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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현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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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7편 ...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사랑이라는 전쟁, 나쁜 연인들 2’
    사회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7편 ...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사랑이라는 전쟁, 나쁜 연인들 2’

    우리는 부모를 통해서 무엇을 배우는가?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먼저 새겨지는 글씨는 부모의 손끝에서 그어진다. ‘양육의 방식, 가치관, 생활의 습관’ 그 모든 것이 아이의 살에 깊은 흔적으로 남는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부모를 통해 사랑을 받는 방식을 처음 배운다.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따뜻하게 반응해주면, 아이는 사랑이란 안전한 것이라 익히게 된다. 반대로 방치와 거절, 학대가 반복되면 사랑이란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라 새기게 된다. 또한 아이는 부모가 서로를 대하는 모습을 통해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부부 사이의 존중과 무시, 폭언과 사과, 책임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까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부모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첫 번째 모델이기도 하다. 부부가 동등한 관계인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관계인지를 보고 자란 모습은, 훗날 아이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가족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가장 처음 새겨지는 청사진이 된다.하지만 보육원 아동에게는 부모가 아닌 생활지도원이 있다. 생활지도원은2교대 혹은3교대 근무가 일반적이고 근무환경 또한 녹록지 않아 퇴사율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보육원 아동은‘안정적인 부모의 모델’을 가지지 못한 채 자라게 되며, 이는 훗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고아’들을 쉽게 꼬시는 법을 알려주마작년 어느 날, 우연히 익명 커뮤니티에서 마주친 글의 제목이다. 그날, 진심으로 내 두 눈을 씻어내고 싶었다. 사실 그 글의 본문은 차마 여기에 옮길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었다. 글의 요지는 이러했다. 보육원 출신 아이들은 쉽게 꼬셔진다, 조금만 예쁘다고 치켜세워주면 금세 넘어오고 한없이 헌신적이라는 것이다.그동안 나는 자립준비청년이 만난 나쁜 연인들의 사례를, 어느 연애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일들 중 몇몇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막연히 여겨왔다. 그러나 익명 커뮤니티에 버젓이 올라온 그 글을 마주한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정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자립 초기를 노리는 나쁜 연인들이, 내가 짐작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좋은 남자는 어떤 남자에요?몇 해 전, 어느 보육원 선생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보육원 학생 한 명이 소위‘조건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도무지 자신의 말은 듣지 않으니 부디 와서 그 아이를 말려달라는 부탁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실제로 만난 여학생은 고3이었다. 얌전하고 단정한 인상의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는 상대에 따라 피임 기구를 쓸지 말지를 정했고, 본인 역시 피임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지 않았다. 조건만남에 대해 특별한 죄책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받는 돈조차 너무 적어 도리어 내가 놀랄 정도였다. 내가 그저“조건만남은 나쁜 것”이라고 말한들, 아이가 들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말이라면 보육원 선생님에게 이미 수없이 들었을 테니까.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그 조건만남 뒤에는 학생이‘남자친구’라 부르는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조건만남을 시키고, 받은 돈의 일부를 학생에게 떼어주는 방식이었다. 학생은 자신이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남자친구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기에, 그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제야 학생의 행동에 드리워져 있던 의문이 비로소 풀렸다. 돈이 절실히 필요한 형편도 아니었고, 학교나 보육원에서 특별히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도 아니었기에, 도대체 왜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아이에게 사랑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며, 그 남자는 좋은 남자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좋은 남자를 만나 진짜 사랑을 하라며, 한참을 이야기했다.학생은 눈을 반짝이며 한참을 듣더니, 이내 내게 이렇게 물었다.“그런데 선생님 좋은 남자는 어떤 남자에요?” 그 물음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빠졌다. 그렇다. 예컨대 부모가 매일 도박과 술에 빠져 집안이 늘 어수선했던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무의식 중에‘저런 사람과는 절대 만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새긴다. 그렇게 우리는 자라면서 나쁜 배우자, 혹은 나쁜 연인의 기준을 자기도 모르게 세워간다. 그러나 보육원에서 자라다 보면 모델 자체가 없기 때문에, 좋은 배우자에 대한 기준 또한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불안정한 애착관계는,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주는 사람을 곧 좋은 연인이라 믿게 만든다.물론 내가 만난 그 학생의 사례는 다소 극단적이긴 하다. 그러나“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에 한 청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나는 그날 처음으로 똑똑히 목도했다. 다행히 그 학생은 가까스로 그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끊어내고 보육원을 무사히 퇴소했지만, 그 이후의 삶은 지금도 안개 속처럼 모호하다. 나 사랑하면서 이것도 못 해줘? 사랑하는 사이에서 부탁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연인 사이에서 결코 입에 올려서는 안 될 금기의 문장이 있다. 