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제공’ 뒤엔 평당 100만 원 요구…해남 솔라시도, 20년 만에 ‘땅값 띄우기’ 나섰나

이정윤 발행일 2026-10-02 20:41:51
전남 해남 솔라시도(구성지구)에 들어서는 국가AI컴퓨팅센터 부지를 둘러싸고 시행사인 BS그룹 계열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주)의 ‘토지 장사’ 의혹이 불거졌다.                 
 


핵심 앵커기업 유치를 위해 수만 평을 무상 제공한 뒤, 설계 변경으로 발생한 잔여 부지에 대해 조성원가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을 책정하면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구자근(사진) 의원에 따르면, BS그룹 측은 삼성SDS·네이버 중심 컨소시엄에 2만 평을 무상 제공했으나, 착공 전후 추가로 필요해진 약 3,000평에 대해서는 평당 100만 원 이상의 매입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상 구성지구의 토지매입비는 평당 6만 원, 조성원가는 약 54만 원 수준이다.

 “마중물 투자의 현실적 한계” vs “독점적 시행사의 횡포”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산업계와 개발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부동산 개발(디벨로퍼) 업계 관계자는 "지방 산업단지나 기업도시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유치할 때 초기 앵커테넌트(핵심 입주사)에게 토지를 파격적인 조건이나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전국적인 관행"이라며 "시행사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 유치로 주변 부지의 가치를 끌어올려 전체 사업 수지를 맞추는 구조를 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추가 부지에 높은 단가를 매긴 것 역시 "토지이용계획 변경에 따른 리스크와 기회비용, 기반시설 추가 인입 비용이 반영된 시장 논리"라는 분석이다.

 반면 IT·인프라 구축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초기 제안 당시에는 파격적 혜택을 내걸며 사업을 끌어들이더니, 실제 공사 단계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연결 부지나 인프라 확보용 부지에 대해 배짱 가격을 부르는 것은 사실상의 '인질 잡기'"라며 "공공 목적의 국책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사업이라는 점을 악용해 민간 시행사가 과도한 폭리를 취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20년 방치 끝에 빼든 카드…‘공공 인프라’로 배 불리는 민간 디벨로퍼

 솔라시도는 2005년 시범사업 선정 당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라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20여 년간 골프장과 정원 외에는 실질적인 투자 유치 실적이 전무했다. 사업이 장기 표류하자 시행사와 지자체는 슬그머니 개발 방향을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산업 중심으로 틀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 이익의 사유화’다. 20년간 손을 놓고 있던 민간 시행사가 국가 예산과 대기업의 인프라 투자를 '마중물' 삼아 주변 지가를 띄우고, 그 차익을 독식하려 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은 BS그룹이 지분 78%를 쥐고 있으며,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 등 공공 지분은 20%에 불과하다. 토지 무상 제공 과정에서 도민과 군민의 실질적 동의가 있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향후 추진될 RE100 특례와 정부 보조금 지원 역시 결국 특정 민간 개발사의 땅값 상승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인 2세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BS그룹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는 점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더욱 짙게 만든다. 국가의 미래 전략 기술을 담는 컴퓨팅센터가 특정 개발업자의 20년 묵은 땅값을 보전해 주는 '출구 전략'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와 주무 부처의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 검증이 선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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