨가된 물질이나 바다에서 표면에 붙은 오염물질이 생물체 안으로 함께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미세플라스틱이 바다거북의 성장과 면역, 번식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사실과 특정 질병의 직접 원인이 됐다는 결론은 구분해야 한다. 현재까지 분명한 사실은 미세플라스틱이 해수와 퇴적물, 먹이생물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바다거북도 생애 전반에 걸쳐 이에 노출된다는 점이다.산란지 모래까지 파고든 미세플라스틱바다거북은 바다에서 생활하지만 알은 육지의 모래 속에 낳는다. 대부분의 바다거북은 사람처럼 성염색체만으로 성별이 결정되지 않는다. 알이 발달하는 동안 둥지의 온도가 성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는 수컷이, 높은 온도에서는 암컷이 더 많이 태어난다.기후변화로 해변 온도가 상승하면 새끼의 성비가 암컷 쪽으로 크게 치우치거나,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 부화율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모래 속 미세플라스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진은 2023년 모래에 서로 다른 농도의 미세플라스틱을 섞어 온도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 결과 미세플라스틱의 농도와 깊이, 시간대에 따라 모래 온도가 달라졌으며, 일부 조건에서는 대조군보다 더 높은 온도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바다거북 알의 발달 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결과를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야생 바다거북의 성비가 이미 바뀌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모래 온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 단계의 연구이며, 실제 산란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성비와 부화 성공률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는 장기적인 현장조사가 더 필요하다.현재 성비 불균형을 일으키는 가장 분명한 위협은 기후변화에 따른 산란지 온도 상승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여기에 추가로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요인이다. 국경이 없는 쓰레기 … 버린 곳과 피해지역이 다르다바다거북은 번식지와 먹이터를 오가며 여러 국가의 배타적경제수역과 공해를 통과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도 하천과 바람, 해류를 따라 국경을 넘는다. 한 국가의 강에서 바다로 흘러든 포장재가 수천㎞ 떨어진 섬의 해변에 도착할 수 있고, 공해에서 잃어버린 어구가 다른 나라 연안의 생물을 위협할 수도 있다.이 때문에 해변 청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청소는 야생동물의 즉각적인 위험을 줄이고 지역 환경을 회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오염원이 계속 유입되면 같은 장소에 다시 쓰레기가 쌓인다.제품이 어느 나라에서 생산됐는지, 어디에서 소비되고 버려졌는지, 어느 해역에서 피해를 일으켰는지를 정확히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플라스틱 오염을 개별 도시나 국가의 폐기물 관리 문제로만 다룰 수 없는 이유다.합의하지 못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국제사회는 2022년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설계, 사용,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무엇을 얼마나 규제할지를 놓고 국가 간 의견이 크게 갈렸다.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에 집중할 것인지, 석유와 가스로 만드는 신규 플라스틱의 생산량까지 제한할 것인지다.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국가들은 재활용 시설을 늘리는 것만으로 급증하는 플라스틱 물량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유국과 석유화학산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생산 제한보다 제품 설계 개선과 재활용, 폐기물 관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2025년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는 10일간의 논의에도 협약문에 합의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2026년 2월 UNEP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회의가 다시 열렸지만 최종적인 국제협약은 아직 채택되지 않았다. 생산 감축과 유해 화학물질 관리, 재정 지원, 국가별 의무 수준을 둘러싼 간극이 여전히 크다. 분리배출만 강조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소비자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정확하게 분리배출하는 것은 중요하다. 거리와 하천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해변에서 낚싯줄과 비닐을 수거하는 행동도 바다거북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그러나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책임을 소비자의 습관에만 돌려서는 문제의 규모를 줄이기 어렵다. 재활용하기 힘든 복합재질 포장재가 계속 생산되고, 불필요한 일회용 제품이 시장에 쏟아진다면 소비자가 완벽하게 분리배출해도 한계가 있다.