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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영의 IT 칼럼] AI시대, 노동시장의 변화에서 장애인은 어느 위치에 서게 되는가
    인권/복지

    [이수영의 IT 칼럼] AI시대, 노동시장의 변화에서 장애인은 어느 위치에 서게 되는가

    AI는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가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바꾼다고 할 때 우리는 흔히 하나의 장면을 떠올린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그 결과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장면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AI는 어떤 직업을 통째로 없애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 하나의 직업 안에 존재하던 업무를 잘게 나누고,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며,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낸다.따라서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을 논의하면서 “AI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는가”라는 질문만 던지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I로 노동의 구조가 다시 짜일 때 장애인은 그 변화의 어느 위치에 서게 되는가.지금까지 장애인 고용정책은 장애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일정한 일자리를 마련하고 고용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두어왔다. 그러나 AI가 업무의 내용 자체를 변화시키기 시작하면 기존의 직무와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앞으로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무직이라는 하나의 직업 안에는 문서 작성, 자료 검색, 회의록 정리, 일정 관리, 데이터 입력, 고객 응대 등 수많은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 AI는 이 가운데 일부를 자동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무직이라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무직을 구성하는 업무의 조합이 달라질 수 있다.이 변화는 장애인에게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기존에는 신체적 제약 때문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웠더라도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대신하면 사람은 판단과 기획, 의사소통, 창의적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에 장애인에게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했던 단순 반복 업무가 자동화된다면 오히려 고용의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일자리를 없애느냐가 아니라 어떤 업무가 사라지고 어떤 업무가 남는가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장애인 고용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성을 보여준다. AI 채용은 장애인에게 새로운 관문이 될 수 있다. AI가 노동시장에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영역 가운데 하나는 채용이다. 기업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지원자를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AI가 이력서 분석부터 직무 적합성 판단, 온라인 면접 분석 등에 활용되는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문제는 AI가 무엇을 ‘좋은 노동자’의 기준으로 학습하느냐이다. 빠른 말하기, 일정한 표정, 특정한 시선 처리, 끊김 없는 의사소통, 특정한 경력의 패턴 등이 높은 평가를 받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면 그것은 실제 직무 수행 능력과 관계없는 특성을 평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업무 자체는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지만 말의 속도가 느리거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면접 방식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하자. 인간 면접관이라면 지원자의 직무능력을 별도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알고리즘이 정해진 패턴에서 벗어난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이 경우 AI는 사람의 편견을 없애는 도구가 아니라 편견을 더 빠르고 일관되게 반복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AI 채용의 공정성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알고리즘의 정확도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누구를 기준으로 정확한가를 물어야 한다. 평균적인 지원자를 잘 평가하는 AI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지원자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AI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AI 시대에 장애인 고용정책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분야는 직무 재설계다. 기존의 직무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만 고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직무를 여러 업무로 나누고 AI가 담당할 부분과 사람이 담당할 부분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의 행정업무에서 반복적인 자료 정리와 초안 작성은 AI가 담당하고, 사람은 최종적인 판단과 대외적인 소통을 담당할 수 있다. 데이터가공 업무 역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과 사람의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이러한 변화는 장애인의 고용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과거에는 “이 사람이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가 질문이었다면, 앞으로는 “이 직무를 어떻게 재설계하면 이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이것은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접근도 아니다. 고령자, 경력단절자, 청년,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직무를 유연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AI가 업무를 세분화할수록 오히려 사람마다 다른 능력을 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 장애인은 AI 산업의 ‘사용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변화는 장애인을 AI의 수혜자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장애인의 경험 자체가 하나의 전문성이 될 수 있다. AI 서비스가 장애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장애인의 실제 경험과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에 그치지 않고 AI의 품질을 평가하고, 서비스를 설계하고,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접근성 평가, 디지털 서비스 테스트, 사용자 경험 분석, 데이터 품질 검증, AI 윤리와 디지털 포용 정책 등은 장애인의 경험이 직접적인 전문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 영역이다.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경험’을 단순한 의견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오랫동안 디지털 환경에서 장벽을 경험해온 사람은 어떤 기술이 실제 사용자에게 작동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독특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장애인을 새로운 기술의 교육 대상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술의 개발과 평가에 참여하는 전문인력으로 육성하는 정책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AI 시대에는 장애인 고용의 성과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이제 장애인 고용을 단순히 ‘몇 명을 고용했는가’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일자리가 지속 가능한가, 기술 변화에 따라 직무가 사라졌을 때 다른 업무로 전환할 수 있는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가, 전문성을 쌓아 더 높은 수준의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정책도 고용 → 직무전환 → 재교육 → 경력개발이라는 생애주기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기업이 AI를 도입하면 정부가 해야 할 일도 달라진다. 단순히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로 직무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노동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재교육과 직무전환을 지원하고, 새로운 직무에 진입할 수 있도록 훈련체계를 바꿔야 한다.특히 AI 교육 역시 단순한 활용법 중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AI를 사용할 줄 아는 장애인”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AI 시대에 필요한 전문성을 가진 장애인을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은 ‘보호’가 아니라 ‘전환’의 문제다. AI의 확산을 막는다고 장애인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그 변화의 과정에서 누구도 탈락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장애인 고용정책의 목표도 기존 일자리를 영원히 보존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동의 내용이 바뀌더라도 장애인이 새로운 업무로 이동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더 나은 직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교육과 직업훈련의 체계를 바꾸고, 기업은 직무를 재설계하며, 기술기업은 장애인을 고려한 AI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는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그 변화의 설계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결국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전환의 문제다. AI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 그러나 AI가 기존의 노동 장벽을 낮추고 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어느 쪽의 미래가 현실이 될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AI의 성능만이 아니다.노동시장이 기술의 변화에 맞춰 얼마나 유연하게 직무를 재설계하는지, 기업이 장애인을 얼마나 동등한 노동자로 바라보는지, 정부가 얼마나 빠르게 고용정책을 전환하는지에 달려 있다. AI 시대에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일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선택하고, 기술을 활용해 능력을 확장하며, 변화하는 노동시장 안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다.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로 넘어간다면, 장애인 역시 그 변화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AI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가 아니다. “AI로 다시 만들어지는 노동시장에 장애인이 함께 설 자리를 우리는 만들고 있는가?” AI 시대의 장애인 고용정책이 답해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2026-08-18 07:29:30 이수영 칼럼니스트
  • [이수영의 IT 칼럼] AI 시대, 장애인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인권/복지

