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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자의 뉴스정원] 이불 속 작은 생각이 삶의 무대가 되기까지 … 이사라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책

    [정기자의 뉴스정원] 이불 속 작은 생각이 삶의 무대가 되기까지 … 이사라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온라인 강사로 성장한 3년의 기록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생각은 언제나 거창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이가 흩어놓은 장난감과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이불 사이에서,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시작된다.“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2023년,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이사라 작가가 품었던 이 한마디가 3년 뒤 한 권의 책이 됐다. 작가의집 출판사는 전업주부에서 온라인 강사로 자신의 무대를 넓혀온 이 작가의 실전 기록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을 출간했다고 8일 밝혔다.책은 성공한 사람이 지나온 길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이야기가 아니다. 커뮤니티 회원이 한 명도 없었던 출발점에서 510명의 사람을 모으고, 이메일 구독자 800명과 연결되기까지의 시간을 솔직하게 펼쳐놓는다.그 시간의 한가운데에는 남들이 아직 잠든 새벽 4시 30분이 있다.전날 새벽 2시가 넘어 잠들었지만 알람이 울리면 다시 몸을 일으켜야 했던 날들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조금만 더 가보자는 마음이 이불 위에서 오래 씨름했다. 저자는 자신을 일으킨 것이 알람 소리가 아니라 마음속에 남아 있던 ‘생각’이었다고 고백한다.화려한 결과보다 실패 앞에서 흔들린 순간을 기록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정직한 얼굴이다. 유료 과정을 열었지만 신청자가 없어 주저앉고 싶었던 날, 진심을 다해 누군가를 가르치고도 예상하지 못한 말에 혼자 눈물을 흘렸던 밤도 감추지 않았다.온라인 공간에서는 종종 결과만 보인다. 누군가의 수강생 수와 매출, 팔로워와 화려한 후기만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나 그 숫자가 만들어지기 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방에서 홀로 첫 문장을 쓰고 첫 강의를 준비했던 시간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시간을 이야기한다.“평범함은 약점이 아니라 가장 큰 무기” 책을 관통하는 화두는 ‘평범함’이다.온라인에서 자신의 일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흔히 “나는 보여줄 것이 없다”거나 “특별한 경력이 없어서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 역시 같은 자리에서 출발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와 설거지가 쌓인 싱크대와 정리되지 않은 집을 마주하던 전업주부였다.그러던 어느 날, 화면 속에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한 사람이 무언가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그 사람은 하고 있었고, 저는 보고만 있었죠.”그 차이는 특별한 재능보다 먼저 시작했는지에 있었다. 저자는 “‘나는 평범하니까’라는 생각은 우리를 가장 단단하게 가두는 감옥”이라며 쇠창살도 자물쇠도 없지만 스스로 문을 닫고 그 안에 머물게 된다고 말한다.수강생들이 “저도 강사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물을 때마다 그가 건네는 대답도 단순하다.“저도 그 자리에서 시작했어요.”이사라 작가에게 평범함은 지워야 할 이력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평범한 사람의 마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며, 누군가의 막막함을 실제적인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자산이다. 그래서 그는 “평범함은 약점이 아니라 가장 큰 무기”라고 다시 정의한다.한 사람의 경험을 다른 사람의 첫걸음으로 책은 모두 8부 40장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마음을 다독이는 데 머물지 않고, 생각을 실제 온라인 활동과 수익 구조로 연결하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담았다.특히 6부에서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회원 0명에서 시작한 경험부터 무료 강의 참여자를 오픈채팅방으로 연결하는 초기 모객 과정, 메타 광고를 활용해 100명 이상을 모집한 사례, 커뮤니티를 수익화하는 방법 등을 차례로 설명한다.각 장 말미에는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곧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실전 팁’이 마련됐다. 39장에는 ‘독자를 위한 30일 실천 로드맵’을 수록해 책을 읽고도 다시 막연함 속에 머물지 않도록 했다.생각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것을 현실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너무 늦었다는 마음과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두려움,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첫걸음 앞에 차례로 놓이기 때문이다.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를 기다리는 독자에게 편지를 건넨다.“완벽하게 준비된 ‘그때’는 오지 않아요. 하지만 용기를 낸 ‘지금’은 있어요. 이 책이 당신의 첫 번째 동료가 될게요.”"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은 모든 생각이 곧바로 돈이 된다고 말하는 책이라기보다, 하찮게 여겼던 자신의 경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지식과 용기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기록에 가깝다.한때 이불 속에 머물렀던 조그만 생각은 한 사람을 세상 밖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제 그 생각은 한 권의 책이 되어, 여전히 시작 앞에서 망설이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이불 곁을 조용히 두드린다.책은 128×188㎜ 판형, 178쪽으로 구성됐으며,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인터파크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정기자의 뉴스정원] 눈 쌓인 거인의 정원을 몰래 찾은 아이들이 앉았던 나무에만 봄이 찾아와, 결국 거인이 쌓았던 벽들을 허물고 정원을 개방한다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단편 소설 "거인의 정원(The Selfish Giant)"처럼, 담장 밖 뉴스들은 잠시 지우고, '정기자의 뉴스정원'에서는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문화 뉴스들만 골라 시민 여러분께 개방해 드리겠습니다.."정기자의 뉴스정원"은 시민들 제보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신간 소개, 공연 소식, 전시 등 문화 소식, 예술가나 다양한 인물들의 소식들을 정기자(jnoog@naver.com)에게 사진과 간단한 내용을 적어 제보해 주시면 됩니다.
