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오의 시선] 추석, 보름달 속 토끼는 어디로 갔을까

정민오 발행일 2026-09-26 13:25:00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추석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고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든, 아파트 베란다에서든, 귀성길 휴게소에서든 한 번쯤은 보름달을 찾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우리는 여전히 달 속에서 토끼를 떠올린다.

물론 과학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달 표면의 어두운 부분은 수십억 년 전 형성된 거대한 용암 평원이다. 인류는 달에 착륙했고, 암석을 채취했으며, 이제는 달 기지 건설까지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달을 보면 토끼 이야기를 한다. 이는 과학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단순한 사실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달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이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발견했다. 동아시아에서는 토끼가 절구로 떡을 찧는 모습을 보았고, 서양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상상력을 더했다. 달은 천체였지만 동시에 이야기였고, 공동체의 기억이었으며, 세대를 이어주는 문화적 언어였다.


▲ 보름달 ⓒ데일리환경 정민오 기자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달 속 토끼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거에는 명절 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시간이 됐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달나라 토끼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아이들은 마당에 나가 달을 올려다보며 상상의 세계를 그렸다. 하지만 오늘날 명절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가족들은 같은 공간에 앉아 있으면서도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본다. 이야기는 검색으로 대체되고, 상상은 영상으로 소비된다. 정보를 얻는 일은 쉬워졌지만,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경험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인류에게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손안의 기기로 우주의 사진을 보고, 인공지능에게 궁금한 것을 물으며,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의미를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상상하는 능력 말이다. 달 표면의 성분을 설명하는 것은 기술의 역할이지만, 그 안에서 토끼를 발견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환경 문제 역시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변화는 수많은 통계와 데이터로 설명된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사람의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 결국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어린 시절 올려다본 밤하늘,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했던 바람, 명절마다 바라보던 보름달 같은 기억들이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키운다. 자연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시작된다.

최근에는 미세먼지와 도시의 불빛 때문에 예전만큼 선명한 밤하늘을 보기 어려운 날도 많아졌다. 밤하늘의 별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한 경관의 변화가 아니다.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 주던 상상력의 무대가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달을 보기보다 화면 속 달 이미지를 먼저 접하게 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추석은 풍요를 기념하는 명절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를 되새기는 시간이다. 달 속 토끼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토끼는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세대를 이어주고, 가족을 묶어주고, 자연을 바라보게 만든 상징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름달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는 달의 궤도와 지름, 성분을 설명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달 속 토끼를 발견하던 상상력,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 자연을 경외하던 마음까지 함께 이어질 때 비로소 명절의 의미도 살아난다.

어쩌면 추석 한가위 보름달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과연 더 많은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가. 달 안의 토끼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 토끼는 지금도 우리에게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고 조용히 손짓하고 있는지 모른다.

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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