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
  데일리환경
닫기
  • 정치
    • 청와대
    • 국회/정당
    • 북한
    • 행정
    • 국방/외교
    • 정치 일반
  • 경제
    • 금융
    • 증권
    • 산업/재계
    • 중기/벤처
    • 부동산
  • 사회
    • 사건사고
    • 교육
    • 노동
    • 언론
    • 환경
    • 인권/복지
    • 식품/의료
    • 지역
    • 인물
    • 사회 일반
  • 문화/생활
    • 건강정보
    • 자동차/시승기
    • 도로/교통
    • 여행/레저
    • 음식/맛집
    • 패션/뷰티
    • 공연/전시
    • 책
    • 종교
    • 날씨
    • 생활문화 일반
  • IT/과학
    • 모바일
    • 인터넷/SNS
    • 컴퓨터
    • 게임/리뷰
    • 과학 일반
  • 지구환경
  • PHOTO
  • 지면보기

사회

인권/복지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10편, '편견' ... 노력이 의심으로 번역되는 자리
    사회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10편, '편견' ... 노력이 의심으로 번역되는 자리

    편견은 충분히 알기 전에 이미 판단해 버리는 마음의 습관이다. 한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보기보다, 그가 속해 있다고 여겨지는 집단·성별·나이·직업·출신·외모·지역·종교·학력 같은 표지로 먼저 재단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어떤 집단에 대한 단순한 믿음이 고정관념이라면, 그 고정관념에 감정적인 태도가 얹어진 것이 편견이다. 예를 들어 "저런 사람들은 대체로 이렇게 할 거야"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이라면, "그래서 나는 저 사람들이 불편해"라는 마음이 편견이다. 그리고 그 편견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 차별이 된다. 필자에게 편견이 불러온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2017년 강서구 장애인 학교 설립을 둘러싼 풍경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주민설명회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했던 그 모습은, 지금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주 오마주되고 있다. 당시 반대의 명분 안에는 "특수학교가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섞여 있었다. 강서구 사건만큼 큰 이슈를 끌지는 못했지만, 2018년 안양에서도 보육원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보육원 예정지 인근에는 "주민 허락 없는 보육원 공사, 안양시는 인허가를 취소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주민들은 절차와 협의 부족을 문제 삼았지만, 그 현수막이 보여 준 것은 결국 보육원이 환영받는 이웃이 아니라 '들어와서는 안 되는 시설'로 취급될 수 있다는 현실이었다.보육원아동들이 한번쯤은 겪었던 편견들 지난주에는 대중문화가 만들어 내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했다. 보육원 아동에게는 흔히 불쌍함, 배우지 못함, 도둑, 범죄 같은 편견이 따라붙는다. 지금의 이십 대 중반, 소위 밀레니얼 세대까지 학교에서 가장 자주 겪었던 편견은 단연 '도둑질'에 관한 것이다. 학교에서 물건이 분실되면 보육원 아동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장 먼저 조사를 받았다. 그 윗세대 청년들 중에는 저학년 때 속옷까지 벗긴 채 조사를 받았다는 증언도 있다. 대부분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12년 내내 이어지는 일이다.2001년생인 A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보육원에 입소했다. 입소하면서 보육원 근처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전학을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급에서 MP3 분실 사건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교무실로 불려간 사람은 A였다. 마침 A 역시 분실된 것과 같은 색, 같은 기종의 MP3를 가지고 있었다(당시 초등학교 고학년 사이에서는 그 모델이 유행이었다). 선생님은 다소 고가의 장비인 MP3를, 그것도 분실된 것과 같은 기종·같은 색으로 가지고 있는 보육원 아동 A가 범인이라고 단정 지었다. A가 아니라고 거듭 부인하자 손바닥에 회초리가 떨어졌다. A는 누군가의 물건을 단 한 번도 훔쳐 본 적이 없었기에 억울함에 몸부림쳤지만, 그보다 더 슬펐던 것은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이 보육원에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은 일이었다. 일반 가정에서라면 겪지 않았을 일을 보육원 아동이라는 이유로 겪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MP3는 학교 쓰레기장에서 발견되었고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은 툭하면 반복되었다. 요즘 아동들은 이런 일을 대놓고 겪지는 않지만, 가끔 보육원 사무실로 물건을 잃어버린 학생의 부모가 전화해 "혹시 우리 아이 물건을 보육원 아동이 가져가지 않았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은 여전히 있다.삼십 대 초반의 B는 중학교 1학년 때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오던 대학생 덕분에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그 결과 중학교 2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담임선생님이 B가 부정행위를 했을 거라고 단정한 것이다. 별도의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학교 선생님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보육원에 전화를 걸었고, 보육원 선생님과 학교 선생님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B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적이 오른 자신이 당연히 칭찬받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것은 의심이었다. 다행히 보육원 선생님들이 끝까지 자신을 믿어 주었기에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고등학생이 된 B는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그런데 당시 힘도, 돈도 없던 B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견디다 못해 학교 측에 정식으로 제보했지만, B에게 더 힘들었던 것은 학폭 자체가 아니라 제보 이후의 시간이었다. 당시 보육원에서는 공부 잘하는 B를 위해 별도로 학원을 보내 주었고, 유명 대학에 재학 중인 남자 대학생이 봉사활동으로 과외를 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들이 이 사실을 문제 삼았다. 그 남자 대학생에게 성(性)을 제공하는 대가로 과외를 받는다는 소문, 보육원이 불법으로 학원을 보낸다는 이상한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실제로 과외받던 날 가해자 부모가 들이닥치듯 찾아와 사진을 찍었고, 봉사 과외 선생님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추궁하고 괴롭히는 바람에, 결국 그 과외 봉사활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이렇듯 '보육원 아동은 성적이 낮을 것이다', '보육원 아동은 도둑질을 할 것이다'라는 식의 편견은 80년대생이나 그 이전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인 일이다.여성 청년에게 더 가혹한 편견의 잣대여성 자립준비청년의 경우에는 학력이 높거나 유학을 다녀온 이력이 있으면 또 다른 프레임이 따라붙는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최저시급이 6천 원대였다. 그 시절 등록금이 높은 사립대를 다녔거나 유학을 다녀온 자립준비청년에게는 '뒤에 누군가 있을 것이다', 즉 불법 스폰서가 있을 거라는 의심이 따라붙는 식이다.작년 소위 여초 사이트를 달군 글이 하나 있었다(물론 글의 진위 여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삼십 대 중반의 한 여성이 보육원 출신으로,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유학을 다녀왔다. 그녀는 같은 동문인 한 남성과 사귀게 되었는데, 만남의 시기가 짧아 아직 결혼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해 자신의 출신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성이 결혼을 진지하게 이야기하자, 여성은 자신이 보육원에서 자랐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남성은 "불법 스폰서가 없다면 유학 생활이 가능했겠느냐"며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후원자들의 후원금과 자신의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식비를 줄여 가면서까지 어렵게 공부한 사람이었다. 이 모든 노력을 단번에 폄하해 버린 남성과는 헤어졌지만, 남성은 동문들 사이에 "그 여자가 불법 스폰서를 받은 것 같다"는 소문까지 퍼뜨리는 찌질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한다.생각보다 이 편견의 벽은 높고 견고하다. 같은 조건의 남성 청년이 어렵게 끝까지 공부해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칭찬이 따라붙지만, 여성 청년에게는 의심의 눈초리가 먼저 따라붙는다. 그래서 적지 않은 여성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신이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는다. 밝히는 순간 노력의 서사가 의심의 서사로 뒤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편견이 남기는 자리편견은 한 사람의 가능성을 시작도 하기 전에 닫아 버린다. 도둑이 아닌데도 가장 먼저 의심받고, 노력해서 얻은 성적조차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며, 어렵게 쌓아 올린 학력 앞에서는 더 무거운 의심이 따라붙는다. 이런 일들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초·중·고 12년, 더 길게는 청년기 전체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출신을 감추는 법부터 익힌다. 감춰야만 비로소 평범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배우기 때문이다.A가 MP3 사건을 통해 깨달은 것은 단순히 자신이 도둑으로 의심받았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보육원에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였다. 편견은 그렇게 한 사람의 자기 인식 안쪽까지 천천히 침식해 들어간다.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큰 사건이 필요하지 않다. 매일 조금씩 의심받는 시간이 쌓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다음 주에는 더 깊은 자리에 박혀 있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유전과 기질, 그리고 핏줄에 관한 편견이다. "결국 그 피가 어디 가겠느냐", "부모를 닮을 수밖에 없다"는 식의 말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따라다니는지, 그 이야기를 이어 가 보려고 한다.
    2026-05-25 14:17:55 노주현 칼럼리스트
  • 광주 텅 빈 스타벅스…'5·18 탱크데이' 후폭풍 현실됐다
    산업/재계