    2026-09-09 11:18:01 정진욱
  • [정기자의 뉴스정원] 소설 '거인의 정원'을 통해 바라 본, 높은 담을 허무는 소소한 골목길 문화들
    문화/생활

    [정기자의 뉴스정원] 소설 '거인의 정원'을 통해 바라 본, 높은 담을 허무는 소소한 골목길 문화들

    높은 담장은 정원을 지킬 수 있었지만 봄까지 가두지는 못했다. 담장 너머에서 들려온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작은 발걸음은 거인이 지켜온 견고한 세계를 조금씩 흔들었다. 처음에는 돌 하나가 움직였고, 작은 틈이 생겼으며, 마침내 닫혀 있던 정원으로 봄이 들어왔다.우리 도시의 오래된 골목에서 피어나는 작은 문화도 이와 닮았다.몇 평 남짓한 독립서점, 관객 몇 명을 앞에 둔 소규모 공연, 이름 없는 작가의 첫 전시, 주민들이 손수 마련한 골목 축제는 거대한 문화의 담장과 비교하면 작고 연약해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런 작은 움직임들이 사람들이 쌓아 올린 무관심의 벽에 틈을 내고, 닫혀 있던 도시의 마음으로 새로운 계절을 불러들인다.아름다움 뒤에 인간의 슬픔을 심은 작가, 오스카 와일드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1854~1900)는 소설과 희곡, 시와 동화를 넘나들며 아름다움과 인간의 욕망, 위선과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다.화려한 재치와 날카로운 풍자로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를 사로잡았지만, 그의 동화에는 웃음보다 가난한 이들과 외로운 존재를 향한 깊은 연민이 흐른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소유와 희생, 배제와 용서, 죽음과 구원에 관한 질문이 숨어 있다."거인의 정원(The Selfish Giant)"은 1888년 5월 출간된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The Happy Prince and Other Tales)"에 실린 다섯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 책에는 "행복한 왕자"와 "나이팅게일과 장미" 등 와일드의 대표 동화도 함께 수록됐다. 아이들을 내쫓자 정원에서 봄이 사라졌다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거인은 자신의 정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발견한다. 그는 정원은 오직 자신의 것이라며 아이들을 쫓아내고,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높은 담장을 세운다.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진 뒤 정원에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세상 모든 곳에 봄이 왔지만 거인의 정원만은 겨울에 붙들린다. 나무에는 꽃이 피지 않고 새도 노래하지 않는다. 눈과 서리, 북풍과 우박만이 텅 빈 정원을 차지한다.그러던 어느 날, 담장에 난 작은 틈으로 아이들이 몰래 들어온다. 아이들이 나뭇가지에 올라앉자 얼어붙었던 나무마다 꽃이 피고 새들이 돌아온다. 아이가 앉은 곳마다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깨어난 것이다.하지만 정원 한구석에는 여전히 겨울이 남아 있었다. 키 작은 아이 하나가 나무에 오르지 못한 채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거인은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봄을 막아선 것은 매서운 북풍이 아니었다. 자신이 세운 높은 담장이었다.거인은 조심스럽게 작은 아이를 들어 나뭇가지에 올려놓는다. 그 순간 나무에 꽃이 피고 아이는 거인의 목을 끌어안는다. 아이의 포옹은 굳게 닫힌 정원보다 먼저 거인의 마음에 세워진 담장을 허문다.거인은 도끼를 들고 나가 자신이 세운 담장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정원을 아이들에게 돌려준다. 담장이 사라진 자리에 아이들의 웃음이 흐르고, 오랫동안 멈춰 있던 계절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작은 아이에게 숨겨진 이야기 … 겨울 너머 ‘낙원의 정원’으로"거인의 정원"은 아이들이 봄을 되찾는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작품 후반에는 이 동화가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상징이 모습을 드러낸다.세월이 흘러 늙은 거인은 자신이 나무에 올려주었던 작은 아이를 다시 만난다. 아이의 두 손과 두 발에는 상처가 나 있다. 거인이 누가 너를 다치게 했느냐며 분노하자 아이는 그것을 사랑이 남긴 상처라고 말한다. 이어 거인에게 자신의 정원, 곧 낙원으로 함께 가자고 한다.그날 오후 사람들은 꽃이 가득 핀 나무 아래에서 평온하게 숨을 거둔 거인을 발견한다.이 결말 때문에 작은 아이는 흔히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존재로 해석된다. 손과 발의 상처, 사랑을 통한 용서, 낙원으로의 초대가 작품 전체를 단순한 계절 동화가 아닌 회개와 구원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거인이 무너뜨린 것은 돌로 쌓은 담장만이 아니라 타인을 밀어내며 스스로를 가뒀던 마음의 벽이었다.오늘의 거인은 누구이며, 높은 담장은 어디에 있는가오늘날의 거인은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유명한 예술만 예술이라고 여기고, 많은 관객이 모이는 무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시선이 거인이 될 수 있다. 자본과 이름, 규모와 흥행이 만든 문화의 경계도 높은 담장이 된다. 그 담장 바깥에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햇빛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골목의 작은 서점에서 조용히 독자를 기다리는 한 권의 책, 낡은 건물의 지하 연습실에서 이어지는 젊은 음악가의 연주, 오래된 주택을 고쳐 만든 작은 전시장, 주민 몇 사람이 의자를 나르고 조명을 매달아 완성한 공연도 그중 하나다.이들은 거대한 문화산업의 중심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이 찾아와 책을 펼치고, 몇 명의 관객이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이웃이 전시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골목에는 이전과 다른 공기가 흐르기 시작한다.