바로“나 사랑하면 이거 해줘!”라는 말이다. 사랑을 부탁의 근거가 아닌 복종의 근거로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이 말은 상대에게 죄책감을 짐 지울 뿐 아니라, 사랑을 거래의 조건으로 변질시킨다. 또한 상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관계 안에 조종과 착취가 스며들게 만드는 위험한 문장이기도 하다.그런데 사랑이 고팠던 사람일수록, 이 말 앞에서 거절이란 좀처럼 쉽지 않다. 거절하는 순간 사랑을 잃을 것 같고, 또 한 번 버려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쁜 연인들은 바로 이 불안의 틈을 교묘하게 파고든다.수도권3년제 대학을 졸업한 A는 한 대기업 생산직에 근무했다. 3년제 대학을 나온 덕에 고졸 동기들보다 연봉이 조금 더 높았고, 보육원에 서5년 이상 거주한 자립준비청년에게 주어지는 군 면제 혜택 덕분에 또래 남자들보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회사가 숙식까지 모두 제공한 덕에 돈도 알뜰히 모았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근처 호프집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성과 연애가 시작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시작한 연애였고, 4살 연상이라던 그녀와 약 6개월간 만난 끝에 둘은 조용히 결혼식을 올렸다.A는 결혼 3년 차에 작은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은 제법 잘 풀렸다. A는 늘“아내가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여행도 자주 다니고, 명품을 모으는 취미도 생기고, 골프 여행도 곧잘 떠났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복해 보이던 결혼 생활은 7년 만에 끝이 났다. 직접적인 이혼 사유는 배우자의 외도였다. 부부 사이의 일은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한다지만, A의 이혼 사유는 단순히 외도 하나만이 아니었다.A를 가장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나 사랑하면서 이것도 못해줘?”라는 그 한마디였다. 결혼 후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부터 아내가“사랑하면…”이라는 문장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친정 부모님께 매달 80만 원씩 용돈을 드리는 일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4살 연상이라 했지만 실은 13살 연상이었던 그녀의 부모님은 이미 연로하셨다. 물론 문제는 그녀의 나이가 아니었다. 문제는 사랑을 증명하라는 말로 A의 돈과 시간, 관계와 미래를 계속 시험했다는 데 있었다. 그녀는 이십 대 초반에 잠시 직장을 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따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 적도 없었다. 그것이 부모님께 가장 미안하다며, A에게 함께 용돈을 드리자고 청했던 것이다.부모님 용돈으로 시작된 그녀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A가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사업에 뛰어든 것 또한, 사실은 그녀의 끈질긴 요구 때문이었다. 사업은 다행히 잘 풀렸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요구를 옳게 만들어 준 것은 아니었다. 사업이 잘되자 그녀의 씀씀이도 함께 커졌고, 요구의 강도 또한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요구는 늘 같은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나 사랑하면 이거 사줘! 나 사랑하면 여기 여행 보내줘! 나 사랑하면 골프채 바꿔줘!” A가 그것을 거절하려 들면, 어김없이 죄책감이 그를 짓눌렀다.A의 마음이 결정적으로 식어버린 사건은 따로 있었다. A는 보육원에 들어가기 전 자신을 잠시 키워주었던 의붓어머니를 어렵사리 다시 찾게 되었다. 의붓어머니의 형편이 너무 어려워, A는 매달 50만 원씩 용돈을 보내드렸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와 결국 큰소리로 다투게 되었고, 그날 부부 싸움의 끝에 그는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나를 사랑한다면 그 의붓어머니와의 관계를 끊고 살아야 해. 둘 중 한 명을 선택해.”결국 A는 의붓어머니께 용돈을 드리지 않기로 했고, 1년에 세 번만 만나며 통화는 한 달에 한 번으로 한정한다는 합의를 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아내의 외도 사실이 드러났고, 7년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기에.. 참고로 아이를 갖지 않은 이유 또한 결혼 직후“사랑하면 아이는 갖지 말자”는 그녀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한다. 둘의 이혼은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되었다.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혼 이후의 일이었다. A는 이혼 후 3년 동안 매달 150만 원씩을 전 아내에게 자발적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그녀에게 경제적 능력이 없으니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유책 배우자에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내가 묻자, A는 마지막에 그녀가 울며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사람의 눈물 앞에서, 결국 그는 끝까지 등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A는, “사랑하면 이렇게 해줘”라는 그 늪에서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사랑은 증명을 요구 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은 분명 따뜻한 말이다. 그러나 그 한마디는 누군가에게는 안식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올가미가 된다. 어린 시절 사랑이라는 단어를 충분히 들으며 자라지 못한 사람일수록, 그 말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나를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이 문장은 자립준비청년에게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시험당하는 한 장의 시험지처럼 다가온다. 거절하면 사랑을 잃을 것 같고, 응하지 않으면 또 한 번 버림받을 것 같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조금씩 깎아내면서까지 그 자리에 머무른다.하지만 진짜 사랑은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좋은 연인은 상대의 시간과 돈, 그리고 그가 가진 다른 관계를 시험하지 않는다. 좋은 연인은 상대를 고립시키지 않고, 상대의 삶을 빼앗지 않으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사랑은 사람을 더 작아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힘이어야 한다.그러므로 자립지원은 주거와 생계, 일자리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건강한 관계를 분별하고,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착취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관계 교육과 정서적 지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하지 마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전에 “이것이 사랑이다”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안전한 관계의 경험이 필요하다.