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는 필요성이 있지만, 과거 서울시가 추진했던 베란다 태양광 사업에서 보조금과 시공관리 문제가 제기됐던 만큼 재추진에 앞서 실패 원인을 충분히 보완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시가 500가구 설치를 목표로 사업 신청을 받았지만 한 달여 동안 신청한 가구는 172가구로 목표의 약 3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인버터의 경우 현재 KS 인증을 받은 국내 제품이 없어 외산 제품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노후 공동주택 난간의 구조적 안전성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이정미 시의원(사진)은 지난 9일 제339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베란다 태양광 사업의 실효성과 안전성 등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서울시 추경안에 포함된 베란다 태양광 보급사업은 정부 추경을 통해 확정된 375억 원 규모 사업에 지방비를 매칭하기 위해 편성됐다.
500가구 목표에 신청 172가구…정책 수요부터 따져봐야
이번 사업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실제 시민 수요다.
서울시는 500가구 설치를 목표로 자치구에 사업 신청을 독려했지만 한 달여의 신청기간 동안 5개 자치구에서 172가구만 신청했다.
목표 대비 약 34% 수준이다.
윤재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도 “베란다 태양광 사업이 예전만큼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정책을 공급자 관점에서 바라보면 몇 가구에 태양광을 설치했는지가 중요하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설치비 부담과 예상 발전량, 전기요금 절감 효과, 유지관리, 주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청률이 예상보다 낮다면 홍보 부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베란다 태양광에 대한 시민 수요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닌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업에서 문제 드러났는데…무엇이 달라졌나
과거 서울시 베란다 태양광 사업에서 제기됐던 관리 문제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은 서울시 감사 등을 통해 보조금 문제와 참여 업체의 무자격 시공, 불법 하도급 등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사업 재추진의 핵심은 단순히 예산을 다시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발생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제도를 새로 만들었느냐에 있어야 한다.
시공업체 선정기준을 강화했는지, 하도급과 보조금 집행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설치 이후 고장이나 업체 폐업 시 사후관리를 누가 담당할 것인지 등을 시민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산 제품 쓰라는데 KS 인증 제품 ‘0’…산업정책과 현장 엇박자
국내 태양광 산업 육성과 실제 보급정책 사이의 간극도 드러났다.
정부는 KS 인증을 받은 마이크로인버터 사용을 의무화하고 국산 제품 활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재 KS 인증을 받은 국내 마이크로인버터 제품이 없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외산 제품 의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윤 본부장도 과거 태양광 사업이 활발했던 시기에는 활용 가능한 국내 제품이 있었지만 사업이 종료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관련 사업에서 손을 놓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산이나 중국산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성능이나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생산국가보다 인증기준을 충족하는지, 실제 발전효율과 내구성·안전성이 검증됐는지다.
동시에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산업정책과 연계하려 한다면 보조금 사업을 확대하기 전에 국내 기업이 기술개발과 인증을 거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노후 아파트 난간에 태양광…안전성 검증 선행돼야
베란다 태양광은 설치 위치 특성상 안전 문제도 중요하다.
특히 준공된 지 오래된 공동주택은 난간과 고정부의 노후화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방식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이 적절한지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강풍과 태풍 등 극한 기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패널 자체의 안전성뿐 아니라 난간의 구조적 상태와 체결부, 설치 각도, 풍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베란다 난간에 설비를 설치하는 만큼 건축물의 노후도와 난간의 구조적 안전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환경전문가 “태양광 확대 필요하지만 설치량 자체가 성과 돼선 안 돼”
기후환경 분야에서는 도시 내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방향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태양광은 설치했다고 해서 모든 설비가 동일한 탄소감축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건물의 방향과 주변 건축물에 따른 음영, 일조시간, 패널의 설치각도 등에 따라 실제 발전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환경전문가들은 “도심 분산형 태양광은 송전망 부담을 줄이고 소비지역에서 전력을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보급량을 늘리는 것 자체를 정책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어 “설치 가구별 예상 발전량과 연간 전기요금 절감 효과, 설비의 수명주기 동안 발생하는 탄소감축량 등을 사전에 분석해 효과가 높은 가구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태양광 패널과 인버터의 생산부터 운송, 설치, 사용, 폐기까지 고려한 전 과정의 환경성도 장기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다.
탄소중립이라는 명분이 정책 검증을 대신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서울시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건물이 밀집한 서울의 특성을 고려하면 옥상과 베란다 등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분산형 태양광 역시 검토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그러나 정책 방향이 옳다고 해서 모든 사업 방식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500가구를 목표로 했는데 신청이 172가구에 그쳤다면 왜 시민의 관심이 낮은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과거 사업에서 보조금과 시공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번에는 어떤 제도를 통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했는지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국산 핵심 부품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급사업부터 확대하는 것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따져볼 부분이다.
무엇보다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몇 가구에 설치했느냐’보다 ‘얼마나 전력을 생산했고, 얼마의 탄소를 줄였으며, 시민에게 어느 정도의 경제적 편익을 제공했느냐’가 성과 기준이 돼야 한다.
노후 공동주택이라면 안전성 검증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설치 후 사고가 발생한다면 친환경이라는 정책 명분도 의미를 잃는다.
탄소중립이라는 명분이 사업의 실효성과 안전성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서울시가 과거 베란다 태양광 사업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보급 목표부터 정할 것이 아니라 시민 수요와 발전효율, 안전성, 사후관리, 국내 산업 기반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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