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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자연과 사람] 숲길은 몇 분을 걸어야 건강에 좋을까…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초록빛 산책의 시간

    20대의 활기찬 발걸음부터 70대의 느긋한 산책까지…건강을 지키는 숲길 걷기, 중요한 것은 거리보다 자신에게 맞는 시간과 속도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20대의 활기찬 발걸음부터 70대의 느긋한 산책까지…건강을 지키는 숲길 걷기, 중요한 것은 거리보다 자신에게 맞는 시간과 속도가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숲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아래로 누군가는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누군가는 떨어진 낙엽을 바라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같은 길을 걷지만 저마다의 속도와 목적은 다르다. 젊은이에게 숲길은 활력을 되찾는 운동장이 되고, 중년에게는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는 쉼터가 되며, 노년에게는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는 소중한 동반자가 된다. 그렇다면 숲길은 하루에 몇 분 정도 걸어야 건강에 좋을까숲길이나 둘레길을 찾는 시민들이 한 번쯤 떠올리는 질문이다. 오래 걸을수록 건강에 좋을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나이와 체력, 평소 운동량, 관절 상태에 따라 적절한 걷기 시간은 달라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리해서 걷는 시간이 아니라 몸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움직임을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성인과 노년층에게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권고한다. 이를 일주일에 5일로 나누면 하루 30~60분 정도다. 다만 이 기준은 숲길 걷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신체활동을 포함한 권고다.나이에 따라 하루 걷기 시간을 달리 정한 의학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령대별 생활 습관과 일반적인 체력 차이를 고려하면 숲길 산책을 시작할 때 참고할 만한 시간은 있다.20~30대, 30~60분…숲길에서 젊음의 활력을 깨우다20~30대는 비교적 신체활동 능력이 활발한 시기다. 학업과 직장생활로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신체적으로는 걷기를 통해 심폐지구력과 근육의 기능을 유지하고 향상하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건강한 20~30대라면 하루 30~60분 정도의 숲길 걷기를 목표로 삼을 수 있다. 평탄한 길에서는 약간 숨이 차지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걷고, 완만한 오르막에서는 보폭을 줄이며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 적당하다.숲길을 걸으며 느끼는 신체적 변화는 단순히 다리 근육에만 머물지 않는다. 규칙적인 걷기는 심혈관 건강과 체중 관리,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자연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산책은 일상의 긴장을 덜어주고 기분을 전환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다만 젊다고 해서 처음부터 한 시간씩 걸을 필요는 없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했다면 15~20분으로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리는 편이 좋다.40~50대, 30~50분…중년의 건강은 꾸준한 발걸음에서 시작된다어느덧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조금 더 차고, 오래 앉아 있다 일어나면 무릎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시기다.40~50대는 직장과 가정에서 쌓이는 피로가 신체활동 부족으로 이어지기 쉽다. 근육량과 유연성이 서서히 감소할 수 있고, 혈압과 혈당, 체중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이 시기에는 하루 30~50분 정도의 걷기를 목표로 하되, 처음부터 긴 거리를 걷기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숲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은 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걷는 동안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운동과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다.중년의 걷기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지속성이다. 주말에 두세 시간을 몰아서 걷는 것보다 평일에도 짧은 산책을 꾸준히 이어가는 습관이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또한 걷기만으로 모든 근육을 충분히 강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주일에 2일 이상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60대, 20~40분…조금 느려도 괜찮은 건강의 시간환갑을 지나면서 숲길의 풍경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젊은 날에는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면 이제는 길가에 피어난 작은 들꽃 하나에도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60대에는 심폐기능과 근력, 균형감각의 개인차가 커질 수 있다. 평소 활동적인 시민이라면 40분 이상 걷는 것도 가능하지만, 운동을 오랫동안 쉬었거나 체력이 약해졌다면 짧은 산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일반적으로 20~40분을 하나의 실천 목표로 삼을 수 있으며, 처음에는 10~15분씩 나누어 걷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숲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바닥이 고른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낙엽이 쌓인 길에는 돌이나 나무뿌리가 가려져 있을 수 있어 발밑을 살피며 걸어야 한다.규칙적인 걷기는 심혈관 건강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가벼운 근력운동과 균형운동을 더하면 낙상 예방에도 긍정적이다.숲길에서 마주하는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일 역시 산책이 선물하는 즐거움이다.70대 이상, 10~30분…오래 걷는 것보다 안전하게 걷는 것이 먼저70대 이후의 숲길은 누군가와 경쟁하는 장소가 아니다.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어가도 좋고, 벤치에 앉아 바람을 느끼는 시간도 산책의 일부가 된다.이 연령대에서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보행 능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건강하고 평소 걷기에 익숙한 노년층이라면 30분 이상도 걸을 수 있지만, 체력이 약하거나 균형감각이 떨어진 경우에는 5~10분부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하루 10~30분을 여러 차례 나누어 걷는 방법도 좋다. 10분을 걷고 충분히 쉬었다가 다시 10분을 걷는 식이다.노년층의 신체활동은 심폐기능뿐 아니라 보행 능력과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낙상 위험이 있다면 가파른 산길보다 평탄한 산책로나 정비된 둘레길이 적합하다.지팡이나 보행 보조기구가 필요한 시민은 이를 활용하고, 어지럼증이나 가슴 통증, 심한 호흡곤란이 나타나면 즉시 걷기를 멈춰야 한다.나이가 들었다고 숲길을 멀리할 이유는 없다. 다만 젊은 날과 같은 속도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느린 걸음에도 건강을 지키는 힘은 충분히 담겨 있다. ※ 위 시간은 연령별 의학적 공식 권고치가 아니라 일반적인 산책 계획을 돕기 위한 예시다. 건강 상태와 운동 경험에 따라 조절해야 하며, WHO의 성인·노년층 주간 신체활동 권고는 별도로 적용된다.숲길의 건강 효과, 시간만큼 중요한 것은 걷는 방법숲길을 걷는다고 해서 반드시 땀이 흐를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운동 강도를 가늠하는 간단한 방법은 대화가 가능한지를 살피는 것이다. 걷는 동안 말을 할 수 있지만 노래를 부르기는 어려운 정도라면 대체로 중강도 활동에 해당한다. 다만 같은 속도라도 개인의 체력에 따라 느끼는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숲길의 경사와 지면 상태도 중요하다. 평지에서 30분을 걷는 것과 오르막이 이어지는 산길에서 30분을 걷는 것은 신체에 주는 부담이 다르다.또한 숲길 걷기의 건강 효과를 특정한 시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연 속 걷기가 스트레스와 기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동일한 효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평소 운동하지 않던 시민에게는 10분의 산책도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된다. 반대로 꾸준히 운동해 온 시민에게는 조금 더 긴 걷기가 적절할 수 있다.특히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관절질환 등으로 운동에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건강 상태에 맞는 강도와 시간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숲이 건네는 건강은 걸음 수보다 오래 남는다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걸음이 느려진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눈에 들어오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귀에 머문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마음도 조금씩 여유를 되찾는다.우리는 흔히 건강을 숫자로 생각한다. 하루 몇 걸음, 몇 킬로미터, 몇 분의 운동이 필요한지 계산한다. 그러나 숲길에서 얻는 건강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20대에게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가 되고, 40대에게는 무거운 어깨를 가볍게 하는 시간이 된다. 60대에게는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는 습관이 되고, 70대에게는 스스로 걸을 수 있다는 기쁨으로 남는다.건강을 위해 반드시 먼 산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집 가까운 둘레길이나 동네 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중요한 것은 오늘 자신의 몸에 맞는 걸음을 선택하고 내일도 그 길을 다시 찾는 일이다.숲길에서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시간은 남보다 오래 걷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무리 없이 걷고 다음 날에도 기분 좋게 다시 걸을 수 있는 시간이다.가을 숲은 오늘도 조용히 길을 열어 놓고 있다. 빠르게 걸어도 좋고, 천천히 걸어도 좋다. 그 길 위에서 건강은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든다.
    2026-10-23 20:15:33 정진욱
  • [시론] AI가 만든 문학·미술·음악 창작 경계에 선 저작권, 그 주인은 누구인가
    사회

