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재 확보를 둘러싼 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일부 AI 관련 대학원에서는 연구비가 부족해 학생들이 개인 비용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하며 실습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가 AI 산업 육성과 인재 확보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단기 교육과 취업지원에서 벗어나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중석 시의원(사진)은 서울시의회 임시회 서울디지털재단 업무보고에서 서울지역 AI 인재 육성 체계의 공백을 지적하며 가칭 ‘서울 AI 펠로우십’ 신설을 제안했다.
오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내 AI 관련 학과를 둔 대학원은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을 합쳐 10곳 정도다.
그러나 일부 대학원의 경우 등록금 외 별도의 연구비 확보가 어려워 학생들이 실제 AI 서비스를 활용한 실습이나 연구를 충분히 경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역량 있는 AI 대학원 중에서도 지난 정부에서 지원 대상에 들지 못했거나, 등록금 외에는 연구비가 없어 단순 교육에 머무르는 곳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AI 관련 대학원 중에는 연구비가 부족해 학생들이 자기 돈을 내고 실습하는 경우도 있다”며 “텍스트, 음성, 프로그램 개발, 영상, 통계, 마케팅 등 각 분야의 대표적인 AI 서비스를 직접 써보고 장단점을 몸으로 알아야 더 좋은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할 수 있는데 그 경험의 기회 자체가 비용 문제로 막혀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인데 대학원 연구는 ‘개인 결제’ 의존?
AI 연구환경은 기존 학문과 다른 특성이 있다. 이론교육뿐 아니라 실제 AI 모델과 소프트웨어, 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과정이 연구역량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비롯한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최신 기술을 직접 사용하고 이를 연구에 적용하는 경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유료 AI 서비스와 개발도구, 컴퓨팅 자원 등을 연구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활용할 경우 개인 대학원생에게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비가 충분한 대학이나 연구실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의 연구환경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AI 인재육성 정책이 교육 프로그램의 숫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실제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전문가 “AI 인재는 강의만으로 못 키워…실제 프로젝트 경험 중요”
교육전문가들은 AI 분야의 특성상 이론교육과 함께 실제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 경험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AI 분야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교과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데이터와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다양한 도구를 직접 사용해보는 경험이 연구역량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며 “학생 개인의 경제적 여건이나 소속 연구실의 연구비 규모에 따라 실습 기회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라면 인재육성 측면에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가 대학원 연구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는 “단순히 학생들의 AI 서비스 이용료를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서울시가 가진 도시 데이터를 연구에 개방하고 교통·환경·복지·안전 등 실제 도시문제를 연구과제로 제시해 대학원생들이 해결하도록 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연구비 지원과 공공 프로젝트, 기업 인턴십, 산학협력을 연결하면 학생은 연구경험을 얻고 서울시는 정책에 활용할 기술과 아이디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중석 “서울 AI 펠로우십 만들어 연구 기회 제공해야”
오 의원 역시 단순한 비용 지원보다는 서울시 정책과 대학원의 연구역량을 연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AI 경쟁력은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고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서 나온다”며 “서울시가 이런 대학원들을 정책과제와 연결해 연구과제 위탁, 공동연구, 인턴십, 데이터 개방 같은 실질적인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장기적인 인재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디지털재단도 대학원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실제 현장과 접점을 갖기 어렵다는 문제에 공감했다.
재단 측은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공부하지만 현장과의 접점이 없어 어려운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동국대학교와 작년부터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현재도 서울교통공사 프로젝트를 동국대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 의원은 서울시 차원의 지원 및 정책과제 연계 계획을 수립해 다음 정례회 전까지 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가칭 ‘서울 AI 펠로우십’인 거점대학 석·박사 연계 사업 계획안과 서울시 내 AI 관련 대학원 10곳의 기초과학자 육성 공백 현황, 연구비 확보방안 등에 대한 조사·보고도 요청했다.
AI 인재육성, 교육생 숫자보다 ‘무엇을 연구했나’ 따져야
AI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은 이제 새롭지 않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기업이 앞다퉈 AI 교육과 인재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AI 강좌를 몇 개 개설하고 교육생을 몇 명 배출했는지만으로 도시의 AI 경쟁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AI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배운 기술을 실제 문제에 적용해보는 경험이다. 대학원생이 연구 과정에서 필요한 AI 도구와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개인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AI 인재육성’을 강조하는 정책과 연구현장의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서울시는 이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다.
교통과 환경, 안전, 복지, 도시계획 등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생산되는 정책과제와 공공데이터를 대학의 연구역량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교통공사가 실제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대학원 연구과제로 제시하고 학생과 연구진이 AI를 활용해 해결방안을 개발한다면 단순한 교육비 지원보다 활용가치가 높을 수 있다. 연구 결과가 검증된다면 실제 행정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도 가능하다.
다만 ‘서울 AI 펠로우십’이 추진된다면 또 하나의 지원사업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대학 선정 기준과 연구비 배분 방식, 연구성과 평가, 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연계, 성과물의 활용방안까지 처음부터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서울시 예산이 투입된다면 지원받은 연구가 서울 시민에게 어떤 편익으로 돌아오는지도 평가할 필요가 있다.
AI 경쟁력은 교육생 숫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실제 데이터를 다루고 실패와 검증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연구환경을 갖추는 것, 서울시 AI 인재정책도 이제 ‘교육’에서 ‘연구 경험과 성과’ 중심으로 한 단계 넘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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