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층건물이 증가하고 노후·밀집 구조의 전통시장이 여전히 상당수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화재 대응체계를 실제 재난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고층건물 화재는 기존 소방장비의 접근 한계를 보완할 첨단장비가 필요한 반면, 전통시장은 복잡한 통로와 다수의 점포가 밀집돼 있어 화재 초기 경보와 피난로 확보가 인명피해를 줄이는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의회 임춘대 의원(사진)은 지난 2일 제339회 임시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열린 소방재난본부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업무보고 심사에서 고층화재 대응체계와 전통시장 피난시설 개선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먼저 임 의원은 서울의 고층건물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소방장비가 갖는 물리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드론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방재난본부는 최대 30㎏까지 탑재할 수 있는 중량운반 드론을 도입하고 방수드론 역시 안전성 검증을 거쳐 고층화재 현장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층건물 화재는 지상에서 접근할 수 있는 소방장비의 높이에 한계가 있고 강풍과 연기, 열기 등으로 인해 소방대원의 접근 역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드론을 단순한 현장 촬영이나 정보수집 장비에서 벗어나 소방용품 운반과 화재 진압 지원 등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필요성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첨단장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실제 대응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수드론이 실제 고층건물 화재에서 활용되려면 강풍과 고열, 연기 속에서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한지, 어느 높이까지 유효한 방수가 가능한지, 기존 소방장비 및 현장 지휘체계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실증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소방안전 전문가는 “고층화재 현장은 상승기류와 강풍, 고온, 연기로 인해 일반적인 드론 운용환경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장비를 확보했다는 것보다 실제 화재와 유사한 조건에서 반복적인 실증과 훈련을 통해 어느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고 어느 상황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지를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방수드론은 기존 고가사다리차나 소방헬기를 완전히 대체하는 장비라기보다 접근이 어려운 구간의 정보수집과 초기 대응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화재 안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임 의원은 남대문·동대문 일대를 직접 둘러본 결과 일부 구간에서 비상구 위치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고 화재 경보시설 역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내에는 현재 378개의 전통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전통시장은 점포가 밀집돼 있고 통로가 상대적으로 좁은 데다 상품이나 적치물이 피난과 소방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어 일반 건축물과 다른 화재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시민과 상인이 비상구 위치를 즉시 확인할 수 없다면 대피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소방재난본부는 서울시내 378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비상구와 화재알림시설 등 피난·초기대응 환경을 관계부서와 함께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소방전문가들은 전통시장 화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 발생 초기 몇 분간의 대응이라고 강조한다.
소방안전 전문가는 “전통시장은 가연물이 많고 점포가 연속적으로 붙어 있어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 인접 점포로 화재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방차가 도착한 이후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화재 발생을 얼마나 빨리 감지하고 상인과 방문객에게 알리느냐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구 안내표지는 화재로 연기가 발생하거나 정전된 상황에서도 식별할 수 있어야 하고, 피난통로에 물건이 쌓이지 않도록 상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시설을 설치하는 데서 끝내지 말고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해 시장 상인들이 직접 대피하는 반복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방대원의 실전 대응력을 높이는 훈련시설 문제도 제기됐다.
임 의원은 소방훈련장 건립사업이 반복적으로 이월되고 준공 일정까지 늦어진 점을 지적하며 더 이상의 사업 지연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소방재난본부는 공정 간섭과 시설 이전 등의 영향으로 당초 계획보다 준공이 약 5개월 늦어졌지만 추가적인 차질 없이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방훈련장은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다. 고층건물과 지하공간, 밀집시설 등 다양한 화재 상황을 가정해 소방대원들이 반복적으로 대응절차를 익히는 실전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사업 지연은 현장 대응력과도 연결될 수 있다.
임 의원은 “첨단장비 확충과 함께 전통시장의 비상구·경보시설처럼 현장에서 바로 작동하는 안전시설도 중요하다”며 “소방대원의 실전 대응력을 높이는 훈련시설까지 차질 없이 갖춰 시민 안전을 더욱 촘촘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화재 위험은 도시 구조 변화에 따라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고층건물에서는 기존 소방장비가 도달하기 어려운 높이와 외벽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가 문제라면, 전통시장에서는 좁은 통로와 밀집된 점포에서 시민을 얼마나 빨리 대피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화재안전 정책도 하나의 장비나 시설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
고층화재에는 드론 등 첨단장비와 기존 소방장비를 결합하고, 전통시장에서는 화재 감지와 경보·피난로 확보·상인 훈련을 강화하는 등 시설 특성에 맞춘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소방안전의 성패는 장비를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장비와 시설, 사람, 지휘체계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시가 첨단 소방장비 도입과 함께 전통시장 피난시설 개선, 소방대원 실전훈련을 하나의 대응체계로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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