    [시론] AI가 만든 문학·미술·음악 창작 경계에 선 저작권, 그 주인은 누구인가

    - 세계는 ‘사람의 기여’와 ‘배움의 대가’를 묻고 있다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가을 저녁의 골목을 그려 달라고 입력한다. 화면에는 젖은 낙엽이 내려앉고, 오래된 창문 안으로 노란 불빛이 번진다. 그 풍경에 어울리는 음악을 부탁하면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짧은 시를 청하면 누군가의 기억처럼 쓸쓸한 문장이 나타난다.붓과 악기, 원고지 앞에서 오래 머물러야 했던 일이 이제 몇 번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그림은 아름답고 음악은 마음을 움직인다. 그런데 작품 아래 이름을 적으려는 순간, 손이 멈춘다. 이 풍경을 만든 이는 누구인가. 문장을 입력한 사람인가, 결과를 만들어 낸 인공지능인가. 아니면 그 인공지능이 배워 온 수많은 작가와 화가, 음악가의 시간이 함께 놓여 있는가.AI 예술을 둘러싼 저작권 논의는 바로 이 멈춤에서 시작된다.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법이 인정하는 창작자의 자리는 언제나 일치하지 않는다. 눈물을 불러오는 노래라고 해서 저작권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며, AI를 사용했다고 해서 사람이 만든 부분의 권리가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현재 한국의 기준은 인간의 창작적 기여에 중심을 둔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5년 6월 발간한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 역시 AI 산출물과 인간이 창작한 표현을 구분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사람의 창작적 기여 없이 자동으로 생성된 결과물과, AI를 도구로 활용해 사람이 창작한 저작물은 같은 것으로 취급되지 않는다.이를 문학에 대입하면 차이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이별에 관한 시를 써 달라’는 요청으로 나온 문장을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와, 사람이 자신의 경험으로 시를 쓰고 AI의 제안을 참고해 표현을 다듬는 경우는 창작의 과정이 다르다. 소설에서도 작가가 직접 완성한 문장과 독창적인 구성은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AI가 자동 생성한 대목까지 모두 자신의 독점적 권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술과 음악에서도 같은 질문이 이어진다.화가가 직접 그린 밑그림과 구체적인 표현을 AI로 발전시켰다면 인간의 창작이 결과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음악에서는 사람이 쓴 가사와 선율, 창작성이 있는 편곡 등을 나누어 살펴야 한다. 결과물 하나에 인간의 창작과 기계의 산출이 함께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저작권청도 인간이 만든 표현이 AI 결과에 드러나거나, 사람이 결과물을 창작적으로 수정·배열한 경우를 보호 가능성이 있는 유형으로 설명한다.따라서 ‘AI 작품의 저작권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조건이 붙는다. 한국에서는 인간이 창작한 부분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창작적 기여가 없는 자동 산출물까지 일반적인 인간 저작물처럼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제도가 전부 마련될 때까지 판단을 보류한 상태라기보다, 기존 저작권 원칙을 적용하면서 새로운 작업 방식에 맞춰 기준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가깝다. 저작권 등록 또한 창작 자체를 대신하지 않는다. 등록했다는 사실만으로 AI가 만든 모든 부분에 인간의 저작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미국도 인간의 창작을 중심에 놓는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5년 1월 보고서에서 AI를 창작의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일이 저작권 보호를 막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프롬프트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결과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당시 보고서는 AI 자동 생성물에 별도의 보호를 부여하기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기준은 창작에 들인 정성을 무시하겠다는 뜻과는 다르다. 수백 번 명령을 고치고 밤새 결과를 비교한 수고는 실제로 존재한다. 다만 저작권은 노력의 양만으로 생기는 권리가 아니다.사람이 최종 표현을 어떻게 결정했는지, 그 결정이 작품에 어떤 독창적인 모습으로 남았는지를 묻는다. 긴 주문서와 직접 완성한 문장 사이에는 여전히 법적 거리가 있다.그 거리의 측정법은 세계에서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 인터넷법원은 2023년 AI 생성 이미지 사건에서 이용자의 구체적인 작업 과정을 살펴 저작권을 인정했다. 법원은 프롬프트와 매개변수 설정, 수정과 최종 이미지 선택 등에 나타난 지적 기여를 판단에 반영했다.AI 자체를 저작자로 인정한 판결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 사례를 중국에서는 모든 AI 이미지에 저작권이 생긴다는 뜻으로 넓힐 수도 없다. 특정 사건에서 인간의 기여를 인정한 판단이다.일본 문화청 역시 AI가 자율적으로 만든 결과물과 사람이 AI를 도구로 사용한 창작을 구별한다. 구체적인 지시와 수정 과정 등이 창작적 기여로 평가될 수 있지만, 명령이 길거나 생성 횟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보호가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결국 화면 밖에 있던 사람의 의도가 화면 안에서 어떤 표현으로 구현됐는지를 개별적으로 살피는 접근이다. 영국은 또 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기존 법에는 인간 저작자가 없는 컴퓨터 생성 저작물에 대해 제작에 필요한 준비를 한 사람을 저작자로 보는 별도 규정이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2026년 3월 보고서에서 이 보호의 실질적 효용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해당 규정의 폐지를 제안했다. 이는 이미 폐지가 시행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존 보호 규정을 두고 정책 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보고서는 인간의 창작성이 담긴 AI 보조 작품의 보호는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이처럼 세계의 논의는 단순한 찬성과 반대의 대결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나라는 인간의 통제 범위를 엄격하게 살피고, 어떤 법원은 프롬프트와 반복 수정에 나타난 개성을 더 적극적으로 평가한다. 공통된 질문은 남는다. 기계가 만든 표현에 권리를 줄 것인가, 사람이 기계를 통해 구현한 표현에 권리를 줄 것인가. 그러나 작품의 주인을 찾는 일만으로 논의가 끝나지는 않는다. AI가 시를 쓰기 전 읽었던 시, 그림을 그리기 전 접했던 이미지, 음악을 만들기 전 학습했던 음원에도 누군가의 권리가 놓여 있다. 완성된 결과물의 보호 여부와 학습에 이용한 기존 작품의 적법성은 서로 다른 문제다.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6년 2월 AI 학습에 관한 공정이용 안내서를 발간했다. 이는 학습이라면 모든 이용이 허용된다는 포괄적인 허가증이 아니다. AI가 기존 저작물을 이용하는 방식에 현행법의 공정이용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 안내하는 작업이다. 기술이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해서 그 문 너머의 작품들이 모두 주인 없는 재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은 학습 과정의 투명성과 권리 존중을 제도에 담고 있다. AI법에 따라 범용 AI 모델 제공자는 저작권 준수 정책을 마련하고, 권리자의 권리 유보를 존중하며, 학습에 사용한 콘텐츠의 충분히 상세한 요약을 공개해야 한다.적용 시점은 모델의 출시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 규정이 AI 결과물에 저작권을 일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권리를 존중해야 하는지에 관한 의무다.음악에서는 권리의 층이 더욱 복잡해진다. 노래의 가사와 곡에 관한 권리, 녹음과 실연에 관한 권리, 특정인의 목소리를 모방하는 문제는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 ‘AI가 만든 곡’이라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영국 정부도 AI 생성 음악·영상의 녹음물 등 보호 문제를 인간의 창작에 관한 논의와 구별하고, 목소리와 외모를 복제하는 디지털 복제물의 보호 방안을 따로 검토하고 있다.앞으로의 방향은 이 여러 질문을 함께 다루는 데서 찾아야 한다. 사람이 창작한 표현은 충분히 보호하면서, 기계가 자동으로 쏟아 낸 결과에 과도한 독점권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를 세울 필요가 있다. 동시에 AI가 배운 작품의 출처와 이용 조건을 더 잘 드러내고, 허락과 보상이 필요한 곳에서는 창작자와 기술 기업이 거래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 이는 아직 세계가 합의한 완성된 해답이 아니라, 지금의 제도와 논의에서 읽을 수 있는 과제다.창작 현장에도 새로운 습관이 자리 잡을 것이다. 완성본만 보관하던 작가는 초고와 수정본을 함께 남기고, 화가는 밑그림과 편집 과정을, 음악가는 직접 쓴 가사와 선율의 변화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작업을 서류로 바꾸는 일이기보다, 빠르게 지나간 제작 과정에서 자신의 선택을 되찾는 일에 가깝다.AI는 표현의 문턱을 낮춘다. 그림을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에게 풍경을 펼쳐 주고,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 마음속 선율을 들려준다. 그 가능성은 소중하다. 동시에 그 도구를 가능하게 한 오랜 인간 창작의 시간도 소중하다. 새로운 창작의 자유가 이전 창작자의 생계를 지우는 방식으로만 커져서는 문화의 토양이 오래 버티기 어렵다.화면 속 가을은 몇 초 만에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을을 아름답고 쓸쓸하게 느끼게 된 시간은 몇 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낙엽 앞에서 시를 썼고, 누군가는 저녁빛을 붙들려고 캔버스 앞에 섰으며, 누군가는 떠난 사람을 생각하며 피아노 건반을 눌렀다. AI 시대의 저작권은 그 시간들 사이에 놓일 새로운 약속이다. 기술을 통해 표현할 기회를 얻은 사람과, 기술이 배울 세계를 먼저 만들어 온 사람이 함께 다음 작품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약속. 우리가 작품 아래 적어야 할 이름을 찾는 일은, 결국 그 이름 뒤에 놓인 사람의 시간을 바라보는 일이다.
    2026-10-15 10:12:03 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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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기획] 자연에 이로운 가을비, 왜 사람만 피해야 하나