    [이수영의 IT 칼럼] AI 시대, 장애인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 장애인의 삶이 데이터가 되는 시대, 자기결정권을 다시 묻다
    내가 병원에서 진료받은 기록은 누구의 것인가? 내가 받은 복지서비스의 기록은 누구의 것인가? 내가 사용하는 보조기기의 사용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AI가 그 데이터를 학습해 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면, 그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 AI 시대 장애인권을 이야기하면서 이제 이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장애인의 삶은 이미 수많은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다.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면 복지데이터가 만들어진다. 병원과 재활기관을 이용하면 의료·재활 데이터가 축적된다. 보조공학기기를 사용하면 사용자의 움직임과 이용 패턴이 기록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건강과 활동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한다. AI 기반 재활이나 의사소통 서비스가 확대되면 장애인의 행동과 음성, 표현 방식까지 데이터가 된다.문제는 데이터가 많아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장애인의 삶을 데이터로 바라볼 수 있게 된 만큼, 그 데이터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권리의 문제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과거 장애인 정책의 중요한 질문이 “장애인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였다면, AI 시대에는 여기에 하나의 질문이 더해져야 한다. 그 서비스를 위해 수집된 장애인의 데이터에 대해 당사자는 어떤 권리를 갖는가? 장애인 데이터는 정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측면이 있다. 어떤 장애인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알아야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지역별 장애인 인구와 서비스 이용 현황을 분석해야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분석은 훨씬 정교해질 수 있다. 개인의 건강상태와 복지서비스 이용 이력, 생활환경 등을 분석해 필요한 서비스를 예측하거나 재활 프로그램을 추천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AI가 장애인 복지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긍정적인 모습이다.그러나 데이터가 ‘정책을 참고하기 위한 정보’에서 ‘개인을 판단하기 위한 정보’로 바뀌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AI가 과거의 복지서비스 이용 기록을 분석해 특정 장애인의 서비스 필요도를 판단한다고 생각해보자. AI의 판단이 활동지원 서비스의 제공량이나 복지서비스 추천에 영향을 미친다면, 데이터는 더 이상 단순한 행정정보가 아니다. 데이터가 장애인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의 근거가 된다.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과거에 특정 복지서비스를 많이 이용했다는 데이터가 있다고 하자. AI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에도 해당 서비스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인간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가 필요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신청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경제적·사회적 환경 때문에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는 삶이 존재한다. AI가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도 그 데이터에 기록되지 않은 경험과 선택까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그리고 그때부터 질문은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선다. “내 데이터가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가?”만이 아니라, “내 데이터가 나에 대한 판단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장애인 데이터의 문제는 ‘개인정보’에서 끝나지 않는다. 장애와 관련된 데이터는 본질적으로 민감하다. 장애 유형과 정도, 의료정보, 재활정보, 정신건강 관련 정보, 의사소통 특성,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은 단순한 숫자나 행정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을 설명하는 정보다. 더구나 AI 시대에는 개별 데이터보다 데이터의 결합이 더 중요해진다. 복지서비스 이용 기록에 의료정보가 결합되고, 여기에 이동 데이터와 웨어러블 데이터가 연결되면 AI는 개인의 생활패턴이나 건강상태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더 나아가 당사자가 직접 제공하지 않은 정보까지 데이터로부터 추론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기존의 개인정보 보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데이터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뿐 아니라, AI가 그 데이터로부터 무엇을 새롭게 알아내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사람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직접 입력하지 않았더라도 여러 데이터를 통해 AI가 특정 질환이나 위험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다. 장애인이 직접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나 생활환경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데이터 결합을 통해 상당 부분 추정될 수 있다. 즉, AI 시대의 데이터는 단순히 ‘내가 제공한 정보’가 아니다. 데이터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정보까지 권리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그렇다면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동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다.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처음 수집될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 제공한 데이터가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연구를 위해 활용된 데이터가 AI 시스템 개발에 사용될 수도 있다. AI 개발 과정에서 사용된 데이터가 다른 데이터와 결합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활용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익적 연구와 기술 발전을 위해 데이터 활용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어디까지 보장되는가라고 할 수 있다.EU에서 개인정보 처리의 투명성과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조하고, 고위험 AI에 대한 위험관리와 인간의 감독 등을 요구하는 것도 결국 기술의 효율성만으로 인간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경우에는 여기에 하나의 조건이 더 필요하다.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접근성이다. 장애인에게 수십 페이지의 복잡한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제공한 뒤 “동의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자기결정권이 보장됐다고 할 수 있을까. 동의할 수 있는 형식적 기회와 실제로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다르다. 따라서 AI 시대 장애인의 데이터 자기결정권은 단순히 ‘동의권’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알 권리, 설명받을 권리, 선택할 권리, 필요한 경우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권리, 그리고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권리까지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그렇다고 장애인 데이터를 무조건 적게 수집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데이터가 없으면 또 다른 차별이 생긴다. 여기에서 장애인 데이터 정책의 어려운 역설이 발생한다. 데이터를 많이 모으면 개인정보와 권리 침해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장애인 데이터를 지나치게 배제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장애인의 데이터가 부족하면 AI가 장애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음성인식 AI가 비장애인의 음성을 중심으로 학습한다면 장애인의 음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이용 환경이 데이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AI 서비스는 시각장애인에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AI라면 그들의 의사와 욕구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장애인 데이터에는 매우 어려운 역설이 존재한다. 데이터를 과도하게 수집하면 권리가 침해될 수 있지만,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AI에서 장애인이 다시 배제될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을 둘러싼 단순한 논쟁이 아니다. 어떤 데이터를, 왜, 누구의 참여 아래, 어떤 보호장치를 가지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바로, 장애인의 데이터에 관한 결정 과정에 장애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장애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업이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연구기관이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하면서 정작 데이터의 주체인 장애인은 그 과정에서 빠져 있다면 문제가 있다.장애인은 단순한 데이터 제공자가 아니다. 데이터 활용의 영향을 직접 받는 당사자다. 따라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지,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떤 보호장치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단체, 그리고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의견을 들어주는 것”과 다르다.데이터 거버넌스 자체에 장애인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문제다. UN 장애인권리협약(CRPD)이 장애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장애인의 참여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와 데이터의 시대라고 해서 이 원칙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당사자의 참여는 더 중요해진다.장애인 데이터 정책에서 흔히 발생하는 두 가지 극단이 있다. 하나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데이터 활용 자체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AI 발전과 공익을 이유로 데이터 활용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다. 둘 다 충분한 답이 되기 어렵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와 활용의 균형이다.장애인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연구와 기술 개발에는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확보하되, 목적을 벗어난 무분별한 활용은 막아야 한다.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에도 누가 접근하고 어떤 알고리즘에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결국 데이터 거버넌스의 핵심은 “데이터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면서도 장애인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다.대한민국은 AI와 디지털 행정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AI가 복지·의료·재활·행정서비스에 더욱 깊숙이 들어간다면 장애인 데이터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장애인 데이터에 관한 명확한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장애인이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활용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AI 학습이나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경우 그 사실과 목적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결합과 AI 분석으로 인해 차별이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넷째, 장애인 당사자가 데이터 정책과 AI 거버넌스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데이터가 부족해서 장애인이 AI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문제 역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출발점에는 장애인의 권리가 있어야 한다.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장애인의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이 질문에 “정부의 것이다”, “기업의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한 기관의 것이다”라고 단순하게 답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 데이터의 권리관계는 데이터의 종류와 수집·처리 방식에 따라 복잡하게 달라진다. 그러나 AI 시대에 우리가 분명하게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 장애인의 삶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데이터는 장애인의 삶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AI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더 잘 제공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데이터는 새로운 보조공학을 만들고, 더 나은 재활기술을 개발하고,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확대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장애인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린다면 기술 발전의 의미는 달라진다.장애인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과 장애인을 데이터로만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AI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장애인의 데이터 권리를 보장하면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국가다. 장애인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참여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AI 시대 장애인의 데이터 보호 거버넌스이자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8-11 17:17:05 이수영 칼럼니스트
  • [이수영의 IT 칼럼] 과학기술 복지로 여는 대한민국, AI와 로봇으로 만드는 무장애 도시의 표준
    인권/복지