기업은 포장재와 제품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자체를 줄이고, 수리와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설계해야 한다. 생산자가 제품 폐기 이후의 수거·재활용 비용까지 책임지는 생산자책임제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와 재사용 체계, 폐어구 회수, 하천 유출 차단시설, 개발도상국의 폐기물 처리 기반에 함께 투자해야 한다.재활용은 필요한 수단이지만 무한 반복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다. 오염되거나 여러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은 재활용하기 어렵고, 재활용 과정에서도 품질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생산과 소비 단계에서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줄이지 않으면 폐기물 관리 체계는 계속 늘어나는 물량에 밀릴 수밖에 없다.바다거북의 뱃속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문명’바다거북은 1억 년 넘게 지구의 바다를 살아왔다. 해류를 타고 대양을 건너고, 태어난 해변을 찾아 돌아와 다시 알을 낳는다. 그러나 인류가 불과 수십 년 동안 대량생산한 플라스틱은 바다거북의 이동경로와 먹이터, 산란지까지 파고들었다.비닐 한 장을 치우는 행동은 한 마리의 바다거북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바다거북이 더는 비닐을 먹이로 오인하지 않게 하려면 바다에 도달하기 전 플라스틱의 흐름부터 차단해야 한다.바다거북의 위장에서 나온 플라스틱은 한 동물의 불운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다. 짧은 편의를 위해 끊임없이 생산하고 버린 뒤, 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미뤄온 플라스틱 문명이 어디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장이다.
    2026-09-09 06:48:12 안영준
  • [ESG 카드 뉴스] 9월 9일, 오늘의 환경 타로 ... ‘연인(The Lovers)’ 
    환경

    [ESG 카드 뉴스] 9월 9일, 오늘의 환경 타로 ... ‘연인(The Lovers)’ 

    9월 9일 수요일, 오늘의 환경 타로는 ‘연인(The Lovers)’입니다. 연인은 ‘자연과의 운명적 연대’을 뜻합니다. 플로깅산책이나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시작해 보세요. 건강과 지구를 동시에 챙기는 약속입니다.* 카드뉴스는 ESG 캠페인 일환으로 지구촌 환경보전과 일상 속 시민들 실천을 결합한, 각 타로의 대표 상징을 환경적 메시지로 재해석했습니다.On Wednesday, September 9, today’s environmental tarot card is The Lovers.The Lovers represents “a destined bond with nature.”Plogging: Try picking up litter while walking or jogging.It is a promise to care for both your health and the planet.*As part of an ESG campaign, this card-news series reinterprets the traditional symbolism of each tarot card through environmental messages that connect global conservation with practical actions in everyday life.
    2026-09-09 06:48:04 정이든 청년기자
  • 주택공기업 SH, 한강버스에 1천억 넘게 투입…“누구를 위한 투자였나”
    지역

    주택공기업 SH, 한강버스에 1천억 넘게 투입…“누구를 위한 투자였나”

    민간은 49억 출자 뒤 추가 부담 미미…SH 대여 약정액 1,090억 원
    서울시민의 주거안정과 공공주택 공급을 책임져야 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한강버스 사업에 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기업의 역할과 투자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특히 민간사업자는 최초 출자 이후 추가 자금 부담이 사실상 제한적인 반면, SH는 지속적으로 사업자금을 대여하고 일부 채권의 변제순위까지 후순위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 위험이 공공부문에 지나치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시의회 노성철 시의원(사진)은 제339회 임시회 주택공간위원회 SH 주요업무보고에서 한강버스 사업에 대한 SH의 자금 투입 구조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쟁점은 단순히 한강버스의 이용객이나 운항 실적이 아니다. 시민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SH가 왜 선박 운항사업의 최대주주가 됐으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자금 부담까지 떠안게 됐느냐는 것이다.㈜한강버스는 SH가 51%, 이크루즈가 49%의 지분을 가진 민관합작법인이다. 설립 당시 SH는 51억 원, 이크루즈는 49억 원을 각각 출자했다.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공공과 민간이 사업의 책임과 위험을 비슷한 수준으로 분담하는 형태다. 그러나 이후 사업비 조달 과정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노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크루즈는 최초 출자 이후 추가적인 자금 부담을 하지 않은 반면, SH는 자체자금 대여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계속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지난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강버스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5년 말 기준 한강버스가 SH에서 빌린 시설·운영자금은 단기차입금 605억5,800만 원과 장기차입금 330억8,703만6천 원 등 모두 936억4,503만6천 원이다. 