    - 과학자들 "비 자체는 사람에게도 대체로 무해, 경계할 것은 따로 있다"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가뭄 끝에 내리는 비를 사람들은 단비라 부른다. 갈라진 논밭은 숨을 돌리고, 숲은 잎을 펴고, 말랐던 개울은 다시 소리를 낸다. 그런데 같은 빗방울이 사람의 어깨에 떨어지는 순간, 우리는 서둘러 우산을 펼친다. 옷이 젖는다는 불편, 감기에 걸릴지 모른다는 걱정을 잠시 내려놓으면 질문은 더 선명해진다. 빗물이라는 물질 자체가 사람의 몸에 해로운가. 본지가 화학·물리·대기과학의 눈으로 따져본 답은 “대체로 아니다”였다. 다만 몇 가지 단서가 붙는다. 산성비 맞으면 머리 빠진다? "비를 맞으면 대머리 된다"는 오래된 속설은 pH 수치 앞에서 힘을 잃는다. 깨끗한 공기 속에서도 빗물에는 이산화탄소가 녹아 약한 탄산이 생긴다. 그래서 산성비의 기준선은 중성(pH 7)이 아니라 pH 5.6에 그어져 있다.국내 빗물은 이 기준선 언저리를 오간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2년 한반도 강수의 연평균 pH는 5.9였고, 지역별로는 5.1~7.0 범위였다. 비교의 기준은 사람의 피부다. 건강한 피부 표면은 pH 5 안팎의 약산성 막, 이른바 '산성 보호막'으로 덮여 세균 번식을 억제한다. 빗물은 이보다 오히려 산성이 약하다. 레몬즙은 빗물보다 수소이온 농도가 약 8,000배 높지만, 레몬즙 몇 방울에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탈모의 주된 원인은 유전과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으며, 빗물과의 인과관계는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비는 하늘을 씻어 내린다, 그래서 첫 빗물이 가장 탁하다비가 그친 뒤 하늘이 유난히 맑은 것은 빗방울이 대기를 씻어내기 때문이다. 구름 속에서는 미세입자가 물방울의 씨앗이 되고, 떨어지는 동안에는 빗방울이 공기 중 먼지와 가스를 붙잡는다. 기상학에서는 이를 세정(洗淨) 효과라 부른다.이 원리는 사람에게 한 가지 실용적 조언을 남긴다. 오염물질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직후에 가장 많이 쓸려 내려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빗물은 깨끗해진다. 김해 지역 강수를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도 오염 성분 농도는 초기 강우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제주 배경지역에서 6년간 모은 빗물 시료는 약 36%가 순수한 빗물 수준이었다.다만 비가 모든 먼지를 똑같이 씻어내지는 못한다. 굵은 먼지는 잘 붙잡히지만, 지름 0.1~1μm 안팎의 아주 작은 입자는 빗방울 주위의 공기 흐름을 타고 빠져나가기 쉽다. 비 온 뒤 초미세먼지 수치가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는 날이 있는 이유다.2km 상공에서 떨어져도 아프지 않은 이유, 공기 저항비구름은 흔히 지상 1~2km 높이에 걸려 있다. 공기가 없다면 2km에서 자유낙하한 물체는 초속 198m, 시속 700km가 넘는 속도로 땅에 닿는다. 빗방울이 그러지 않는 것은 공기 저항이 중력과 균형을 이루는 '종단속도'에서 가속이 멈추기 때문이다. 큰 빗방울은 눈물 모양이 아니라 아랫면이 납작한 빵 모양으로 눌리고, 일정 크기를 넘으면 공기 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쪼개진다. 그래서 빗방울에는 사실상 속도의 상한이 있다.가장 큰 빗방울(지름 5mm)의 질량은 약 0.065g, 땅에 닿을 때의 운동에너지는 약 0.003J이다. 5g짜리 연필을 5cm 높이에서 손등에 떨어뜨린 정도다. 폭우 속에서 눈을 뜬기 어렵고 따끔하다는 느낌은 들어도, 빗방울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못한다.빗물 속 새 손님들, 마시면 곤란하지만, 맞는 것은 별개현대의 비에는 산업화가 남긴 흔적도 섞여 있다. 스톡홀름대·취리히연방공대 연구진은 2022년, 남극과 티베트 고원을 포함해 지구 어디에서나 빗물 속 '영원한 화학물질' PFAS(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미국 환경보호청의 식수 권고치를 넘는다고 발표했다(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보도). 외딴 두 지역도 권고치의 약 14배였다. 대기 중 플라스틱 섬유가 빗물에 섞여 내린다는 관측도 여러 나라에서 보고됐다.하지만 이 기준은 어디까지나 '마시는 물'에 대한 것이다. AFP 보도에 따르면 PFAS는 주로 음식과 물을 통해 몸에 들어와 쌓이고, 비가 잠시 스친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양은 이에 비해 미미하다. 연구를 이끈 이언 커즐스 교수 스스로도 인체의 PFAS 농도는 지난 20년간 오히려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정리하면 빗물은 정수 없이 받아 마시기에는 권할 만한 물이 아니다. 그러나 피부에 잠깐 맞는 것을 건강 위험으로 보기는 어렵다. '마시는 문제'와 '맞는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진짜 위험은 빗방울이 아니라 하늘의 다른 손님과학자들이 비 오는 날 실제로 경계하라고 말하는 것은 빗물이 아니라 비와 함께 오는 현상이다. 첫째는 낙뢰다. 천둥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우면 번개가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둘째는 우박이다. 지름 5cm 우박은 초속 30m 안팎으로 떨어져, 가장 큰 빗방울보다 만 배 이상의 운동에너지를 실어 나른다.비는 애초에 사람을 피해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피부보다 덜 시고, 연필 한 자루보다 가볍게 떨어지며, 내리는 동안 스스로 하늘을 씻어낸다. 굳이 한 가지를 기억한다면, 막 내리기 시작한 첫 빗줄기만 잠시 피하면 된다. 그 뒤의 비는 논밭과 숲에 내리는 비와 다르지 않다.
    2026-10-14 07:42:22 정진욱
  • a설농탕, 후추가루 날리고 직원은 기침…“고객 건강은 괜찮나”
    문화/생활

    a설농탕, 후추가루 날리고 직원은 기침…“고객 건강은 괜찮나”

