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요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K씨는 "국내 지자체 쇼핑몰에서 농산물을 구매한 뒤 미국에 사는 딸에게 우체국 택배로 다시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농협이나 지자체가 해외 배송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원하는 것은 결국 '해외 직배송이 가능한 농산물 플랫폼'이다.
지자체몰의 진화…'내수용 쇼핑몰'에서 '글로벌 직구 플랫폼'으로
그동안 지자체가 운영해온 농특산물 쇼핑몰은 대부분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 소비자가 직접 접속해 결제하고 배송받을 수 있는 글로벌 직구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소규모 농가와 개인 생산자도 해외 소비자와 직접 거래(Direct-to-Consumer·D2C)할 수 있도록 통합 인증, 해외 결제, 통관, 배송 시스템이 지자체몰에 탑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별 농가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소량 다품종 해외 배송'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단위의 통합 물류 거점을 구축하고 물류비를 지원해 개인 생산자도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수준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출 지원도 '기업 중심'에서 '소농 중심'으로
정부 지원 정책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의 수출 지원 사업은 일정 규모 이상의 수출 실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소규모 농가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수출 바우처를 소액·세분화해 소농과 농협 조합원들도 SNS 광고, 다국어 상세페이지 제작, 온라인 홍보 등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또 외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생산자를 위해 공공 AI 번역 서비스나 전문 번역 인력을 지원해 농산물에 담긴 생산자의 철학과 스토리를 해외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달 살기'가 만든 뜻밖의 글로벌 세일즈
최근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농촌 '한 달 살기' 프로그램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자들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다. 이들은 현지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수확하고 맛보며 지역 농업의 가치를 경험한 '살아있는 홍보대사'가 된다.
프로그램 종료 후 본국이나 거주지로 돌아간 참가자들이 해당 지역 농산물을 해외 지인들에게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 기반의 수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귀촌 청년들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귀촌 청년들이 지역 농가와 해외 소비자를 연결하는 디지털 창구를 운영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한 농업 이주를 넘어 농촌의 글로벌 비즈니스 기반을 확장하는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농산물은 이제 생산만 잘한다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농협 조합원과 개인 생산자들이 정성껏 키운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이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전 세계 소비자의 식탁에 직접 오르는 '디지털 직거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정부의 행정 지원과 지자체 플랫폼의 고도화, 농협의 물류·유통 역량이 결합된다면 우리 농촌은 더 이상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아닌, 세계와 직접 거래하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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