    [이수영의 IT 칼럼] 과학기술 복지로 여는 대한민국, AI와 로봇으로 만드는 무장애 도시의 표준

    “지형적 한계를 넘는 로봇과 AI 기술의 결합, 이수영이 그리는 대한민국은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과학기술 복지’의 나라입니다.”
    인공지능은 도시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율주행 기술은 이동의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로봇은 사람의 일상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만큼 우리의 도시는 모두에게 편리해지고 있을까? 누군가에게 집 앞의 계단은 단순한 계단이 아니다.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외출을 가로막는 벽이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세상과 단절되는 문턱이다. 경사가 심한 골목과 좁은 보도, 턱과 계단, 노후한 주거환경은 이동약자에게 도시 전체를 거대한 장벽으로 만든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대한민국에서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 문제는 더 이상 일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이동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사고나 질병으로 후천적인 장애를 경험할 수도 있다. 오늘의 이동약자를 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결국 내일의 우리 모두를 위한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도시는 ‘경치만 좋은 창살 없는 감옥’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장벽을 걷어내기 위해 지방자치와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혁신(STI)​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첫 번째 장벽, ‘지형’을 기술로 넘자.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고, 오래된 주거지역과 골목길이 곳곳에 남아 있다. 모든 지역에 도로를 새로 만들고 기존 도시구조를 뜯어고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기술이 지형에 적응하도록 만들면 된다. 가파른 경사에서도 수평을 유지하는 모빌리티 기술과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결합한 경사지 특화 1인용 모빌리티를 개발하고 실증할 필요가 있다. 버스 등 교통수단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골목과 급경사 구간까지 이동할 수 있는 소형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장애인과 노인의 이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교통수단 하나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의 대중교통망이 닿지 못했던 도시의 ‘모세혈관’까지 이동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다. 교통의 사각지대를 기술로 메우는 새로운 이동권 정책이 필요하다.두 번째 장벽, ‘중력’을 낮추자. 고령자와 장애인에게 또 하나의 거대한 장벽은 중력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몇 분이면 오를 수 있는 계단도 하체 근력이 약해진 노인에게는 외출을 포기하게 만드는 높은 산이 될 수 있다. 이 문제 역시 과학기술로 접근할 수 있다. 경량형 착용형 웨어러블 로봇, 즉 ‘입는 로봇’의 공공 렌탈과 지원사업​을 시범 사업으로 적용해 확대하자. 무릎과 허리, 하체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장애인과 노인이 스스로 일어서고 걷고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입는 로봇은 사람을 대신해 걷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에게 다시 자신의 힘을 돌려주는 ‘제2의 근육’이다.누군가에게 업히지 않고, 누군가의 부축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시장에 가고 병원에 가고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기술이 만들어야 할 복지의 모습이다. 과학기술 복지는 단순히 편의를 제공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장애인과 노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일 수 있는 ‘자립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것​이어야 한다.세 번째 장벽, ‘데이터’를 과학기술로 밝히자. 이동수단과 로봇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동약자에게 외출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길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어디에 턱이 있는지, 어느 구간이 지나가기 어려운지, 계단은 어디에 있는지, 어느 길이 가장 안전한지 알 수 없다면 외출 자체가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디지털 트윈 기반의 무장애 지도다. 대한민국의 주요 도시를 3D 공간으로 구현하고 도로의 경사도, 계단, 보도 폭, 턱, 경사로, 엘리베이터, 장애물 등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하자. 그리고 AI가 시민의 상황에 맞춰 최적의 이동경로를 제시하도록 하자.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계단이 없는 경로를, 고령자에게는 경사가 완만한 경로를,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으로 안내되는 경로를, 보행이 어려운 시민에게는 이동지원 서비스와 연결되는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다. 향후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 안경과 웨어러블 기기, 이동 로봇까지 연결할 수 있다. 길을 잃은 항해사에게 북극성이 방향을 알려주듯, 디지털 트윈과 AI가 만들어내는 ‘디지털 북극성’이 이동약자의 길을 안내하도록 하는 것이다.과학기술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과학기술을 주로 산업 경쟁력과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더 빠른 반도체, 더 강력한 AI, 더 정교한 로봇.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하나 더 던져야 한다. 과학 기술은 가장 불편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가?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집 앞 계단 때문에 외출하지 못하는 노인이 있고,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해 집에 머무는 장애인이 있다면 과연 우리는 그 도시를 ‘포용적인 스마트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진정한 스마트시티는 기술이 많은 도시가 아니다. 기술 때문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도시다.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고, 노인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으며, 아이와 임산부, 일시적으로 다친 사람까지 누구나 도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다. 그래서 무장애는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의 미래를 위한 도시정책이다.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은 유모차도 지나갈 수 있다. 노인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도는 어린아이에게도 안전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는 고령자에게도 유용하다. 결국 장애인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과학기술 복지’의 기준을 바꾸자. 이제 복지의 표준도 달라져야 한다. 복지의 목표를 단순히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는 데만 두어서는 안 된다. 기술을 통해 시민이 다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AI 돌봄이 혼자 사는 노인의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로봇이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의 일상을 보조하고, 디지털 트윈이 가장 안전한 이동경로를 알려주며,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교통 사각지대까지 찾아가는 사회. 이것이 바로 AI와 로봇 시대의 과학기술 복지가 될 수 있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오래, 더 안전하게, 더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다. 대한민국이 무장애 도시의 표준이 되자. 이제 대한민국의 도시정책은 ‘스마트시티’를 넘어 ‘Barrier-Free AI City’, 즉 AI 기반 무장애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지역마다 지형과 인구구조는 다르지만 문제는 연결되어 있다.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 산복도로와 경사지가 많은 지역, 농어촌의 교통 취약지역, 노후 주거지가 밀집한 지역, 장애인의 이동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지역. 이곳에 AI와 로봇,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새로운 도시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기술을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다. 가장 먼저 기술의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은 가장 편리한 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불편한 곳에 놓인 사람이어야 한다. 과학기술은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기보다 가장 낮은 곳을 비출 때 비로소 따뜻해진다. 장애인과 노인이 계단 앞에서 멈추지 않는 대한민국. 휠체어를 탄 시민이 목적지를 포기하지 않는 대한민국. 누구나 자신의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안전하게 도시를 이동할 수 있는 대한민국. AI와 로봇이 사람의 삶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지켜주는 대한민국.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진짜 스마트시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술보다 사람이 있어야 한다.과학기술의 온기로 비추는 ‘디지털 북극성’. 그 빛이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와 골목, 모든 노인과 장애인, 모든 이동약자의 일상을 비출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무장애 도시의 세계적 표준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사람을 앞서가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이 가장 먼저 사람을 바라보는 나라. 필자는 그러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2026-08-10 11:04:33 이수영 칼럼니스트
  • [이수영의 IT 칼럼] AI 대전환 시대,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은 기술이 아니라 권리다.
    사회