    식사 공간서 후추통 교체하며 가루 날려…작업 방식 전환 필요
    [데일리환경=정민오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a설농탕 도곡점에서 직원이 식사 중인 손님들 사이를 돌며 후추통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후추가루가 공기 중으로 날려 고객들이 재채기와 기침을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는 제보가 나왔다.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식당 내 테이블을 돌며 후추통의 후추가루를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후추가루가 주변으로 퍼졌고, 식사 중이던 고객에게 재채기와 기침이 유발됐다. 더욱이 후추통을 교체하던 직원 역시 기침을 했지만 입이나 코를 가리지 않은 채 기침하는 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해당 상황을 겪은 고객도 이후 기침 증상이 나타나면서 "단순히 불쾌한 정도를 넘어 혹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또한 후추통을 교체하는 작업 자체가 굳이 모든 테이블을 돌며 식사중인 손님 앞에서 이뤄져야 하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여러 개의 후추통을 한꺼번에 수거해 별도의 공간에서 교체한 뒤 다시 비치하는 방식이라면 손님이 식사하는 공간에서 분말이 날리는 상황을 줄이고 작업 효율도 높일 수 있다.특히 후추통을 하나씩 테이블에서 교체하기보다 일정 시간에 사용 중인 후추통을 한꺼번에 회수하고, 환기와 청소가 가능한 별도의 작업 공간에서 충전한 뒤 다시 비치하는 방식이 보다 효율적이고 위생적인 관리 방법으로 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교체 작업을 손님이 없는 오픈 전후 시간대에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향신료와 같은 분말 형태의 물질은 작업 과정에서 미세한 입자가 주변으로 퍼질 수 있는 만큼 취급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식사 중인 고객 바로 옆에서 후추가루가 날리는 상황은 음식과 식사 환경에 불편을 줄 수 있다.호흡기가 예민하거나 알레르기·비염 등으로 분말이나 자극성 물질에 민감한 고객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세심한 작업 관리가 요구된다. 후추가루가 소량 날렸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상 피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객이 불필요하게 분말을 흡입하거나 기침·재채기를 유발할 가능성 자체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또한 작업 과정에서 직원이 기침을 할 경우에는 입과 코를 가리는 등 기본적인 호흡기 예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다수의 고객이 음식을 섭취하고 있는 공간에서는 직원의 행동 하나하나가 고객에게 위생적인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제보자는 "후추통을 모아서 한 번에 교체하면 될 일을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하나씩 교체하는 방식이 이해되지 않았다"며 "손님들이 바로 옆에서 식사하고 있는데 가루가 날리고, 직원까지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하는 모습은 식당으로서 기본적인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이어 "a설농탕을 30년 넘는 기간동안 다녀온 '단골 손님'으로 체계적인 큰 프랜차이즈로 알고 있다"면서, "관련된 매뉴얼 수칙이 없는 것인지, 이번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식당은 다수의 고객이 음식을 섭취하는 공간인 만큼 음식 자체뿐 아니라 종사자의 위생적인 행동과 작업 방식 역시 고객의 신뢰와 직결된다. 단순히 정해진 작업을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제·어디에서·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느냐까지 고객의 입장에서 살피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특히 최근에는 호흡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침이나 재채기, 분말 입자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식당 측에서도 후추통과 같은 비품을 관리할 때 고객이 식사하는 공간에서 불필요하게 분말이 날리지 않도록 작업 장소와 시간대를 조정하고, 가능한 경우 여러 개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등 보다 효율적이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이번 사례만으로 후추가루 때문에 기침 등에 의한 건강 이상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거나 해당 식당의 식품위생법 위반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 위생상 문제가 있었는지는 관계기관의 현장 확인과 관련 규정에 따른 판단이 필요해 서초구청에 질의한 상태다.a설농탕을 운영하는 (주)b에프앤비 의 공식 홈페이지의 대표이사 인사말에는 "항상 고객을 생각하고 고객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동반자가 되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고객 입장에서는 작은 작업 하나라도 식사 환경과 호흡기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식당 측이 작업 효율뿐 아니라 고객의 건강과 불편 가능성까지 고려해 분말이 날리지 않는 작업 방식과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등 보다 신중하고 세심한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2026-10-08 23:01:14 정민오
  • [이광희의 문화 칼럼]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 이대로 괜찮은가
    문화/생활

    [이광희의 문화 칼럼]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 이대로 괜찮은가

    제20회 하계 아시안게임이 모든 경기를 마치고 14일간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은 한국으로서는 많은 부분이 아쉬운 행사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메달 성적과 그 성적에 따른 군 면제 혜택에 관한 부분이다. 이번 아이치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3위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얼핏 봤을 때 아시아에서 3위면 매우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왜냐하면 한국은 1986년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8회 연속 50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이번 아이치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은 성적 그 자체는 3위이지만 메달은 금 39개로 44년 만에 가장 적은 금메달 획득이다. 물론 선수가 경기하다 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성적이 아니라 선수들의 태도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약 70년 동안 휴전(休戰) 중인 국가다. 그러므로 남자는 그 누구라도 예외 없이 국방의 의무를 가지고 태어난다. 물론 몸에 장애가 있거나 군에 갈 수 없는 그에 맞는 사정이 있는 경우는 면제받는다. 예를 들어 경제 사정이 어려워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던가 아니면 1년 6개월 이상 수감 생활을 한 사람, 즉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군에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명확한 사유가 아니면 군에 가서 복무를 마쳐야 한다. 체육 분야 병역 특례는 면제가 아니다 체육 분야 병역 특례를 정확하게 짚어보자면 면제가 아니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그 분야에서의 우수성을 인정받아서 4주간의 군사 기초 훈련을 받고 계속해서 체육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게끔 만든 제도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국위 선양을 해서 면제받는다고 알고 있는데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국위 선양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의 위엄이나 명성을 널리 알린 것을 말한다. 그런데 국위 선양으로 나라의 명성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 군 병역 혜택을 받는다면 방탄소년단(BTS)은 제일 먼저 군 병역 혜택을 받아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나 멤버 중에 단 한 명도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고, 그룹의 맏형 진을 시작으로 제이홉, RM, 뷔, 슈가, 지민, 정국까지 모두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방탄소년단의 인지도는 단순한 가수의 위상을 뛰어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문화•외교적 영향력이 가히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이들은 UN 총회에 정식으로 초대받아 연설하는가 하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특별 초청을 받아서 백악관에서 아시아계 반 인종차별에 관한 회담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영국의 보리스 총리의 딸이 방탄소년단의 팬이라서 자신도 자기 딸이 그토록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을 만나 보고 싶다고 해서 한국의 주요 언론에서 보도할 정도로 방탄소년단은 한국이 낳은 최고의 가수이자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국위 선양의 대명사다. 그런데도 이들은 모두 군복무를 마쳤고 멤버 중에는 자원입대해서 군복무를 마친 사람도 있다. 이들만큼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체육 특기를 가진 운동선수들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흘린 소중한 땀, 그 땀의 대가가 메달 획득으로 이어졌을 때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므로 그 기쁨과 희열은 말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인터뷰에서 마치 혐오 장소에 가기 싫은 사람처럼 안 가게 되어서 너무 좋다는 뉘앙스를 비추고 메달도 영광도 다 필요 없고 오로지 군 문제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는 발언은 국민이 분노하게끔 만들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시각에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군에서 복무하는 장병들이 있고 항상 노심초사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인해서 약 8명이 부상을 입고 영관급 장교인 수색대대장은 다리가 잘려 나가는 가슴 아픈 일이 불과 며칠 전에 있었다. 그런데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체육 분야 병역 특례, 재검토 대상이 될 수도 있다한때 군 제대자는 공무원 시험 볼 때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군복무를 하고는 가산점을 받는 것이 대중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고 특히 여성과 차별한다는 여론이 들끓자, 얼마 못 가서 제도가 폐지됐다. 필자가 왜 이런 이야기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냐면 지금의 여론이 그 당시와 매우 비슷하다. 또한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당연하며, 즉 자기 최고의 영광일 뿐이지 그것으로 병역 혜택까지 받아야 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 앞으로 체육 분야 병역 혜택 문제가 계속해서 대두된다면 머지않아 재검토 대상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물론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의 여론과 사회 분위기를 본다면 조만간 바뀌지 않을까 예견하는데, 만약 바뀐다면 체육 특기를 가진 선수들이 스스로가 자기의 무덤을 판 것이므로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앞으로 한국 스포츠사에 이번과 같은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광희 칼럼니스트 기자 yoshinkan_kr@naver.com*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10-05 22:20:11 이광희 칼럼니스트
  • [정민오의 시선] 정리의 기술, 버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생활

