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차열페인트와 창호 개선 등 노후주택의 에너지성능 개선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유만희 부위원장(사진)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4일 제339회 임시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시민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거공간의 냉·난방 효율을 높여 폭염과 한파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서울시가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폭염과 한파를 자연재난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그동안 추진해 온 차열페인트 보급이나 창호 개선 등 주택 에너지성능 개선사업은 직접적인 지원 근거와 우선지원 대상에 대한 기준이 충분하지 않아 사업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택의 에너지성능 개선’에 관한 내용을 조례에 명문화했다. 서울시장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지원 대상 사업에는 ▲건축물 외피 차열성능 개선을 위한 차열페인트 보급 ▲창호 덧유리 시공 등 건축물 개구부 단열성능 개선 ▲냉·난방 에너지 절감 ▲건축물 에너지효율 향상 사업 등이 포함됐다.
특히 기후위기 취약계층과 일정 기준 이상의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시민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절약 정책을 넘어 주거환경에 따른 기후재난의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같은 폭염과 한파라도 주택의 단열성능과 냉·난방 여건, 경제적 능력에 따라 시민이 받는 피해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전문가 “지원 근거 마련은 시작…실제 효과는 예산과 대상 선정에 달려”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조례 개정 방향에 대해 노후주택의 에너지효율 개선과 기후취약계층 보호를 함께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조례에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만으로 시민들이 곧바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사업 규모와 예산,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환경전문가는 “노후주택은 단열과 창호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같은 냉·난방 에너지를 사용해도 신축주택보다 효율이 낮을 수 있다”며 “창호와 외피 성능을 개선하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폭염과 한파에 대한 주거공간의 대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차열페인트나 창호 개선사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건축물의 노후도와 구조, 거주자의 경제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원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 시행 이후 실제 실내온도와 에너지 사용량, 냉·난방비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도 검증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금액 구체화가 관건
앞으로 관건은 예산이다.
조례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단계라면 실제 시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서울시가 얼마나 예산을 확보하고, 지원 대상과 지원 규모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다세대·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노후주택이 존재하는 만큼 단순히 건축연도만으로 지원 대상을 결정할 경우 실제 기후위험에 취약한 가구가 지원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주택 노후도와 에너지효율, 소득 수준, 거주자의 연령과 장애 여부 등 기후취약성을 함께 고려하는 세부적인 지원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만희 부위원장은 “폭염과 한파는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후재난”이라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거공간의 에너지성능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실질적인 기후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개정이 선언적 목표에 그치지 않고 시민이 삶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후안전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향후 추진과정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조례 통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받는 실제 혜택
이번 개정안의 의미는 폭염과 한파에 대한 대응 범위를 거리의 그늘막이나 무더위쉼터 같은 외부시설에서 시민의 주거공간으로 넓혔다는 데 있다.
특히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이나 고령층에게 폭염과 한파는 단순히 불편한 날씨의 문제가 아니다. 냉·난방비 부담 때문에 에어컨이나 난방기 사용을 줄일 경우 건강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효율이 낮은 주택 자체를 개선하는 것은 사후적인 냉·난방비 지원과는 다른 접근이다. 건물의 에너지 손실을 줄여 장기적으로 냉·난방비 부담을 낮추고 주거환경까지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례에 지원 근거를 넣었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몇 년 이상 된 주택을 노후주택으로 볼 것인지, 어느 정도의 소득과 주거환경을 갖춘 가구를 우선 지원할 것인지, 한 가구당 얼마까지 지원할 것인지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핵심 기준은 실제 사업 설계 과정에서 결정된다.
사업 이후 효과를 검증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지원 가구의 에너지 사용량과 냉·난방비, 실내환경이 실제로 개선됐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자칫 단순한 시설 지원사업에 머물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거창한 탄소중립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폭염과 한파가 닥쳤을 때 시민이 자신의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한 기후정책이다.
이번 조례 개정이 의미를 가지려면 이제 서울시가 답해야 한다. 누구에게,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지원하고 실제 냉·난방비와 주거환경을 얼마나 개선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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