적용 이자율은 연 4.6%다.이후 추가 대여가 이뤄지면서 2026년 8월 말 기준 SH의 대여 약정액은 약 1,090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출자금 51억 원을 포함하면 SH가 한강버스 사업에 투입했거나 투입하기로 한 자금은 약 1,141억 원에 이른다.더 주목할 부분은 자금 회수 조건이다.SH가 한강버스에 빌려준 대여금 가운데 약 876억 원은 은행대출보다 변제순위가 뒤에 있는 후순위 채권으로 변경됐고, 상환기한 역시 사업기간이 끝나는 2045년까지 연장된 것으로 전해졌다.원금 상환도 2038년부터 2045년까지 8년에 걸쳐 이뤄지는 구조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상당액의 공기업 자금이 10년 이상 장기간 묶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노 의원은 “민간사업자는 49억 원을 출자한 이후 추가 부담 없이 주주로 남아 있지만 SH는 1,090억 원가량을 빌려주고 채권 변제순위까지 뒤로 미뤘다”며 “상환이 2038년부터 시작된다면 SH의 자금이 장기간 한강버스에 묶이게 된다”고 지적했다.이 문제는 한강버스 사업의 흥행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공기업 재무 전문가들은 민관합작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지분율 자체보다 실제 위험을 누가 부담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특히 공공기관이 민간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투입하거나 후순위 채권을 떠안는 구조라면 사업 실패 시 손실 부담이 공공부문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 투자 당시 사업성 검토와 위험 분담 원칙이 적절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한 공기업 재무 분야 전문가는 “후순위 대여 자체가 비정상적인 금융 방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기업이 장기간 대규모 자금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예상 수익과 원금 회수 가능성, 민간 주주의 추가 책임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며 “특히 공기업의 고유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사업이라면 투자 결정 과정에 더 엄격한 설명 책임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도시정책 측면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SH는 택지 개발과 주택 건설·공급·관리 등을 통해 서울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지방공기업이다.따라서 한강버스가 서울시 정책사업이라는 점과 별개로, 주택공기업인 SH가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설립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노 의원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그는 “SH가 왜 한강에서 선박을 운항하는 사업의 최대주주가 되고 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책임져야 하는지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한강버스가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이라는 이유로 SH의 자금과 신용이 동원됐다면 공기업의 설립목적과 경영독립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SH의 자금 투입이 다른 주거사업의 재정 여력에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1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한강버스에 투입됐다고 해서 그 금액만큼 공공주택 공급이 직접 감소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SH 전체 재무구조와 사업별 자금조달 방식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다.다만 장기간 회수가 어려운 자금이 증가할 경우 공기업의 유동성과 신규 투자 여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특히 공공임대주택의 노후화 개선과 청년·서민 주거지원, 신규 주택 공급 등 SH가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할 사업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비주택 분야의 대규모 투자가 적절했는지는 시민의 관점에서 따져볼 문제다.한강버스 사업의 정책적 필요성과 SH 투자 방식의 적정성은 별개의 문제다.서울시가 한강버스를 필요하다고 판단해 추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 위험과 재정 부담을 어떤 기관이, 어떤 원칙으로 부담할 것인지는 명확해야 한다.민관합작사업이라면 민간사업자 역시 지분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기본이다. 반대로 사업 위험은 공기업이 사실상 대부분 부담하면서 민간사업자는 지분과 사업권을 유지하는 구조라면 공공성과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노 의원은 “한강버스 사업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업을 추진하려면 서울시가 정책적·재정적 책임을 투명하게 지고 민간사업자 역시 약정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어 “SH는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이 아니다”며 “한강버스 참여 결정부터 추가 대여, 후순위 전환과 상환기한 연장까지 전 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결국 이번 논란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한강버스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만이 아니다.