    광주 텅 빈 스타벅스…'5·18 탱크데이' 후폭풍 현실됐다

    유통업계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스벅 사고, 쉽게 회복 힘들 듯" 디지털 불매 움직임 확산…“쉽게 다시 찾기 어렵다” 반응 이어져
    [데일리환경·광주=정민오 기자] '518 탱크데이' 논란으로 대표이사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꺼낸 신세계 그룹의 스타벅스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을 품고 있는 전라 광주 지역에서는 소비자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나는 분위기다.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마케팅 실수를 넘어 "역사적 감수성 문제로 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전국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고객 감소가 체감될 정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온라인상에서도 앱 구독 해지와 불매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광주 지역 스타벅스 매장 분위기는 사실상 '직격탄'에 가깝다는 반응이다. 평소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드라이브스루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지던 스타벅스 광주연제DT점의 경우 논란 이후 차량 대기 줄은 물론 매장 내 워 고객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인근 상권 관계자는 "평소에는 주차장도 꽉차고, 도로까지 차량 줄이 이어지던 곳인데 지금은 사실상 고객이 없는 분위기"라며 "광주 시민들 입장에서는 단순 이벤트 사고가 아니라 역사적 상처를 건드린 문제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 및 수도권은 분위기가 다소 엇갈린다. 학원가와 오피스 밀집 지역 일부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평소 찾기 어려웠던 좌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광주처럼 전면적인 불매 분위기까지는 아니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은 논란을 인지하면서도 일상 소비 패턴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논란 여파는 신세계 계열 전반으로도 번졌다. 다만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의 경우 초반 충격 이후 점차 정상 분위기를 회복하는 모습이라는 게 지역 상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논란 직후 하루 이틀은 유동 인구 감소가 체감됐지만 현재는 대부분 평소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앱 구독 서비스 해지 인증, 사이렌오더 삭제 화면 공유 등 이른바 '디지털 불매'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5·18과 관련된 상처를 건드린 브랜드는 쉽게 다시 찾기 어렵다", "특히 광주 시민들에게는 단순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질 문제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반면 일각에서는 "의도적 조롱으로 단정하고 확대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탱크데이 이벤트 텀블러의 용량이 503ml이었는데 이는 과거 박근혜 전대통령의 수감번호였다던지, 실수에 대한 사과를 한 정용진 회장에 대한 '멸공' 사상 비판 등의 과잉 여론몰이는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광주 지역에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광주 지역 대형 복합쇼핑몰 개발 사업인 '스타필드 광주' 추진중인 만큼, 지역 민심과 브랜드 신뢰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광주는 5·18의 역사적 의미가 남다른 도시인 데다, 신세계 입장에서도 대형 개발 사업 핵심 지역"이라며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사고를 넘어 그룹 차원에서도 상당히 뼈아픈 악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스타벅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몇 년간 과도하게 잦아진 이벤트 운영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벅스 출신 한 관계자는 "원래도 프로모션이 많은 회사였지만 최근 들어 메뉴 수와 행사 빈도가 더 늘어났다"며 "특히 이번에 해임된 손정현 대표 취임 이후에는 시각적 요소나 손대표 취향이 반영된 '폼'이 들어간 신메뉴·이벤트 선호 경향이 강해졌다는 이야기가 내부에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검수보다 속도와 화제성이 앞서면서 사고가 난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많다"고 덧붙였다.유통업계는 이번 사태가 단순 마케팅 실패를 넘어 기업의 역사 인식과 사회적 책임 문제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소비자 신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2026-05-25 13:52:17 정민오
  • 사단법인 한국장애인기업투자협회, 조선대학교와 함께 ‘장애인 창업 및 투자 활성화 포럼’ 개최
    사회

    사단법인 한국장애인기업투자협회, 조선대학교와 함께 ‘장애인 창업 및 투자 활성화 포럼’ 개최

    - 장애인 창업가 육성과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산학 협력의 장 마련
    사단법인 한국장애인기업투자협회(회장 전승원)가 오는 5월 29일, 조선대학교에서 장애인 창업 기업의 역량 강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장애인 기업 투자 및 창업 지원 포럼’을 개최한다.이번 행사는 장애인 창업가들에게 실질적인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하고, 학계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어 장애인 기업 특화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특히 호남 지역의 거점 대학인 조선대학교와 협력하여 지역 내 잠재력 있는 장애인 예비 창업가들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포럼의 주요 프로그램은 ▲장애인 기업 투자 환경의 현주소와 과제 발표 ▲성공적인 창업 사례 공유 ▲투자 전문가와의 1:1 멘토링 세션 등으로 구성된다. 협회는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 기업이 겪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장애인기업활동 촉진법’에 근거한 체계적인 육성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한국장애인기업투자협회는 “장애인 창업가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의지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시장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조선대학교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장애인 과학자 양성, R&D 지원, 글로벌 수출 지원 등 협회의 핵심 사업들을 본격화하여 장애인 기업이 국가 경제의 당당한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한편, 사단법인 한국장애인기업투자협회는 장애인 기업 육성 펀드 조성, 투자 컨설팅, 청년 장애인 창업가 교육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익 법인이다. 협회는 향후 전국 주요 대학 및 지자체와 연계하여 장애인 창업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중기부 창업가 육성 및 사업화 자금 지원창업 패키지참고로, 최근 장애인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맞춤형 지원 정책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와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장애인 예비 창업자와 기업가들을 위해 자금 확보, 멘토링, 인프라를 아우르는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집행에 나섰다.- 예비 창업자 대상 사업화 자금 최대 3,000만 원 지급.- 성장기 지원: 초기 창업 기업 대상 맞춤형 경영 컨설팅 제공.- 기술 혁신: 장애인 IT 및 첨단 기술 스타트업 우선 선발.- 맞춤형 인프라 고도화창업보육실: 전국 센터를 통해 사무 공간 및 공용 장비 무상 지원.- 지역 거점: 수도권 외 지방 거점 센터 확대로 지역 균형 창업 지원.- 발달장애인 지원: 특화사업장 구축을 통한 가족 공동 창업 촉진.📉 - 금융 융자 및 투자 유치 혜택정책자금 우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및 중진공 융자 금리 우대.- 보증 확대: 기술보증기금 및 신용보증기금 보증료율 차감 혜택.- 투자 연계: 장애인 기업 특화 펀드 조성을 통한 VC 투자 매칭.- 판로 개척 및 공공구매 의무화공공기관 의무: 총 구매액의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 제품 구매 의무화.- 온라인 진출: 대형 쇼핑몰 입점 지원 및 라이브 커머스 마케팅 비용 보조.- 해외 수출: 글로벌 전시회 참가비 지원 및 바이어 매칭 서비스 제공등이 있으니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2026-05-25 06:53:07 정진욱
  • “자폐 치료제 희망될까”…한국發 ‘스페라젠’에 해외도 주목, 기대와 신중론 교차
    건강정보

    “자폐 치료제 희망될까”…한국發 ‘스페라젠’에 해외도 주목, 기대와 신중론 교차

    '자폐가족 생존권 부모연대'... 식약처 '스페라젠'의 조속한 허가 심사 촉구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 아스트로젠의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치료제 후보물질 '스페라젠(Speragen·AST-001)'이 해외 학술지와 외신 등을 통해 잇따라 소개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아직 소아 중심 초기 데이터 단계인 만큼 "국내 조기 도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기대와 함께 "효과를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동시에 나온다.현재 자폐스펙트럼장애 분야에서는 공격성·과잉행동 등을 완화하는 보조약물은 존재하지만, 사회성·의사소통 같은 '핵심 증상(core symptoms)' 자체를 개선하는 승인 치료제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스페라젠은 국내외 ASD 업계에서 주목받는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해외 학술지 등에 공개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아스트로젠은 만 2~11세 ASD 아동을 대상으로 AST-001 임상 2상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사회성·의사소통·적응행동 영역에서 일부 유의미한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위약군에 비해 고용량 투여군에서 적응행동 점수가 개선됐고, 임상 중대한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설사 수준이었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인 에 게재됐으며, 연구진은 "ASD 핵심 증상 개선 가능성에 대한 초기 근거(preliminary evidence)"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한적 조건의 임상 결과로, 대규모 글로벌 검증이 끝난 단계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스페라젠의 핵심 성분은 L-세린(L-serine) 기반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해당 물질이 뇌 내 신경전달 균형과 SK 채널 조절 등에 관여해 사회적 상호작용 개선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실제 해외에서도 ASD 핵심 증상 치료제 개발은 반복적으로 난관에 부딪혀 왔다.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메만틴, 부메타나이드 등 다수 후보물질이 초기 기대와 달리 대규모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페라젠 역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온라인 ASD 커뮤니티에서는 "긍정적인 체감이 있었다"는 반응과 함께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예민해졌다"는 경험담도 혼재돼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ASD 치료는 행동치료·언어치료 중심이었고, 약물은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특히 영유아 시기의 '발달 골든타임'을 겨냥한 치료 접근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아스트로젠은 최근 중동·북아프리카(MENA) 16개국 대상 기술이전 계약도 추진하며 상용화 확대에 나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자폐스펙트럼장애는 개인별 편차가 매우 크고 원인도 복합적"이라며 "일부 환자군에서 가능성이 확인되더라도 모든 ASD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국내에서도 혁신 치료제 후보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최근 ASD(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보호자 단체인 '자폐가족 생존권 부모연대'는 충북 오송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기자회견과 시위를 열고 ASD 핵심증상 치료제 ‘스페라젠’의 조속한 허가 심사를 촉구했다.단체 측에 따르면 중증 자폐 증상을 보이던 부모연대 김지연 대표의 아들은 '스페라젠' 임상시험 참여 이후 변화가 나타났다고 전했다.김 씨는 "아들이 스스로 통증 상태를 말로 표현하기 시작하고, 먼저 눈을 맞추고 "엄마 사랑해요"라고 이야기했다"면서, "우리 가족이 경험한 작은 변화와 희망이 다른 자폐 가족들에게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부모연대는 지난 15일 스페라젠의 신속한 허가와 치료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에는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제주 등 전국 각지의 ASD 아동 보호자 225명이 실명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스페라젠은 지난해 6월 식약처에 신약허가신청(NDA)이 접수됐으나, 1년 가까운 기간동안 심사가 진행 중이다.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2026-05-23 07:51:42 정민오
  • 제19회차 나다 성장포럼 ... "보육원 아동과 보육원 퇴소 청년  마주하기" 노주현 한국고아사랑협회 대표 강연
    사회

    제19회차 나다 성장포럼 ... "보육원 아동과 보육원 퇴소 청년  마주하기" 노주현 한국고아사랑협회 대표 강연

    제19회차 나다 성장포럼이 22일(금) 오후 8시, "보육원 아동과 보육원 퇴소 청년 마주하기" 주제로 온라인 Zoom 미팅으로 강연이 열린다.강사는 노주현 한국고아사랑협회 대표이자 공연프로듀서이다. 강연 주제인 "보육원 아동과 보육원 퇴소 청년 마주하기"는 어디든 있을 수 있지만 찾아내기 쉽지 않은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공연 프로듀서를 꿈꾸거나, 자립준비청년들과 재밌게 노는 방법을 고민하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자세한 내용은 한국청소년포럼_나다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2026-05-22 12:07:50 정진욱
  • [현장 포토] 자원 재순환을 통한 지구촌 환경보호와 장애인에게 일자리 제공과 자립을 돕는 굿윌스토어  ... 밀알엑스코점 1주년 'Anniversary' 행사 개최
    사회