    [이수영의 IT 칼럼] AI 대전환 시대,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은 기술이 아니라 권리다.

    AI 시대, 누구도 지능정보사회 밖에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
    "이 서비스는 AI를 통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안내를 자주 접하게 된다. 공공기관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민원상담을 도입하고, 병원은 AI 예약시스템을 운영하며, 금융기관은 AI 상담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일상 곳곳에서 AI는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기술은 분명 더 편리해졌다.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도 더 편리해졌을까? 디지털 기술은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은 화면 속 정보를 음성으로 전달받아야 한다. 청각장애인은 음성이 아니라 자막과 수어를 통해 정보를 이해한다. 발달장애인은 복잡한 문장보다 쉬운 언어와 직관적인 구성이 필요할 수 있다. 뇌병변장애인은 음성이나 손동작 대신 다른 방식으로 기기를 조작해야 할 수도 있다. 기술은 하나지만, 사람들의 접근 방식은 모두 다르다.AI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AI는 텍스트와 음성, 이미지, 영상을 동시에 활용되며 일상의 기술로 자리잡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이 곧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를 설명하는 AI가 시각장애인이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실시간 자막이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어떨까? AI 챗봇이 쉬운 언어(Easy Read)를 지원하지 않아 발달장애인이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기술은 존재하지만 권리는 실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디지털로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이것이 AI 시대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이 갖는 새로운 의미다. 많은 사람들은 접근성을 기술적 기능으로 생각한다. 화면낭독기를 지원하고, 글자를 크게 만들고, 자막을 제공하는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접근성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다. 접근성은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권리다.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교육에 참여할 수 있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어야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며,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경제적 자립도 가능해진다.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문화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 접근권은 하나의 서비스 이용 문제가 아니라, 다른 모든 권리의 출발점이다.그래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접근성을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정보와 통신, 교통, 시설,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국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AI 시대에는 이 조항을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야 한다. 이제 접근성은 건물의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등 공간적 접근을 위한 베리어프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성형 AI, 음성비서, 디지털 행정서비스, 온라인 교육, 원격의료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환경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AI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은 단순히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에서, 고용에서, 행정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점차 뒤처질 위험에 놓일 수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 접근권은 곧 시민권과 연결된다.그래서 AI 시대의 접근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AI를 활용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빠르게 민원을 해결하며, 더 다양한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얻는다. 반면 누군가는 접근성 부족으로 이러한 변화에서 계속해서 배제된다. 같은 사회에 살지만 서로 다른 속도로 미래를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우리가 지금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고보 법과 정책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기술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접근권은 뒤따라가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가장 정의로운 방법이다.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역시 같은 철학을 담고 있다.특정 집단만을 위한 별도의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많은 사람이 처음부터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과거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의 접근성을 위한 것이었지만, 노약자, 임산부, 환자, 무거운 짐이 많은 사람들도 함께 이용하는 편리함을 제공했다. AI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나중에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이용자를 출발점으로 설계해야 한다.그것이 진정한 장애포용 AI다. AI는 더 많은 일을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를 더 포용적으로 만드는 것은 기술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접근성을 헌법적 가치와 권리로 바라보는 사회적 철학이 함께할 때 비로소 AI는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은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가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약자라고해서 또는 비용이 더 든다고해서 디지털 사회 밖에 남겨두지 않았는가.? 바로 그 질문이 AI 시대 포용적 AI, 장애인 복지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
    2026-08-06 13:47:36 이수영 칼럼니스트
  • [이수영의 IT 칼럼] AI 대전환 시대, 보조공학은 지원을 넘어 장애인의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가
    사회

