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폭염 일상화됐는데…서울 공원·산림 안전관리 ‘기후위기 대응’ 필요

이정윤 발행일 2026-09-03 16:36:28
서울 공원 CCTV 약 9800대…공원 1곳당 평균 3.3대·자치구별 편차도
산림전문가 “과거 재난 기준 벗어나 강우량·지형·이용객 반영한 위험도 관리 필요”

기후변화로 집중호우와 폭염 등 극한기상이 잦아지면서 서울시의 공원과 산림 안전관리 체계도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후위험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산사태 취약지역이나 공원 내 계곡·수변공간은 평상시에는 시민 휴식공간이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위험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 대응보다 선제적인 위험지역 발굴과 출입통제 체계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의회 위성찬 의원(국민의힘·비례)은 지난 2일 열린 제339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정원도시국 업무보고에서 기후변화로 가중되는 재난에 대비해 서울시 공원·산림 안전관리 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대응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위 시의원이 가장 먼저 지적한 부분은 최근 달라지고 있는 강우 양상이다.

과거와 달리 특정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집중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존에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지역에서도 산사태나 급격한 수위 상승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시의원은 “산사태 취약지역 실태조사를 통해 신규 위험지를 적시에 발굴하고 정밀한 위험도 평가를 실시해 재난 위험을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예방단과 관계기관이 연계해 등산로와 계곡부의 출입통제, 시민 대피 안내가 지체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상황전파 체계를 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2011년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사례를 언급하며 공원 내 수변공간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원에 조성된 연못이나 계곡, 저류공간 등은 평상시 빗물을 저장하거나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극한호우가 발생하면 짧은 시간에 수위와 유속이 급격히 변하면서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순 시설점검을 넘어 집중호우가 예상될 경우 어느 단계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이용객을 대피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전문가들도 기후변화 시대에는 과거 재난 기록만으로 위험지역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환경·재난안전 전문가는 “기후변화로 강수의 강도와 집중도가 달라지면 과거에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도 새로운 위험지역이 될 수 있다”며 “기존 산사태 취약지역만 반복적으로 점검하기보다 강우량과 경사도, 토양 상태, 배수능력, 이용객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위험도를 지속적으로 재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원이나 등산로는 시민이 자유롭게 접근하는 공간인 만큼 위험이 발생한 뒤 통제하는 것보다 기상특보와 현장 데이터를 연계해 위험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출입을 제한하는 예방 중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폭염에 대응하는 도시공원의 역할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위 시의원은 “공원과 정원은 폭염 속 열섬현상을 완화해 주는 시민들의 소중한 피난처”라며 영유아와 노약자, 야외근로자 등 폭염 취약계층뿐 아니라 시민 누구나 이동 과정에서 그늘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그늘보행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가로수와 녹지를 단순 경관시설로 접근하기보다 실제 보행자의 이동 동선을 고려해 배치하고 도시계획 관련 부서와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숲의 기능 역시 단순히 ‘보기 좋은 녹지’를 조성하는 수준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폭염이 장기화될수록 시민들이 실제로 많이 걷는 보행로와 대중교통 정류장, 공원 진입로 등을 중심으로 그늘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원 내 CCTV 문제도 제기됐다.

위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공원에 설치된 CCTV는 약 9800대로 공원 1곳당 평균 3.3대 수준이다. 자치구별 설치 수준에도 상당한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단순히 공원 수를 기준으로 CCTV 숫자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원마다 면적과 지형, 이용객 수, 야간 이용률, 산책로 길이 등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설치 대수보다 실제 위험도를 기준으로 배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전문가는 “소규모 근린공원과 대규모 산지형 공원을 동일하게 ‘공원 1곳’으로 계산해 CCTV 설치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실제 안전 수준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면적과 이용객, 야간 통행량, 범죄·사고 발생 이력 등을 토대로 사각지대를 먼저 찾아내고 필요한 장소에 집중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CCTV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고나 이상 상황을 얼마나 빠르게 발견하고 경찰·소방·공원관리 인력에게 전달해 초동조치로 연결하느냐까지 포함해 관제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 의원은 관제 사각지대와 야간 이용객 안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CCTV를 확충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관계기관 협력체계를 정비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기후변화는 공원의 역할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 도시공원이 녹지와 휴식공간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집중호우 때 시민을 위험지역에서 보호하고, 폭염 때는 온도를 낮춰주는 ‘도시 기후안전 인프라’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서울시 역시 산사태·수변공간·폭염·도시숲·CCTV를 각각 별도의 사업으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상정보와 현장 위험도, 시민 이용정보를 연결하는 통합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결국 기후위기 시대 공원 안전의 기준은 시설을 몇 개 더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위험을 얼마나 빨리 예측하고 시민을 사고 이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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