결국 한 사람이 필요하다. 좋은 연인의 모델 이전에, 좋은 어른의 모델. 사랑한다는 말을 앞세우지 않아도 묵묵히 곁을 지켜 주는 안전한 한 사람. 그 한 사람의 존재가 청년이 살면서 마주칠 수많은 나쁜 연인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켜 내는 첫 번째 방패가 된다. 사랑이라는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전에 전쟁이 아닌 사랑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그리고 그 곁의 어른들이 자립준비청년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자립지원일 것이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5-04 11:14:11 노주현 칼럼리스트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5편, 학대로 시작된 보호 ... 입양도 막힌 채 보육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사회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5편, 학대로 시작된 보호 ... 입양도 막힌 채 보육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 한국고아사랑협회 노주현 대표
    내 아이를 학대하는 나쁜 부모들2010년부터 2014년까지 보호조치아동의 발생 원인 1위는 미혼부모와 혼외자였고, 학대는 3위에 머물렀다. 2010년 12.1%에 불과하던 학대 비율은 해마다 가파르게 올라 2015년부터 1순위에 올라섰고, 2021년과 2022년에는 마침내 48%를 넘어섰다. 15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보호조치아동은 약 3만 5천 명. 그중 37.7%, 1만 3천여 명의 아이들이 '학대'라는 이름표를 달고 가정에서 분리되었다. 더 무거운 사실은, 이 학대의 가해자 열 중 여덟이 다름 아닌 친부모라는 점이다. 아이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울타리가,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되어 있는 셈이다. 참고로 나쁜 부모 사례는 보육원을 퇴소 후에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별도로 다시 다루고자 한다. UN 아동권리협약 제20조는 “가정환경을 잃은 아동에게 국가가 특별한 보호와 대안 양육을 보장해야 하며, 시설보호보다 가정 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의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난 10년간 평균 58.62%(40,074명)의 보호조치아동이 시설로 입소했다. 협약의 정신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걸어온 10년이었다.학대의 그림자, 경계선지능장애 “학대·방임·불리한 아동기 경험이 경계선지능의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이다” 이는 더 이상 가설이 아니다. 2020년 발표된 영국에서 발표된 “아동학대와 아동 인지기능 간 인과관계 탐색: 체계적 문헌고찰”(Investigating the causal relationship between maltreatment and cognition in children: A systematic review) 에서는 “12세 미만 아동 대상 31편 연구를 검토한 결과 학대 경험 아동이 비교군보다 IQ/인지발달이 더 낮았으며, 학대의 시기와 지속기간이 길수록 인지손상이 큰 ‘용량-반응 관계’도 확인했다”고 정리했다. 저자들은 특히 시설수준의 극심한 학대·박탈 환경에서는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인과적 근거가 강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21년 네덜란드 연구는 한층 직접적이다. 지적장애 및 경계선지능 아동 134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경계선지능 아동의 92.3%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불리한 아동기 경험을 겪었고, 평균 사건의 수는 2.88개에 달했다. 가족의 복합적 위험과 아동의 경계선지능이 단단히 얽혀 있다는 사실이, 숫자로 또렷하게 드러난 것이다.현장에서는 이 통계보다 훨씬 더 무겁다.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아동들을 보면 지적장애나 경계선지능장애로 의심 될 만한 아동들의 수가 앞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2024년 보도자료를 통해 시설보호아동 11,899명 중 4,986명, 즉 41.9%가 ADHD·경계선지능·공격적 행동 등을 보이는 ‘특수욕구아동’이라고 밝힌바 있다. 다행인 점은, 경계선지능과 ADHD는 안정적이고 구조화된 양육, 부모 교육, 조기 개입을 만나면 정서조절과 사회적응이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학대로 분리된 아이일수록 한시라도 빨리 안정된 가정으로 옮겨지는 일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가능성마저 지금 한국에서는 닫혀 있다.누가 입양을 가로 막고 있는가? 2010년 1,462명이던 국내 입양은 2025년 102명으로 줄었다.15년 만에 90%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흔히 '혈연 중심 가족문화'을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그러나 혈연 중심 문화는 2010년에도 똑같이 존재했다. 문화 하나로 90%의 급락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시계열을 들여다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점진적으로 감소하던 입양 건수가 2023년 공적입양체계 전환 논의를 전후로 급락한 것이다.2025년 7월 19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입양 절차의 실무가 민간 입양기관에서 국가로 전면 이관되었다. 아동 최선의 이익을 강화하고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부합하는 공적 관리 체계를 만들겠다는, 명분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개편이었다. 하지만 2023년 제도가 채택된 이후 국내 입양은 304명으로 이 숫자조차 기존에 매칭이 진행되던 사례이며. 결국 23년 이후 새롭게 입양이 연결된 아동은 0명이다. 결국 입양을 원하는 부모도,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도 매칭된 것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이 사태가 과연 ‘아동 최선의 이익’과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 국가에서 행정처리라는 이유로 입양을 막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준비 없는 공적체계한 아이가 친생부모에게 학대받다 좋은 양육자를 만나 사랑받으며 자라느냐, 아니면 보육원에서 2교대·3교대 생활지도원의 손을 거쳐 자라느냐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가르는 일이다. 그토록 무거운 갈림길을, 우리는 준비 없이 갈아 엎었다.26년 3월에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특히 예산과 인력 확보가 충분히 선행 되지 못했고 이는 숫자로 고스란히 들어 난다. 2026년 3월 기준 입양 절차 진행 중인 605가정 가운데- 231가정이 기본교육 대기- 152가정이 가정환경조사 대기- 77가정이 자격심의 대기- 18가정이 결연심의 대기초반 단계부터 후반 심의까지 전 구간이 줄줄이 막힌, 전형적인 병목 현상이다. 