작은 문화가 세상의 모든 담장을 한꺼번에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다만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던 돌 하나를 흔들 수는 있다. 그 돌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한 사람의 발길이 지나가며,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이 열린다. 그렇게 생긴 작은 틈들이 이어질 때 담장은 더 이상 예전처럼 단단할 수 없다. 담장 너머의 작은 문을 여는 ‘정기자의 뉴스정원’‘정기자의 뉴스정원’은 세상에 채 알려지지 않은 골목의 문화와 작은 예술을 찾아 시민들에게 소개한다.이름 없는 작가의 첫 책과 소규모 전시, 동네 공연과 독립서점의 이야기, 지역에서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일구는 사람들을 만난다. 화려한 조명이나 거대한 무대보다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시간, 사람의 온기를 들여다본다.그것은 단순히 작은 문화행사를 알리는 일이 아니다. 높은 담장 뒤에 가려진 정원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시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을 내는 일이다.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간과 공연, 전시, 문화행사 또는 소개하고 싶은 예술가와 특별한 이웃의 소식이 있다면 사진과 간단한 내용을 정기자에게 보내면 된다.문화소식 제보: jnoog@naver.com정기자의 한마디거인의 담장은 단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골목에서 들려오는 작은 노랫소리 하나가 돌을 흔들고, 이름 없는 작가의 문장 한 줄이 틈을 만든다. 작은 전시를 찾아온 한 사람의 발걸음과 이웃끼리 건넨 인사 한마디가 그 틈을 조금 더 넓힌다.소소한 골목 문화가 소중한 까닭은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다. 거대하고 견고해 보이는 문화의 담장을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담장이 무너진 자리에는 길이 생긴다.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이 만나고, 외면받던 이야기가 햇빛을 보며, 오래 겨울에 머물던 도시의 한구석에 봄이 찾아온다.‘정기자의 뉴스정원’이 작은 문화뉴스를 찾아 시민들에게 소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의 작은 소식이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누군가의 마음에 난 담장을 흔들 수는 있다. 그런 흔들림이 모이면 높은 벽도 끝내 무너진다.오스카 와일드의 정원에 봄을 데려온 것은 거대한 영웅이 아니었다. 담장의 틈을 지나온 아이들의 작은 발걸음이었다. 오늘 우리 골목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문화 역시, 도시의 봄을 불러오는 바로 그 발걸음이다.
    2026-09-07 07:11:59 정진욱
  • [살롱 안의 기자] 열아훕 살에 펜을 놓은 ‘비운의 방랑 시인’ ... 세상에 너무 일찍 도착한 천재 시인 '랭보'를 만나다
    책

    [살롱 안의 기자] 열아훕 살에 펜을 놓은 ‘비운의 방랑 시인’ ... 세상에 너무 일찍 도착한 천재 시인 '랭보'를 만나다

    출퇴근 전철 안에서, 야외 카페나 집에서 만나는 짧은 여백. 기자가 한 권의 책과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 인문학의 한 조각을 건넨다. 오늘 살롱에서 만나볼 인물은 프랑스 문단을 가로지른 찬란한 유성이자 현대시의 지형을 바꾼 시인,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1854~1891)다.너무 일찍 세상에 등장한 어린 천재1854년 10월 20일 프랑스 북동부 샤를빌에서 태어난 랭보는 일찍부터 비범한 언어 감각을 드러냈다. 열 살 무렵부터 라틴어로 글을 짓고, 십 대 중반에는 이미 완숙한 시를 써 교사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그러나 조숙한 재능의 이면에는 답답한 현실이 놓여 있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집을 떠났고, 랭보는 독실하고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학교와 종교, 가정의 규율이 소년을 단단히 붙잡았지만, 그의 정신은 그 울타리를 견디지 못했다.1870년 프랑스와 프로이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사회가 혼란에 빠지자 랭보는 여러 차례 집을 나섰다. 기차에 몸을 싣거나 때로는 걸어서 파리를 향했다. 그에게 가출은 철없는 일탈이 아니라 자신을 가두는 세계로부터 언어와 자유를 되찾으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열여섯 살 소년, 파리 문단을 흔들다1871년, 열여섯 살의 랭보는 이미 이름을 알리고 있던 시인 폴 베를렌에게 자신의 시를 보냈다. 소년의 재능에 충격을 받은 베를렌은 그를 파리로 불러들였다.이 무렵 랭보가 쓴 대표작 가운데 하나가 〈취한 배〉다. 정박할 항구를 잃고 격랑 속을 떠도는 배의 환상적인 여정을 그린 이 시는 훗날 랭보 자신의 생애를 예고하는 듯하다. 그는 전통적인 운율과 질서를 깨뜨리고, 감각과 이미지가 서로 뒤섞이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려 했다.랭보는 시인이란 평범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기 위해 자신의 감각을 흔들고 뒤집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것만 노래하는 대신 추함과 광기, 욕망과 죄의식까지 언어 속으로 끌어들였다.그가 문단에 등장한 시간은 짧았지만, 시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할 수 없도록 만든 흔적은 깊었다.베를렌과의 사랑, 그리고 브뤼셀의 총성파리에서 만난 랭보와 열 살 연상의 유부남 시인 베를렌은 격렬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파리와 브뤼셀, 런던을 떠돌며 함께 시를 쓰고 가난과 방탕, 갈등의 시간을 통과했다.서로의 문학적 재능을 자극한 관계였지만, 사랑만큼 상처도 깊었다. 