    [현장 포토] 자원 재순환을 통한 지구촌 환경보호와 장애인에게 일자리 제공과 자립을 돕는 굿윌스토어 ... 밀알엑스코점 1주년 'Anniversary' 행사 개최

    굿윌스토어 밀알엑스코점은 2025년 7월 대구광역시 북구에 개소한 매장으로, 5.21(목)부터 23(토)까지 1주년 행사 'Anniversary' 를 개최한다.밀알엑스코점은 기존 운영방식에서 조금 더 차별화된 색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현재 운영 중이다.1. 국내 최초의 아울렛형 매장대전 이하 남부 지역의 굿윌스토어 매장에서 발생한 재고 물품을 모아 아울렛 형태로 파격적으로 재판매한다.2. 무게로 사는 착한 쇼핑원하는 상품을 담아 마트에서 과일을 사듯 무게(g) 단위로 계산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쇼핑을 제공한다.3. 초대형 규모전체 약 880평(2,919㎡) 규모의 대형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고객들이 이용하는 매장 면적만 약 140평에 달한다.3. 복합 문화 공간 (굿윌아트센터) 운영 매장 내부에는 장애 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굿윌아트센터'가 함께 운영되어 나눔과 예술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가 있다.4. 장애인 고용매장 내에 발달장애인 근로자가 상주하며 물류, 진열, 고객 응대 등의 업무를 맡아 자립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굿윌스토어는 사회에서 기증한 물품을 판매해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지만, 다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과는 차별화된 '자선이 아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 아래 핵심 사업들을 운영 중이며, 자원 재순환을 통한 지구촌 환경 보호와 판매 수익금은 전액을 장애인 직원의 급여와 고용 유지에 사용을 한다.그리고 물품을 기증한 시민과 기업들에게 감정가 기준의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여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이번 굿윌스토어 밀알엑스코점 'Anniversary' 1주년 행사장을 방문해 필요한 물품들도 저렴하게 구매하고, 지구촌 환경보호는 물론 장애인 일자리 제공과 자립을 돕는 데 함께 한 팔 거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6-05-21 07:26:52 정진욱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9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대중문화가 바라보는 편견'
    사회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9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대중문화가 바라보는 편견'

    대중문화는 어떻게 ‘고아’를 소비하고 있었나? "고아"라는 같은 단어 안에도, 사회마다 새겨진 결은 사뭇 다르다. 서구권에서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아동문학 「올리버 트위스트」, 「빨간 머리 앤」, 「비밀의 화원」을 비롯하여 헐리우드 영화 「Instant Family」, 「Shazam!」, 뮤지컬 「애니」에 이르기까지, 고아 캐릭터는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에서 조명되어 왔다.서구권 작가들에게 고아는 오래전부터 강력한 서사 장치였다. "출신이 미스터리하고, 가족관계로부터 자유로우며, 어떤 존재로도 변할 수 있는 인물" 고아 캐릭터는 자유, 결핍, 모험, 정체성 탐색을 한 인물 안에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었다. 현실의 아동이라기보다, 이야기를 굴리는 도구로 쓰여 온 셈이다.한국의 사정은 정반대였다. 6.25 전쟁을 기점으로 전쟁고아가 급증하면서, 고아라는 존재는 자유의 상징이 아니라 연민과 비극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60~70년대의 대표작 「맨발의 청춘」, 「배신」, 「흑맥」 등에서 고아 출신 남성은 가난, 폭력, 계급의 벽 사이로 떠밀리며 비극적 결말로 끌려간다. 이 시기 한국영화 속 고아는 대체로 전쟁의 피해자, 뒷골목의 청춘, 불쌍한 아이, 혹은 교화의 대상이었다.현대 한국영화의 토대를 닦은 1980년대에 와서도 그 그림자는 크게 옅어지지 않는다. 「내가 버린 여자」, 「들개」,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망령의 곡」 같은 작품 속에서 고아는 '불쌍한 아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비극과 희생·소외·분노를 떠안은 성인 여성의 몸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그 여성들 역시 자기 삶의 주체라기보다 남성, 가족, 가부장제, 전쟁이 남긴 상처를 비추어 보이는 거울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이렇게 연민·희생양·비주체성·폭력·가난의 장치로 굳어진 고아 이미지는, 2000년대를 지나서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평론가들은 이러한 클리셰를 일명 '고아공식' 즉 서사나 갈등을 만들기 위해 고아 설정을 손쉽게 소모해 버리는 방식이라 부른다. 이 공식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출생의 비밀을 다룬 통속극에서부터 누아르 스릴러에 이르기까지, 노골적인 편견 대사나 범죄자·희생양 클리셰로 소비된 2000년대 이후의 주요 작품들은 대략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1. "부모 없이 자라서." 노골적인 언어폭력과 편견이 나온 작품드라마 속 갈등(특히 결혼 반대나 학교 내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정교육"이나 "근본"을 운운하며 상처를 주는 대사들이 단골로 쓰인다. (ex 시크릿가든, 내 딸 금사월, 이태원 클라쓰) 2. "보육원 출신 = 범죄 카르텔" 빌런의 전사(Backstory)로 삼은 작품영화나 드라마에서 빌런 캐릭터에게 서사를 부여할 때, "어릴 적 버림받아 세상에 독기만 남았다"라는 식으로 범죄의 당위성을 고아 설정에서 찾는 경우(ex. 눈물의 여왕,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차이나타운, 악인전, 아무도 모른다, 사랑의 불시착, 열혈사제)3. 범죄의 손쉬운 희생양으로 쓴 작품(ex. 탐정리턴즈, 마더, 아저씨, 청년 경찰, 팬트하우스) 정리하자면, 미디어는 한 인물의 악함이나 처절함을 설명하려 할 때 가장 빠르고 손쉬운 카드로 '고아'를 꺼내 든다. 부모가 없으니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 돌아갈 가정이 없으니 범죄에 쉽게 가담하거나 또한 쉽게 표적이 될 것이라는 도식. 이런 연결은 콘텐츠의 자극성을 끌어올릴지는 몰라도, 현실에서 그 이미지를 그대로 짊어진 채 살아가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새기는 부작용을 낳는다.대중문화가 만든 이미지는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가대중문화의 영향은 "사람을 세뇌한다"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대중문화는 사람들이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에 대해, 가장 먼저 '이미지'를 심어 두는 힘을 가진다. 특히 고아,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청년처럼 일반 대중이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지 못하는 집단일수록, 화면이 만들어낸 이미지의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1. 대중문화는 “현실 인식”을 만든다.미디어 효과 연구 가운데 배양이론(Cultivation Theory)은, 사람들이 TV·영화·드라마 속 묘사를 반복적으로 볼수록 그 묘사를 현실의 모습처럼 받아들이게 된다고 본다. 직접 경험이나 지식이 적은 주제일수록, 미디어가 건네는 이미지가 곧 현실의 자리로 들어선다. 고아가 "불쌍한 아이", "문제아", "범죄자", "상처 많은 사람"으로만 반복적으로 그려진다면, 일반인은 실제 자립준비청년을 마주치기도 전에 이미 그러한 선입견을 장착하게 된다.2. 대중문화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만든다.UNICEF는 미디어와 광고가 아동·청소년의 사회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긍정적이고 다양한 재현은 포용적 사회규범을 만들어 내지만, 차별적 고정관념이 반복되면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진다. 어떤 인물을 끝없이 "가엾은 존재"로만 그려 내면, 대중은 그를 동등한 시민이 아니라 시혜적 대상으로 바라본다. 반대로 그 인물을 주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그릴 때, 그는 비로소 자연스러운 이웃으로 받아들여진다.3. 대중문화는 태도와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2025년에 발표된 한 메타분석 연구는, 오락성과 교육성을 결합한 '엔터테인먼트-교육 콘텐츠'가 건강 관련 지식·태도·행동·자기효능감에 작지만 분명한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통제·무작위통제 연구 39건을 종합한 이 결과는, 대중문화가 사람을 단번에 뒤집어 놓지는 않지만, 좋은 서사를 반복적으로 제공하면 생각과 태도, 그리고 행동까지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4. 그렇다면 지금의 재현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가.UNICEF의 아동 보도 윤리 기준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고정관념적 이미지는 피해야 하며, 아동은 존엄하고 존중받는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한 취약하거나 소외된 집단을 맥락 없이 "취약한 사람들"로만 묘사하면, 그 집단이 본질적으로 약한 사람들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고정관념을 오히려 강화한다고 경고한다. 앞서 살펴본 한국 대중문화 속 '고아공식'의 세 유형은, 정확히 이 경고가 가리키는 위험과 맞닿아 있다.한 장의 클리셰, 한 사람의 낙인대중문화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사람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 그 자체를 만들어 내는 장치이다. 한 집단에 대한 사회적 첫인상은 대체로 화면에서 시작된다. 고아가 계속해서 불쌍하거나, 위험하거나, 결핍된 존재로만 그려진다면, 현실의 자립준비청년 역시 그러한 시선 속에서 발견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고아 출신 인물을 어떻게 그리는가는, 단순한 캐릭터 설정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회의 편견을 새로 빚어내거나, 혹은 천천히 깎아내는 일이다.창작자분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인물의 어두움이나 결핍을 설명할 때, '고아'라는 설정을 더 이상 빠르고 손쉬운 카드로 꺼내지 말아 주시기를. 그 카드는 화면 안에서는 한 장의 클리셰일지 모르지만, 화면 밖에서는 누군가의 현재 정체성에 평생 따라붙는 낙인으로 작동한다. 한 인물의 굴곡을 만들어 내는 길은 충분히 많다. 그중 가장 안이한 길을, 굳이 가장 자주 선택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그리고 화면 앞에 앉으신 수용자분들께도 한 가지 당부를 드리고 싶다. 대중문화가 만들어 낸 고아의 얼굴에 속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화면 속 그 얼굴은 작가의 손에서 빚어진 이미지일 뿐, 현실의 자립준비청년의 얼굴이 아니다. 그들은 화면 속 캐릭터들과 달리,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이웃들이다. 대중문화가 건네준 첫인상에 속지 않는 것 — 그것이 한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마주하기 위한 가장 첫 걸음이다.대중문화 안에 자리 잡은 편견의 이미지들은, 화면 바깥으로 한 발 나오는 순간 더욱 또렷한 모양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학교 안에서, 동네 골목에서, 직장 면접실에서, 그리고 누군가의 집 앞에 내걸린 현수막 한 장에서. 다음 회에서는, 대중문화가 만들어 낸 이 이미지들이 우리의 현실 공간에서 어떻게 꺼내져 쓰이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려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5-18 07:51:38 노주현 칼럼리스트
  • 한국고아사랑협회, 아프기 전에 지킬 수 있는 권리 "여성청년에게 가다실9를 선물해 주세요" 사회 캠페인 개최
    사회