예비양부모 자격심의와 결연심의는 아직도 월 1회. 보건복지부는 이를 월 2회로 늘리겠다고 개선안을 내놓았고, 입양 신청서는 여전히 등기우편으로 접수하다가 최근에야 온라인시스템을 만들겠노라 발표 하였다. AI가 의료 영상을 판독하고 신약을 설계하는 시대에, 한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 첫 서류는 우체국을 거쳐야만 도착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문제는 속도만이 아니다. 새 체계는 '서류와 심의의 질'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초기 조사의 충실도, 기록의 깊이, 위원회 검토의 밀도에 따라 한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다. 제도는 더 정교해졌지만, 현장 역량이 그 정교함을 따라가지 못하면 아이의 개별성은 서류 어딘가에서 소리 없이 지워진다.지금이 바로 그 위험이 현실이 된 시점이다. 생후 36개월까지가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라는 사실은 이제 부모가 아니어도 안다. 2023년에 태어난 아기는 이제 낯을 가리고 어린이집에 다닐 나이가 되었다. 그 3년을, 우리는 행정의 병목 안에서 아이들의 인생을 통째로 흘려보냈다.이러한 제도에 묶여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가정에서 보호받아야 할 아동은 계속 발생한다. 1분1초가 그 아동에게는 아까운 시간들이다.학대 아동이 보육원에 입소하기까지는 꽤 복잡하고 힘겨운 절차를 걸친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은 오롯이 아동의 몫이다. 아동에게 최대한 빨리 좋은 양육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국가가 되려 뺏고 있는 꼴 되고 있는 것이다. 깨진 우주, 그 조각을 맞춰야 할 의무고려시대에도, 조선시대에도 보호조치가 필요한 아이들은 있었고, 그들을 돌보는 기관도 있었다.전쟁과 학대, 가난과 이혼이 사라지지 않는 한, 보호조치아동은 인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발생할 것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어쩔 수 없지 않은 것은, 그 아이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다. 흔히 부모를 두고 '아이의 우주'라고 한다. 보육원에 입소하는 아이들은 친생부모의 이혼·재혼·한부모 경험에 더해 학대와 방임, 알코올 문제, 장애, 극심한 생활고가 겹겹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아이들에게 우주는 이미 산산이 부서진 상태로 도착한다. 그렇다면 어른들에게는, 그리고 국가에는, 그 우주의 조각을 한 알이라도 더 맞추어 돌려줄 의무가 있다.보육원 입소의 본질은 '부모의 부재'가 아니라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최소한의 울타리가 무너졌다는 사실'이다.그 울타리를 다시 세우는 일을 가로막는 존재가 다른 곳도 아닌 국가의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이제 학대 속에서 보육원으로 들어왔던 수많은 아이들이, 입양이라는 두 번째 가능성마저 닫힌 채 곧 보호 종료를 맞아 사회로 나온다. 그러나 사회에는, 앞서 적은 그대로, 그들을 받쳐줄 제도도 어른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깨진 우주의 조각을 맞추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일을 막는 제도라면, 그것은 더 이상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한 제도'라 부를 수가 없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4-20 10:44:22 노주현 칼럼리스트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4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혼자라는 두려움이 만든 틈’
    데일리기획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4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혼자라는 두려움이 만든 틈’

    - 한국고아사랑협회 노주현 대표
    설렘 뒤에 찾아온 현실의 벽자립이 시작되면 보육원을 퇴소하는 청년들은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마음으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북적이던 공간을 떠나 드디어 '나만의 방'을 갖게 된다는 설렘, 단체생활 속 여러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은 생각보다 크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청년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현실의 벽 중 하나는 바로 LH임대주택을 구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LH임대주택은 흔히 사람들이 떠올리는 LH 공공임대아파트나 LH 공공분양아파트와는 결이 다르다. 청년들이 실제로 발로 뛰며 구하게 되는 집들은, 제도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코 안전하거나 쾌적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최근까지 우리 단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청년 A의 사례가 있다. 어느 날 우연히 A가 자기 집이 아닌 친구 집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이 있는데 왜 친구 집에서 자느냐고 묻자, A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LH임대주택으로 들어갈 집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부동산에서 보여준 집들은 대부분 반지하나 지층이었고, 햇볕이 잘 들지 않거나 녹물이 나오거나 바퀴벌레가 들끓는 곳뿐이었다. A가 "정말 다른 집은 없느냐"고 묻자, 부동산 사장은 "LH임대주택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원래 다 이렇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결국 A는 그중 그나마 나은 집을 선택했다. 2층이라 햇빛은 들었지만 녹물이 나오는 곳이었다. 그러나 녹물로 씻으며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A는 짐만 그 집에 두고, 식사는 밖에서 해결했으며, 샤워를 할 때면 이틀에 한 번씩 친구 집으로 갔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집주인은 비교적 젊은 남성이었는데, A가 짐을 정리하러 갈 때마다 집 안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느껴졌다고 했다. A가 항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집주인이면 당연히 들어갈 수 있다"는 큰소리뿐이었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았던 A는 결국 더 이상 따지지 못했다. 필자가 대신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강하게 말했지만, A는 "그냥 계약 끝날 때까지만 조용히 있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 없이 혼자 집을 구하러 다닌 자신을 탓했다.계약 만료 후 다시 집을 알아봐야 했지만, LH임대주택으로 구할 수 있는 집들은 대부분 비슷한 조건이었다. 그러다 필자가 직접 A와 함께 부동산을 찾아갔을 때, 그제야 햇빛이 잘 드는 쓰리룸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청년에게 똑같이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청년이 혼자 집을 보러 다닐 때,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어떤 청년들은 집을 보러 갈 때 일부러 나이 있는 어른에게 "같이 가 달라"고 부탁한다.