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현 사회칼럼] 자립 준비 청년 ...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편견'이 무너지고 있는 틈, 우양재단 최은진 사회복지사

노주현 칼럼리스트 발행일 2026-06-22 10:24:09
▲ 최은진 사회복지사(우양재단)


지난 두 편에서는 이성남 장학사와 김성민 대표의 삶을 통해, 편견이 어떻게 한 사람의 노력 앞에서 조금씩 자리를 내주는지 살펴보았다. 

두 사람이 자란 시기는‘자립준비청년’이라는 말조차 없이‘고아’라는 단어가 거리낌 없이 쓰이던 때였고, 자립정착금 같은 제도적 지원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던 때였다.


학기 중에는 기숙사에서 지내다가 방학이 되면 갈 곳이 없어 숙식이 제공되는 곳을 찾아 일해야 했던 이야기, 보육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색안경부터 쓰고 보던 경험. 이런 일들은 지금 30대 초 중반이 된 청년들에게도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따뜻한 사람이 더 많은 사회였지만, 더러 송곳 같은 말과 마주칠 때면 자립 초기의 청년들은 쉽게 움츠러들곤 했다.

다만 모두가 그 두려움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시간을 통과한 뒤, 이번에는 후배들의 두려움을 덜어주는 쪽에 서는 이들도 있다. 우양재단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최은진도 그런 경우다. 

그의 이력을 따라가 보면, 당사자의 경험이 어떻게 현장의 실무로 이어지는지가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난다.


상실로 시작된 삶

최은진의 유년은 연이은 상실 위에 놓여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병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중학교에 들어서던 해에는 몸이 약했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곁에는 두 여동생이 남았다. 자신도 아직 보호가 필요한 나이였지만, 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를 일찍 떠안게 된 셈이다. 

어린 나이에 겪은 상실과 외로움은 훗날 같은 처지의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을 비교적 빠르게 알아채는 바탕이 되었다.

가장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었던 자리

부모를 잃은 세 자매는 아동양육시설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시설의 조건이 넉넉했던 것은 아니어서 적응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곳은 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아이’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한 공간이기도 했다. 

그는 그곳에서 학원에 다니고 또래와 어울리며, 뒤늦게나마 평범한 성장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진로의 방향도 이 시기에 잡혔다. 사춘기의 힘든 시간을 지나는 동안 자신을 받아준 교사들이 있었고, 누군가의 돌봄이 한 아이의 삶을 어떻게 붙드는지를 직접 겪었다. 

그는 사회복지를 ‘받은 돌봄을 다시 건네는 일’로 받아들였고, 이는 이후 그의 진로 선택으로 이어졌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세상

시설의 보호는 정해진 나이에서 끝난다. 그 역시 만 열여덟 무렵 퇴소를 준비해야 했고, 두 여동생의 생계까지 헤아려야 하는 처지였다. 

또래들이 진학과 미래를 고민할 나이에 그는 주거·생활비·학업·동생들의 삶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그에게 자립은 설레는 독립이라기보다 생존에 가까운 문제였다. 그가 마주한 현실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럼에도 그는 주저앉는 쪽을 택하지 않았다. 

현실과 싸우면서도, 언젠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을 대변하고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는 이 시기를 막연한 의지만으로 통과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두려움과 상실, 외로움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후배들이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알았고, 생계 걱정 탓에 여행은커녕 문화생활조차 엄두 내기 어려운 자립준비청년의 현실도 가까이서 이해했다. 

그가 훗날 청년들의‘쉼과 관계’까지 살피게 된 데에는 이런 경험이 작용했다.


학업과 현실 사이 

그는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학부 과정을 마쳤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다만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대학 진학과 독립 이후에도‘숨 쉬는 데에도 비용이 드는’ 현실의 압박은 계속됐고, 돈 때문에 학업을 멈춘 적도 있었으며 무기력하게 흘려보낸 날도 있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제도상 자립은 퇴소와 동시에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매달의 월세와 식비, 학비, 그리고 관계의 부재와 싸우는 긴 과정이었다.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데에는 손을 내밀어 준 교사와 후원자, 같은 길을 걷는 자립준비청년 공동체의 영향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자립 이야기는 독한 의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 사람이 홀로 서기 위해서는 관계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의 삶이 그대로 보여 준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정작 절실한 것이 경제적 지원만큼이나 의지할 어른과 심리적 안정, 곁을 지켜 줄 멘토라는 점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당사자에서 실무자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직업으로 옮겨 왔다. 