    [정민오의 시선] 정리의 기술, 버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건 버려’ vs ‘나중에 쓸 거야’”…정리하다 싸우는 부부, 기준부터 세워야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집 안을 정리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갈등이 생긴다. 한쪽에서는 "이건 이제 필요 없으니 버리자"고 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언젠가는 쓸 수 있다"며 물건을 놓지 않는다.특히 부부 사이에서는 같은 물건을 두고도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내가 오래된 생활용품이나 옷을 정리하려 하면 남편이 "나중에 쓸 것"이라며 막고, 반대로 남편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려 하면 아내가 "그건 필요할 때가 있다"고 붙잡는 식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문제는 어느 한쪽이 반드시 옳다고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실제로 물건을 사용하는 빈도와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당장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특정 상황에서 꼭 필요한 물건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년째 사용하지 않는 물건도 있다. '언젠가 쓸 것'이라는 말,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정리 전문가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최근 실제로 사용했는지다.'언젠가 사용할 것'이라는 막연한 가능성보다는 최근 1~2년 동안 실제 사용했는지, 앞으로 구체적으로 사용할 계획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방식이다.예를 들어 캠핑용품이나 계절용품처럼 사용 빈도는 낮지만 특정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은 무조건 버릴 필요가 없다. 반면 같은 기능의 물건이 여러 개 있거나 고장 나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라면 보관할 이유가 줄어든다.특히 '언젠가 필요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물건을 계속 남겨두면 집 안의 수납공간이 점점 부족해질 수 있다.반대로 '오래 안 썼다'고 무조건 버려서도 안 된다정리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사용 빈도만으로 물건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소장하고 있는 도서, 여권이나 가족 관련 서류, 계약서, 각종 증빙자료처럼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있다.공구나 비상용품, 특정 계절에만 사용하는 물건도 마찬가지다. 1년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버렸다가 나중에 다시 구매해야 한다면 오히려 불필요한 소비가 발생할 수 있다.사진이나 편지, 가족의 기념품처럼 경제적 가치와 별개로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물건 역시 단순히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준으로 처리하기 어렵다.결국 사용 빈도와 함께 대체 가능성, 재구매 비용, 보관 공간, 감정적 가치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부부가 함께 정리할 때는 '내 물건'과 '상대방 물건'을 구분해야가장 피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물건을 본인의 기준으로 몰래 버리는 것이다."당신은 몇 년 동안 한 번도 안 썼잖아",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는 등의 판단만으로 배우자의 물건을 처분하면 물건 하나의 문제가 부부간 신뢰 문제로 커질 수 있다.특히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물건은 소유자에게 별도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따라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과 개인 물건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옷, 책, 취미용품처럼 개인의 판단이 중요한 물건은 기본적으로 소유자에게 최종 결정권을 주고, 냉장고나 수납장처럼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은 부부가 함께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다.'보류 상자'를 만드는 것도 방법버릴지 남길지 의견이 엇갈리는 물건은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는 방법도 있다.별도의 상자나 공간을 정해 '보류 물품'으로 분류하고 일정 기간 사용 여부를 지켜보는 것이다.예를 들어 3개월 또는 6개월 동안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다시 판단한다.다만 보류 상자가 또 하나의 창고가 되지 않도록 개수나 공간을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일단 보류'가 반복되면 결국 버리지 못하는 물건만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버리기'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물건의 역할을 정하는 것정리는 단순히 물건의 개수를 줄이는 작업이 아니다.현재 생활에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구분하고, 집 안의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정하는 과정에 가깝다.전문가들은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 부부가 몇 가지 기준을 합의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최근 실제 사용했는가▲ 앞으로 구체적인 사용 계획이 있는가▲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물건이 있는가▲ 버린 뒤 필요하면 쉽게 다시 구할 수 있는가▲ 다시 구매하는 비용이 보관 비용보다 큰가▲ 추억이나 기록 등 대체하기 어려운 소장 가치가 있는가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버릴까 말까'를 두고 감정적으로 충돌하는 일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물건을 자신의 기준만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정리의 목적은 누군가의 물건을 최대한 많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실제로 사용하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한쪽은 '버리는 사람', 다른 한쪽은 '쌓아두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서로를 규정하기보다는 물건마다 사용 여부와 필요성을 함께 따져보는 것이 현실적인 정리 방법이다.결국 잘 버리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남길 것인지 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2026-10-03 21:56:35 정민오
  • [정민오의 시선] 추석 지나자 또 연휴…쉬는 날은 늘었는데 왜 더 피곤할까
    오피니언

    [정민오의 시선] 추석 지나자 또 연휴…쉬는 날은 늘었는데 왜 더 피곤할까

    연휴는 '휴식'과 '일정'이 뒤섞인 시간...가장 바쁘거나 해야 할 일이 없거나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한때는 달력에 빨간 날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늦잠을 잘 수도 있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휴'라는 두 글자는 그 자체로 기다림의 대상이었다. 밀린 드라마를 볼 수도 있고, 여행을 갈 수도 있던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 어느 순간부터 연휴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휴일이 이어지면서 '긴 연휴'에 대한 기대와 함께 묘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분명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늘었다. 하지만 쉬는 날이 반드시 '제대로 쉬는 날'이 되는 것은 아니다.명절에는 고향 방문과 가족 모임, 장거리 이동이 이어진다. 평소보다 늦게 자고 평소보다 많이 먹는 생활이 반복되기도 한다. 여기에 여행이나 외출 일정까지 더해지면 연휴가 끝났을 때 오히려 일상보다 더 지친 상태가 되기도 한다.특히 직장인에게 연휴는 '휴식'과 '일정'이 뒤섞인 시간이다.평소 미뤄뒀던 집안일을 처리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다녀오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연휴 마지막 날이 되면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긴장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생체리듬이 평소와 달라진 상태에서 다시 출근 시간에 맞춰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더 큰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연휴가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직장인에게 휴일은 곧 휴식일 수 있지만 자영업자나 음식점·카페·숙박업 등 서비스업 종사자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휴가 길어질수록 영업일과 휴무일을 조정해야 하고, 업종에 따라서는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누군가에게는 기다리던 휴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바쁜 영업일이 되는 셈이다. 혹은 일이 없어서 수입이 줄어드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물론 연휴가 많다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보장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한 생활에도 필요한 요소다.다만 '휴일이 많아졌으니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우리의 생활 방식이 너무 복잡해졌다.결국 중요한 것은 휴일의 숫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얼마나 많은 날을 쉬느냐보다 실제로 얼마나 제대로 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어릴 때는 달력의 빨간 숫자만 기다렸지만, 어느새 '아무 일정 없는 무탈한 하루'를 기다리게 된 것처럼 말이다.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또 찾아온 휴일.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 '이번에는 정말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휴식의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2026-10-02 22:05:07 정민오
  • [최우현의 IT 칼럼] AX, 거창하게 말고 회의록부터
    IT/과학

    [최우현의 IT 칼럼] AX, 거창하게 말고 회의록부터

    요즘 기업 신년사와 IR 자료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AX, AI 전환이다. 전사 혁신, 전 직원 AI 인재화,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말은 큰데, 선포식 다음 해에 가보면 남은 건 컨설팅 보고서와 교육 이수증인 경우가 많다. AX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대다. 해야 하니까, 되는 방식으로 하자는 이야기다.되는 방식은 싱겁게 들린다. 작게 시작하는 것이다. 회의록 정리, 메일 초안, 주간 보고 요약. 혁신이라 부르기 민망한 일들인데, 공통점이 있다. 매일 하고, 누구나 하고, 잘못돼도 큰일이 안 난다. AI를 처음 붙이기에 이만한 조건이 없다. 반대로 첫 과제로 "AI 기반 수요 예측 혁신"을 잡으면 데이터 준비에 반년, 검증에 반년이 가고, 그 사이 조직의 기대는 식는다. 큰 프로젝트가 나쁜 게 아니라 첫 프로젝트로 나쁜 거다.작게 시작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AX가 무너지는 지점은 대개 모델 성능이 아니라 "우리 팀은 그거 안 써요"다. 도구는 깔렸는데 손이 안 간다. 이걸 뚫는 건 교육도 지시도 아니고 목격이다. 옆자리 김 대리가 한 시간 걸리던 회의록을 10분에 끝내는 걸 보면 공문 없이도 다들 따라 한다. 전사 확산은 계획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번지는 거다.그래서 권하는 순서는 이렇다. 부서마다 '매주 반복되고, 문서로 시작해서 문서로 끝나는 일' 하나씩을 고른다. 한 달간 AI로 해보고, 줄어든 시간과 겪은 문제를 한 페이지로 적는다. 이 한 페이지들이 모이면 그게 그 회사의 AX 로드맵 초안이다. 우리 일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 직접 부딪혀 쓴 기록이니, 외부에서 그려주는 로드맵보다 정확할 수밖에 없다.작게 시작한다고 아무 준비 없이 하라는 건 아니다. 지킬 것 두 가지는 정해두고 가자. 고객 정보와 미공개 기밀은 넣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는 결과물은 사람이 한 번 더 확인한다. 시작 단계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규정집 50페이지를 만드느라 시작을 미루느니, 일단 이것만 지키며 시작하고 규정은 해가면서 채우는 편이 빠르고 안전하다.AX는 필수가 맞다. 몇 년 뒤엔 전기나 인터넷처럼 도입 여부 자체가 질문이 아니게 될 거다. 그럴수록 순서가 중요하다. 선언은 크게 하되 시작은 회의록만 하게. "AX의 첫걸음은 전략 보고서가 아니라, 다음 주 월요일 회의록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9-29 07:17:14 최우현 칼럼니스트
  • 스크린 속 배우들이 내 눈 앞에...한국 영화 무대인사의 허와 실
    문화/생활

