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째 꺾이지 않는 농협 상호금융 연체율… “일시적 침체 아닌 구조적 위기”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농협 상호금융의 건전성 지표가 4년 반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부실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연체율과 부실여신은 급증한 반면 수익성과 손 실 방어력은 급격히 악화되면서 개별 단위농협의 체력 고갈이 한계 수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사진)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상호금융 주요 경영지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대출 연체율은 2022년 1.21%에서 올해 6월 기준 5.22%로 4배 이상 폭등했다. 2022년 이후 단 한 차례의 반등 없이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결과다.특히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기업대출 연체율은 1.80%에서 7.98%로 뛰었고, 여러 조합이 자금을 모아 실행한 공동대출 연체율은 1.88%에서 무려 17.70%로 치솟았다.장기 연체 비중 80% 달해… 부실 만성화·전국 확산세회수가 극히 불투명한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5조 5,580억 원에서 23조 8,611억 원으로 4.3배 불어났다. 여신 건전성 분류상 부실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 또한 1.49%에서 5.71%로 크게 뛰었다.더 큰 문제는 부실이 해소되지 않고 묵어가는 ‘만성화’ 현상이다. 전체 연체액 중 6개월 이상 연체된 장기 부실 채권 비중이 50%를 초과하는 조합은 올해 6월 기준 888곳으로, 전국 1,108개 조합의 80.1%에 달했다. 2022년(494곳, 44.6%)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부실 조합의 지역적 분포도 전국으로 번졌다. 연체율 10% 이상인 위험 조합은 6곳에서 107곳으로 늘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를 넘는 조합은 9곳에서 315곳으로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경남(57곳), 경북(51곳), 충남·세종(50곳), 경기(43곳) 등 전국 각지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경영실태평가 1등급 조합은 802곳에서 482곳으로 줄어든 반면, 부실 징후를 보이는 3~5등급 조합은 5곳에서 66곳으로 급증했다. ‘버는 힘’ 반토막·방어막 붕괴… 7조 원 규모 예금 이탈 조짐수익성과 위기 대응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당기순이익은 2022년 2조 2,956억 원에서 2025년 1조 2,611억 원으로 45% 급감했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9%에서 0.23%로 반토막 났다.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532개 조합의 ROA가 0.3%를 밑돌고 있다.손실을 메워야 할 방어막 역시 취약해졌다. 고정이하여신이 4.3배 폭증하는 동안 대손충당금은 8조 9,156억 원에서 13조 470억 원으로 1.5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부실을 감내할 수 있는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2022년 160%대에서 올해 6월 55%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손실을 감수한 부실채권(NPL) 매각 손실 역시 2024년 이후 1,978억 원 누적됐다.불안 심리는 예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예수금은 지난해 말 475조 8,994억 원에서 올해 6월 468조 4,584억 원으로 반년 만에 7조 4,410억 원 빠져나갔다. 전년 대비 예금이 8% 이상 급감한 조합은 12곳에서 102곳으로 늘었으며, 이 중 전남(29곳)과 전북(22곳)에 절반 이상이 집중됐다.잠재적 리스크를 가늠할 주요 지표 관리에도 구멍이 뚫렸다. 연체이자 비중, 만기연장 대출 규모, 대환대출 내역 등 정밀 진단에 필수적인 항목들이 '산출불가'로 처리된 데다,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 적발은 2024년 4건에서 올해 상반기 452건으로 급증했다. 총대출의 90%를 차지하는 부동산담보대출 중 담보인정비율(LTV) 80%를 넘는 고위험 대출은 1조 3,317억 원에서 5조 3,663억 원으로 4배 폭증했다.금융권 “부동산 PF 그림자 길어… 중앙회 컨트롤타워와 규제 개편 병행해야”금융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위기가 단순한 경기 둔화의 산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저금리 시기 지방 단위농협들이 수익성을 좇아 무리하게 늘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성격의 토지담보대출과 공동대출이 고금리 및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연쇄 부실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 평균 순자본비율이 8%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평균치의 착시 뒤에 지방 중소형 조합들의 심각한 자본 잠식 위험이 가려져 있다. 충당금 적립률이 55%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추가 충격 발생 시 자체적인 손실 흡수가 불가능한 곳이 속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또 다른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관계자는 “공동대출 연체율이 17%를 넘긴 것은 이미 자산 회수 사이클이 사실상 멈춰 섰음을 방증한다”며 “단위농협별로 흩어진 부실채권을 중앙회 차원에서 통합 인수해 신속히 정리하는 특단의 조치와 함께, 만기연장 등으로 숨겨진 '깜깜이 대출'의 부실 규모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