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IT 칼럼] AI 대전환 시대, AI는 장애인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가

이수영 칼럼니스트 발행일 2026-07-31 06:56:42
- AI 대전환 시대, 장애인 복지의 미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①
- AI 시대에도 장애인의 권리는 헌법과 인권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혁신과 미래를 연결하는 이수영 전문 칼럼니스트


"죄송합니다. 얼굴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안면인식 시스템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음성인식 AI가 뇌병변장애인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한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AI 서비스가 이미지 속 정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발달장애인이 AI 챗봇의 복잡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 필요한 복지 정보를 찾지 못한다.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장애인의 삶 역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복지 상담, 민원 안내, 건강관리, 재활서비스 등 장애인과 밀접한 영역에서도 AI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AI는 장애인의 이동을 돕고, 의사소통을 지원하며, 학습과 고용의 기회를 넓힐 수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미지 설명 서비스,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자막과 수어 기술, 발달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학습지원, 중증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기술(AAC) 등 AI는 장애인의 삶을 더욱 독립적이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는 정말 장애인을 더 자유롭게 만들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은 AI를 '장애를 극복하는 기술'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표현은 장애를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는 오래된 관점에 머물러 있다. 오늘날 장애인권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특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환경과 장벽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휠체어 이용자가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휠체어 때문이 아니라 계단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이 정보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청각장애 때문이 아니라 자막과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장애 때문이 아니라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뛰어난 AI가 개발되더라도 사회가 장애인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설계한다면 AI는 자유를 확대하는 기술이 아니라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새로운 사회 인프라가 될수록 우리는 더 신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의 민원서비스가 AI 챗봇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발달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까? 음성인식 시스템이 말더듬이나 뇌병변장애인의 발화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서비스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화면낭독기(Screen Reader)와 생성형 AI가 충분히 호환되지 않는다면 디지털 전환은 누구에게 편리한 것일까?

AI가 장애인을 차별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 기술은 설계되는 방식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 문제는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와 기술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의 다양한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결국 AI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환경을 학습한다. 이 점에서 AI 시대 장애인 복지는 새로운 질문과 마주한다.

기술은 누구를 기준으로 설계되고 있는가? AI는 누구의 목소리를 학습하고 있는가? 누구의 얼굴을 표준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I는 장애인을 '배려'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권리'의 주체로 존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장애인 복지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장애인 복지를 보호와 지원의 관점에서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제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CRPD)」은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권리를 동등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의 주체로 선언했다.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의사소통의 자유,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달라질 수 없다. 오히려 AI가 사회 전반의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할수록 장애인의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

AI의 오류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의 교육 기회와 고용, 복지서비스 이용, 사회참여를 제한하는 인권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시 AI 3대 강국을 목표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AI 선도국은 기술을 가장 빨리 도입하는 국가가 아니라, 기술 발전 속에서도 인간의 권리를 가장 충실하게 보호하는 국가여야 한다. 특히 장애인에게 AI는 편리한 기술을 넘어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로운 배제를 만들어내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결국 AI의 가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을 '장애포용 AI(Disability-Inclusive AI)'라고 부르고자 한다. 장애포용 AI란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기술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술을 설계하는 처음 단계부터 장애인을 동등한 시민이자 권리의 주체로 고려하는 AI를 의미한다. 이는 장애인을 사후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AI를 만드는 철학이다.

AI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더 똑똑해지고, 더 빠르게 학습하며, 더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변해서는 안 되는 원칙이 있다. 장애인의 권리는 기술보다 앞선다. AI는 장애인을 대신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더욱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한다.

AI는 장애를 극복하는 기술이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확장하는 기술이어야 한다. AI 대전환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가장 포용적인 기술이다. 그것이 장애인 복지의 미래이며, AI 시대에도 끝까지 지켜야 할 인간 중심 복지국가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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