    스크린 속 배우들이 내 눈 앞에...한국 영화 무대인사의 허와 실

    팬서비스인가, 흥행 전략인가…관객과 영화계를 잇는 특별한 접점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영화가 시작되기 전 혹은 끝난 후 조명이 켜진다. 스크린 앞에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한다. 짧게는 5분, 길어야 10분 남짓한 시간. 하지만 이 짧은 만남을 위해 일부 관객들은 일반 상영보다 치열한 예매 경쟁을 감수한다.국내 영화시장에서 '무대인사'는 이제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흥행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개봉 후 몇 주차까지 주말, 휴일이면 배우들이 전국 극장을 돌며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팬들은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높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이다.실제로 최근 흥행작들은 무대인사를 적극 활용했다. 배우들이 수십~수백 차례 극장을 방문하며 관객과 직접 소통했고, 현장 영상과 사진들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추가적인 입소문 효과를 얻었다.무대인사를 진행한 모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며, 작품의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다. 다만 무대인사가 입소문을 확산시키고 관객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관객 입장에서도 장점은 분명하다. 같은 영화 티켓 값을 내고 배우와 감독을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좋아하던 배우를 가까이에서 보고, 인사나 손하트 사진 촬영 같은 팬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은 극장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추억이다.이번 추석 연휴에는 인턴, 타짜, 암살자(들) 등 국내 영화들이 무대인사를 진행했다. 이날 극장을 찾은 직장인 김모(35) 씨는 "배우를 직접 보는 경험 자체가 영화관을 찾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며 "OTT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이 있다"고 말했다.영화 인턴의 무대인사 중 배우 최민식도 "집에서 TV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온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라며, "옛날엔 극장 구경 간다는 말이 있었다"고 영화 속 배역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언급으로 관객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무대인사가 항상 긍정적인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다.최근에는 일부 관객들이 영화보다 배우를 보기 위해 예매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특정 배우 팬들이 여러 회차를 반복 관람하거나 좌석을 대량 확보하면서 일반 관객의 관람 기회가 줄어든다는 지적도 있다. 무대인사가 있는 회차는 매진이었지만 무대인사가 끝난 후 실제 자리를 지킨 관객은 절반 정도였다.배우들의 부담 역시 적지 않다. 개봉 첫 주말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이동하며 하루 수십 개 상영관을 방문하는 강행군이 이어진다. 영화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도 배우들은 홍보를 위해 무대인사를 계속 소화해야 한다.무엇보다 무대인사의 성패는 배우들의 '애티튜드'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단순히 얼굴만 비추고 떠나는 배우보다 관객과 눈을 맞추고, 객석을 돌며 소통하고, 유쾌한 입담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훨씬 좋은 반응을 얻는다. 실제로 일부 배우들은 관객이 건넨 소품을 착용하거나 질문에 답변하는 등의 소통으로 화제를 만들었고, 이는 다시 온라인 콘텐츠 바이럴로 이어졌다.무대인사에서 관객들이 기억하는 것은 배우의 이름보다 태도인 경우가 많다. 어색함 때문인지 멋쩍은 표정으로 짧은 인사만 남긴 배우는 인지도와 관계없이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다.영화계 안팎에서는 무대인사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SNS 확산 효과가 크다고 해도 결국 관객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작품 자체의 힘이라는 것이다. 무대인사가 화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대신할 수는 없다.결국 무대인사는 영화와 관객을 연결하는 소중한 접점이다. 배우에게는 관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자리이고, 관객에게는 스크린 속 인물을 현실에서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다.다만 무대인사가 흥행을 위한 '의무 코스'가 되어버린 지금, 영화계가 다시 고민해야 할 질문도 남는다.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이유가 영화 때문인지, 배우 때문인지. 그리고 그 균형은 과연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말이다.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2026-09-28 07:23:23 정민오
  • [정민오의 시선] 추석, 보름달 속 토끼는 어디로 갔을까
    문화/생활

    [정민오의 시선] 추석, 보름달 속 토끼는 어디로 갔을까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추석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고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든, 아파트 베란다에서든, 귀성길 휴게소에서든 한 번쯤은 보름달을 찾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우리는 여전히 달 속에서 토끼를 떠올린다.물론 과학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달 표면의 어두운 부분은 수십억 년 전 형성된 거대한 용암 평원이다. 인류는 달에 착륙했고, 암석을 채취했으며, 이제는 달 기지 건설까지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달을 보면 토끼 이야기를 한다. 이는 과학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단순한 사실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달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이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발견했다. 동아시아에서는 토끼가 절구로 떡을 찧는 모습을 보았고, 서양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상상력을 더했다. 달은 천체였지만 동시에 이야기였고, 공동체의 기억이었으며, 세대를 이어주는 문화적 언어였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달 속 토끼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과거에는 명절 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시간이 됐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달나라 토끼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아이들은 마당에 나가 달을 올려다보며 상상의 세계를 그렸다. 하지만 오늘날 명절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가족들은 같은 공간에 앉아 있으면서도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본다. 이야기는 검색으로 대체되고, 상상은 영상으로 소비된다. 정보를 얻는 일은 쉬워졌지만,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경험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기술의 발전은 분명 인류에게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손안의 기기로 우주의 사진을 보고, 인공지능에게 궁금한 것을 물으며,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의미를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상상하는 능력 말이다. 달 표면의 성분을 설명하는 것은 기술의 역할이지만, 그 안에서 토끼를 발견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환경 문제 역시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변화는 수많은 통계와 데이터로 설명된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사람의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 결국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어린 시절 올려다본 밤하늘,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했던 바람, 명절마다 바라보던 보름달 같은 기억들이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키운다. 자연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시작된다.최근에는 미세먼지와 도시의 불빛 때문에 예전만큼 선명한 밤하늘을 보기 어려운 날도 많아졌다. 밤하늘의 별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한 경관의 변화가 아니다.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 주던 상상력의 무대가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달을 보기보다 화면 속 달 이미지를 먼저 접하게 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추석은 풍요를 기념하는 명절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를 되새기는 시간이다. 달 속 토끼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토끼는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세대를 이어주고, 가족을 묶어주고, 자연을 바라보게 만든 상징이었다.올해도 어김없이 보름달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는 달의 궤도와 지름, 성분을 설명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달 속 토끼를 발견하던 상상력,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 자연을 경외하던 마음까지 함께 이어질 때 비로소 명절의 의미도 살아난다.어쩌면 추석 한가위 보름달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과연 더 많은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가. 달 안의 토끼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 토끼는 지금도 우리에게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고 조용히 손짓하고 있는지 모른다.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2026-09-26 13:25:00 정민오
  • [정민오의 시선] 코로나 확진 후 일주일, 증상 후 열흘간의 기록
    문화/생활