불안과 질투, 술과 폭력이 뒤엉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1873년 7월 10일, 브뤼셀의 한 호텔에서 술에 취한 베를렌이 떠나려는 랭보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총탄은 랭보의 왼쪽 손목을 다치게 했다. 베를렌은 체포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두 시인의 불꽃 같던 동행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랭보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해 봄부터 여름까지 붙들고 있던 원고를 완성했다. 사랑의 폐허와 시적 야망의 좌절, 종교와 도덕에 대한 반항, 자기 자신을 향한 환멸이 한데 뒤엉킨 작품,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었다.삶의 잿더미에서 쓴 "지옥에서 보낸 한 철""지옥에서 보낸 한 철"은 랭보가 1873년 브뤼셀에서 자신의 뜻으로 인쇄한 유일한 단행본이다. 본문 마지막에는 ‘1873년 4월~8월’이라는 집필 시기가 적혀 있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서정시집과는 다르다. 산문과 시, 고백과 환상, 독백과 자기 심문이 뒤섞인 긴 산문시에 가깝다.‘나쁜 피’, ‘지옥의 밤’, ‘어리석은 처녀와 지옥의 신랑’, ‘착란’, ‘불가능’, ‘섬광’, ‘아침’, ‘작별’로 이어지는 글에는 뚜렷한 사건보다 한 인간의 의식이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려는 과정이 담겨 있다.작품 속 화자는 자신이 걸어온 삶을 되돌아보며 신앙과 도덕, 사랑과 욕망, 시인으로서의 야심을 차례로 의심한다. 자신의 방황을 변명하는가 싶다가도 곧바로 스스로를 조롱한다. 구원을 갈망하면서도 다시 절망 속으로 몸을 던지고, 새로운 아침을 바라보다가도 그 빛을 쉽게 믿지 못한다.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한 청년의 고백을 엿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자기 안에 세워놓은 가장 어두운 법정에 들어가, 스스로 피고인이자 검사이며 재판관이 되는 장면을 지켜보는 일에 가깝다.랭보가 말한 ‘지옥’은 어디인가랭보의 지옥을 한 가지 의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그것은 죄와 심판을 연상시키는 종교적 지옥이면서, 사랑이 파괴된 자리다. 자신이 꿈꾸었던 시적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예술가가 경험하는 정신적 파국이며, 자기혐오와 오만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내면의 감옥이기도 하다.동시에 그의 지옥은 당시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엄격한 가정과 학교, 종교적 권위, 전쟁과 정치적 혼란, 체면과 질서를 앞세운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 사회는 예민한 소년에게 숨 막히는 감옥처럼 다가왔을 것이다.다만 이를 ‘귀족 사회에 대한 고발’로만 읽는 것은 작품의 폭을 좁힐 수 있다. 랭보가 저항한 대상은 특정 계급만이 아니라 권위와 위선, 획일적인 도덕으로 개인의 욕망과 언어를 길들이려는 사회 전체에 가까웠다.그러나 그는 모든 책임을 세상에 돌리지 않는다. 자신 역시 오만과 욕망, 폭력성과 독단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잔인할 만큼 정직하게 응시한다.그런 의미에서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은 세상을 향해 던진 고발장이면서, 자기 자신을 피고석에 세운 심문 기록이다.열아홉 살의 책, 스무 살 무렵의 침묵랭보는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펴낸 뒤 곧바로 공식적인 ‘절필 선언’을 남기지는 않았다. 이후에도 산문시집 "일루미나시옹"에 포함될 일부 작품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스무 살 무렵부터 그는 문학 작품을 사실상 더 쓰지 않았다. 문학사 전체를 뒤흔든 시인이 자신의 재능이 막 피어나던 시기에 돌연 펜을 놓은 것이다.그가 왜 시를 버렸는지는 지금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언어로 세계를 바꾸려 했던 실험에 환멸을 느꼈을 수도 있고, 시가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 혹은 문학보다 더 멀고 낯선 삶을 직접 통과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확실한 것은 랭보가 시인의 명성을 붙들고 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미련 없이 버리고, 전혀 다른 생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시인을 버리고 세계를 떠돈 방랑자절필 이후 랭보의 삶은 한 편의 모험담처럼 이어졌다. 그는 유럽 여러 나라를 떠돌고 네덜란드 식민지군에 입대해 인도네시아 자바섬까지 갔다가 탈영했다. 키프로스에서는 채석장 감독으로 일했고, 마침내 아라비아반도의 아덴과 동아프리카 하라르에 정착했다.그곳에서 그는 커피와 가죽, 상아 등 여러 물품을 거래하는 상인이 됐다. 한때 총기를 운송·거래하는 사업에도 관여했지만, 그의 후반생 전체를 단순히 ‘무기상’이라는 한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표현이다. 그는 상인이자 탐험가였으며, 아프리카 내륙의 지리와 언어를 기록한 관찰자이기도 했다.시인은 사라지고 현실적인 장부와 거래, 험난한 이동만 남은 듯했다. 그러나 사막을 횡단하고 낯선 도시를 오가던 그의 모습은 어쩌면 이미 〈취한 배〉 속에 나타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항구를 떠난 배처럼 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계속 흘러갔다.서른일곱 살, 너무 짧았던 두 번째 생애1891년 랭보는 오른쪽 무릎에 심각한 통증을 느꼈다. 프랑스 마르세유로 돌아와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까지 받았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그해 11월 10일, 그는 서른일곱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그가 아프리카의 흙먼지 속에서 상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프랑스에서는 베를렌을 비롯한 문인들이 랭보의 작품을 알리기 시작했다. 《일루미나시옹》은 1886년 랭보가 관여하지 않은 채 출간됐고, 그가 문학을 등진 사이 그의 이름은 오히려 문학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었다.