왜 주택공기업이 이 사업의 최대주주가 됐는지, 왜 추가 사업비 대부분을 공기업이 부담하게 됐는지, 민간사업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2045년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자금 회수 구조가 SH의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공기업의 자금이라면, 시장의 역점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입됐다는 의혹이 남아서는 안 된다. 한강버스의 운항 성과만큼이나 SH의 투자 결정 과정과 공공자금의 위험 부담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2026-09-08 23:52:30 이정윤
  • 기후동행카드 ‘1,124억 손실’ 눈덩이… 서울시 재정 건전성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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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동행카드 ‘1,124억 손실’ 눈덩이… 서울시 재정 건전성 경고등

    서울시의 핵심 대중교통 정책인 ‘기후동행카드’가 시민들의 호응 속에서도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재정 부담으로 시의회의 직격탄을 맞았다.유기훈 시의원(사진)은 지난 7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운영위원회 시장 비서실 업무보고에서 기후동행카드의 과도한 시비 투입 구조를 지적하며,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재정 평가를 강력히 촉구했다.이날 유 의원은 최근 교통위원회에서 심의된 기후동행카드 손실 보전용 추가경정예산 1,124억 원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서울시가 해당 사업을 민선 8기의 대표적 성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 “손실금이 백억 단위를 넘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늘어난 재정 부담을 감안하면 이를 순수한 성과로만 평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특히 국비 지원과의 연계 부족이 재정 악화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유 의원은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과 연계해 추진할 수 있는 대중교통 지원사업을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면서 시의 부담이 불필요하게 커졌다”며 “향후 유사 사업 추진 시에는 국비 확보 가능성과 시비 분담 비율을 사전 검증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시민들이 체감하는 교통 편익도 중요하지만, 그 비용을 미래 세대에 과도하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정책 수정을 거듭 당부했다.이에 대해 송광남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업무보고의 성과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며 “재정 부담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어 “예산 부서 및 교통실과 적극 협의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기후동행카드가 단순한 선심성 정책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시민 혜택 유지와 재정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서울시의 실질적인 구조개선안이 시급해 보인다.
    2026-09-08 14:56:24 이정윤
  • [ESG 카드 뉴스] 9월 8일, 오늘의 환경 타로 ... ‘교황(The Hierophant)’ 
    환경

    [ESG 카드 뉴스] 9월 8일, 오늘의 환경 타로 ... ‘교황(The Hierophant)’ 

    9월 8일 화요일, 오늘의 환경 타로는 ‘교황(The Hierophant)’입니다. 교황은 ‘올바른 분리배출’을 뜻합니다. 올바른 분리배출이라는 규범페트병의 라벨을 떼고 내용물을 비운 뒤 착착 접어 배출하세요. 정확한 분리배출이 재활용률을 높입니다.* 카드뉴스는 ESG 캠페인 일환으로 지구촌 환경보전과 일상 속 시민들 실천을 결합한, 각 타로의 대표 상징을 환경적 메시지로 재해석했습니다.On Tuesday, September 8, today’s environmental tarot card is The Hierophant.The Hierophant represents “proper waste separation and recycling.”Follow the rules of proper recycling: remove the label from a plastic bottle, empty its contents, flatten it neatly, and place it in the appropriate recycling bin.Accurate waste separation improves recycling rates.*As part of an ESG campaign, this card-news series reinterprets the traditional symbolism of each tarot card through environmental messages that connect global conservation with practical actions in everyday life.