    한국고아사랑협회, 아프기 전에 지킬 수 있는 권리 "여성청년에게 가다실9를 선물해 주세요" 사회 캠페인 개최

    한국고아사랑협회(노주현 대표)에서 보호종료 후 홀로 살아가는 여성청년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예방접종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적 캠페인을 통해 청년들을 돕고 있다.한국고아사랑협회가 여성 청년 건강지원 사업으로 추진 중인 '가다실9'는 여성 자궁경부암 90% 이상을 예방하는 여성 필수 백신으로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관련 질환이 증가하면서, 가장 광범위한 예방 효과를 제공하며 조명받고 있는 예방접종이다.1. 왜 지금, 여성에게 '가다실9'이 필요할까?HPV는 성생활을 하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감염될 수 있는 흔한 바이러스다. 200여 종 이상의 유형 중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지속적으로 감염될 경우 여성은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높은 자궁경부암 예방률 (약 90~96.7%): 가다실9은 기존 4가 백신이 예방하던 6, 11, 16, 18형에 고위험군인 31, 33, 45, 52, 58형을 추가해 총 9가지 유형을 예방한다. 이는 자궁경부암 원인의 약 90% 이상을 차단하는 효과를 의미한다.한국 여성 맞춤형 예방: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많이 발견되는 HPV 52형, 58형에 대한 예방 효과가 포함되어 있어 국내 여성 건강에 더 효과적이다.접종 가능 연령은 9세 이상부터이며, 30~40대여도 늦지 않다. 27~45세 여성 대상 임상시험에서도 높은 예방 효과가 입증되어, 접종 가능 연령이 확대되었다.그리고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다실9은 3회 접종 후 최대 14년 이상 긴 면역 예방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2. 가다실9, 무엇을 예방하나? 가다실9은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생식기 관련 전암 단계 및 다양한 암종 즉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구인두암 등을 예방한다.특히 HPV 6, 11형을 포함하여 곤지름(생식기 사마귀) 약 90%를 예방한다.한국고아사랑협회는 가다실9가 국가예방접종 지원 대상 백신이 아니기에 사회적 후원을 통하여 보호 종료 자립 여성청년들의 가다실9 접종비, 병원 연계, 접종 안내,v필요한 경우 교통, 행정 지원 등에 사용한다.자세한 후원 문의는 한국고아사랑협회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확인이 가능하다.
    2026-05-18 07:49:54 정진욱
  • [정민오의 시선] 한강대교 위, 거미줄이 반가운 생명의전화
    사회

    [정민오의 시선] 한강대교 위, 거미줄이 반가운 생명의전화

    아무도 수화기 들지 않기를 바라며..."괜찮아, 함께 가자"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한강대교를 걷다가 'SOS 생명의전화' 부스를 발견했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이 마지막 순간 수화기를 들 수 있도록, 자살 예방을 위한 대표적 공공 안전장치 중 하나다.전화기 주변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한동안 아무도 손대지 않은 흔적 같았다.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이 전화는 많이 사용될수록 좋은 시설이 아니다.아무도 찾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존재다.하지만 동시에 묘한 생각도 스쳤다. 정말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누군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끝내 저 수화기를 들지 못했던 걸까. 한강은 오래전부터 서울의 대표적인 자살 고위험 지역으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관련 기관들은 교량 곳곳에 SOS 생명의전화, 응급구조 장비, 문구 조명 등을 설치해왔다."괜찮아, 함께 가자" 같은 문장들도 그 일부다.실제로 이런 개입은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극단적 선택은 충동성이 강한 경우가 많아 몇 분의 지연, 누군가의 개입, 단 한 번의 대화가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남는다. 우리는 왜 다리 위에 '마지막 전화'를 설치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생명의전화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 전화기를 들기 전에 이미 누군가와 연결돼 있는 사회 아닐까. 요즘 한국 사회는 유난히 혼자 버티는 사람이 많다. 경제적 불안, 관계 단절, 과도한 경쟁, 고립감은 점점 일상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멀쩡히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아무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채 버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그런 의미에서 거미줄 친 SOS 전화는 묘한 풍경이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기를 바라면서도, 누군가 정말 힘들 때는 반드시 연결돼 있어야 하는 장치. 도시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을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붙잡고 살아가고 있을까.한강대교 위 거미줄은 어쩌면 단순한 방치의 흔적이 아니라,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사회의 작은 소망인지도 모른다.정민오 기자 auto@dailyt.co.kr
    2026-05-17 06:54:12 정민오
  • [기자수첩] 5월 11일 입양의 날, 축하만으로 지나갈 수 없는 이유
    인권/복지

    [기자수첩] 5월 11일 입양의 날, 축하만으로 지나갈 수 없는 이유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5월 11일 ‘입양의 날’은 오래도록 따뜻한 기념일이었다. 가정의 달 5월에 '1명의 아이가 1개의 가정을 만난다'는 의미의 11일, 사랑과 가족의 상징처럼 소개돼 왔다.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최근 서울에서는 해외입양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진실화해위원회 앞에 모였다. 누군가는 잃어버린 가족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왜 나는 서류 속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나"를 물었다. 일부는 해외입양 과정에서의 서류 조작과 강제성, 국가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과거 입양은 대체로 '선의'의 언어로 소비됐다. 가난한 아이를 돕는 일,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일,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해외입양인들이 던지는 질문은 조금 불편하다. 왜 한국은 아이를 해외로 보내는 데 이렇게 익숙했는가. 사실 한국은 수십 년간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입양 국가 중 하나였다. 전쟁고아 시절을 지나 산업화 시대까지 이어진 해외입양은 어느 순간 '복지 시스템'처럼 작동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아이를 지키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회가 감당하지 못한 문제를 해외로 이동시키는 방식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당시 사회는 미혼모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혼혈아에 대한 차별은 노골적이었다. 장애아 양육 지원 역시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결국 입양은 개인의 선택 이전에 사회 구조의 결과였다.더 아이러니한 건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가족주의'를 강조해왔다는 점이다. 가족을 중시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혈연 기준에서 벗어난 가족은 쉽게 배제했다. 미혼모 가족도, 혼혈가정도, 입양가정도 완전히 포용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해외로 보내진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 잘 살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최근 제기되는 문제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일부 입양기관의 실수나 과거 행정 미비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사회 전체가 아이를 ‘보내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했다는 점이다.실제로 진실화해위원회는 해외입양 과정의 인권침해와 기록 조작 의혹 등을 다시 조사 대상으로 포함했고, 올해 재가동 이후 수백 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흥미로운 건 이제 입양 담론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입양 부모의 이야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입양 '당사자'의 목소리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나는 왜 보내졌는가", "나는 누구였는가", "누가 내 이름을 바꿨는가"이는 단순한 가족 찾기가 아니다. 존재와 기록, 그리고 국가 책임에 대한 질문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입양의 날은 예전처럼 단순히 '감동 캠페인' 만으로 지나가기 어렵다. 아이를 입양 보내는 사회보다, 아이를 원가정 안에서 키울 수 있게 만드는 사회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어쩌면 진짜 선진적인 사회는 입양을 많이 보내는 나라가 아니라, 입양 자체가 마지막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나라일 수 있다.물론 입양의 날은 여전히 따뜻해야 한다. 다만 이제 그 따뜻함은 감동적인 광고 문구만이 아니라, 과거를 직면하려는 용기까지 함께 품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정민오 기자 auto@dailyt.co.kr
    2026-05-11 19:15:37 정민오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8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사랑이라는 전쟁, 나쁜 연인들 3’
    사회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8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사랑이라는 전쟁, 나쁜 연인들 3’