    [이수영의 IT 칼럼] AI 대전환 시대, 보조공학은 지원을 넘어 장애인의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가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은 오랫동안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켜 온 중요한 기술이었다. 휠체어는 이동의 자유를 넓혔고, 의수와 의족은 일상생활의 가능성을 높였다. 화면낭독기(Screen Reader)는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을 가능하게 했으며, 보청기와 인공와우는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했다.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AAC(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 역시 많은 장애인에게 세상과 연결되는 창이 되어 왔다.이처럼 보조공학은 장애인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수단이었다. 그러나 AI의 등장은 보조공학의 의미 자체를 바꾸기 시작하고 있다. 과거의 보조공학이 장애인이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하거나 보완하는 기술이었다면, AI 시대의 보조공학은 장애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더욱 늘려주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이 변화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시작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문서를 요약하고, 사진과 그래프, 복잡한 이미지를 설명받을 수 있다. AI 기반 시각보조 서비스는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필요한 정보를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청각장애인은 AI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회의나 강의에서 실시간 자막을 제공받고,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거나 다국어 통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의사소통의 장벽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발달장애인에게도 AI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복잡한 문장을 쉬운 언어(Easy Read)로 바꾸거나, 일상생활을 단계별로 안내하고, 사회적 상황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중증 지체장애인은 음성명령이나 시선추적(Eye Tracking) 기술과 AI를 결합해 컴퓨터를 조작하고, 가전기기를 제어하며, 의사소통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을 넘어 장애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좋은 보조공학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가? 기술이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것이 과연 가장 좋은 보조공학일까? 생각건대, 보조공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을 기술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기술을 활용해 더욱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AI 역시 마찬가지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자신의 생각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AI가 길을 대신 찾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더 자신 있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AI가 모든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AI 보조공학의 핵심은 '지원(Support)'이 아니라 '역량 강화(Empowerment)'다.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장애인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보조공학기기를 얼마나 많이 보급했는지가 중요한 성과지표였다면, 앞으로는 장애인이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교육과 고용, 사회참여, 자립생활의 기회를 넓혔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AI 기반 보조공학의 연구개발과 보급뿐 아니라, 장애인이 자신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함께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보조공학과 AI 활용 교육은 더 이상 별개의 정책이 아니다. AI를 활용하는 역량은 새로운 자립생활의 기반이자, 미래 사회에서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결정하는 핵심 역량이 될 가능성이 크다.국제사회 역시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인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를 위해 보조공학과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접근을 확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지능형 보조기술이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AI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사람의 가능성을 키우지 못한다면 진정한 보조공학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좋은 AI 보조공학은 장애인을 대신 살아주는 기술이 아니다.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더 자유롭게 선택하고, 더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역량을 확장하는 기술이다.AI 시대 장애인 복지의 목표도 여기에 있어야 한다. 더 많은 기기를 지원하는 사회가 아니라, 더 많은 장애인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 그것이 AI 대전환 시대 보조공학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며, 장애인 복지의 미래가 지향해야 할 가치일 것이다.
    2026-08-05 22:02:45 이수영 칼럼니스트
  • AI가 도시를 운영하는 시대 온다… 부산 벡스코 2026 WSCE서 Physical AI시대 스마트 도시 거버넌스 해법 모색
    공연/전시

    AI가 도시를 운영하는 시대 온다… 부산 벡스코 2026 WSCE서 Physical AI시대 스마트 도시 거버넌스 해법 모색

    - Physical AI 기반 AI-Native City 시대, AI의 책임과 법·제도 방향 논의 - AI·스마트시티·법률·사이버보안 전문가 참여… 신뢰 가능한 미래 도시 모델 제시
    인공지능(AI)이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의 도시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Physical AI 시대를 맞아, 미래 도시의 새로운 운영 방식과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 및 글로벌 거버넌스 방향을 논의하는 전문 컨퍼런스가 부산에서 열린다."Physical AI 시대, 스마트·AI 도시의 법·제도와 글로벌 거버넌스" 컨퍼런스가 오는 2026년 9월 11일(금)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부산 벡스코 제1전시관 메인 스테이지에서 개최된다.이번 행사는 250석 규모의 월드 스테이지에서 진행되며, AI정책과 입법연구소가 주최하고 변혁법제정책연구소,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스마트AI경영연구소, 부산경제통계연구원, 사이버안보연구소, ㈜메타플래그가 공동 주관한다. 또한 2026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AI·스마트시티·법제·사이버보안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미래 도시 거버넌스 방향을 모색한다.이번 컨퍼런스는 스마트시티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교통, 재난안전, 행정, 에너지 등 도시의 물리적 시스템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미래 도시가 갖춰야 할 기술 전략과 법·제도적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특히 Physical AI 시대에는 AI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AI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책임 체계, 시민 안전 확보, 사이버보안 강화, 국제적 협력체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AI·스마트시티·법제·사이버보안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뢰할 수 있는 AI 도시’를 만들기 위한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이번 컨퍼런스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Physical AI 기반 AI-Native City 시대, 도시를 운영하는 AI의 책임과 법·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주제로 AI 의사결정 책임성, AI City Act 필요성, 글로벌 AI 규범과 국제표준, 스마트·AI 도시 거버넌스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행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진행된다. 개회식에서는 박민해 부산중구의회 의원이 전체 사회를 맡으며, 이수영 AI정책과 입법연구소 의장이 개회사를 이어 조용호 변혁법제정책연구소 소장의 환영사와 함께 박홍배 국회의원, 이명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상임감사가 축사를 통해 미래 도시 혁신과 AI 기반 사회 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첫 번째 세션은 "AI는 도시를 어떻게 운영하는가? Physical AI 시대의 도시 혁신과 AI-Native City"를 주제로 진행된다.기조발표에서는 이수영 AI정책과 입법연구소 의장이 "Physical AI 시대의 도시 전략과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제로 발표하며, AI가 도시 운영에 참여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필요한 정책 방향과 국제 협력 과제를 제시한다.이어 김민호 한국해양대학교 AI공학부 교수는 "도시 운영체계를 혁신하는 AI 기술과 미래 도시"를 주제로 AI 기반 도시 운영 기술의 발전 방향을 발표하고, 박영수 동의과학대학교 소방재난학과 교수는 "재난안전 AI도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주제로 AI 기반 재난 대응과 도시 회복력 확보 방안을 논의한다.이후 진행되는 패널 토론에서는 이수영 AI정책과 입법연구소 의장이 좌장을 맡고, 손판도 동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민재명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AI경영학과 객원교수, 배정철 부산대학교 STI센터 겸임교수, 박영수 동의과학대학교 교수, 김민호 한국해양대학교 AI공학부 교수가 참여해 AI-Native City 구현 전략과 미래 도시 운영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두 번째 세션은 "Physical AI 시대, 신뢰할 수 있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법·제도와 사이버보안,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제로 진행된다.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Physical AI가 사고를 내면, 누가 책임지는가?"를 주제로 AI 시스템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와 법·제도 설계 방향을 발표한다.이어 이 진 사이버안보연구소 소장은 "부산형 스마트시티 통합 및 보안 내재화"를 주제로 스마트시티 환경에서 요구되는 사이버보안 전략과 안전한 도시 운영 체계를 제시한다.패널 토론에서는 조용호 변혁법제정책연구소 소장, 이진우 경성대학교 국제학과 교수, 이동수 ㈜다이버시티 하우스 대표,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 진 사이버안보연구소 소장이 참여해 AI 도시의 법적 책임, 보안 체계, 글로벌 거버넌스 방향을 논의한다.이수영 AI정책과 입법연구소 의장은 “Physical AI의 등장은 인공지능이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의 도시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전환점”이라며 “AI 기반 교통, 재난안전, 스마트 인프라 등은 도시의 효율성과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그러나 현실 세계와 연결된 AI는 잘못된 판단이나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경우 단순한 정보 오류를 넘어 도시 기능의 마비, 시민 안전 위협,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안전과 책임을 확보하기 위한 법·제도·정책적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 의장은 미래 AI 도시 거버넌스 방향으로 PACT 기반의 접근을 제안하며 “AI 시대에 맞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Policy & Law, AI 의사결정과 시스템 운영에 대한 책임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Accountability, 정부·기업·시민·국제기구가 함께 만드는 협력 체계인 Collaboration, 그리고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AI 도시를 구현하는 Trust가 미래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미래 도시는 단순히 AI가 적용된 도시가 아니라 AI를 안전하고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며 “이번 컨퍼런스가 기술과 법·제도, 국제표준을 연결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도시 거버넌스를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이번 컨퍼런스는 AI 기술과 법·제도·국제표준을 연계한 신뢰 가능한 AI 도시 모델을 제시하고, Physical AI 시대 대한민국의 스마트·AI 도시 거버넌스 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될 예정이다.
    2026-08-04 06:55:34 정진욱
  • [이수영의 IT 칼럼] AI 대전환 시대, AI는 장애인의 삶을 대신 결정할 수 있는가
    인권/복지