    [정민오의 시선] 코로나 확진 후 일주일, 증상 후 열흘간의 기록

    72시간 고비는 넘겼지만 체력은 아직 회복 중… 기자가 직접 겪은 코로나19 회복기
    [정민오의 시선] 얼마 전 본지는 기자가 직접 코로나19에 감염돼 겪은 재유행 72시간의 기록을 전한 바 있다. 당시 기사는 증상 발생부터 확진,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초기 과정을 중심으로 다뤘다.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코로나19는 더 이상 사회를 멈춰 세우는 재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감기처럼 며칠 앓고 끝나는 질환도 아니었다. 이번 글은 확진 후 일주일, 증상 발생 후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기자가 직접 겪고 있는 회복기의 이야기다.기자의 첫 증상은 9월 8일 저녁 시작됐다. 목이 칼칼하고 갈증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목감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후비루 증상이 나타났고 10일에는 평소와 다른 피로감이 몰려왔다. 결국 11일 오전 병원을 찾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다행히 고열은 없었다. 체온은 최고 37.2도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고열이 없다고 해서 증상이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확진 후 3일 정도는 처방약을 복용하면서도 온몸이 무겁고 기운이 빠지는 상태가 이어졌다.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지나간 듯했지만 피로감과 무기력감은 며칠간 계속남았다. 평소라면 어렵지 않게 처리했을 업무도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장시간 집중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초기에 병원을 찾은것은 분명 도움이 됐다. 코로나19를 직접 치료하는 약은 아니었지만 코·목감기 증상을 완화하는 약과 진통·소염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된 점이 컸다.이번 감염 경로를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다. 기자는 취재와 행사 참석, 가족 일정 등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방문했다. 행사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나름대로 조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현장을 오가며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일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웠다.코로나19 관련 기사와 블로그, 각종 건강 정보는 넘쳐난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요약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감염자가 회복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확진 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증상보다 체력이다. 목 통증과 후비루 증상은 상당 부분 호전됐지만 장시간 업무를 하거나 집중하면 쉽게 피로를 느끼곤 한다. 간헐적인 식은땀이 발생하고 호흡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주요 증상은 상당 부분 호전됐지만 몸은 아직 완전한 일상 복귀를 위한 회복 과정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한동안은 건강 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기본의 중요성이었다. 충분한 수면, 적절한 휴식, 스트레스 관리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지만 몸이 아프고 나서야 그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특히 면역력을 지키기 위한 충분한 수면과 휴식,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건강은 거창한 비법이나 보약보다 결국 매일의 생활습관에서 시작된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아프고 나서야 다시 실감하게 됐다.바쁜 일정 속에서도 스스로를 얼마나 관리하고 돌보느냐가 면역력과 회복력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계기였다. 최근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이어졌던 만큼,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가볍게 넘긴 것은 아니었는지 뒤돌아보게 됐다.현재는 과거처럼 격리가 강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적 의무가 사라졌다고 해서 바이러스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증상이 있다면 적절한 진료를 받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스스로 배려하는 자세는 여전히 필요하다.한편 코로나19 환자와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함께 증가하면서 이른바 '트윈데믹'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계절 변화와 함께 호흡기 감염병이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개인 위생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이번 코로나19 재유행은 지난 2020년에 발생한 초창기 만큼의 공포는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끝난 이야기도 아니다. 공포에 휩쓸릴 필요는 없지만 방심 역시 금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불안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유지하는 적절한 경계심과 건강한 생활습관이 우선일 것이다.기자의 경우 다행히 큰 고비 없이 지나가고 있지만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에게 코로나19는 여전히 불안한 질병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중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고위험군의 경우 초기 대응이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신속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가벼운 감기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기보다는 코로나19와 독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증상과 건강 상태에 맞는 적절한 처방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 역시 조기에 병원을 찾아 확진 사실을 확인하고 약을 복용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점이 회복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9-18 14:10:40 정민오
  • 용산구 ‘명사 특강’ 고액 강사료 논란…1시간 800만원, 기준 없는 혈세 집행
    오피니언

    용산구 ‘명사 특강’ 고액 강사료 논란…1시간 800만원, 기준 없는 혈세 집행

    수의계약·부서 재량에 맡겨진 강사료…전 부서 공통 상한선·지급 기준 마련 필요
    용산구가 유명 인사와 인플루언서 등을 초청해 진행하는 ‘명사 특강’에 수백만 원대의 강사료를 지급하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비슷한 규모와 시간의 강연임에도 강사료가 300만 원에서 800만 원대까지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구민 세금으로 지급하는 강사료에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용산구의회 안태홍 의원은 제309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 심의에서 구청 각 부서가 집행한 명사 특강 강사료 지급 실태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안태홍 구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구청 부서들이 수의계약 형태로 지급한 강사료는 정00 씨 약 300만 원, 박0 씨 약 600만 원, 김00 씨 800만 원대 등으로 차이가 컸다. 강연 시간과 행사 규모가 유사한 경우에도 강사에 따라 지급액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안 의원은 “직장인 1~2달 월급이 1~2시간 강연료로 나간다”며 “이게 과연 구민 눈높이에 맞는 예산 집행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300만원에서 800만원대까지…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했나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유명 강사의 강연료가 비싸다는 데 있지 않다. 구민 세금으로 지급되는 강사료가 어떤 기준과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유명 인사를 초청하는 특강은 주민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정책이나 사업을 알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지도와 전문성, 강연 경력 등에 따라 강사료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그러나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은 민간 행사의 섭외와는 다르다. 강사의 인지도만으로 수백만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객관적인 산정 근거와 기대 효과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특히 부서별로 별도의 명확한 기준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강사를 선정하고 강사료까지 결정한다면 담당 부서의 판단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강사료가 300만 원인지, 600만 원인지, 800만 원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면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형평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유명인 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혈세 집행의 투명성명사 특강 자체를 무조건 예산 낭비로 볼 수는 없다. 주민에게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제공하고 문화·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높인다면 충분히 필요한 사업이 될 수 있다.다만 1~2시간의 강연에 수백만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강사의 전문성뿐 아니라 참석 인원, 주민 만족도, 사업 목적과의 연관성, 홍보 효과 등도 사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액 강사료를 지급하고도 실제 주민 참여가 저조하거나 사업 효과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면 ‘명사 초청’ 자체가 사업 목적이 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결국 중요한 것은 유명인을 불렀느냐가 아니라, 투입된 예산만큼 구민에게 실질적인 효과가 돌아갔느냐다.부서 재량 넘어 ‘용산구 공통 기준’ 마련해야안 의원은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용산구청 전 부서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강사료 지급 기준과 상한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전문성, 경력, 강연 시간, 행사 규모 등을 기준으로 강사 등급과 지급 범위를 세분화하고,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고액 강연의 경우 별도의 사전 검토와 승인 절차를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예외적으로 상한선을 넘는 강사료를 지급해야 한다면 그 사유와 기대 효과를 명확하게 남겨 사후 검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구민 세금은 ‘유명세’만으로 가격을 매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300만 원과 800만 원의 차이를 행정이 객관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예산 집행 체계를 점검해야 할 이유가 된다.명사 특강이 주민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라도 강사료 지급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용산구가 부서별 재량에 맡겨진 이른바 ‘고무줄 강사료’를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구민이 납득할 수 있는 통일된 기준과 지급 상한선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2026-09-15 19:51:29 이정윤
  • [정민오의 시선]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기자가 직접 겪은 재유행 72시간
    문화/생활