    거절 할 수 있는 용기여러 현장 보고서와 연구는, 보육원에서 오래 자란 청소년들에게 낮은 자아존중감과 높은 의존성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주장과 독립성을 길러 주는 자립준비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오래도록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이 경향을 한 사람의 결함처럼 읽어서는 곤란하다. 어른의 한마디에 자기 자리가 흔들리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어른의 눈치를 먼저 익히는 일은, 어쩌면 가장 본능적인 생존의 기술이었을 테니까. 거절을 모르는 청년의 뒤에는, 거절해도 안전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아이가 서 있다.거절을 잘 못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착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결이 있다. 관계가 깨질까 두려운 마음, 상대의 실망을 견디기 어려운 마음, 자기 욕구보다 타인의 평가를 늘 먼저 두는 습관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특히 거절을 '관계의 단절'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국 자신을 지킬 힘이 약하다는 뜻이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관계 안에서 자기 욕구를 안전하게 표현해 본 경험이 부족하거나, 거절했을 때 관계가 끊어질 수 있다는 불안을 일찍 학습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거절할 수 있는 용기란 버릇없는 태도가 아니라 자기 삶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자립 기술이다. 그러나 사회로 나온 이 청년들에게서 이 용기는, 안타깝게도 한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자기 경계선이 약한 이들은 착취적인 사람에게 쉽게 걸려든다. 최악의 경우 범죄에 이용되어, 인생에서 가장 빛나야 할 이십 대를 송두리째 잃기도 한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남자친구가 '사랑한다'는 말로 꼬여 학생을 성을 착취하는 경우처럼, 범죄에 이용되고 버려지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그렇게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충격은 거대하고 회복탄력성은 낮으니, 몇몇 청년들은 끝내 다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보호 종료 후의 시간은 유난히 길고 또 적막하다. 어제까지 수십 명이 부대끼던 공간에서 빠져나와,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방으로 들어서는 첫 밤. 그 적막을 처음으로 깨뜨려 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우리는 그 손을 너무 쉽게 잡아 버린다. '내 편이 생겼다'는 그 한순간의 안도가, 평생을 흔들 결정을 너무 빨리 내리게 만든다. 다음의 두 이야기는, 그렇게 잡아 버린 손에 관한 기록이다. 여자친구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요! A는 초등학생 때 네 살 터울의 동생과 함께 보육원에 입소했다. 그 순간부터 '동생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을 마음에 새기고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장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공장에 들어갔지만, 일은 생각보다 고되고 돈을 모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던 A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게임을 통해 알게 된 그녀와 사귄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여자친구는 A에게 새로운 제안을 건넸다. 해외에 나가서 함께 돈을 벌자는 것이었다. 큰돈을 벌 수 있고 해외에서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했다. 사귄 지 한 달, 가장 알콩달콩하던 시기였으니 그녀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솟았다. 보육원에 남아 있는 동생이 퇴소하기까지는 아직 3년이 남아 있었으니, 그 사이 돈을 두둑이 모아 동생이 나왔을 때 번듯한 오빠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계산도 들었다. 게다가 몸 쓰는 일도 아닌 사무직이라니, 더할 나위 없었다. 똑똑하고 야무진 여자친구가 서류까지 모두 꼼꼼히 챙겨 주는 모습에 A는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렇게 제안을 수락한 보름 뒤, A는 여자친구와 함께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도착하니 한국인 형들이 많았고, 그들은 A를 살갑게 맞아 주었다. 키가 작고 왜소해서 학창 시절 같은 학교 형들에게 걸핏하면 맞고 다녔던 A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 형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따뜻했다. 그러나 그 회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 처음 2주 정도는 범죄인 줄도 몰랐다고 한다. 평범한 회사로만 알았다가 범죄 조직임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여권이 모두 빼앗긴 뒤였다. 일은 괴로웠지만, A는 자기 자신보다 여자친구가 더 걱정이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여자친구도 그 조직의 일원이었고, 이런 방식으로 이십 대 초반의 남자를 꼬여 범죄에 이용하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다는 사실을.그 사이 한국에 남은 동생은 난리가 났다. 자주 통화하던 오빠가 중국에서 돈을 벌어 온다더니 어느 날 연락이 뚝 끊겨 버린 것이다. 답답한 시간이 1년이 흐르고, 동생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오빠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동생은 먼저 안도부터 했다. 오빠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러나 곧 오빠를 그곳에서 빼내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동생은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고3 2학기가 되자마자 취직했고, 직장 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동생이 스무 살이 되던 해 11월, 동생은 범죄 조직에 거금 1천 5백만 원을 건네고서야 오빠를 데려올 수 있었다.A는 처음 그곳에 들어갔을 때보다 몸무게가 8kg 이상 빠진, 말 그대로 앙상한 뼈만 남은 채 한국에 돌아왔다. 다행히 초범이고 속아서 범죄에 이용된 점이 참작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A가 고백한 말이 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어렴풋이 '이건 불법적인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자친구에게 가기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면 여자친구가 자기만 두고 떠나 버릴까 봐, 그게 그때는 너무나 무서웠다고. 그리고 그날 가기 싫다고 말하지 못한 자신을, A는 지금까지도 원망하고 있다.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어요그렇다. 사랑이라는 이름은 위대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준다. 하지만 살다 보면 "사랑한다"는 말이 얼마나 하찮고 또 얼마나 무력한지, 뼈저리게 체감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B는 고등학생 때 보육원을 나왔다. 잔소리하는 생활지도원 선생님도 싫었고, 공부에도 별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보육원을 뛰쳐나온 B는 같이 가출한 친구들과 자신이 어떻게 다른지를 거리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거리에서의 삶이 생각보다 고단했던 친구들은 하나둘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고, 마지막에 남은 건 자기 자신뿐이었다. 외로움과 고독감이 머리끝까지 차오를 무렵, 마침 헌팅포차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거기서 만난 남자들과의 짧은 연애는 외로움의 빈자리를 그럭저럭 메워 주었다.그러던 중 자주 가는 헌팅포차에서 서빙을 하던 알바생과 사귀게 되었다. 외모도 말솜씨도 어디 하나 빠질 데 없는 그 남자에게 B는 흠뻑 빠졌다. 당시 B는 이력서만 보고 학력은 따로 검증하지 않는 단순 서비스직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일은 고됐지만 혼자 살기에는 나쁘지 않은 월급이 나왔다. 사귄 직후부터 남자친구는 B의 집에 자주 머물렀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는 거의 살다시피 했다. 신혼 같던 두 사람 사이에 첫 균열이 간 것은 두 달이 못 되었을 때였다. 남자친구가 주기적으로 마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B는 그 사실을 알고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가 그를 고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헌신이 시작되었다. 마약을 끊겠다고 약속한 남자친구는 다니던 헌팅포차도 그만두었고, 생활비는 오롯이 B의 몫이 되었다. B는 낮에는 직장에서, 밤에는 서빙 알바로 두 사람 몫의 생활을 떠받치며 그의 재활을 도왔다. 그러다 사귄 지 석 달이 조금 넘었을 때, 남자친구가 체포되었다. 죄명은 단순 투약이 아니라 유통이었다. 그래도 B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수감된 동안 영치금을 보내고 일주일에 한 번씩 면회를 갔다. 출소하면 곧바로 결혼하기로 약속도 했다. 그렇게 B의 헌신은 끝이 보이는 듯했다.남자친구가 출소했다. 당장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그는 한 달쯤 집에서 지내다 다시 헌팅포차 알바를 시작했다. 둘이 함께 살면서 그는 가끔 B에게 작은 심부름을 부탁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에 B는 흔쾌히 들어주었고, 두 사람은 다시 신혼처럼 지냈다. 그가 출소한 지 6개월쯤 흐른 어느 날, 이번에는 B가 마약 유통 혐의로 체포되었다. 남자친구가 부탁했던 그 심부름이, 마약을 전달하는 일이었던 것이다.다행히 B는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유통 역시 마약인 줄 인지하지 못한 점이 참작되어 집행유예를 받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B는 알게 되었다. 남자친구에게는 자기 말고도 다른 여자친구가 셋이나 더 있었다는 사실을. 말 그대로 B는 '넷플릭스'였다. 요금은 B가 내고, 아이디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는. 비유는 가벼웠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사실은 가볍지 않았다.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는 한 사람의 헌신을 여럿이 나눠 쓰는 구조였고, 그 누구도 B의 삶을 책임지지 않았다. 다른 여자친구들 역시 마약 유통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게다가 남자친구의 휴대전화에서는 B를 포함한 여러 여성의 사진이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그 범죄에 함께 엮인 여자친구들이 모두 B처럼 정서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이었다는 점이다.B는 인생에서 집행유예를 받기 전, 구속되어 있던 그 시간이 가장 끔찍했다고 말한다. 구속된 것 자체도 억울했고, 다른 여자친구들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분했다. 혹시 자기 영상이 어딘가에서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 속에서 매일을 견뎌야 했다. 지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때는 무수히 다른 선택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리고 B는 남자친구가 부탁한 그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 이유는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간곡히 부탁하는 남자친구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사랑이라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사랑은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사랑은 분명 아름답다. 누군가의 안부가 내 하루의 무게가 되고, 누군가의 웃음이 내 하루의 빛이 되는 일. 그래서 우리는 사랑 앞에서 조금쯤 어리석어지고, 조금쯤 너그러워지고, 또 조금쯤 용감해진다. 사랑이 사람을 자라게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사랑은 결코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기 여권을 빼앗길 만큼, 자기 이름을 잃을 만큼, 자기 삶을 통째로 저당 잡힐 만큼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려 입은 다른 무엇이다. 진짜 사랑은 상대를 깎아내려 자기 자리를 만들지 않으며, 상대의 두려움을 발판 삼아 무엇을 시키지 않는다. 진짜 사랑은 "거절해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자리에서 시작된다.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랑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다. 자기 욕구를 안전하게 말해 본 경험, 싫다고 말한 뒤에도 관계가 부서지지 않은 경험, 거절했음에도 여전히 사랑받은 경험. 그 작은 경험들이 모여 한 사람의 단단한 경계선이 되고, 그 경계선이 바로 그를 살게 한다.사랑은 위대하다. 그러나 더 위대한 것은, 그 사랑 안에서도 끝내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일과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은, 서로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는 두 개의 이름이다. 부디 우리 청년들이 그 사실을 너무 늦지 않게 알아차리기를. 사랑한다는 말 앞에서 자신을 통째로 내어 주는 대신, 사랑한다는 말 안에서 자신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끝내 가르쳐 주어야 할, 가장 마지막이자 가장 처음인 자립의 기술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전서 13장 4-7절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5-11 13:16:47 노주현 칼럼리스트
  • AI 시대에도 ‘맨몸 수거’...환경미화 시스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노동