가족이 없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들가족이 없다는 사실은 보육원 안에서도 느끼지만,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 훨씬 더 선명해진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사적인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형제자매는 몇 명인지, 부모님은 연세가 어떻게 되는지, 가족과의 추억은 무엇인지. 가벼운 스몰토크 속에서도 사람들은 너무 쉽게 가족 이야기를 꺼낸다. 아침에 엄마가 안 깨워줘서 지각할 뻔했다는 이야기,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가면 부모님 전화가 쏟아진다는 이야기, 동생과 싸웠다는 이야기. 이런 대화 속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은 끼어들 틈을 잃는다. 그렇다고 매번 가벼운 관계의 사람들에게까지 "나는 보육원 출신이다"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그렇게 청년들은 일반 가정에서 자란 또래들과 자연스러운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괴리감이 깊어질수록, 외로움은 더욱 짙어진다.외로움이 만드는 틈, 그 틈을 파고드는 범죄주거 불안은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하게 머물 곳이 없는 청년은 관계마저 불안정해진다. 친구 집을 전전하고,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 없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확인하는 과정은 고립을 깊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고립은 외로움이 되고, 외로움은 때로 충동적 소비로, 때로는 충동적인 인간관계로 이어진다. 바로 그 틈을 파고들며 가스라이팅과 그루밍 범죄가 발생한다.자립 초기의 청년들은 정서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기에 놓여 있고, 동시에 일정 수준의 금전이 손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이들을 노리는 범죄는 생각보다 훨씬 많고 집요하다.충격적인 그루밍 범죄 사례보육원을 퇴소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가운데, WAVVE 제작 범죄 다큐 〈악인취재기〉 시즌 1, 3화 '키다리 목사의 두 얼굴'에 소개된 사례는 충격적이었다. 2020년 공영방송에 소개되며 알려졌고, 유명인들의 후원을 발판 삼아 몸집을 키운 그 단체를 필자가 처음 접한 것은 2021년이었다.당시 갈 곳이 없던 청년 B가 머물 곳을 찾다가 그 단체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청년들은 멘토들과 한집에서 생활했고, 멘토들을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 멘토들은 필자에게도 과할 만큼 친절했다. 어딘가 찜찜한 기분은 있었지만, B와 또래인 청년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B는 멘토들에게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그 시스템 자체를 무척 좋아했다. 단체 대표의 그럴듯한 언변 또한 B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B는 그 단체에 들어간 뒤에도 한동안 필자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끊겼다. 마지막 연락은 우리 단체에 금전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때 필자가 "기초수급비도 나오고 있고, 단체에서 운영하는 공장에서도 일하고 있는데 왜 돈이 필요하냐?"라고 묻자, B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B가 필자와 개인적으로 연락하지 못하도록 단체에서 지속해서 통제했고, B 앞으로 나오는 기초수급비는 모두 단체가 관리하고 있었으며, 단체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한 대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B를 비롯해 청년들을 앞세워 모금된 거액의 후원금 역시 청년들에게 돌아가지 않았을뿐더러, 단체 운영비로도, 간·직접비로도 쓰이지 않고 대표의 개인 재산 늘리기와 소위 엄마&아빠라고 불리었던 멘토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B 외에도 다른 청년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그 단체 대표가 한 청년에게 보낸 문자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문장은 이것이었다."너와 내가 한 것은 거룩한 타락이다." 종교적 권위를 빌려 폭력을 신성한 것으로 포장한 이 한 문장은, 그루밍이 어떻게 피해자의 판단력 자체를 무너뜨리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국 그 대표는 특수폭행, 성폭력처벌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 오랜 시간 그 대표의 그루밍 범죄에 휘말렸던 몇몇 청년들은 그의 이름과 얼굴을 자기 몸에 타투로 새겨 넣기까지 했다.거짓은 결국 진실과 정의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구속 후에도 꽤 오랜 시간 여전히 그 대표를 기다리고 있던 청년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자립 준비 청년들이 느끼는 외로움이 얼마나 깊고 절망적인지를 보여준다.우리가 고민해야 할 진짜 질문혼자라는 두려움은 단순히 외로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두려움은 집을 구하는 순간에도,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그리고 누군가의 달콤한 말과 관심 앞에서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지붕이 있는 공간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함부로 이용하지 않고, 끝까지 곁을 지켜 줄 수 있는 안전한 관계다. 제도가 아무리 잘 설계되어도, 집 앞까지 함께 가 줄 한 사람이 없다면 그 제도는 작동하지 않는다. 청년 A 곁에 누군가가 함께 부동산에 갔을 때 비로소 괜찮은 집이 나왔듯이, 청년 B에게 통제가 아닌 진짜 관계가 있었다면 그 단체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결국 자립은 혼자 해내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4-13 10:38:05 노주현 칼럼리스트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3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 자립전담요원 제도의 한계
    데일리기획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3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 자립전담요원 제도의 한계

    - 한국고아사랑협회 노주현 대표
