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의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돼야 하지만 시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비용까지 사실상 선거관리위원회의 자체 검증에 의존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오현주 부위원장(국민의힘)은 지난 2일 열린 행정국 업무보고에서 2026년 지방선거 관리경비의 집행과 정산, 회계검사 체계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오 부위원장은 500억 원이 넘는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서울시가 단순히 비용을 납부하는 역할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내역과 정산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관리예산 514억원…현재까지 409억원 집행
서울시 행정국 업무보고에 따르면 올해 ‘지방선거 관리’ 예산현액은 514억여 원이다.
현재까지 집행된 금액은 409억여 원으로 집행률은 79.6%에 이른다. 시민 세금 수백억 원이 선거 관리에 투입된 셈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 얼마가 사용됐는지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했는지 여부 역시 현장 질의 과정에서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관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면 그 규모와 원인, 지출 근거 등을 비용부담기관인 서울시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2억여 원 반환받았지만 최종 정산은 아직
이번 지방선거 관리경비에 대한 정산 절차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 부위원장의 질의 과정에서 서울시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지난 8월 31일 집행잔액과 이자를 합한 12억여 원을 반환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지난 2일 해당 금액을 납입받았다.
그러나 이것으로 정산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관련 소송이 종료된 이후 최종 정산과 2차 반납 절차가 예정돼 있어 올해 지방선거에 실제로 투입된 최종 관리경비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뒤 확정될 전망이다.
수백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최초 예산 요구 단계부터 집행과 잔액 반환, 최종 정산까지 전체 과정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비용은 서울시, 회계검사는 선관위…구조적 한계
이번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선거관리비용을 부담하는 기관과 실제 집행·회계를 검사하는 주체가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현행 구조에서 선거관리경비에 대한 회계검사는 선관위 자체 절차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서울시는 비용을 부담하지만 실제 사용된 예산의 적정성을 직접 검사하기보다는 선관위가 제공하는 집행·정산 자료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선거관리위원회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 선거사무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선거사무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문제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 예산의 사용내역을 확인하는 문제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는 것이 이번 지적의 핵심이다.
서울시가 선거 업무 자체에 관여하거나 선관위의 독립적인 판단을 침해해서는 안 되지만, 시민 세금으로 부담한 비용이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고 실제 어디에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정 검증 장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거사무 관여 아닌 시민 세금 확인 문제”
오 부위원장 역시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 부위원장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선거사무에 서울시가 관여하자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다만 500억 원이 넘는 시민 세금을 부담한다면 그 돈이 어떤 근거로 산정됐고 실제 어디에 사용됐는지는 비용부담기관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문제도 확인 대상이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추가 인쇄나 운송, 인력 투입 등 별도의 비용이 발생했는지, 발생했다면 어느 정도의 추가 예산이 소요됐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했다면 단순히 최종 금액만 정산할 것이 아니라 추가 비용이 발생한 원인까지 분석해야 향후 선거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선거 독립성과 예산 투명성은 별개의 문제
선거는 공정성과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선거 관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할 가능성은 철저하게 차단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선거 관리에 투입되는 공공재정까지 검증의 예외가 돼서는 곤란하다.
특히 5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예산을 서울시가 부담한다면 최소한 예산 산출 근거와 항목별 집행액, 추가 지출 발생 사유, 집행잔액과 이자 반환 규모 등을 비용부담기관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가 직접 회계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선관위 독립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면 선관위가 비용부담기관에 제공해야 할 정산자료의 범위와 항목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핵심은 선거사무에 대한 ‘간섭’이 아니라 시민 세금에 대한 ‘확인’이다.
서울시, 선관위에 세부 집행자료 요구하기로
서울시 행정국은 이번 시의회 질의를 계기로 선관위에 세부 집행내역과 추가 비용 발생 여부, 정산 진행 상황 등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기로 했다.
오 부위원장도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지방선거 관리경비의 실제 사용내역과 정산 현황을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비용부담기관인 서울시가 앞으로 선거관리경비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방침이다.
이번 문제는 단순히 2026년 지방선거 관리비용 514억여 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선거가 반복될 때마다 지방자치단체가 상당한 규모의 선거관리경비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현재의 정산·검증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의 공정성과 선관위의 독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동시에 시민 세금의 투명한 집행 역시 포기할 수 없는 행정의 기본 원칙이다.
서울시가 5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최종 반환금액만 확인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충분한 재정관리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필요한 것은 선관위의 선거사무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비용을 부담한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의 산출 근거부터 세부 집행과 최종 정산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서울시와 선관위가 ‘선거의 독립성’과 ‘재정의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검증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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