랭보는 자신이 훗날 현대시의 선구자로 추앙받으리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초현실주의와 실존주의를 비롯한 현대 문학과 예술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앙드레 지드와 알베르 카뮈는 물론, 음악가 밥 딜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가가 그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기자의 책갈피 "우리 안의 지옥을 빠져나오는 법"랭보의 문장이 15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지금도 사회가 정한 성공과 정상성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은 쉽게 문제적인 존재로 취급된다. 누구보다 민감하게 시대의 모순을 감지하는 청소년과 청년의 목소리는 종종 철없음이나 반항이라는 말로 축소된다.정해진 길을 의심하면 방황한다고 말하고, 남들과 다른 감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면 적응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그렇게 세상의 잣대가 한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오면 그는 마침내 자기 자신을 미워하기 시작한다.랭보가 빠져나오려 했던 지옥은 사라진 과거가 아닐지 모른다. 위선적인 질서에 순응하라는 압력 속에, 타인의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마음속에, 그리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피고석에 세우는 우리의 내면에 그 지옥은 되풀이된다.하지만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의 마지막에는 희미하게나마 ‘아침’과 ‘작별’이 놓여 있다. 완전한 구원의 선언은 아니지만, 자신의 지옥을 똑바로 바라본 사람이 더는 그곳에 머물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랭보는 평생 시를 쓰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몇 해 동안 남긴 문장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언어의 문을 열어주었다.어쩌면 한 인간의 삶은 얼마나 오래 빛났는가보다, 잠시라도 얼마나 강렬하게 어둠을 밝혔는가로 기억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랭보는 너무 일찍 타올랐고 너무 빨리 사라졌다. 하지만 그 짧은 빛은 아직도 우리에게 묻고 있다.지금 당신을 가두고 있는 지옥은 어디인가. - 아르튀르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 -옛날에,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내 삶은 모든 마음이 열리고 모든 포도주가 흐르는 축제였다.어느 날 저녁, 나는 '미(美)'를 무릎 위에 앉혔다.그리고 그녀가 쓰다는 것을 알았다.그리하여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나는 정의에 맞서 무장을 갖추었다.나는 도망쳤다. 오 마녀들이여, 오 불행이여, 오 증오여,내 보물은 바로 너희들에게 맡겨졌다!나는 내 안에서 인간의 희망을 모두 지워버리는 데 성공했다.인간의 희망의 목을 누르기 위해,나는 사나운 짐승처럼 음침하게 솟구쳤다.나는 사형 집행인을 불러들여,죽어가며 그들의 총 자루를 깨물고자 했다.나는 재앙을 불러들여, 모래와 피로 목이 막히고자 했다.불행은 나의 신(神)이었다.나는 흙탕물 속에 누웠다. 나는 범죄의 공기에 몸을 말렸다.그리고 광기에게 아주 멋진 장난을 쳤다.그리고 봄은 나에게 희극배우의 무서운 웃음을 가져다주었다.그런데 아주 최근에, 내가 비명을 지르기 직전,옛 축제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거기서라면 아마도 내 식욕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친절이 바로 그 열쇠이다.이런 영감이 나오다니, 내가 꿈을 꾸었던 것인가!"너는 여전히 하이에나로구나..." 마귀가 소리친다,그토록 멋진 제비꽃을 나에게 씌워 주었던 마귀가."너의 그 모든 욕망과, 너의 이기심과,너의 모든 대죄(大罪)로 죽음을 얻어라."아! 나는 그 모든 것을 너무 많이 받았다.하지만, 친애하는 사탄이여, 당신에게 청하노니,그렇게 분노에 찬 눈빛을 거두어 주시오!그리고 몇 가지 뒤늦은 비열함을 기다리며,글쓰기에 있어 묘사하거나 성찰하는 재능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내 끔찍한 단망록(斷忘錄)에서 몇 장을 찢어 당신에게 바친다.
    2026-09-04 07:41:13 정진욱
  • [노주현 사회칼럼] 자립 준비 청년 ...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편견'이 무너지고 있는 틈, 작가 이선
    인권/복지

    [노주현 사회칼럼] 자립 준비 청년 ...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편견'이 무너지고 있는 틈, 작가 이선

    자립준비청년의 직업 선택은 여전히 좁다. 2015년 이후 퇴소한 청년들에게는 그 폭이 조금씩 넓어졌다고 하지만, 간호·유아교육·사회복지처럼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의 쏠림은 오래된 관성으로 남아 있다. 특히 예체능 계열은 재능이 있어도 취업이 어렵고 전공에 드는 비용까지 만만치 않아, 애초에 선택지에서 밀려나기 쉽다. ‘시설 출신은 안정적인 길을 택해야 한다’는 통념은, 그렇게 꿈의 크기를 미리 재단한다.2025년9월 말, 그 통념에 조용히 어긋나는 소설 한 편이 나왔다. 환경문제를 판타지로 풀어낸 『버려진 도시, 아티카』다. 바다 쓰레기와 폐어구, 해양생물의 고통을‘아티카’라는 가상의 도시에 담아 해양 오염과 책임, 용서와 공존을 이야기하는 이 성장·환경 소설은, 청소년과 성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그 작가가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사실이 더 오래 눈길을 붙든다.외로움을 문장으로 바꾸다이선은 경기도 안산의 보육원과 그룹홈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 출신 작가다.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자로 소개되어 있으며, 그의 삶은 보호시설에서의 성장, 자립 이후의 고립, 그리고 그 고립을 글쓰기로 옮겨 온 과정으로 정리된다.