    1. 금전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현실 2022년 6월 13일 OECD는 Assisting Care Leavers: Time for Action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보호종료 청년 지원을 단지 현금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사후관리·멘토링·전환계획·관계의 지속성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과제로 본다.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자립수당, 자립정착금, 디딤씨앗통장 매칭 확대 등 현금성 지원을 빠르게 넓혀 왔다. 그러나 제도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자립이 되는 것은 아니며, 돈이 있다고 해서 삶의 방향까지 자동으로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 돈을 언제, 어떻게,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지 함께 점검해 줄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자립은 지급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과 조율, 위기 개입, 관계 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2. 자립전담요원의 현실 : 과중한 업무자립전담요원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주거, 취업, 교육, 심리적 어려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회적 멘토다. 가족의 경제적, 정서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청년들이 사회적 고립이나 경제적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핵심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에는 시설 안의 자립지원전담요원이 있고, 별도로 시·도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전담인력이 있다. 전자는 보호 중인 아동의 자립준비를 돕고, 후자는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후관리와 사례관리를 담당한다. 2021년 이전에는 자립전담요원 1인당 담당 아동이 가정위탁 304명, 공동생활가정 645명에 달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자립전담요원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2024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담인력 230명이 자립준비청년 약 1만 명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행 제도는 자립전담요원 1명이 15세 이상 담당 아동 100명을 초과할 때마다 1명을 추가 배치하는 구조로, 이는 자립전담요원 1명이 최대 99명까지 맡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루에 한 명씩 통화한다고 가정해도 처음 통화했던 청년과 다시 연락하기까지 석 달하고도 아흐레(99일)가 걸린다. 여기에 행정업무까지 더해지는 현실이다. 또한 단기 사업비나 위탁계약구조로 인해 고용불안 요소가 있으며, 지역 간 격차가 워낙 커서 농어촌처럼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자립전담요원 제도는 확충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쓰기 어려운 구조임은 분명하다.3. 자립전담요원의 현실 : 느슨한 관계의 밀도성 한국 제도는 보호종료 후 5년간 지원을 전제로 한다. 사업안내에 따르면 보호종료 1년차에는 3개월 이내 최초 사후관리, 이후 반기별 1회 이상, 그 뒤에는 연 1~2회 정기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제도상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지원기간이 길다는 것과 한 사람이 끝까지 책임 있게 연결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로 연구와 정책자료에서는 연락두절 문제와 사례 적체가 계속 지적되어 왔고, 2021년 기준으로는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 가운데 20.2%가 연락두절 상태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지원기간의 부재가 아니라, 관계의 밀도와 지속성의 부족에 가깝다.4. 민간 멘토링의 한계와 전문성의 중요성바로 이 지점에서 민간 멘토링의 역할이 등장한다. 필자의 단체인 한국고아사랑협회처럼, 행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민간이 멘토링을 시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좋은 어른 한 명'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오래 가는 관계, 그리고 필요할 때는 전문서비스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안전한 구조다. OECD 역시 멘토링은 전문적 지원을 보완할 수는 있어도 대체할 수는 없으며, 짧게 끝나는 관계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멘토링이 3개월 이내에 종료될 경우 자기존중감과 학업 효능감이 떨어질 수 있고, 1년보다 짧은 관계는 긍정 효과가 거의 없을 수 있다는 연구도 함께 소개한다. 이 점에서 단기 멘토링, 보여주기식 멘토링, 시혜적 멘토링은 청년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위험이 있다.5. 해외 사례 : 사전 준비와 전담자 중심의 구조아일랜드의 Tusla(아동가족청)는 16~21세의 보호종료 청년에 대해 aftercare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훈련 중이면 23세까지 지원을 연장한다. 이 제도의 핵심은 16~17세에 욕구평가(Needs Assessment)를 실시하고, 18세 6개월 전부터 Aftercare Plan을 수립하며, 이후에는 Aftercare worker가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Aftercare worker의 역할에는 주거, 재정, 교육·훈련·취업 연계, 옹호, 정서적 지원이 포함되며, 16세부터 사회복지사와 함께 전환을 준비하고 18세 이후에는 aftercare worker가 주도한다. 한국처럼 "사후관리 대상"이라는 범주만 두는 것이 아니라, 개별 담당자와 계획 문서가 비교적 분명하게 붙는 구조다.아일랜드는 주거 연계도 제도적으로 더 강하게 묶어 놓았다. 2025년 개정 프로토콜을 보면, eligible한 청년이 16세가 되면 배정된 사회복지사가 Aftercare Manager에게 조기 의뢰하고, 필요하면 Local Aftercare Interagency Steering Committee가 주거 문제를 함께 다룬다. 주거가 불안정해져도 사례를 계속 active(활성화) 상태로 두고, 통상 20세까지, 전일제 교육·훈련 중이면 22세까지 주거지원 협의를 이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주거를 사후관리의 부속사항이 아니라 핵심 의제로 구조화했다는 점이 큰 차이다.잉글랜드의 경우는 청년의 법적 상태를 나눠서 지원 강도를 달리하는 구조다. 16~17세이면서 아직 보호 중이면 eligible child, 16~17세인데 보호를 떠났으면 relevant child, 18~24세가 되면 보통 former relevant child로 분류된다. 또 보호 기간이 짧았던 경우에는 person qualifying for advice and assistance라는 별도 범주가 있어, 지원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 있다.이 제도의 중심 인물은 PA(Personal Adviser)다. PA는 단순 상담자가 아니라, 법과 지침상 실질 조정자에 가깝다. 공식 지침은 PA의 기능을 실질적 조언과 지원 제공, Pathway Plan 작성과 평가 참여, 계획 검토 참여, 서비스 조정, 청년의 진척과 안부 파악, 연락 및 서비스 기록 유지로 규정한다. 실제로는 독립생활 기술, 돈 관리, 복지급여 신청, 주거 선택, 취업 유지, 건강·정신건강 서비스 연결, 여가·지역사회 활동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한국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PA가 "누군지"가 명확하고, 만나는 빈도도 꽤 구체적이라는 점이다.