    2026-09-08 07:22:54 정이든 청년기자
  • 동물이 보내온 지구촌 인류에 대한 경고 ... 해양온난화의 체온계, '산호'
    환경

    동물이 보내온 지구촌 인류에 대한 경고 ... 해양온난화의 체온계, '산호'

    - 색을 잃은 바다의 숲 … 산호초가 보내는 해양열파의 마지막 경고
    산호는 단순히 바다를 아름답게 꾸미는 생물이 아니다. 바닷물의 미세한 온도 변화까지 몸으로 기록하는 ‘해양온난화의 체온계’다. 산호가 색을 잃는 순간은 바다 생태계와 연안 주민의 삶을 지탱해온 기반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색을 잃은 산호 … 바다가 너무 뜨거워졌다는 신호푸른 바다 속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고 있다. 언뜻 보면 눈이 내린 듯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산호가 고온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생존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다.산호는 식물이나 돌처럼 보이지만 ‘산호충’이라는 작은 동물이 군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생명체다. 산호 조직 안에는 ‘공생조류’라 불리는 미세조류가 함께 산다. 공생조류는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을 산호에 제공하고, 산호는 조류가 살아갈 공간과 물질을 내준다. 산호 특유의 갈색과 초록색, 황금색도 대부분 이 공생조류에서 나온다.그러나 수온이 평년보다 지나치게 높아지면 관계가 무너진다. 열 스트레스를 받은 산호가 공생조류를 몸 밖으로 내보내면서 투명한 조직 아래의 흰 석회질 골격이 드러난다. 이것이 ‘산호 백화’다.백화가 곧바로 산호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온이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오면 공생조류를 다시 받아들여 회복할 수 있다. 문제는 고수온이 오래 지속되거나 회복하기도 전에 다음 해양열파가 찾아오는 경우다. 에너지원이 부족해진 산호는 굶주리고, 성장과 번식 능력이 떨어지며 질병에도 취약해진다.세계 산호초 84%가 백화 수준 열 스트레스 노출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국제산호초이니셔티브(ICRI)는 2024년 4월 ‘제4차 세계 산호 백화 사건’을 공식 선언했다.NOAA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전 세계 산호초 면적의 약 84.4%가 백화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의 열 스트레스에 노출됐다.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에 걸쳐 최소 83개 국가와 지역에서 대규모 백화가 확인됐다. 2014∼2017년 제3차 세계 백화 당시의 68.2%를 크게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다만 ‘84%’는 세계 산호의 84%가 모두 죽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위성으로 관측한 해수 온도를 바탕으로, 전 세계 산호초 면적 가운데 약 84%가 백화 위험 수준의 누적 열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뜻이다. 실제 피해 정도와 산호 사망률은 지역과 산호 종류, 고수온 지속기간에 따라 달라진다.NOAA는 2026년 6월 발표한 평가에서 제4차 세계 산호 백화 사건이 2025년 중반 무렵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위험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일 사건은 끝났어도 바닷물의 장기적인 온난화와 지역별 해양열파는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폭염이 바다에서도 발생한다해양열파는 특정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가 수일에서 수개월 동안 이어지는 현상이다. 육지의 폭염이 사람과 농작물을 위협하듯, 바다의 폭염은 산호와 해조류, 어류 등 해양생물을 압박한다.산호는 평소 살아온 여름철 최고 수온보다 불과 1∼2도 높은 수온이 몇 주간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백화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순간적인 최고 수온뿐 아니라 열이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오래 누적됐느냐다.산호가 겉으로 색을 되찾더라도 완전한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NOAA는 백화를 겪은 산호가 회복 후에도 성장과 번식 저하, 질병 취약성 등의 영향을 2∼3년 동안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육지에서 유입되는 오염까지 겹치면 정상적인 성장률을 되찾는 데 8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문제는 회복에 필요한 조용한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호가 체력을 되찾기 전에 또다시 고수온이 닥치면 일부 산호는 죽고, 살아남은 산호도 번식할 힘을 잃는다. 