2020년 서울특별시 아동공동생활가정지원센터에서 자립지원전담요원으로 출발해 그룹홈 보호종료아동의 사례관리를 맡았고, 2021년부터는 청소년그루터기재단에서 자립준비청소년 사업을 기획·운영하며 사각지대의 청소년을 발굴해 지원했다. 

2022년 말부터는 서울특별시 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예비 자립준비청년의 사례관리를 담당했고, 2025년부터는 우양재단 후원홍보팀에서 그룹홈 청소년 식비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당사자에서 실무자, 사업기획자, 사례관리자로 역할을 넓혀 온 흐름이 이력에 비교적 또렷하게 남아 있다.

현장 업무와 별개로 강연과 멘토링도 이어 왔다. 자신이 자란 신명보육원을 여러 차례 찾아 자립 후기를 나누었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보호종료를 앞둔 아이들과 자립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립준비청년 장학 프로그램 참여자와 서울시 그룹홈 재원아동에게는 자립 경험과 지원제도를 안내했고, 교회를 찾은 청년들에게는 자립 정보를 일러 주고 상담을 진행했다.

이런 만남이 단순한 경험담 발표와 구별되는 지점은 분명하다. 

자립을 앞둔 청년에게는 집을 구하는 방법, 제도를 찾는 경로, 외로움이 밀려올 때 손 내밀 곳, 돈을 관리하는 방식처럼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고, 그것을 먼저 걸어 본 사람의 말로 듣는 일은 매뉴얼과 무게가 다르다. 

최은진은 그 질문들에 자신의 경험으로 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는 언론과 영상을 통해서도 자립준비청년의 현실을 알려 왔다. 

2019년 ‘열여덟 살이 되기 싫다’던 보호종료아동들의 호소를 다룬 보도를 시작으로 여러 방송과 다큐멘터리, 금융교육 영상, 팟캐스트에 당사자로 참여했다. 

보육원 출신 사회복지사로서 사회복지사를 꿈꾸게 된 과정과 시설·그룹홈의 차이를 설명하며, 잘 드러나지 않던 현실을 공적 언어로 옮기는 역할을 해 왔다.

그는 그 경험을 직업으로 바꾸었다. 2020년 서울특별시 아동공동생활가정지원센터에서 자립지원전담요원으로 출발해 그룹홈 보호종료아동의 사례관리를 맡았고, 2021년부터는 청소년그루터기재단에서 자립준비청소년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사각지대의 청소년을 발굴해 지원했다. 

2022년 말부터는 서울특별시 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예비 자립준비청년의 사례관리를 담당했으며, 2025년부터는 우양재단 후원홍보팀에서 그룹홈 청소년 식비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에서 출발해 현장의 실무자로, 사업기획자로, 사례관리자로 역할을 넓혀 온 흐름이 또렷하다.

현장 실무 곁에서 그는 후배들을 직접 만나는 강연과 멘토링도 이어 왔다. 

자신이 자란 신명보육원을 여러 차례 찾아 자립 후기를 나누었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보호종료를 앞둔 아이들과 자립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동기를 북돋웠다. 

자립준비청년 장학 프로그램 참여자와 서울시 그룹홈 재원아동에게는 자립 경험과 지원제도를 안내했고, 교회를 찾아온 청년들에게는 자립 정보를 일러 주고 상담을 진행했다.

이 만남들은 단순한 경험담 발표가 아니다. 자립을 앞둔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제로 그 길을 먼저 걸어 본 사람의 말이다. 

집은 어떻게 구하는지, 제도는 어디서 찾는지, 외로움이 밀려올 때 누구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돈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무너졌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최은진은 자신의 삶으로 그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언론과 영상으로도 자립준비청년의 현실을 알려 왔다. 