잉글랜드 청년은 보통 15~17세 사이에 PA를 만나기 시작하고, 사회복지사가 보호종료 전에 반드시 PA를 소개해야 한다. PA와 청년 간의 관계 밀도를 높이는 장치가 눈에 띈다. 최소 2개월에 1번 PA가 만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더 구체적으로 새 주거지로 옮기면 7일 이내 방문, 그 뒤 28일 시점 재방문, 이후에는 2개월을 넘기지 않는 간격으로 방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이 최소 기준일 뿐이며, 문제가 생기면 더 자주 만나야 한다. 잉글랜드는 "연락을 유지한다" 수준이 아니라, 정기적 대면 접촉을 제도 의무로 걸어 둔 구조다.정리하면, 아일랜드는 사전 준비와 주거를, 잉글랜드는 전담자 지정과 접촉 빈도를 제도의 뼈대로 삼았다. 두 나라 모두 한국보다 지원 기간 자체는 짧을 수 있지만, "누가 책임지고 어떤 리듬으로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가 제도 속에 훨씬 촘촘하게 박혀 있다. 한국은 사후관리 기간이 5년으로 더 길지만, 실무에서 청년 1명에게 "누가 끝까지 붙어 있느냐"가 여전히 약한 편이다.6. 누가, 언제까지, 어떻게 곁에 있을 것인가결국 자립전담인력과의 느슨한 관계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돈은 지급될 수 있지만, 위기 신호는 놓치기 쉽고, 문제는 늦게 발견되며, 청년은 다시 혼자가 된다. 그래서 우리가 끝내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누가, 언제까지, 얼마나 자주, 어떤 책임을 지고 이 청년 곁에 있을 것인가. 자립준비청년 지원은 현금지급의 확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돈이 삶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과 관계, 그리고 책임 있는 사례관리 구조가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자립은 시작된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4-06 10:11:20 노주현 칼럼리스트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 먼저 퇴소한 청년들이 여전히 가난한 현실적 이유
    데일리기획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 먼저 퇴소한 청년들이 여전히 가난한 현실적 이유

    - 한국고아사랑협회 노주현 대표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제도는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강화됐다. 보호 종료는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고, 주거지원도 확대됐으며, 국가장학금 기준도 완화됐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본다면 분명 이전보다 나아진 것이 맞고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 사실이 다른 현실을 드러낸다. 지금의 제도 개선은 너무 늦게 왔고, 먼저 퇴소한 청년들에게는 소급되지 않았다.자립 준비 청년 정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현재의 제도만 본다. 하지만 정말 봐야 할 것은, 제도가 강화되기 전에 이미 사회로 나온 청년들이다. 같은 30세 미만 청년이라도 누구는 제도가 마련된 뒤 출발했고, 누구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사회에 던져졌다. 한두 살 차이, 불과 1~2년의 차이가 삶의 출발선을 갈라놓은 것이다.현금성 지원부터 그랬다. 지금은 자립정착금 규모가 과거보다 커졌지만, 코로나 시기까지만 해도 많은 청년은 500만 원 안팎의 자립정착금으로 사회에 나와야 했다. 그마저도 지역마다 금액이 달랐다. 서울, 인천, 대전 등 지자체마다 지급액이 달랐고, 지급 시기 역시 제각각이었다. 어떤 청년은 퇴소 직후 지원받지 못한 채 몇 달을 버텨야 했다.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설을 나왔지만, 정착금은 5월, 6월, 8월에야 지급되는 식이었다. 퇴소와 지원 사이의 공백은 행정의 시간이었지만, 청년들에게는 생존의 시간이었다.문제는 이것이 단지 불편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퇴소 직후 손에 쥔 500만 원은 어떤 청년에게는 보증금이었고, 월세였고, 침구였고, 냉장고였고, 당장 한 달을 버틸 생활비였다. 지금처럼 자립 준비 청년이 사회적 의제로 부각되기 전에는 민간의 지원도 많지 않았다. 먼저 퇴소한 청년들은 말 그대로 가진 것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과거 공익광고 문구였던 “열여덟 어른”, “보육원 퇴소하면 500만 원을 손에 쥐고…”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 삶에 가까운 표현이었다.주거환경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LH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과 주거지원 확대가 어느 정도 제도화되어 있지만, 먼저 퇴소한 청년들에게 집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자립정착금이 늦게 지급되면 선배 집에 얹혀 지내거나 고시원 같은 임시거처를 전전해야 한다. 설령 퇴소 직후 돈을 받았다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에서 500만 원으로 방을 구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마련하는 일은, 출발이 아니라 버티기의 시작에 가깝다.교육의 문턱도 높다. 많은 사람은 자립 준비 청년에게 왜 아르바이트하면서도 대학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느냐고 묻는다. 본인이나 자기 자녀도 아르바이트하며 학교를 다녔다는 이유에서. 그러나 자립 준비 청년의 아르바이트는 용돈벌이가 아니라 생존 노동이다. 월세와 공과금, 식비, 교통비, 학교생활에 필요한 각종 비용까지 모두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친구들과 밥 한 끼 먹는 일, 엠티를 가는 일, 계절에 맞는 옷을 사는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대학 생활이지만, 자립 준비 청년에게는 버거운 지출이다.국가장학금도 지금과 같지 않다. 자립 준비 청년에게 국가장학금 성적 기준이 폐지된 것은 2023년부터다. 그전까지는 성적을 유지해야 했고, 학업을 이어가는 동안 생활비는 결국 노동으로 메워야 했다. 생계급여 역시 소득이 잡히면 줄어들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벌지 않으면 살기 어렵고, 벌면 또 급여가 깎이는 모순 속에 놓이기가 쉽다.실제 현장에서는 장학금이나 외부 지원금이 행정상 소득으로 반영되어 갈등이 생기는 일도 있다. 제도는 있지만, 청년들의 현실은 그 제도를 온전히 활용할 수 없는 구조다. 19년도 있었던 토론회 자료에서는 대학 진학 경험자가 37.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연구자료에서도 2017년도 대학 진학률이 13.7%에 그쳤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생활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학업 지속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을 먼저 경험한 청년들은 대학보다 취업을 우선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취업의 질 역시 높지 않았다. 서비스직, 단기직, 저임금 노동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았고,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지출하고 나면 자산을 형성할 여력은 거의 남지 않았다. 대학에 진학한 청년들 역시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결국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제대로 된 학력도, 안정적인 경력도, 자산도 갖추지 못한 채 20대를 통과한 이들이 이제 서른을 맞이하고 있다.