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물재생 경험’으로 2,600억 공단 경영?…이사장 후보자 전문성 시험대

이정윤 발행일 2026-09-09 14:04:35
진재섭 후보자 최신 기술 대응능력 집중 검증…경력자료 오류까지 논란
서울의 대규모 물재생시설을 운영하는 서울물재생시설공단 이사장 후보자의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인사청문회에서 도마에 올랐다.

단순히 과거 물재생 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느냐가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하수처리 기술과 에너지 회수, 슬러지 자원화 등 현재의 현안을 이해하고 연간 약 2,600억 원 규모의 공단을 경영할 판단능력을 갖췄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서울특별시의회 김준성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6)은 지난 8일 제339회 임시회 제2차 서울물재생시설공단 이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진재섭 후보자의 물재생 분야 전문성과 최신 기술 대응능력, 공단 경영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16년 전 경험’과 현재 기술 사이 간극 어떻게 메울 것인가

김 의원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후보자의 물재생 분야 주요 업무 경험이 약 16년 전이라는 점이다.

물재생시설은 과거 단순히 하수를 처리해 방류하는 시설에서 벗어나 수질 개선과 에너지 생산, 자원 회수까지 담당하는 환경기초시설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김 의원은 “물재생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과거의 경험과 기술만으로 현재 공단의 책임을 맡을 수 있는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진 후보자가 과거 자신이 구상했던 사업이 약 15년이 지나 현실화됐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김 의원은 기술의 적시성을 문제 삼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검토와 적용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환경시설 운영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재생시설의 책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능력만은 아니다. 현장에서 제시되는 여러 기술 가운데 경제성과 안정성, 환경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실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경력자료 오류…‘단순 실수’로만 볼 수 있나

후보자가 제출한 주요 경력자료의 정확성 문제도 논란이 됐다.

제출 자료에는 후보자의 경력이 ‘서초구청 한강전략사업부’로 기재돼 있었지만 진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잘못된 자료”라고 밝혔다. 서초구청에는 해당 조직이 없고 미래한강본부에 전략사업부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사장 후보자의 경력은 전문성과 직결되는 만큼 단순 오기라고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며 자료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경력은 직무 수행능력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다. 특히 전문성 자체가 검증 대상이 된 상황에서 소속기관이나 담당업무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경력 표기는 보다 엄격하게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슬러지 ‘100% 자체처리’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비용 절감

공단의 경영개선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다.

진 후보자는 올해 공단 예산이 약 2,600억 원이라고 답하고 하수처리 원가와 요금 간 격차, 시설 유지관리비 등을 주요 경영 부담으로 제시했다.

김 의원은 특히 하수슬러지 처리비용 절감에 주목했다.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외부 민간업체에 맡길 경우 위탁처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공단이 건조·소각시설의 가동률과 안정성을 높여 자체처리 비중을 확대할 경우 외부 위탁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100% 자체처리 능력 확보’라는 목표가 시설용량을 갖추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김 의원도 “단순히 센터 내부에서 건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외부 위탁비 절감과 자원화까지 연결되는 실질적인 경영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재생 전문가 “처리량 아닌 전 과정 경제성 따져야”

물재생시설 관리 전문가들은 슬러지 자체처리율을 높이는 방향에는 의미가 있지만, 자체처리가 곧바로 비용 절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조·소각시설을 직접 운영하려면 에너지비와 유지보수비, 인건비가 들어가고 노후시설의 경우 고장과 가동중단에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간위탁 처리단가와 자체처리에 필요한 전체 비용을 비교하는 ‘전 과정 비용 분석’이 필요하다.

슬러지를 단순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역시 중요하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화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 외부 에너지 구입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진 후보자 역시 슬러지 건조시설의 정상 운영을 통한 자체처리 확대와 소화가스 증산·활용 등을 경영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목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체처리 확대를 통해 연간 얼마의 민간위탁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소화가스 증산으로 어느 정도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와 실행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이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가 의견을 판단하는 전문성’

서울물재생시설공단 이사장이 모든 하수처리 기술을 직접 설계할 정도의 기술자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기술적 대안을 이해하고 비용과 효과, 위험성을 비교해 최종 결정을 내릴 정도의 전문성은 요구된다.

특히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시설 현대화와 슬러지 처리, 에너지 자립 등은 한번 투자 방향을 잘못 결정하면 장기간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의원은 “서울물재생시설공단 이사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의견이 적정한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확인해야 할 것도 결국 이 부분이다.

16년 전 물재생 관련 업무를 경험했다는 사실만으로 현재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고, 과거 관련 업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전문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지난 16년 동안 크게 변화한 물재생 기술과 환경정책을 후보자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공단의 비용 절감과 수질 개선, 에너지 자립으로 연결할 구체적인 경영전략을 갖고 있느냐다.

서울물재생시설공단의 책임자에게 필요한 전문성은 과거 경력표에 적힌 몇 줄보다 앞으로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과 서울의 물환경을 어떤 판단으로 관리할 것인지에서 확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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