2019년 ‘열여덟 살이 되기 싫다’던 보호종료아동들의 호소를 다룬 보도를 시작으로 여러 방송과 다큐멘터리, 금융교육 영상, 팟캐스트에 당사자로 나섰다. 

보육원 출신 사회복지사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회복지사의 꿈을 품게 된 과정과 시설과 그룹홈의 차이를 차분히 설명하며, 잘 보이지 않던 현실을 세상의 언어로 끌어올렸다.


흘려보내는 삶

그의 삶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되돌려주는 삶’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아름다운가게에서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봉사로 백한 시간을 채웠고, 2021년부터는 신명보육원 아동과 결연해 후원을 이어 왔으며, 2024년부터는 자립준비청년의 건강한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의 후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결코 넉넉한 출발선에 서 본 적 없는 그였지만, 자신이 받은 도움을 셈하지 않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흘려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감사로 짓는 삶

그의 가치관은 분명하다. 그는 삶에 주어진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한 명의 지켜진 아이가 건강히 자라 자립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도움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임을 잊지 않기에, 늘 감사하며 사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동시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끝까지 해내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어린 시절 남들보다 더 많이 아팠던 이유가, 어쩌면 타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그는 자신의 상처를 그렇게 받아들인다.

한 보육원 동기는 그를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자신의 삶을 귀히 여기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그의 삶을‘극적인 성공담’으로 묶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상실 이후의 시간을 단번에 뒤집은 인물이라기보다, 그 시간을 천천히 다시 세워 온 사람에 가깝다.


무대 위에서, 다시 받은 이름

그 과정의 한 매듭이 어느 시상식에서 지어졌다. 

제1회 ‘올해의 자립준비청년상’에서 그는‘희망도전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한때 세상 밖으로 떠밀리듯 나섰던 자립준비청년이,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 앞에서‘희망’과‘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무대에 오른 그는 거창한 성취의 언어 대신 자신을 일으켜 준 사람들을 먼저 떠올렸다. 

주저앉으려 할 때 손 내밀어 준 교사와 후원자에게 감사를 돌렸고, 앞으로 마주할 어려움도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험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다른 누구와 다르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보탰다. 

받은 도움을 다시 건네며 살아온 사람에게 그 상은 결승선보다 또 하나의 출발선에 가까워 보였다. 

그는 그날의 박수를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직 무대 밖에 선 후배들을 향한 응원으로 받아 안았다.


보호받던 아이가, 보호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정리하면 최은진의 이력은 ‘보호받던 아이가 보호를 설계하는 사람이 된 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 

그는 부모를 잃은 아이였고, 두 여동생을 걱정해야 했던 어린 가장이었으며, 만 열여덟에 낯선 현실로 나선 자립준비청년이었다. 

동시에 사회복지를 공부한 전문가이자, 자립지원 현장에서 후배들을 만나 온 실무자이고, 자신의 경험을 사회적 언어로 옮긴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를 단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사람’으로만 부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동시에 그의 삶을 미화할 필요도 없다. 더 정확한 것은, 그가 고통을 이해로, 이해를 전문성으로, 다시 그 전문성을 후배들의 자립을 돕는 실무로 연결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 연결의 어느 지점에는 여전히 학업 중단과 무기력의 시간이, 그리고 혼자서는 통과하기 어려웠을 외로움이 함께 놓여 있다.

바로 그래서 그의 사례는 자립준비청년 지원과 관련해 한 가지 메시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남긴다. 

자립은 의지의 문제로만 환원되지 않으며, 손을 잡아 줄 사람과 제도가 있어야 비로소 작동한다는 것이다. 

편견은 어느 날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최은진처럼 자신의 경험을 다시 누군가의 곁으로 옮겨 두는 사람이 늘어날 때, 그 견고해 보이던 벽에도 조금씩 틈이 생긴다. 

이 글이 다룬 것은 그 틈의 한 사례다.  “자립은 혼자 버티는 것이 아니다. 누가의 손을 잡고, 다시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는 과정이다. ”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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