    [이수영의 IT 칼럼] AI 대전환 시대, AI는 장애인의 삶을 대신 결정할 수 있는가

    AI 시대에도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은 양보할 수 없는 권리다
    "당신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AI가 추천했습니다."앞으로는 익숙해질 문장이다. AI는 장애인의 건강정보와 복지서비스 이용기록, 이동 패턴, 생활환경, 의료정보 등을 분석해 필요한 서비스를 추천하고, 위험을 예측하며, 정책의 우선순위를 제시할 수 있다. 행정은 더 빠르고 정교해질 것이며, 맞춤형 복지 역시 한층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잠시 멈춰야 한다.추천과 결정은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AI는 어떤 서비스가 적합한지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다. 이 원칙은 AI 시대에도 결코 달라져서는 안 된다. 과거 장애인 복지는 '보호'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무엇이 장애인에게 좋은지 사회와 전문가가 먼저 판단하고, 장애인은 그 결정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선의에서 출발한 제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장애인의 선택권과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오늘날 장애인 정책은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의 주체로 바라본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개념이 바로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이다. 자기결정권은 단순히 선택할 자유를 의미하지 않는다. 어디에서 살아갈 것인지, 누구와 관계를 맺을 것인지,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배우며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역시 이러한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협약 제12조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법적 능력을 인정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19조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를 강조한다.AI 역시 이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활동지원서비스의 이용 시간을 추천하거나 재활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사실상의 결정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행정 담당자가 "AI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의 선택권은 점차 좁아질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AI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다양성을 하나의 기준에 맞추기 시작하는 순간이다.AI는 가장 일반적인 패턴을 잘 찾아낸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평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원하는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선택할 수 있고,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를 원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직업훈련에 도전하고 싶어 하고, 또 다른 사람은 현재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AI는 이러한 선택을 대신할 수 없다. 선택에는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와 경험, 희망과 관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의 최종 결정(Human Agency)'이다. AI는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인 결정은 언제나 사람의 몫이어야 한다. 특히 장애인 복지에서는 이 원칙이 더욱 중요하다. 장애인의 삶은 효율성보다 존엄이 우선되어야 하며, 편의보다 권리가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AI는 더 나은 결정을 돕는 조력자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삶의 방향을 대신 선택하는 관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러한 원칙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이라는 민주적 원칙을 확인하는 과정이다.장애인 복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AI는 장애인을 대신 결정하는 AI가 아니다. 장애인이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AI다. 복지의 목적은 삶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AI 시대에도 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기술은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의 권리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장애인의 삶은 알고리즘이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AI는 그 길을 함께 비추는 동반자가 될 수는 있어도, 목적지를 대신 정하는 안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AI 대전환 시대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장애인 복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며,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결코 양보될 수 없는 이유다.
    2026-08-03 10:46:35 이수영 칼럼니스트
  • AI 피싱은 왜 맞춤법이 완벽한가
    컴퓨터

    AI 피싱은 왜 맞춤법이 완벽한가

    예전 피싱 메일을 구별하는 법은 어렵지 않았다. 맞춤법이 틀렸다. "고갱님 귀하의 게좌가 정지되였습니다" 같은 문장을 보면 누구라도 고개를 갸웃했고, 보안 교육에서도 "오탈자가 보이면 삭제하라"고 가르쳤다. 나도 그렇게 가르친 적이 있다. 적어도 2023년까지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요즘 피싱 메일에는 오탈자가 없다. 존댓말이 흠잡을 데 없고, 회사 내부에서 쓰는 용어까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받아본 사람이 "이거 진짜 팀장님이 보낸 거 아니야?"라고 되묻는 수준이다. 공격자가 갑자기 국어 실력이 는 게 아니다. Chat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이 대신 써준다. KnowBe4가 2024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피싱 메일을 분석했더니, 82.6%에서 AI 개입 흔적이 나왔다. 10통 중 8통이다. 비슷한 통계는 차고 넘치지만, 이 숫자 하나면 충분하다.하버드 연구팀이 2024년 말 공개한 실험에서, AI가 사람 손을 전혀 거치지 않고 완전 자동으로 만든 스피어피싱의 클릭률은 54%였다. 같은 실험에서 함께 돌린 일반 피싱 대조군(12%)의 4배가 넘는 수치이고, 인간 전문가가 공들여 쓴 메일과 정확히 같은 성적이다. 자동 생성한 메일과 공들여 쓴 메일이 동점이라면, 이 승부는 사실상 끝난 거다.이건 LLM의 작동 방식을 알면 당연한 결과다. 이 모델들은 수십억 개의 정상적인 문장을 학습해서 "가장 자연스러운 다음 단어"를 예측하도록 훈련됐다. 애초에 문법 오류를 만들기가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타깃의 SNS 활동, 직책, 소속 회사의 최근 공지까지 긁어서 넣는다. 그러면 "어제 회의에서 말씀하신 건으로 첨부 보내드립니다" 같은 메일이 그냥 나온다. 사람이 수백 곳에 맞춤형 메일을 쓰려면 몇 명이 붙어야 하나. AI는 혼자 한다.정작 관제하는 사람들이 골치 아파하는 건 따로 있다. 필터다. 같은 목적의 피싱이라도 AI가 매번 제목, 발신자명, 본문 구조를 조금씩 바꿔서 보낸다. 보안 쪽에서는 이걸 다형성(polymorphism)이라고 부른다. 기존 이메일 보안 게이트웨이는 알려진 악성 패턴의 "서명"을 대조하는 식으로 작동하는데, 변종이 수천 개씩 밀려오면 대조할 서명이 없다. 글을 잘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탐지 시스템이 서 있는 바닥 자체가 흔들린다.그러면 이제 뭘 봐야 하나. IBM X-Force는 문법만 보는 교육이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맞춤법이 깨끗하니까 괜찮겠지, 하는 착각을 심어준다는 거다. 봐야 할 건 문장이 아니라 행동이다. 돈을 보내라는 건지,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건지, 파일을 열라는 건지. 30분 안에 하라고 압박하는지. 진짜 은행이나 회사는 그렇게 재촉하지 않는다. 의심되면 메일에 적힌 번호 말고, 내가 이미 저장해둔 번호로 전화 한 통 돌리면 된다. 촌스러운 방법 같지만 이만한 게 없다.세계경제포럼(WEF)은 2026년 사이버보안 전망에서 AI 기반 사이버 사기를 랜섬웨어를 제치고 CEO들의 1순위 우려로 꼽았다. 맞춤법을 보고 판단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피싱 메일의 맞춤법이 당신보다 정확하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7-08 07:19:48 최우현 칼럼니스트
  • [기획] "지구 구하는 인공지능" ... 폐기물 분류부터 에너지 최적화까지 '환경 AI'가 뛴다
    IT/과학