스무 살 무렵 그는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학교에 입학했다. 시설에서 자라며 언젠가‘자유’를 얻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고, 퇴소 후LH 임대주택에서 첫 자립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구의 간섭도 없는 공간이 해방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혼자 사는 집은 곧 자유보다 더 큰 외로움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그 시기를 “자유라는 기대감과 외로움이라는 현실”이 충돌한 시간으로 설명한다.은둔의 방에서 다시 문을 열기까지외로움은 이내 깊은 고립으로 이어졌다. 그는 휴학한 뒤 거의1년 가까이 은둔 생활을 했고, 집 밖으로 나서는 일조차 버거운 시기를 통과했다. 그러나 그 시간에 무너지는 대신, 자신의 고독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동시에 헬스장에 등록해 몸을 움직이고, 집 밖으로 나설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 갔다. 생활의 리듬이 바뀌자, 스스로를 다시 사회 안으로 끌어내는 힘이 생겼다. 자립수당만으로는 생활과 꿈을 함께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에게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펜을 놓지 않았고, 자립 과정에서 겪은 고독과 극복의 기록을 모아 2023년 10월 24일 첫 에세이 "세상은 나를 두 명으로 봅니다"를 펴냈다. 264쪽 분량의 이 책은 “고아로 사는 삶”을 솔직하게 풀어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려 한 작업이었다.정착금이 끊긴 자리에서 두 번째 책을첫 책을 낸 뒤, 그는 작가로서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한계를 마주했다.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이고 학교생활과 독서, 일기 쓰기, 집필 훈련에 다시 집중했다. 이후 판타지와 환경문제를 결합한 순수문학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2025년2월, 자립정착금이 종료되면서 생계 문제가 다시 밀려왔다. 그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2025년부터 그는 자신의 경험을 개인의 이야기에만 두지 않았다. 경상남도 바람개비 서포터즈와GN 청년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예비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자립교육과 정책 제안에 참여했다. 겪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뒤에 오는 이들에게 돌려주기 시작한 것이다.그 노력의 결과가 2025년 9월29일 출간된 첫 판타지 소설 "버려진 도시, 아티카"다. 바른북스에서 나온 308쪽 분량의 이 소설은, 한 소년이 바다 아래 신비로운 도시 ‘아티카’에 들어가 바다의 목소리와 해양 쓰레기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 작품은 등교길 버스 안에서 피어난 작은 상상에서 출발했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몽환적 감성을 어린 시절의 풍경과 겹쳐 써 내려간 것이다. 출판사 서평은 이 소설을 해양 오염과 책임, 용서와 공존의 문제를 판타지 서사로 풀어낸 작품으로 설명한다.결핍을 재료로 삼은 사람정리하면 이선의 이야기는, 시설에서 자란 청년이 자립 이후 마주한 외로움을 은둔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창작과 사회활동으로 바꿔 낸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단지 어려운 환경을 견뎠다는 데 있지 않다. 그는 자신의 결핍과 고립을 글쓰기의 재료로 삼았고, 그 경험을 다시 예비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나누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시설 출신은 안정적인 길만 택해야 한다’는 편견은, 그가 두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 동안 조용히 한 겹씩 벗겨졌다.편견은 한 번의 선언으로 무너지지 않는다이 연재는 지난 회차들에 걸쳐, 같은 성벽을 저마다 다른 망치로 두드린 사람들을 만나 왔다. 이성남은 ‘함께 키우면 달라진다’는 증거로 인식의 벽을 두드렸고, 김성민은 ‘연결되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구조로 제도의 벽을 허물었다. 최은진은 자신이 통과한 상실을 현장의 전문성으로 바꾸어 후배들의 두려움을 덜었고, 서연지는 매일의 노동과 한 장의 자격증, 한 통의 신고로 ‘시설 출신은 불안정할 것’이라는 통념을 사실로 반박했다. 그리고 이선은, 결핍 그 자체를 창작의 언어로 바꾸어 ‘꿈은 이들의 몫이 아니다’라는 편견에 균열을 냈다. 다섯 사람이 선 자리와 쥔 도구는 모두 달랐다. 누군가는 교육으로, 누군가는 제도로, 누군가는 돌봄으로, 누군가는 성실의 축적으로, 또 누군가는 이야기로 같은 벽을 향했다. 이 시리즈가 세대와 직군을 달리하며 다섯 사람을 이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견은 한 사람의 극적인 성공담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벽을 두드린 사람들이 모일 때, 비로소 벽에는 금이 가고 틈이 벌어진다. 이들은 ‘예외적으로 잘 해낸 개인’이 아니라, 통념이 틀렸음을 저마다의 삶으로 증명한 다수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 틈은,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지금 시설에서, 그룹홈에서, 자립을 앞둔 자리에서 자신의 앞날을 가늠하고 있을 청년들에게 이 다섯 사람의 이야기가 전하는 말은 분명하다.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누군가 미리 재단해 둔 몇 개의 전공에 갇혀 있지 않다. 네 결핍은 약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너만이 쓸 수 있는 언어가 될 수도 있다. 앞선 이들이 벽에 낸 틈으로, 다음 아이가 조금 더 수월하게 통과할 길이 열린다. 편견은 한 번의 선언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벽을 두드린 사람들이 쌓이는 만큼, 뒤에 오는 이가 통과할 길은 넓어진다. 작가로서의 삶은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이선은 오늘도 묵묵히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 그가 써 내려갈 다음 문장이, 또 한 명의 청년에게 ‘나도 써도 된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7-06 11:54:17 노주현 칼럼니스트