    AI 시대에도 ‘맨몸 수거’...환경미화 시스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대형 쓰레기 수거 차량 뒤에 매달린 환경미화원이 좁은 골목 사이를 오간다. 차량이 멈추면 곧바로 차에서 뛰어내려 집집마다 놓인 재활용품과 종량제 봉투를 들어 올리고 다시 차에 돌아와 쓰레기를 싣는다. 그리고 또 다음 구간으로 이동하고 이 과정을 하루에도 수백 번 반복한다.덕분에 우리는 매일 깨끗한 거리를 누리지만 그 뒤에는 환경미화원들의 위험하고 고된 노동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여전히 지나치게 ‘사람의 희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특히 주택가나 오래된 도심 골목에서는 더욱 비효율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대형 청소 차량은 곱은 졸목 진입이 어렵고 언덕길에서는 일부 환경미화원들이 수레를 끌고 아슬아슬하게 쓰레기를 옮긴다. 무거운 봉투를 반복적으로 들고 이동하는 과정은 허리와 관절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이동 중 쓰레기가 바닥에 떨어져 다시 거리 오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안전 문제라는 것이다. 환경미화원들은 차의 뒤에 매달리거나 급하게 승하차를 하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 안에 넓은 구역을 모두 수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업 중 교통사고와 낙상, 근골격계 질환 등 각종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저상형 청소 차량을 도입하며 개선에 나섰지만, 더 근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단순히 차량 형태만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수거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골목형 소형 전기 수거차를 도입하거나 자동 적재 시스템을 확대하거나 거점형 스마트 수거함을 설치하거나 재활용 분리배출을 자동화하거나 AI를 활용해 수거 동선을 최적화 하는 등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좁은 골목에 적합한 소형 차량과 자동화 설비를 활용하면 환경미화원의 반복적인 노동과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또한 기술 도입이 환경미화원의 일자리르 빼앗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동화와 AI는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줄여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시민들 역시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거나 쓰레기를 무단으로 배출하지 않는 등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해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깨끗한 도시를 유지하는 책임은 단지 현장 노동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환경미화원은 도시의 위생과 안전을 지키는 필수 노동자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여전히 사람이 몸으로 버티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기술은 발전하고 도시도 스마트하고 있지만 정작 거리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노동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이제는 얼마나 빨리 치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느냐를 중심에 둔 변화가 필요하다.사진=픽사베이
    2026-05-11 07:33:19 안영준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7편 ...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사랑이라는 전쟁, 나쁜 연인들 2’
    사회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7편 ...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사랑이라는 전쟁, 나쁜 연인들 2’

    우리는 부모를 통해서 무엇을 배우는가?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먼저 새겨지는 글씨는 부모의 손끝에서 그어진다. ‘양육의 방식, 가치관, 생활의 습관’ 그 모든 것이 아이의 살에 깊은 흔적으로 남는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부모를 통해 사랑을 받는 방식을 처음 배운다.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따뜻하게 반응해주면, 아이는 사랑이란 안전한 것이라 익히게 된다. 반대로 방치와 거절, 학대가 반복되면 사랑이란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라 새기게 된다. 또한 아이는 부모가 서로를 대하는 모습을 통해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부부 사이의 존중과 무시, 폭언과 사과, 책임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까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부모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첫 번째 모델이기도 하다. 부부가 동등한 관계인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관계인지를 보고 자란 모습은, 훗날 아이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가족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가장 처음 새겨지는 청사진이 된다.하지만 보육원 아동에게는 부모가 아닌 생활지도원이 있다. 생활지도원은2교대 혹은3교대 근무가 일반적이고 근무환경 또한 녹록지 않아 퇴사율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보육원 아동은‘안정적인 부모의 모델’을 가지지 못한 채 자라게 되며, 이는 훗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고아’들을 쉽게 꼬시는 법을 알려주마작년 어느 날, 우연히 익명 커뮤니티에서 마주친 글의 제목이다. 그날, 진심으로 내 두 눈을 씻어내고 싶었다. 사실 그 글의 본문은 차마 여기에 옮길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었다. 글의 요지는 이러했다. 보육원 출신 아이들은 쉽게 꼬셔진다, 조금만 예쁘다고 치켜세워주면 금세 넘어오고 한없이 헌신적이라는 것이다.그동안 나는 자립준비청년이 만난 나쁜 연인들의 사례를, 어느 연애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일들 중 몇몇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막연히 여겨왔다. 그러나 익명 커뮤니티에 버젓이 올라온 그 글을 마주한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정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자립 초기를 노리는 나쁜 연인들이, 내가 짐작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좋은 남자는 어떤 남자에요?몇 해 전, 어느 보육원 선생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보육원 학생 한 명이 소위‘조건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도무지 자신의 말은 듣지 않으니 부디 와서 그 아이를 말려달라는 부탁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실제로 만난 여학생은 고3이었다. 얌전하고 단정한 인상의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는 상대에 따라 피임 기구를 쓸지 말지를 정했고, 본인 역시 피임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지 않았다. 조건만남에 대해 특별한 죄책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받는 돈조차 너무 적어 도리어 내가 놀랄 정도였다. 내가 그저“조건만남은 나쁜 것”이라고 말한들, 아이가 들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 말이라면 보육원 선생님에게 이미 수없이 들었을 테니까.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그 조건만남 뒤에는 학생이‘남자친구’라 부르는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조건만남을 시키고, 받은 돈의 일부를 학생에게 떼어주는 방식이었다. 학생은 자신이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남자친구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기에, 그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제야 학생의 행동에 드리워져 있던 의문이 비로소 풀렸다. 돈이 절실히 필요한 형편도 아니었고, 학교나 보육원에서 특별히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도 아니었기에, 도대체 왜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아이에게 사랑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며, 그 남자는 좋은 남자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좋은 남자를 만나 진짜 사랑을 하라며, 한참을 이야기했다.학생은 눈을 반짝이며 한참을 듣더니, 이내 내게 이렇게 물었다.“그런데 선생님 좋은 남자는 어떤 남자에요?” 그 물음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빠졌다. 그렇다. 예컨대 부모가 매일 도박과 술에 빠져 집안이 늘 어수선했던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무의식 중에‘저런 사람과는 절대 만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새긴다. 그렇게 우리는 자라면서 나쁜 배우자, 혹은 나쁜 연인의 기준을 자기도 모르게 세워간다. 그러나 보육원에서 자라다 보면 모델 자체가 없기 때문에, 좋은 배우자에 대한 기준 또한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불안정한 애착관계는,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주는 사람을 곧 좋은 연인이라 믿게 만든다.물론 내가 만난 그 학생의 사례는 다소 극단적이긴 하다. 그러나“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에 한 청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나는 그날 처음으로 똑똑히 목도했다. 다행히 그 학생은 가까스로 그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끊어내고 보육원을 무사히 퇴소했지만, 그 이후의 삶은 지금도 안개 속처럼 모호하다. 나 사랑하면서 이것도 못 해줘? 사랑하는 사이에서 부탁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연인 사이에서 결코 입에 올려서는 안 될 금기의 문장이 있다. 바로“나 사랑하면 이거 해줘!”라는 말이다. 사랑을 부탁의 근거가 아닌 복종의 근거로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이 말은 상대에게 죄책감을 짐 지울 뿐 아니라, 사랑을 거래의 조건으로 변질시킨다. 또한 상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관계 안에 조종과 착취가 스며들게 만드는 위험한 문장이기도 하다.그런데 사랑이 고팠던 사람일수록, 이 말 앞에서 거절이란 좀처럼 쉽지 않다. 거절하는 순간 사랑을 잃을 것 같고, 또 한 번 버려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쁜 연인들은 바로 이 불안의 틈을 교묘하게 파고든다.수도권3년제 대학을 졸업한 A는 한 대기업 생산직에 근무했다. 3년제 대학을 나온 덕에 고졸 동기들보다 연봉이 조금 더 높았고, 보육원에 서5년 이상 거주한 자립준비청년에게 주어지는 군 면제 혜택 덕분에 또래 남자들보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회사가 숙식까지 모두 제공한 덕에 돈도 알뜰히 모았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근처 호프집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성과 연애가 시작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시작한 연애였고, 4살 연상이라던 그녀와 약 6개월간 만난 끝에 둘은 조용히 결혼식을 올렸다.A는 결혼 3년 차에 작은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은 제법 잘 풀렸다. A는 늘“아내가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여행도 자주 다니고, 명품을 모으는 취미도 생기고, 골프 여행도 곧잘 떠났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복해 보이던 결혼 생활은 7년 만에 끝이 났다. 직접적인 이혼 사유는 배우자의 외도였다. 부부 사이의 일은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한다지만, A의 이혼 사유는 단순히 외도 하나만이 아니었다.A를 가장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나 사랑하면서 이것도 못해줘?”라는 그 한마디였다. 결혼 후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부터 아내가“사랑하면…”이라는 문장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친정 부모님께 매달 80만 원씩 용돈을 드리는 일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4살 연상이라 했지만 실은 13살 연상이었던 그녀의 부모님은 이미 연로하셨다. 물론 문제는 그녀의 나이가 아니었다. 문제는 사랑을 증명하라는 말로 A의 돈과 시간, 관계와 미래를 계속 시험했다는 데 있었다. 그녀는 이십 대 초반에 잠시 직장을 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따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 적도 없었다. 그것이 부모님께 가장 미안하다며, A에게 함께 용돈을 드리자고 청했던 것이다.부모님 용돈으로 시작된 그녀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A가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사업에 뛰어든 것 또한, 사실은 그녀의 끈질긴 요구 때문이었다. 사업은 다행히 잘 풀렸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요구를 옳게 만들어 준 것은 아니었다. 사업이 잘되자 그녀의 씀씀이도 함께 커졌고, 요구의 강도 또한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요구는 늘 같은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나 사랑하면 이거 사줘! 나 사랑하면 여기 여행 보내줘! 나 사랑하면 골프채 바꿔줘!” A가 그것을 거절하려 들면, 어김없이 죄책감이 그를 짓눌렀다.A의 마음이 결정적으로 식어버린 사건은 따로 있었다. A는 보육원에 들어가기 전 자신을 잠시 키워주었던 의붓어머니를 어렵사리 다시 찾게 되었다. 의붓어머니의 형편이 너무 어려워, A는 매달 50만 원씩 용돈을 보내드렸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와 결국 큰소리로 다투게 되었고, 그날 부부 싸움의 끝에 그는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나를 사랑한다면 그 의붓어머니와의 관계를 끊고 살아야 해. 둘 중 한 명을 선택해.”결국 A는 의붓어머니께 용돈을 드리지 않기로 했고, 1년에 세 번만 만나며 통화는 한 달에 한 번으로 한정한다는 합의를 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아내의 외도 사실이 드러났고, 7년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기에.. 참고로 아이를 갖지 않은 이유 또한 결혼 직후“사랑하면 아이는 갖지 말자”는 그녀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한다. 둘의 이혼은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되었다.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혼 이후의 일이었다. A는 이혼 후 3년 동안 매달 150만 원씩을 전 아내에게 자발적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그녀에게 경제적 능력이 없으니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유책 배우자에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내가 묻자, A는 마지막에 그녀가 울며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사람의 눈물 앞에서, 결국 그는 끝까지 등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A는, “사랑하면 이렇게 해줘”라는 그 늪에서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사랑은 증명을 요구 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은 분명 따뜻한 말이다. 그러나 그 한마디는 누군가에게는 안식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올가미가 된다. 어린 시절 사랑이라는 단어를 충분히 들으며 자라지 못한 사람일수록, 그 말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나를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이 문장은 자립준비청년에게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시험당하는 한 장의 시험지처럼 다가온다. 거절하면 사랑을 잃을 것 같고, 응하지 않으면 또 한 번 버림받을 것 같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조금씩 깎아내면서까지 그 자리에 머무른다.하지만 진짜 사랑은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좋은 연인은 상대의 시간과 돈, 그리고 그가 가진 다른 관계를 시험하지 않는다. 좋은 연인은 상대를 고립시키지 않고, 상대의 삶을 빼앗지 않으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사랑은 사람을 더 작아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힘이어야 한다.그러므로 자립지원은 주거와 생계, 일자리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건강한 관계를 분별하고,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착취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관계 교육과 정서적 지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하지 마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전에 “이것이 사랑이다”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안전한 관계의 경험이 필요하다.결국 한 사람이 필요하다. 좋은 연인의 모델 이전에, 좋은 어른의 모델. 사랑한다는 말을 앞세우지 않아도 묵묵히 곁을 지켜 주는 안전한 한 사람. 그 한 사람의 존재가 청년이 살면서 마주칠 수많은 나쁜 연인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켜 내는 첫 번째 방패가 된다. 사랑이라는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전에 전쟁이 아닌 사랑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그리고 그 곁의 어른들이 자립준비청년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자립지원일 것이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5-04 11:14:11 노주현 칼럼리스트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6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 사랑이라는 전쟁, 나쁜 연인들
    사회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6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 사랑이라는 전쟁, 나쁜 연인들