    [기획] "지구 구하는 인공지능" ... 폐기물 분류부터 에너지 최적화까지 '환경 AI'가 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단순한 시민들 편의 제공을 넘어 인류의 생존 과제인 '지구촌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원 선순환, 자연 생태계 보호,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 효율화 등 환경 전 분야에 걸쳐 AI가 도입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이다.가장 눈에 띄는 최근 변화는 우리 주변의 '쓰레기 문제'에서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인력 수작업에 의존했던 재활용 선별장은 이제 AI 로봇들이 주도한다. 수퍼빈의 '네프론'과 같은 자동 회수기는 딥러닝 기술로 캔과 페트병을 0.1초 만에 식별해 분류하며, 사용자에겐 현금성 포인트를 제공해 자원 순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하늘과 바다에서도 AI의 감시망은 가동 중이다. 위성 데이터와 결합한 AI는 전 지구적인 산림 파괴와 해수면 상승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재난을 조기 경보한다. 수중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수질 정화 로봇이 녹조를 탐지하고 제거하며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관리하고 있다.인공지능의 에너지 분야의 혁신도 거세다. AI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는 기상 상황과 전력 수요를 예측해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는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AI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소모와 탄소 배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 업계는 연산량을 줄인 '저전력 알고리즘'과 '친환경 데이터 센터' 구축 등 이른바 '그린 AI(Green AI)'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기존 과거의 AI가 산업적 효율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지구촌 환경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술의 성패를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다.또한 AI가 지구촌 기후 온난화 등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 실정이다.
    2026-05-07 11:29:08 정진욱
  • 국산 NPU, '전성비'로 엔비디아에 도전장
    IT/과학

    국산 NPU, '전성비'로 엔비디아에 도전장

    정유·IT ‘추격전’… NPU+냉각유 ‘패키지’로 승부
    인공지능(AI) 열풍이 '에너지 블랙홀'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대한민국 IT 산업의 투트랙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인 AI 반도체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과 발생한 열을 효율적으로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의 국산화가 그 핵심이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기술 격차와 현 상황을 짚어봤다.엔비디아 독주 속 '틈새' 노리는 국산 NPU현재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막대한 전력 소모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에 구글(TPU), 아마존(트레니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저전력 칩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국내에서는 사피온,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등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비)'를 무기로 내세운다. 범용성이 높은 GPU와 달리, 국산 NPU는 AI 연산에만 최적화되어 전력 효율이 수 배 이상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국내 데이터 센터에 실전 배치되기 시작한 이들은 삼성전자의 저전력 메모리 기술과 결합해 '저탄소 AI'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공기' 대신 '액체'… 액침 냉각 시장의 도약냉각 기술에서도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이미 액침 냉각 기술을 상용화해 대규모 데이터 센터에 적용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8년 스코틀랜드 해저에 데이터 센터를 통째로 넣는 '나틱 프로젝트'를 통해 액체 냉각의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세계 액침 냉각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2030년에는 수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우리나라는 정유업계와 IT 업계의 '이종 결합'이 돋보인다. SK이노베이션(SK엔무브)과 GS칼텍스 등은 서버를 담글 특수 냉각유 개발을 완료했으며, SK텔레콤과 카카오 등은 이를 실제 데이터 센터에 도입해 테스트 중이다.구체적으로 SK엔무브는 2022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 센터용 냉각유 개발에 성공한 뒤 미국 GRC, 영국 아이소토프(Iceotope)와 협력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자체 브랜드 제품을 출시해 실증을 진행 중이다. 또한 반도체장비전문기업 GST는 상용형 및 이상형 액침 냉각 장비를, IoT 전문 스타트업 SDT와 데이터빈 등은 독자적인 냉각 플랫폼을 통해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기술력은 '대등', 생태계는 '추격 중'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술력이 하드웨어 단품으로는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그린 데이터 센터 생태계' 구축은 여전한 과제다. 미국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보조금과 규제를 통해 '친환경 AI 인프라'를 빠르게 표준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제 막 지자체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증 사업이 시작되는 단계다.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 역량과 정밀 화학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NPU와 액침 냉각유를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는 모델이 성공한다면, 유럽의 탄소 규제는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한 데이터센터 전문가는 "도심형 데이터 센터는 공간 제약과 소음 문제로 기존 공랭식 냉각에 한계가 있다"며 "소음이 없고 공간 효율이 높은 액침 냉각 기술은 도심 속 '그린 데이터 센터' 구현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04-20 10:44:49 천지은
  • 지자체 데이터 센터도 '액침 냉각' 도입 속도
    IT/과학