그래서 지금 서른 안팎의 자립 준비 청년 중 상당수가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도 자연스러운 결과에 가깝다. 이들은 게을러서 가난한 것이 아니다. 나약해서 뒤처진 것도 아니다. 지원이 강화되기 전에 먼저 사회로 나와, 가장 취약한 조건 속에서 버텨야 했던 세대이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일했고, 일하느라 배우지 못했고, 주거를 지키느라 자산을 만들지 못했었다. 지금의 경제적 격차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제도의 시차가 만들어낸 결과다.자립 준비 청년 정책을 평가할 때 이제는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제도가 얼마나 좋아졌는가만을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 제도가 없던 시절을 통과한 청년들을 지금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먼저 퇴소한 청년들이 가장 큰 비용을 치렀다면, 이제 정책은 그 시간의 손실을 메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립 준비 청년 지원은 앞으로도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늦게 도착한 소식으로 남게 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3-30 09:53:14 노주현 칼럼리스트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 준비 청년들이 직면한 사회적 현실 ... 지속적인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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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 준비 청년들이 직면한 사회적 현실 ... 지속적인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

    - 한국고아사랑협회 노주현 대표
    자립 준비 청년이란 아동양육시설(보육원),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가정위탁(친인척 및 조부 조모 위탁 포함)에서 성장한 청소년이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자립을 위해 홀로 나서는 청년들을 말한다. 필자가 주로 만나는 청년들은 아동양육시설(보육원)과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퇴소한 청년들로, 앞으로의 칼럼 역시 보육원과 그룹홈을 퇴소한 사람들을 위주로 작성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은 6·25전쟁 이후 전쟁고아와 빈곤아동이 급증하면서 보육원 중심의 아동보호가 빠르게 확대되었다. 보육원은 집단 아동양육시설로 시대별로 다르긴 하겠지만 부모의 이혼, 미혼 부모, 경제적 이유가 주요 입소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호대 상아동 발생 원인 가운데 “학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에 따라 보육원에서 입소하는 가장 큰 원인이 “학대”이다. 보육원에 입소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가지 이유가 아닐 것이다. 청년들의 이야기도 현장에서도 친생부모의 이혼·재혼·한 부모 경험과 함께 학대·방임, 알코올 문제, 장애, 극심한 생활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보육원에 입소하는 배경은 “부모의 부재”가 아닌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울타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동이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경우 UN 아동 권리협약 20조에 따르면 “가정환경을 상실한 아동에게 국가의 특별한 보호와 대안 양육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취지는 시설 보호보다 가정 또는 가족과 유사한 환경의 보호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데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보호 대상 아동이 발생하는 경우 약 60%가 아동양육시설로 입소하는 것이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감소함에 따라 보육원 아동도 감소했지만 보호 아동 발생 시 보육원에 입소하는 비율이 60%가 몇 년 동안 바뀌지 않는 비율이라는 것이 놀랍다. 보육원에서는 만 18세 이후에는 퇴소를 진행한다. 물론 자기 의사에 따라 퇴소를 최대 24세까지 미룰 수 있다. (22년 6월부터 시행) 보육원을 퇴소하면 “자립 준비 청년”이라는 행정 명칭 아래 다양한 금전적 지원이 시작된다. 22년도에는 월 30만 원이었던 자립 수당이 현재 26년도에는 월 50만 원으로 상향되었으며, 자립정착금은 각 지자체별로 상이하였으나 국가에서는 지자체가 1,000만 원 이상 지급하길 권고하고 있고 디딤씨앗통장 등을 더하면 일부는 자립정착금과 자산 형성 지원 등을 통해 비교적 큰 목돈을 손에 쥔 채 보호 종료를 맞기도 한다. 여기에 심리 상담은 총 8회, 의료급여 2종, LH 공공임대 우선 공급, 대학 특례, 국가장학금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리고 국가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단체에서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2022년 6월 13일에 OECD에서 발표한 “Assisting Care Leavers - TIME FOR ACTION”(보호 종료 청년, 이제는 행동으로 나설 때) 기준으로 봤을 때는 한국은 ‘생활비 + 종잣돈 + 자산 형성 + 복지제도 연계’까지 포함된 비교적 강한 금전 지원패키지를 갖춘 편에 속한다. 하지만 대부분 금전 지원이 특정 시기에만 몰려 있다 보니 이러한 금액의 관리와 사용에 대한 실질적 교육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여, 자립 초기부터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자립지원 패키지는 인터넷으로 조금만 검색해도 금방 알 수 있다 보니 상황을 잘 모르는 이들은 필자에게 “보육원 애들은 나라에서 다 해주는데 왜 자꾸 도와주는지, 왜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관해 묻는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듯이 제도에 속하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고, 제도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금전을 갈취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민간단체들이 지속해서 활동하며 청년들의 진정한 자립을 돕고 있다. 이번 칼럼을 통해 필자는 현장에서 느끼고 보았던 자립 준비 청년들의 실사례들을 공유하고 그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단단하게 뿌리 내리는 방법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같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청년들의 사회진출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게 자립 준비에 대한 관심과 응원할 시간들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3-23 10:49:54 노주현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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