    - 한국고아사랑협회 노주현 대표
    필자에게 조언을 구하러 오는 청년들의 고민 가운데 연애 상담의 비중이 꽤 높다. 그래서 필자는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권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제법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지만, 그 대가로 상대뿐 아니라 나 자신의 낯선 얼굴까지 발견하게 해준다. 나와 다른 사람을 품어 가는 과정에서 사람은 한 뼘씩 성숙해진다. 물론 이별과 다툼이 남기는 생채기가 있지만, 그 상처조차 한 사람을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된다. 그래서 한때는 필자가 운영하는 단체의 장학생들에게 '6개월 이상 연애 성공 시 장학금 100만 원'을 내걸었던 적도 있었다.관계중독이 만들어내는 나쁜 연인들먼저 밝혀둘 것이 있다. '관계중독'은 공식적인 병명이 아니다. 다만 누군가와의 관계에 지나치게 매달려, 그 관계가 나를 갉아먹는 줄 알면서도 끝내 끊어내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킬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쉽게 말하면, 혼자 있는 시간이 견딜 수 없이 불안해서 상대에게 과하게 기대거나, 상대의 연락과 인정이 있어야만 비로소 '나는 괜찮다'라고 느끼는 마음의 습관이다.관계중독의 원인은 대개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갈래가 얽혀 있다가장 흔한 배경은 불안정한 애착이다. 아주 이른 시기의 양육 경험은 성인이 된 뒤의 친밀한 관계 방식에까지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애착 불안이 큰 사람일수록 '버려질지 모른다'라는 두려움에 과도하게 매달리거나 상대의 사소한 반응에도 예민하게 흔들린다.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은 상처 경험과 관계 트라우마이다. 아동기의 학대나 정서적 방임, 버려진 기억, 혹은 성인이 된 후 반복된 폭력적 관계와 큰 정서적 충격은 한 사람의 마음에 이런 모순된 문장을 새긴다. “관계는 불안하지만, 관계가 없으면 더 불안하다. ” 이쯤 되면 관계는 더 이상 사랑의 형태가 아니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처럼 작동한다.정리하자면 관계중독은 대개 불안정한 애착 + 과거의 상처 + 낮은 자존감 + 외로움과 불안 + 익숙해진 관계 패턴이 한데 만나 만들어진다. 결국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라기보다, 관계를 빌려 불안을 달래는 방식이 몸에 밴 것에 가깝다. 문제는 자립 초창기에 이 관계중독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고, 그 틈을 파고드는 '나쁜 연인들'도 그만큼 많다는 사실이다. 나쁜 연인의 사례는 나쁜 부모의 사례만큼이나 흔하다. 한 편의 칼럼에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사연이 두텁고, 또 그만큼 아프기에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이 '나쁜 연인들'의 이야기를 나누어 풀어볼까 한다. 오늘은 그 첫 장(章)으로, 두 청년의 이야기를 꺼내 보이려 한다.이 관계중독은 유독 자립 초창기의 청년들에게 자주 관찰되며, 그 흔적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깊다.자립정착금이 불러온 달콤한 연애막 자립을 시작한 청년이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은 생각보다 무겁다. 그 외로움은 때로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실제로 자립정착금을 고스란히 뜯기는 사례가 적지 않고, 대부분은 자립 초기에 벌어진다. 최근에는 정착금 관련 교육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선배들이 겪은 씁쓸한 사례들을 후배들이 간접적으로나마 학습하며 경각심을 품게 되었지만, 막상 현실에서 맞닥뜨리면 절대 쉽지 않더라고 청년들은 입을 모은다.30대 중반에 이른 청년들을 만나면 이런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자립정착금은 6개월 안에 사라지는 게 국룰이지." 그렇게 철없던 스무 살 시절을 웃음 섞어 회상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청년이 보육원을 나와 연인을 만나면 동거나 반(半)동거로 이어지는데, 이때 나쁜 연인을 만나면 정착금이 바닥나는 순간 이별을 고하거나, 돈을 빌려 달아나는 경우가 적잖이 발생한다.A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스무 살에 보육원을 나와 대학에 진학했던 A는 생활비의 벽에 부딪혀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연인을 만났고, 연인은 A가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연스럽게 A의 원룸으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러나 동거 한 달째부터 연인은 일을 관두고 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게임을 했다. 생활비는 내지 않았고, 집안일은 오롯이 A의 몫이었다. 연인의 휴대폰 요금도, 게임 결제액도, 용돈도 전부 A의 아르바이트비에서 빠져나갔다.결국 버티다 못한 A는 손대지 않고 아껴 두었던 자립정착금 300만 원에 조금씩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정착금이 약 200만 원 남았다는 사실을 알아챈 연인은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라는 이유로 150만 원을 빌려 간 뒤, 석 달 가까이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나타나 잘못했다며 빌었고, A는 또 한 번 그를 집 안으로 들였다. 하지만 겨우 생활비나 벌던 A에게 연인은 계속 돈을 요구했고, 이 모든 관계는 A가 2금융권에서 1,5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연인에게 건네주는 것으로 비로소 막을 내렸다.연인이 떠난 뒤에도 A는 한동안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지냈다. 그러나 사랑은 순간이고, 대출금은 현실이다. 다행히 A는 대학을 마치고 지금은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출 원금은 올해가 되어서야 겨우 끝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 현실판B는 누가 보아도 인재였다. 부모가 누구인지는 알 길 없지만, 저토록 명민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뛰어난 청년이었다. 유수의 대학에 전액 장학금으로 입학했고, 석·박사 과정까지도 장학금으로 생활비를 해결하며 공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미래가 기대되는, 촉망받는 청년이었다.어느 날 B에게 연인이 생겼다. 연인은 누가 보아도 외모가 수려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B의 '럽스타그램'에 미세한 균열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연인 사이의 다정한 투닥거림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누군가의 말처럼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이 깊어지는 법이니까.B가 필자에게 상담을 청했을 때는 둘이 사귄 지 여섯 달을 갓 넘겼을 무렵이었다. 연인이 바람을 피웠는데, 용서해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B의 눈빛에는 연인을 향한 미련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정 용서하고 싶다면 해봐라. 다만 조금이라도 후회가 될 것 같으면, 빨리 끊어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지금 와서 그때의 나에게 돌아가 말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장 끝내라고 단호히 말하라고 다그치고 싶다.그 뒤로 B의 연인은 같은 패턴을 집요하게 반복했다. 바람피우고 돌아오고, 또 바람피우고 돌아오고, 돈을 빌려 간 뒤 잠수를 탔다가 다시 돌아오고. 잠시 동거했던 시절에는 같이 사는 집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도 B는 또 용서했다. 더는 아침드라마의 소재로도 쓰이지 않을 법한 이 기이한 연애는, 그렇게 꼬박 3년을 이어졌다.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이 결혼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르다 싶은 나이였지만, 연인이 임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임신 기간 중 연인이 또 바람을 피웠고, 이를 알게 된 B가 화를 내자 연인은 “충격을 받았다.”며 유산을 했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 준비를 중단했다. 유산의 충격에 대한 '위로금' 명목으로 B는 연인에게 500만 원을 건네고서야 관계를 끝냈다.더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다. 유산 당시 임신 약 3개월 차였다고 했는데, B와 연인은 단 한 번도 함께 산부인과에 간 적이 없었다. 임신했다는 소식도, 유산했다는 소식도 모두 연인의 일방적인 통보로 B에게 전달되었을 뿐이다. 위로금을 왜 주었느냐고 내가 묻자, B의 대답은 더없이 간결했다. "사랑해서요."사랑이라는 달콤함에 중독된 청년들사랑은 실로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 연인 사이의 건강한 사랑은 서로를 자라게 하고, 책임감과 신뢰를 품은 어른으로 마침내 완성시킨다. 나를 믿어주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감각은 삶에 깊은 안정을 주기에, 그 자체로 거대한 성장동력이 된다. 연애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가'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설령 이별로 끝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한다. 어쩌면 보육원을 퇴소한 청년들에게 연인 간의 사랑이란, 생애 처음으로 온전하게 주고받는 사랑의 첫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건강한 연애를 해보라고 늘 힘주어 권한다.그러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달콤하게 포장된 나쁜 연인을 만났을 때, 그 손을 단호히 놓아버릴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불안정한 애착에서 비롯된 관계중독이 또 다른 나쁜 연인을 불러들이는 일이, 부디 이제는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필자는 오늘도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말한다. “마음껏 사랑하고, 먹고, 기도하라. 연인 간의 사랑은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4-27 10:18:09 정진욱
  •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5편, 학대로 시작된 보호 ... 입양도 막힌 채 보육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사회

