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오의 시선] 추석 지나자 또 연휴…쉬는 날은 늘었는데 왜 더 피곤할까

정민오 발행일 2026-10-02 22:05:07
연휴는 '휴식'과 '일정'이 뒤섞인 시간...가장 바쁘거나 해야 할 일이 없거나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한때는 달력에 빨간 날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늦잠을 잘 수도 있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휴'라는 두 글자는 그 자체로 기다림의 대상이었다. 밀린 드라마를 볼 수도 있고, 여행을 갈 수도 있던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

▲ 개울가에서 휴식을 즐기는 모습 ⓒ데일리환경 정민오 기자


어느 순간부터 연휴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휴일이 이어지면서 '긴 연휴'에 대한 기대와 함께 묘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분명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늘었다. 하지만 쉬는 날이 반드시 '제대로 쉬는 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명절에는 고향 방문과 가족 모임, 장거리 이동이 이어진다. 평소보다 늦게 자고 평소보다 많이 먹는 생활이 반복되기도 한다. 여기에 여행이나 외출 일정까지 더해지면 연휴가 끝났을 때 오히려 일상보다 더 지친 상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직장인에게 연휴는 '휴식'과 '일정'이 뒤섞인 시간이다.

평소 미뤄뒀던 집안일을 처리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다녀오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연휴 마지막 날이 되면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긴장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생체리듬이 평소와 달라진 상태에서 다시 출근 시간에 맞춰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연휴가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직장인에게 휴일은 곧 휴식일 수 있지만 자영업자나 음식점·카페·숙박업 등 서비스업 종사자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휴가 길어질수록 영업일과 휴무일을 조정해야 하고, 업종에 따라서는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기다리던 휴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바쁜 영업일이 되는 셈이다. 혹은 일이 없어서 수입이 줄어드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연휴가 많다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보장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한 생활에도 필요한 요소다.

다만 '휴일이 많아졌으니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우리의 생활 방식이 너무 복잡해졌다.

결국 중요한 것은 휴일의 숫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날을 쉬느냐보다 실제로 얼마나 제대로 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어릴 때는 달력의 빨간 숫자만 기다렸지만, 어느새 '아무 일정 없는 무탈한 하루'를 기다리게 된 것처럼 말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또 찾아온 휴일.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 '이번에는 정말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휴식의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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