백화가 반복될수록 산호초는 복잡한 생태계에서 조류와 잔해가 지배하는 단순한 바다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산호초의 붕괴는 ‘물고기의 집’을 없앤다산호초는 흔히 ‘바다의 열대우림’으로 불린다. 복잡하게 뻗은 산호 구조물의 틈은 어린 물고기가 포식자를 피해 성장하는 보육장이며, 다양한 어류와 갑각류, 연체동물의 먹이터와 산란장이다.산호가 죽고 골격마저 파도에 부서지면 이 입체적인 서식공간이 평평해진다. 서식처를 잃은 물고기가 감소하거나 다른 해역으로 이동하면 연안 어업의 어획량과 어종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이 피해는 대형 어선보다 산호초 가까이에서 소규모 어업을 이어가는 주민들에게 더욱 직접적이다. 물고기는 식량이면서 현금 수입원이고, 지역 공동체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유엔환경계획(UNEP)은 산호초가 식량 공급과 어업·관광업을 비롯한 생계를 지탱하고, 연간 약 2조7000억달러 상당의 재화와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관광자원과 자연 방파제도 함께 사라진다화려한 산호와 물고기가 사라지면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해양관광 산업도 타격을 받는다. 관광객 감소는 숙박업과 음식점, 선박 운송, 장비 대여, 관광 안내 등 지역경제 전반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산호초의 또 다른 역할은 파도 에너지를 줄이는 자연 방파제다. 산호초의 울퉁불퉁한 구조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부수고 속도를 낮춰 해안 침식과 폭풍해일 피해를 완화한다.산호초가 죽어 구조가 낮아지거나 무너지면 파도가 더 강한 상태로 해안에 도달한다. 해수면 상승과 강력한 태풍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산호초의 소실은 연안 마을이 이중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특히 국토가 낮고 방재시설을 충분히 갖추기 어려운 섬나라와 개발도상국에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산호 양식과 이식, 시간을 벌 수 있지만 만능은 아니다세계 각국은 바다 또는 육상 양식장에서 산호 조각을 키운 뒤 훼손된 산호초에 옮겨 심는 복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산호의 알과 정자를 수정해 유전적으로 다양한 어린 산호를 길러내거나, 고수온을 비교적 잘 견디는 산호와 공생조류를 선별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이러한 사업은 선박 좌초와 무분별한 관광, 오염 등으로 국지적인 피해를 본 산호초를 복구하고 희귀 산호의 개체군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지역 주민이 복원과 모니터링에 참여하면 보전 일자리와 환경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그러나 인공복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넓은 산호초에 사람이 일일이 산호를 심으려면 막대한 비용과 인력, 시간이 필요하다. 어렵게 옮겨 심은 산호도 다시 해양열파를 만나면 백화될 수 있다. 수온이 계속 상승하는 바다에 산호를 반복해서 심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뜻이다.NOAA 역시 산호 복원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지속가능한 어업, 육상 오염원 차단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수와 농업 비료, 토사 유입을 줄이고 과도한 어획을 관리하면 산호가 고온을 견디고 회복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산호가 보내는 경고는 인간을 향한다산호 백화는 먼 열대 바다에서 벌어지는 동물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산호가 사라진 자리는 물고기와 관광객이 떠나고, 더 강한 파도가 밀려드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결국 피해는 식량과 일자리, 주거지를 바다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돌아온다.산호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뜨거워지는 바다 전체를 식힐 수는 없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세계적 대응과 오염·남획을 줄이는 지역적 관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색을 잃은 산호는 이미 바다가 감당할 수 있는 열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얗게 변한 바다의 숲은 미래에 닥칠 위험을 예고하는 풍경이 아니라, 지금 인간 사회를 향해 울리고 있는 생태계의 경보다.
    2026-09-08 07:22:47 안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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