    [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5편, 학대로 시작된 보호 ... 입양도 막힌 채 보육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 한국고아사랑협회 노주현 대표
    내 아이를 학대하는 나쁜 부모들2010년부터 2014년까지 보호조치아동의 발생 원인 1위는 미혼부모와 혼외자였고, 학대는 3위에 머물렀다. 2010년 12.1%에 불과하던 학대 비율은 해마다 가파르게 올라 2015년부터 1순위에 올라섰고, 2021년과 2022년에는 마침내 48%를 넘어섰다. 15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보호조치아동은 약 3만 5천 명. 그중 37.7%, 1만 3천여 명의 아이들이 '학대'라는 이름표를 달고 가정에서 분리되었다. 더 무거운 사실은, 이 학대의 가해자 열 중 여덟이 다름 아닌 친부모라는 점이다. 아이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울타리가,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되어 있는 셈이다. 참고로 나쁜 부모 사례는 보육원을 퇴소 후에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별도로 다시 다루고자 한다. UN 아동권리협약 제20조는 “가정환경을 잃은 아동에게 국가가 특별한 보호와 대안 양육을 보장해야 하며, 시설보호보다 가정 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의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난 10년간 평균 58.62%(40,074명)의 보호조치아동이 시설로 입소했다. 협약의 정신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걸어온 10년이었다.학대의 그림자, 경계선지능장애 “학대·방임·불리한 아동기 경험이 경계선지능의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이다” 이는 더 이상 가설이 아니다. 2020년 발표된 영국에서 발표된 “아동학대와 아동 인지기능 간 인과관계 탐색: 체계적 문헌고찰”(Investigating the causal relationship between maltreatment and cognition in children: A systematic review) 에서는 “12세 미만 아동 대상 31편 연구를 검토한 결과 학대 경험 아동이 비교군보다 IQ/인지발달이 더 낮았으며, 학대의 시기와 지속기간이 길수록 인지손상이 큰 ‘용량-반응 관계’도 확인했다”고 정리했다. 저자들은 특히 시설수준의 극심한 학대·박탈 환경에서는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인과적 근거가 강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21년 네덜란드 연구는 한층 직접적이다. 지적장애 및 경계선지능 아동 134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경계선지능 아동의 92.3%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불리한 아동기 경험을 겪었고, 평균 사건의 수는 2.88개에 달했다. 가족의 복합적 위험과 아동의 경계선지능이 단단히 얽혀 있다는 사실이, 숫자로 또렷하게 드러난 것이다.현장에서는 이 통계보다 훨씬 더 무겁다.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아동들을 보면 지적장애나 경계선지능장애로 의심 될 만한 아동들의 수가 앞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2024년 보도자료를 통해 시설보호아동 11,899명 중 4,986명, 즉 41.9%가 ADHD·경계선지능·공격적 행동 등을 보이는 ‘특수욕구아동’이라고 밝힌바 있다. 다행인 점은, 경계선지능과 ADHD는 안정적이고 구조화된 양육, 부모 교육, 조기 개입을 만나면 정서조절과 사회적응이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학대로 분리된 아이일수록 한시라도 빨리 안정된 가정으로 옮겨지는 일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가능성마저 지금 한국에서는 닫혀 있다.누가 입양을 가로 막고 있는가? 2010년 1,462명이던 국내 입양은 2025년 102명으로 줄었다.15년 만에 90%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흔히 '혈연 중심 가족문화'을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그러나 혈연 중심 문화는 2010년에도 똑같이 존재했다. 문화 하나로 90%의 급락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시계열을 들여다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점진적으로 감소하던 입양 건수가 2023년 공적입양체계 전환 논의를 전후로 급락한 것이다.2025년 7월 19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입양 절차의 실무가 민간 입양기관에서 국가로 전면 이관되었다. 아동 최선의 이익을 강화하고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부합하는 공적 관리 체계를 만들겠다는, 명분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개편이었다. 하지만 2023년 제도가 채택된 이후 국내 입양은 304명으로 이 숫자조차 기존에 매칭이 진행되던 사례이며. 결국 23년 이후 새롭게 입양이 연결된 아동은 0명이다. 결국 입양을 원하는 부모도,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도 매칭된 것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이 사태가 과연 ‘아동 최선의 이익’과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 국가에서 행정처리라는 이유로 입양을 막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준비 없는 공적체계한 아이가 친생부모에게 학대받다 좋은 양육자를 만나 사랑받으며 자라느냐, 아니면 보육원에서 2교대·3교대 생활지도원의 손을 거쳐 자라느냐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가르는 일이다. 그토록 무거운 갈림길을, 우리는 준비 없이 갈아 엎었다.26년 3월에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특히 예산과 인력 확보가 충분히 선행 되지 못했고 이는 숫자로 고스란히 들어 난다. 2026년 3월 기준 입양 절차 진행 중인 605가정 가운데- 231가정이 기본교육 대기- 152가정이 가정환경조사 대기- 77가정이 자격심의 대기- 18가정이 결연심의 대기초반 단계부터 후반 심의까지 전 구간이 줄줄이 막힌, 전형적인 병목 현상이다. 예비양부모 자격심의와 결연심의는 아직도 월 1회. 보건복지부는 이를 월 2회로 늘리겠다고 개선안을 내놓았고, 입양 신청서는 여전히 등기우편으로 접수하다가 최근에야 온라인시스템을 만들겠노라 발표 하였다. AI가 의료 영상을 판독하고 신약을 설계하는 시대에, 한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 첫 서류는 우체국을 거쳐야만 도착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문제는 속도만이 아니다. 새 체계는 '서류와 심의의 질'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초기 조사의 충실도, 기록의 깊이, 위원회 검토의 밀도에 따라 한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다. 제도는 더 정교해졌지만, 현장 역량이 그 정교함을 따라가지 못하면 아이의 개별성은 서류 어딘가에서 소리 없이 지워진다.지금이 바로 그 위험이 현실이 된 시점이다. 생후 36개월까지가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라는 사실은 이제 부모가 아니어도 안다. 2023년에 태어난 아기는 이제 낯을 가리고 어린이집에 다닐 나이가 되었다. 그 3년을, 우리는 행정의 병목 안에서 아이들의 인생을 통째로 흘려보냈다.이러한 제도에 묶여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가정에서 보호받아야 할 아동은 계속 발생한다. 1분1초가 그 아동에게는 아까운 시간들이다.학대 아동이 보육원에 입소하기까지는 꽤 복잡하고 힘겨운 절차를 걸친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은 오롯이 아동의 몫이다. 아동에게 최대한 빨리 좋은 양육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국가가 되려 뺏고 있는 꼴 되고 있는 것이다. 깨진 우주, 그 조각을 맞춰야 할 의무고려시대에도, 조선시대에도 보호조치가 필요한 아이들은 있었고, 그들을 돌보는 기관도 있었다.전쟁과 학대, 가난과 이혼이 사라지지 않는 한, 보호조치아동은 인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발생할 것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어쩔 수 없지 않은 것은, 그 아이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다. 흔히 부모를 두고 '아이의 우주'라고 한다. 보육원에 입소하는 아이들은 친생부모의 이혼·재혼·한부모 경험에 더해 학대와 방임, 알코올 문제, 장애, 극심한 생활고가 겹겹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아이들에게 우주는 이미 산산이 부서진 상태로 도착한다. 그렇다면 어른들에게는, 그리고 국가에는, 그 우주의 조각을 한 알이라도 더 맞추어 돌려줄 의무가 있다.보육원 입소의 본질은 '부모의 부재'가 아니라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최소한의 울타리가 무너졌다는 사실'이다.그 울타리를 다시 세우는 일을 가로막는 존재가 다른 곳도 아닌 국가의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이제 학대 속에서 보육원으로 들어왔던 수많은 아이들이, 입양이라는 두 번째 가능성마저 닫힌 채 곧 보호 종료를 맞아 사회로 나온다. 그러나 사회에는, 앞서 적은 그대로, 그들을 받쳐줄 제도도 어른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깨진 우주의 조각을 맞추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일을 막는 제도라면, 그것은 더 이상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한 제도'라 부를 수가 없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4-20 10:44:22 노주현 칼럼리스트
  • 데일리환경
  • 서울특별시 용산구 원효로31길 17 (원효로3가) 2층
  • PC보기
Copyright ⓒ 데일리환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