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희망브리지, “불길 무서웠는데 이제 피할 수 있어요”… 산불 상흔 딛고 ‘몸으로 배운 안전’

이정윤 발행일 2026-10-02 20:51:31
경남 산청 덕산초 찾아 ‘실전형 재난안전 체험교육’ 실시
지난해 마을을 집어삼킬 듯 번진 산불로 휴업 사태까지 겪었던 경남 산청군 덕산초등학교. 화마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이 작은 산골 학교 운동장이 2일 하루 동안 시끌벅적한 ‘재난 대비 실전 훈련장’으로 탈바꿈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안전 체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산간 취약지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찾아가는 재난안전 체험교육’을 열고, 덕산초 전교생 35명과 마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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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훈련은 교실 안에서 영상이나 책자로 보던 기존의 이론식 안전교육과는 확연히 달랐다.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암전 텐트 속에서 자세를 낮추고 비상구를 찾는 훈련부터 실제 소화기 분사, 화재 시 고립을 막는 완강기 탑승 요령, 몸을 가누기 힘든 태풍 강풍 체험까지 오롯이 ‘몸으로 체득하는 실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학생들은 훈련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장비를 다뤘다. 교육에 참여한 6학년 한 학생은 “작년에 마을까지 불길이 번졌을 때 너무 무서워 어쩔 줄 몰랐다”라며 “소화기도 직접 쏴보고 완강기를 타보니, 다시 그런 위기가 찾아와도 당황하지 않고 대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장 교육 관계자들은 이번 교육을 두고 도서·산간 지역 학교가 겪는 ‘안전 교육 격차’를 짚었다. 대도시 학생들은 대형 종합안전체험관을 쉽게 방문해 다양한 재난 시뮬레이션을 경험하지만, 지방 소규모 학교는 이동 거리와 예산 한계로 인해 시청각 교육 등 형식적 안전교육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훈련을 지켜본 덕산초 이석희 안전담당교사는 “지역 여건상 교내 실습 설비가 부족해 그간 이론 위주로 안전교육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늘 아쉬움과 불안감이 있었다”라며 “아이들이 완강기 줄을 붙잡고 연기 속을 빠져나오는 과정을 몸으로 익히는 모습을 보니 실전 교육의 힘을 체감한다. 이런 이동식 체험 프로그램이 인근 농산어촌 학교들로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주관한 희망브리지 김희윤 구호모금국장 역시 “재난을 직접 겪은 아이들에게는 위기 순간 주저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반복·체험 훈련이 생존의 핵심”이라며 “산불 상흔을 겪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는 능력을 다지고, 이 경험이 가정과 지역사회 안전망으로 확산하도록 현장 밀착형 교육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재난은 취약한 곳을 먼저 파고든다. 산불이라는 실제 재난을 겪었던 산청의 작은 학교에 마련된 이날 훈련은, 안전 교육 인프라의 사각지대에 놓인 농산어촌 아이들에게 ‘찾아가는 실전 교육’이 왜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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