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과 규정에 따른 제재기간을 마친 업체가 다시 계약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가 실제 문제점을 개선했는지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기간 만료만으로 다시 학교 식재료 공급에 참여할 수 있다면 현행 관리체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학교급식 식재료 계약금액의 95%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과거 위반 이력과 개선 여부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문제다.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국회 교육위원회)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에 내려진 행정처분은 총 527건이었다.
이 가운데 식품위생법 위반이 329건으로 전체의 62.4%를 차지했다. 부정당업자 처분은 163건, 원산지 위반은 35건이었다.
식품위생법 위반 329건…영업정지 이상도 81건
식품위생법 위반에 따른 처분을 보면 과태료가 192건으로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
이어 영업정지 51건(15.5%), 과징금 34건(10.3%), 영업소 폐쇄·영업허가 취소·직권말소 30건(9.1%), 품목제조정지 22건(6.7%) 순이었다.
특히 영업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은 사례가 81건으로 24.6%에 달했다.
학교급식은 일반적인 식품 거래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수의 학생이 같은 시간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식재료를 섭취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집단적인 식품안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에는 일반적인 식품업체 이상으로 엄격한 위생관리가 요구된다.
제재 끝나자 다시 학교로…재계약 2만9,980건·3,128억 원
더 주목되는 부분은 행정처분 이후다.
적발 업체는 공공급식통합플랫폼(eaT) 이용이 일정 기간 제한되지만, 제한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학교급식 계약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제한 만료 이후 이들 업체가 체결한 재계약은 총 2만9,980건으로 계약금액만 3,128억763만 원에 달했다.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 458곳 가운데 186곳, 40.6%가 제한기간 종료 후 다시 학교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 소재 A업체는 2022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과 89일간의 플랫폼 이용제한을 받았다. 그러나 제한기간이 끝난 이후 7,598건의 계약을 체결해 915억5,587만 원을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해당 업체가 이후 관련 시설과 관리체계를 개선하고 정상적인 기준을 충족했다면 재계약 자체를 부적절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따져봐야 할 핵심은 ‘3개월이 지났느냐’가 아니라 ‘위반 원인이 제대로 개선됐느냐’다.
반복 위반업체 44곳…‘기간제 제재’만으로 충분한가
반복 위반 사례도 확인됐다.
최근 5년 동안 2건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는 44곳으로 전체 처분업체 458곳의 9.6%를 차지했다.
한 번의 실수나 관리상 착오와 반복적인 위생관리 부실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동일 업체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단순히 일정 기간 플랫폼 이용을 제한했다가 다시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방식만으로 식품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급식·식품위생 전문가들은 제재기간의 길이보다 제재 종료 후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과정에서 위반사항의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위생시설 개선 여부와 작업장 관리상태, 식재료 보관·운송 과정, 종사자 위생교육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한 뒤 학교급식 계약에 다시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복 위반업체라면 일반 업체보다 현장점검 주기를 짧게 하거나 일정 기간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위험도에 따른 차등관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계약금액 95.3%가 수의계약…업체 선정 과정도 들여다봐야
학교급식 계약구조 역시 이번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다.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학교급식 식재료 계약금액은 총 14조1,956억 원이다.
이 가운데 수의계약이 13조5,290억 원으로 전체의 95.3%를 차지했고 전자입찰은 6,666억 원으로 4.7%에 불과했다.
수의계약 비중이 높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부실업체 선정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특성과 계약방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방식과 관계없이 학교가 업체를 선정할 때 가격과 공급능력뿐 아니라 과거 식품위생법 위반과 원산지 위반, 반복적인 행정처분 이력 등을 쉽게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하다.
특히 제재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위반 이력이 사실상 업체 선정 과정에서 의미를 잃는다면 행정처분의 예방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급식전문가 “위반이력 통합해 학교가 업체 위험도 확인할 수 있어야”
급식 전문가 관점에서 학교급식의 안전성은 최종 조리단계에서만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생산과 가공, 보관, 운송, 검수, 조리까지 전 과정이 연결돼 있다. 납품업체의 냉장·냉동 관리나 작업장 위생에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가 최종 검수 단계에서 이를 모두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교육당국과 관계기관이 업체별 위반 이력과 처분 내용, 개선조치 결과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학교가 계약 전에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식품위생법 위반과 원산지 위반 등 학생 먹거리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은 업체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핵심 정보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시행된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위반업체에 대해 최대 6개월 동안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수의계약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제재가 강화됐다.
하지만 제재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6개월이 지나 다시 계약시장에 들어오는 업체의 위생환경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확인하는 장치가 없다면 ‘3개월 제한’이 ‘6개월 제한’으로 바뀌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재보다 중요한 것은 ‘고쳤는지 확인하는 것’
한병도 의원은 “학교급식은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 발달과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교육부는 행정처분 및 위반 이력을 통합 관리해 사전점검부터 사후관리까지 학교급식 전 과정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학교급식 납품업체의 제재 이후 시정 여부 확인 실태와 관계기관 정보공유, 현장 재점검 체계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학교급식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위반업체를 무조건 시장에서 영구 퇴출하는 것이 아니다. 경미한 위반과 중대한 위반, 일회성 위반과 반복 위반을 구분하고 그 위험도에 맞게 관리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행정처분 기간이 끝났다는 사실과 위생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위반업체가 학교급식 시장에 다시 들어오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고쳤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반복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현장 재점검과 집중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학생들이 매일 먹는 한 끼를 책임지는 학교급식이라면 업체의 제재기간이 며칠인지 계산하는 행정보다 실제 식재료가 안전하게 공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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