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발레단 만들고 연습실은 ‘돌려막기’…세종문화회관 장기계획 어디 있나

이정윤 발행일 2026-09-11 14:17:10
발레단 공간 부족에 종합연습실 임시 활용…이번엔 오페라단 연습공간 축소 우려
서울시가 서울시발레단을 출범시켜 대표 예술단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정작 예술단 운영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습공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
기됐다.

발레단의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종합연습실을 임시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해당 공간을 사용해온 오페라단의 연습 여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서울시발레단의 노들섬 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이전 여부와 시기조차 정리되지 않아 서울시가 예술단 창단과 확대에 앞서 중·장기적인 공간계획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경희 의원(사진)은 지난 4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세종문화회관 소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서울시발레단의 연습공간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민 의원은 서울시발레단이 안정적인 연습환경을 확보해야 제대로 된 공연을 시민에게 선보일 수 있지만, 세종문화회관의 공간 운영계획은 질의 때마다 설명이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디에서 얼마나 사용할지도 정하지 않은 채 현재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종합연습실을 발레단에 배정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발레단 공간 주면 오페라단이 부족…‘돌려막기’ 논란

문제는 서울시발레단에 종합연습실을 제공한다고 해서 세종문화회관 전체의 공간 부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종합연습실은 기존 오페라단이 대형 공연을 준비할 때 활용해온 공간이다.

결국 발레단에 더 많은 공간을 배정할 경우 오페라단이 사용할 수 있는 연습공간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나의 예술단이 겪는 공간 부족을 다른 예술단의 공간을 줄여 해결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공간을 예술단 사이에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민 의원은 “발레단 연습실을 해결하고 나니 다시 오페라단 연습실이 부족해지는 식의 ‘돌려막기식 공간 운영’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단 전체의 공간 수요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전문가 “발레 연습실은 단순한 빈방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돼”

공연예술 분야에서는 발레단의 연습공간을 단순히 일정 규모 이상의 빈 공간을 배정하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발레는 무용수들이 반복적인 도약과 회전, 착지 동작을 수행하는 만큼 바닥의 충격 흡수와 탄성, 충분한 층고와 면적, 환기와 온·습도 등 연습환경이 무용수의 경기력뿐 아니라 부상 예방과도 직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기공연을 준비하려면 일정 기간 장시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다른 예술단과 수시로 시간을 나눠 사용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예술전문가들은 “상주 발레단의 연습공간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공연의 완성도와 무용수의 안전을 결정하는 핵심 제작 인프라”라며 “예술단을 창단했다면 공연예산뿐 아니라 연습실과 제작공간, 무용수 관리시설까지 포함한 운영 기반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발레단에 공간을 주기 위해 오페라단이 사용하던 공간을 줄이는 방식이라면 세종문화회관 전체의 공간 부족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며 “각 예술단의 연간 공연 횟수와 연습시간, 필요한 공간 규모를 조사해 중·장기적인 공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노들섬 이전한다는데 언제·어디로?…부서별 설명부터 정리해야

서울시발레단의 노들섬 이전 가능성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이전 여부와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발레단이 현재 공간을 언제까지 사용해야 하는지, 임시 연습공간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노들섬 공사와 시설 운영계획과 관련해 과거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현재 서울시와 향후 활용 가능성을 협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 의원은 “세종문화회관과 노들섬 담당부서의 입장이 서로 달라서는 안 된다”며 관계부서가 함께 논의해 발레단의 장기적인 연습공간 확보 계획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문화본부장도 “관련 부서 간 협의를 총괄하는 것은 문화본부의 역할”이라며 “그동안 문제가 있었던 만큼 관계부서와 협의해 향후 계획을 명확히 정리하고 서면으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투입 전에 ‘얼마나·언제까지 사용할지’부터 정해야

예산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임시 연습공간을 조성하거나 기존 공간을 재배치하는 데 추가 예산이 투입된다면 해당 시설을 언제까지 사용할 것인지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

노들섬 이전이 가까운 시기에 이뤄진다면 현재 공간에 과도한 시설비를 투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이전이 장기간 지연된다면 임시 시설에 의존하는 것이 예술단 운영과 무용수의 안전 측면에서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

결국 예산 편성에 앞서 서울시발레단의 향후 거점과 이전 시기,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전체의 공간 배치계획을 확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 의원은 “추경을 통해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해당 공간을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부터 명확해야 한다”며 노들섬 활용과 세종문화회관 내 공간 재배치를 포함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예술단은 만들었는데 연습할 곳이 없다면 순서가 잘못됐다

서울시발레단의 연습실 논란은 단순히 방 하나가 부족한 문제가 아니다 


상주 예술단을 만들면서 공연장과 연습실, 제작시설을 포함한 기본적인 운영 인프라를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문제다.

서울시가 세계적인 수준의 발레단을 목표로 한다면 좋은 작품과 뛰어난 무용수를 확보하는 것만큼 이들이 매일 안정적으로 훈련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발레단의 공간이 부족하다고 기존 오페라단이 사용하던 연습공간을 내주고, 다시 오페라단의 공간 부족을 걱정해야 한다면 이를 장기적인 문화예술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노들섬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면 시기와 공간 규모, 시설계획을 명확히 해야 하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 현재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서로 다른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특히 발레는 연습공간의 조건이 무용수의 부상 예방과 공연 완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르다. 남는 공간을 그때그때 배정하는 행정적 방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예술단을 창단하고 공연을 확대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문화정책이다. 하지만 그 예술단이 매일 어디에서 연습하고 작품을 만드는지를 준비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문화행정의 기본이다. 서울시발레단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돌려막기식 공간 배정’부터 끝내야 한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함께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