  • 국민엄마가 전하는 장애인의 일상과 도전 ... 배우 김미경, 장애인식개선 오디오북 참여
    인권/복지

    국민엄마가 전하는 장애인의 일상과 도전 ... 배우 김미경, 장애인식개선 오디오북 참여

    - 장애인식개선 오디오북 ‘나만 몰랐던 이야기’ 12번째 편, 7월 2일 공개 - 배우 김미경, 제11회 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내 동생의 쓸모>·<단 한 달의 기회, 고정관념을 깨는 시간> 낭독 - 공식 유튜브 채널 ‘나만 몰랐던 이야기’·밀리의 서재·오디언·윌라·팟빵에서 무료 감상 가능
    배우 김미경이 밀알복지재단 장애인식개선 오디오북 ‘나만 몰랐던 이야기’ 12번째 편에 참여했다.‘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밀알복지재단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 수상작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한 시리즈다. 장애 당사자와 가족, 이웃의 실제 경험담을 목소리로 전하며 장애인의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히기 위해 기획됐다.7월 2일 공개되는 ‘나만 몰랐던 이야기’ 12번째 편에는 김미경이 낭독자로 참여했다. 김미경은 <신이랑 법률사무소>, <당신이 죽였다>, <달까지 가자> 등 다수의 작품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다. 특히 다양한 작품에서 어머니 역할로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줘 ‘국민 엄마’ 로 불리고 있다.김미경은 이번 오디오북에서 제11회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부문 대상 수상작 김현지 作 <내 동생의 쓸모>와 최우수상 수상작 조희경 作 <단 한 달의 기회, 고정관념을 깨는 시간>을 낭독했다.<내 동생의 쓸모>는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을 가진 동생과 함께 살아온 누나의 이야기다. 글쓴이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 매순간 도움이 필요한 동생의 곁에서 사람의 가치는 어떤 성취나 역할이 아닌 존재 자체에 있음을 깨닫는다. 작품은 장애를 한 사람을 설명하는 여러 정체성 중 하나로 바라보며, 누구에게나 고유한 삶의 의미가 있음을 전한다. <단 한 달의 기회, 고정관념을 깨는 시간>은 청각장애인 당사자인 글쓴이가 취업 면접에서 한 달간의 무급 수습 기간을 제안하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낸 경험을 담고 있다. 글쓴이는 ‘듣지 못하면 업무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 앞에서 엑셀 정리, 손말이음센터를 활용한 전화 업무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업무를 해내며 가능성을 증명한다. 이후 회사 워크숍에서 동료들에게 수어를 가르치며 농인으로서 얻는 긍정적 가치인 ‘데프게인’을 나누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더 깊이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미경은 두 작품 속 인물들의 마음을 특유의 섬세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전한다. 동생을 바라보는 누나의 깊은 사랑과 편견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아가는 청년의 도전이 김미경의 낭독으로 한층 더 생생하게 전달될 예정이다.이번 편은 공식 유튜브 채널 ‘나만 몰랐던 이야기’에서 보이는 오디오북 형식으로 공개된다. 유튜브 채널 외에도 오디오북 플랫폼 밀리의 서재, 오디언, 윌라, 팟빵에서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공개를 기념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이벤트도 진행된다.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김미경의 친필 사인이 담긴 스토리텔링 공모전 작품집과 기프티콘을 증정한다.김미경은 “두 작품을 낭독하며 장애를 가진 누군가의 삶을 특별하거나 낯선 이야기로만 바라보지 않게 됐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도전하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이야기가 제 목소리를 통해 더 많은 분들께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는 “장애인식개선은 한 사람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며 “배우 김미경님의 낭독을 통해 이번 오디오북이 장애인의 일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밀알복지재단은 7월 1일(수)부터 8월 21일(금)까지 제12회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을 진행한다. 공모전은 장애인과 관련된 실제 경험담을 모집하며, 수상작은 오디오북과 웹툰 등 장애인식개선 콘텐츠로 제작돼 대중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참고로 밀알복지재단은 1993년 설립되어 장애인, 노인, 지역사회 등을 위한 62개 운영시설과 9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11개국에서 아동보육, 보건의료, 긴급구호 등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수행했다. 2009년, 2014년에는 삼일투명경영대상에서 각각 ‘장애인부문 대상’, ‘종합 대상’을 수상해 투명성을, 2018년에는 서울시복지상 장애인권분야 우수상을 수상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으며 2015년에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로부터 ‘특별 협의적 지위’를 획득하며 글로벌 NPO로서 지위와 위상을 갖춘 비영리 재단이다.