    [정민오의 시선]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기자가 직접 겪은 재유행 72시간

    "설마 내가?" 방심과 경계 사이에서 다시 만난 코로나19 확진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코로나19 재유행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체감은 크지 않았다. '설마 내가 걸리겠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기자는 사람이 몰리는 곳을 피하려 조심했고 마스크도 착용했지만, 결국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재유행 한가운데서 기자가 직접 겪은 72시간의 기록이다.증상은 의외로 평범하게 시작됐다. 지난 9월 8일 저녁부터 목이 약간 칼칼하고 갈증이 느껴졌다. 환절기 감기 정도로 생각했다. 9일에는 목감기 초기 증상과 함께 콧물이 코 뒤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상이 나타났고, 10일이 되자 코막힘과 함께 목소리가 잠기며 인후통이 생겼다.11일 평소 다니던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는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함께 권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 검사비는 2만5천원의 금액이었지만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결과는 코로나19 양성이었다.차라리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병원을 찾은 것은 도움이 됐다. 코로나 치료제를 처방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진료를 통해 목·코감기 약과 항생제, 진통제 등 증상 완화를 위한 약을 비교적 빠르게 복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자체를 없애는 약은 아니지만 증상을 관리하고 몸 상태를 살피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됐다.확진 직후 이틀은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몸이 무겁고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처방약을 먹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동안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았다. 평소 감기와는 다른 피로감이 이어졌다. 다행히 확진 후 3일째에 접어들면서 증상은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기사 작성이 가능할 정도로는 상태가 나아졌다.이번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코로나가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다.기자 역시 나름대로 조심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대규모 불꽃축제 등 사람이 밀집한 장소는 가급적 피하려고 노력했다. 필요할 때는 마스크도 착용했다.그럼에도 감염을 피하지는 못했다.되돌아보면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도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 취재 현장을 다니고, 인터뷰를 하고, 각종 행사와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다. 업무 특성상 대면 자체를 완전히 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감염 경로를 특정할 수는 없다. 결국 감염병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예방은 중요하지만 때로는 운도 작용한다.하지만 그렇다고 예방 노력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많은 밀폐 공간을 피하고,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며, 손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도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전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스트레스 해소, 충분한 수면 휴식, 체력 안배 등을 통한 면역력 강화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무엇보다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고 느껴질 때는 무조건 버티기보다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기자 역시 초기에 검사를 받고 상태를 확인한 것이 이후 대처에 도움이 됐다. 최근 일각에서는 어차피 감기약 처방은 동일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인 '코로나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본인의 증상을 확실히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며칠간의 불편함으로 지나갈 수 있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상흔으로 남아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일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현재는 과거처럼 격리가 강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적 의무가 사라졌다고 해서 코로나19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확진 이후 최소 5일간은 스스로를 관리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는 자세가 여전히 중요하다. 한편, 코로나19 환자와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연이어 증가세를 보이면서 두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앞두고 고위험군 대상 접종 일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이번 확진은 기자에게도 작은 경고장이 됐다. 일상으로 돌아온 듯했던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몸소 확인한 경험이기도 했다.코로나19는 더 이상 사회를 멈춰 세우는 재난은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고 사라진 것도 아니다. 공포에 휩쓸릴 필요는 없지만 방심 역시 금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불안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유지하는 적절한 경계심일 것이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2026-09-14 07:27:26 정민오
  • 서울시발레단 만들고 연습실은 ‘돌려막기’…세종문화회관 장기계획 어디 있나
    보도자료

    서울시발레단 만들고 연습실은 ‘돌려막기’…세종문화회관 장기계획 어디 있나

    발레단 공간 부족에 종합연습실 임시 활용…이번엔 오페라단 연습공간 축소 우려
    서울시가 서울시발레단을 출범시켜 대표 예술단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정작 예술단 운영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습공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 기됐다.발레단의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종합연습실을 임시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 공간을 사용해온 오페라단의 연습 여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특히 서울시발레단의 노들섬 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이전 여부와 시기조차 정리되지 않아 서울시가 예술단 창단과 확대에 앞서 중·장기적인 공간계획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경희 의원(사진)은 지난 4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세종문화회관 소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서울시발레단의 연습공간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민 의원은 서울시발레단이 안정적인 연습환경을 확보해야 제대로 된 공연을 시민에게 선보일 수 있지만, 세종문화회관의 공간 운영계획은 질의 때마다 설명이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어디에서 얼마나 사용할지도 정하지 않은 채 현재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종합연습실을 발레단에 배정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발레단 공간 주면 오페라단이 부족…‘돌려막기’ 논란문제는 서울시발레단에 종합연습실을 제공한다고 해서 세종문화회관 전체의 공간 부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종합연습실은 기존 오페라단이 대형 공연을 준비할 때 활용해온 공간이다.결국 발레단에 더 많은 공간을 배정할 경우 오페라단이 사용할 수 있는 연습공간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하나의 예술단이 겪는 공간 부족을 다른 예술단의 공간을 줄여 해결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공간을 예술단 사이에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민 의원은 “발레단 연습실을 해결하고 나니 다시 오페라단 연습실이 부족해지는 식의 ‘돌려막기식 공간 운영’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단 전체의 공간 수요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예술전문가 “발레 연습실은 단순한 빈방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돼”공연예술 분야에서는 발레단의 연습공간을 단순히 일정 규모 이상의 빈 공간을 배정하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발레는 무용수들이 반복적인 도약과 회전, 착지 동작을 수행하는 만큼 바닥의 충격 흡수와 탄성, 충분한 층고와 면적, 환기와 온·습도 등 연습환경이 무용수의 경기력뿐 아니라 부상 예방과도 직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또 정기공연을 준비하려면 일정 기간 장시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다른 예술단과 수시로 시간을 나눠 사용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예술전문가들은 “상주 발레단의 연습공간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공연의 완성도와 무용수의 안전을 결정하는 핵심 제작 인프라”라며 “예술단을 창단했다면 공연예산뿐 아니라 연습실과 제작공간, 무용수 관리시설까지 포함한 운영 기반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지적한다.이어 “발레단에 공간을 주기 위해 오페라단이 사용하던 공간을 줄이는 방식이라면 세종문화회관 전체의 공간 부족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며 “각 예술단의 연간 공연 횟수와 연습시간, 필요한 공간 규모를 조사해 중·장기적인 공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노들섬 이전한다는데 언제·어디로?…부서별 설명부터 정리해야서울시발레단의 노들섬 이전 가능성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이전 여부와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발레단이 현재 공간을 언제까지 사용해야 하는지, 임시 연습공간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노들섬 공사와 시설 운영계획과 관련해 과거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현재 서울시와 향후 활용 가능성을 협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민 의원은 “세종문화회관과 노들섬 담당부서의 입장이 서로 달라서는 안 된다”며 관계부서가 함께 논의해 발레단의 장기적인 연습공간 확보 계획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문화본부장도 “관련 부서 간 협의를 총괄하는 것은 문화본부의 역할”이라며 “그동안 문제가 있었던 만큼 관계부서와 협의해 향후 계획을 명확히 정리하고 서면으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추경 투입 전에 ‘얼마나·언제까지 사용할지’부터 정해야예산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임시 연습공간을 조성하거나 기존 공간을 재배치하는 데 추가 예산이 투입된다면 해당 시설을 언제까지 사용할 것인지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노들섬 이전이 가까운 시기에 이뤄진다면 현재 공간에 과도한 시설비를 투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이전이 장기간 지연된다면 임시 시설에 의존하는 것이 예술단 운영과 무용수의 안전 측면에서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결국 예산 편성에 앞서 서울시발레단의 향후 거점과 이전 시기,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전체의 공간 배치계획을 확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민 의원은 “추경을 통해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해당 공간을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부터 명확해야 한다”며 노들섬 활용과 세종문화회관 내 공간 재배치를 포함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예술단은 만들었는데 연습할 곳이 없다면 순서가 잘못됐다서울시발레단의 연습실 논란은 단순히 방 하나가 부족한 문제가 아니다 상주 예술단을 만들면서 공연장과 연습실, 제작시설을 포함한 기본적인 운영 인프라를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문제다.서울시가 세계적인 수준의 발레단을 목표로 한다면 좋은 작품과 뛰어난 무용수를 확보하는 것만큼 이들이 매일 안정적으로 훈련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런데 발레단의 공간이 부족하다고 기존 오페라단이 사용하던 연습공간을 내주고, 다시 오페라단의 공간 부족을 걱정해야 한다면 이를 장기적인 문화예술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노들섬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시기와 공간 규모, 시설계획을 명확히 해야 하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 현재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서로 다른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져서는 곤란하다.특히 발레는 연습공간의 조건이 무용수의 부상 예방과 공연 완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르다. 남는 공간을 그때그때 배정하는 행정적 방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예술단을 창단하고 공연을 확대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문화정책이다. 하지만 그 예술단이 매일 어디에서 연습하고 작품을 만드는지를 준비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문화행정의 기본이다. 서울시발레단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돌려막기식 공간 배정’부터 끝내야 한다.
    2026-09-11 14:17:10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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