    지자체 데이터 센터도 '액침 냉각' 도입 속도

    인화점 250℃ 이상 확보 등 소방법상 '위험물' 분류 해소가 시급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로 공공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면서,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데이터 센터 운영 방식에도 일대 혁신이 일고 있다. 거대한 에어컨 대신 서버를 특수 액체에 담가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이 공공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기술 도입의 핵심 과제로 '안전 규제 정립'이 떠오르고 있다.경기도·광주광역시 등 공공 데이터 센터 '실증' 박차산업통상자원부는 2028년까지 약 180억 원 규모의 기술 개발 및 실증 과제를 추진하며 ‘그린 데이터센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 액침 냉각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경기도와 광주광역시다.경기도는 지난해 6월 'AI 기반 공공 서비스 혁신'을 선포하며 도 산하 데이터 센터의 전력 효율화를 위해 액침 냉각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특히 도심 내 위치한 센터의 경우 소음 민원 해결과 공간 효율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LG유플러스는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평촌2센터'에서 GS칼텍스의 국산 냉각유를 활용해 고성능 AI 서버 대상 액침 냉각 기술을 실증했고 2023년 기존 방식 대비 전력 소모량이 10~15%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을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평택 등지에 위치한 LG전자 칠러사업장을 중심으로 SK엔무브, GRC 등과 협력하여 초고효율 액침 냉각 솔루션 개발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국가 AI 데이터 센터를 보유한 광주는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액침 냉각 실증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공공 클라우드 센터에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와 액침 냉각을 결합한 'K-그린 인프라' 표준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광주시는 향후 구축될 NPU 컴퓨팅센터 설계 단계부터 액침 냉각 도입과 폐열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25년 11월에 인수한 유럽 최대 공조 기업 '플랙트그룹'의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생산 라인을 광주에 건립하기로 하고 세부 협의를 진행 중이다.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국가 차원의 '그린 데이터 센터 인증제'에 액침 냉각 효율 지표를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하며 공공기관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인화점 250℃...'불붙지 않는 냉각유'가 핵심액침 냉각 확산의 최대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안전'이다. 서버를 기름에 담그는 방식인 만큼, 화재 위험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SK엔무브,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은 인화점이 250℃ 이상인 고성능 합성유를 개발해냈다. 일반적인 경유(약 55℃)나 휘발유(-43℃)보다 훨씬 높은 온도이기 때문에, 웬만한 화기에도 불이 붙지 않는 수준이다."규제 샌드박스 통해 법적 걸림돌 치워야"기술은 준비됐지만 법적 가이드라인은 아직 정비 중이다. 현재 데이터 센터는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되어 소방시설법의 적용을 받는데, 액체 속에 잠긴 서버에 맞는 소화 설비 기준이 모호한 상태다.안전 규제만 명확해진다면, 도심 속 데이터 센터는 더 이상 '기피 시설'이 아닌 '친환경 기술의 집약체'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업계 관계자는 “안전 규제만 명확해진다면 도심 속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기피 시설이 아닌 친환경 기술의 집약체로 거듭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개선이 K-그린 데이터센터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할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2026-04-20 10:44:40 천지은
  • 글로벌 AI 5대 강자 비교분석 "똑똑함보다 중요한 건 '전공'
    IT/과학

    글로벌 AI 5대 강자 비교분석 "똑똑함보다 중요한 건 '전공'

    범용성의 챗GPT부터 검색 특화 퍼플렉시티까지... "목적 따라 골라 쓴다"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라고 묻던 시대는 지났다. 2026년 현재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맞춤형 도구'로 진화했다. 창작, 논문 분석, 실시간 검색 등 각기 다른 주특기를 가진 글로벌 5대 AI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클로드, 노트북LM를 비교 분석했다.① 생성형 AI의 '표준', 오픈AI '챗GPT'가장 넓은 범용성과 강력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 생성, 음성 대화, 데이터 분석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최상위권의 성능을 보여준다.강점은 압도적인 멀티 능력이다. 최근 공개된 엔진을 통해 인간 수준의 추론 능력을 보여준다. 약점은 지나치게 범용적이라 특정 전문 영역에서는 특화 모델에 밀리기도 한다.② 구글 생태계의 끝판왕, 구글 '제미나이'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완벽하게 통합된다. 구글 검색 엔진의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하여 정보의 최신성이 높다. 대규모 문맥 처리 능력. 수천 페이지의 문서를 한 번에 읽고 파악하는 능력이 독보적이다. 안드로이드 OS와의 연동성도 강력하다. 약점은 구글의 안전 정책이 엄격해 답변이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③ 'AI 검색'의 혁명, '퍼플렉시티'전통적인 검색 엔진을 대체하고 있는 서비스다. 질문을 던지면 실시간으로 웹을 검색해 신뢰할 수 있는 출처(각주)와 함께 답변을 정리해 준다.강점은 팩트체크가 필요한 업무에 최적화됐다. 답변의 근거가 되는 링크를 명확히 제시해준다. 다만 창의적인 글쓰기나 복잡한 코딩 작업보다는 '정보 요약'에 치중돼 있다.④ 가장 인간적인 문장력, 앤스로픽 '클로드''헌법적 AI' 원칙 아래 개발되어 가장 안전하고 윤리적이다. 특히 문학적 감수성이나 자연스러운 문장력이 뛰어나 작가와 기획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코딩 실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이 매우 정교한 것이 강점이다. 긴 문맥을 기억하는 능력이 탁월해 긴 대화도 매끄럽게 이어진다. 약점은 이미지 생성 기능이 제한적이며, 무료 버전의 사용 횟수가 적다.⑤ 연구와 학습의 파트너, 구글 '노트북LM'특정 문서나 자료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나만의 AI 노트'다. 사용자가 업로드한 자료 내에서만 답변을 찾아내므로 정보의 왜곡이 거의 없다.특히 최근 화제가 된 '오디오 개요(Podcast)' 기능이 백미다. 복잡한 논문이나 보고서를 업로드하면 두 전문가가 대담을 나누는 형태의 팟캐스트로 변환해준다. 이동 중에도 복잡한 내용을 귀로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 혁신적이다. 반면 외부 인터넷 정보 검색 기능이 제한적이며, 광범위한 창작 활동에는 부적합하다.뤼튼(Wrtn)과 에이닷(A.dot) 같은 국산 서비스는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도 한국어 특화 기능을 무기로 시장을 방어하고 있다.현장의 활용법도 영리해졌다. 한 테크 스타트업 개발자는 "복잡한 코딩은 클로드로 짜고, 최신 기술 트렌드 조사는 퍼플렉시티로 한다"며 "업무 성격에 맞춰 2~3개의 AI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요즘 직장인들의 실력"이라고 전했다.2026년의 AI 활용은 '무엇이 더 좋은가'의 경쟁을 넘어 '어떤 상황에 어떤 도구를 꺼내 드는가'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스마트폰 앱을 골라 쓰듯, 목적에 맞는 AI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AI 리터러시'가 현대인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6-04-20 10:44:32 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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