    2026-07-03 08:42:34 정진욱
  • 무더위를 얼려버릴 ‘방구석 서점’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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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를 얼려버릴 ‘방구석 서점’ 추천 도서

    스릴러부터 SF, 코믹 미스터리까지… 취향대로 골라 읽는 등줄기 오싹한 이야기들 상상력을 자극해 체감 온도를 낮추는 영리한 여름철 ‘뇌 피서법’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지쳐가는 요즘, 시원한 피서지를 찾아 멀리 떠나는 대신 나만의 공간에서 완벽한 휴식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한여름 밤에는 뇌리를 강렬하게 자극해 더위를 잊게 만드는 책 한 권이 최고의 피서 용품이 되기도 한다. 복잡한 인파와 더위를 피해 손목 위 디지털 기기의 알림을 잠시 꺼두고, 활자가 선사하는 차가운 공기로 방 안을 가득 채워줄 엄선된 도서 3권을 소개한다.첫 번째로 가볍고 유쾌하게 더위를 날려버릴 책은 정대건 작가의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대' 다. 친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인 낡은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을 주민들이 직접 파헤치는 한국형 일상 미스터리 소설이다. 잔인하고 무거운 고어 장르의 스릴러와 달리, 톡톡 튀는 유머와 스피디한 전개가 돋보이는 코믹 스릴러의 매력을 자랑한다. 더위에 지쳐 복잡한 생각조차 하기 싫은 여름날, 페이지를 시원시원하게 넘기며 뇌를 식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다.만약 광활하고 차가운 공간으로의 탈출을 꿈꾼다면 김초엽 작가의 단편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훌륭한 답안지가 된다. 대한민국에 SF 열풍을 일으킨 이 대표작은 끝이 보이지 않는 깊고 차가운 우주 공간과 얼어붙은 행성 등 시각적인 배경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각 단편이 가진 압도적인 흡입력은 후텁지근한 방 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잊게 만들며, 독자를 저 멀리 외딴 은하계 한가운데로 공간 이동을 시킨 듯한 고도의 몰입감을 경험하게 한다.정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의 강력한 서늘함을 원한다면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을 추천한다. 피비린내 나는 아침, 침대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집 안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인 사건의 흔적을 추적하며 지워진 밤의 기억을 맞춰가는 사이코패스 스릴러다. 작가 특유의 압도적인 서사와 거침없는 문체,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파고드는 정교한 심리 묘사는 읽는 이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숨 막히는 긴장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에어컨이 필요 없을 만큼 오싹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문학 평론가들은 "여름철 몰입감 높은 스릴러나 SF 문학을 읽을 때 느끼는 긴장감과 상상력은 뇌를 자극해 실제로 체감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과도한 냉방기기 사용을 줄여 환경에 주는 부담을 덜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자원순환 관점에서도 매우 영리한 피서법이다. 이번 주말에는 에어컨 바람 대신 한 권의 책이 만들어내는 깊고 서늘한 문장의 그늘 속으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2026-06-29 14:03:32 천지은
  • 5월,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인생 책’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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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인생 책’ 3선

    기후 위기 속의 공존부터 삶의 근원적 질문까지 세대를 넘어 함께 읽고 나누는 위로의 메시지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이어지는 ‘가정의 달’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선물을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는 화려한 선물 대신, 곁에 있는 이와 함께 읽으며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 한 권을 건네보면 어떨까. 5월의 싱그러움과 닮았으면서도 삶의 깊이를 더해줄 도서 3선을 소개한다.'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저자가족과 인류, 그리고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SF 소설집이다.과학적 상상력 속에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녹여냈다. 특히 가족과 떨어져 수백 년간 고립된 채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는 ‘관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기후 변화와 기술 발전 속에서도 끝내 변치 않는 인간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저자가까운 듯 멀었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아버지의 진짜 삶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았다.‘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한 개인의 역사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낸다. 부모님 세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화해하고 싶은 자녀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을 ‘부모’라는 역할이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자기 결정' 파스칼 메르시에 저자'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저자가 쓴 철학 에세이로, 어떻게 하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가정을 꾸리고 사회적 역할을 다하느라 정작 ‘나’를 잃어버리기 쉬운 중장년층에게 큰 울림을 준다. 품격 있는 문체로 삶의 주권을 회복하는 법을 알려준다.가족을 돌보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자아 돌봄’이 필요한 이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도 길잡이가 된다.독서 전문가들은 "가족 간의 대화가 줄어드는 시대에 같은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것은 품격 있는 소통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결국 ‘서로를 향한 이해’다. 5월, 추천된 책들을 통해 가족의 손을 맞잡듯 책장을 넘기며 마음의 거리를 좁혀보는 기쁨을 누려보길 바란다.
    2026-05-11 13:15:30 천지은
  • 버리기엔 아깝고 두기엔 불편한 종이…책 띠지 꼭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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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기엔 아깝고 두기엔 불편한 종이…책 띠지 꼭 필요할까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최근 SNS에서 책을 사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띠지’를 색다르게 활용한 노하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책을 사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띠지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본 적 있을 것이다. 버리기엔 아깝고, 지니고 있기엔 책을 읽을 때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띠지를 버리지 않고 ‘잘’ 호라용하는 방법이 있어 흥미를 돋운다.띠지를 반으로 접어서 접착제로 붙이고, 윗 부분에 동그란 구멍을 뚫어 끈으로 묶으면 세상에 하나뿐인 책갈피로 재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책과 마치 한 세트처럼, 또 세상에 하나뿐인 책갈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자신이 읽은 책의 일부를 다시 읽는 도구로 바꾼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과거 띠지는 마케팅 문구나 추천사의 역할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독자의 손을 거쳐 개인화된 오브제로 재해석될 수 있다. 특히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문장이나 표지가 담긴 띠지를 책갈피로 활용하면서 독서 경험이 물리적인 형태로 축적되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띠지를 두고 ‘꼭 필요할까?’ ‘자원 낭비 아닐까?’ 하는 물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전환시켜준다.띠지는 얇은 종이처럼 보이지만 인쇄와 코팅 과정이 더해져 재활용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상당수가 일반 폐기물로 버려지고 출판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생산된다는 점을 고려함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이러한 맥락에서 띠지를 다시 활용하려는 시도는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자원 순환으로 볼 수 있다. 별도의 재료를 추가하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것을 다시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또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버릴 것’으로 여겨졌던 대상이 ‘쓸모 있는 것’으로 전환되는 순간, 소비에 대한 인식 역시 자연스럽게 달라진다.출판계 역시 이러한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홍보 문구를 담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 자체를 보다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거나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는 등의 고민이 요구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절취선을 넣어 책갈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거나 재활용이 용이한 종이를 사용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결국 책 띠지를 둘러싼 이슈는 사소한 것의 재발견에 가깝다. 무심코 지나치던 종이 한 장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모이면서 독서 문화와 환경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띠지의 쓸모를 다시 묻는 움직임은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고 버리는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사진=언스플래쉬
    2026-04-20 20:04:39 안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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