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판 시의원, 이어폰 끼면 다음 역 놓친다?…서울 지하철 안내체계 ‘승객 눈높이’ 개선 필요

이정윤 발행일 2026-09-03 16:54:31
고기판 시의원 “안내방송 못 들어도 어느 위치서나 다음 정차역 확인 가능해야”
스마트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착용한 채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늘어나면서 서울 지하철의 다음 정차역 안내체계도 변화한 이용환경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
다.

현재 서울 지하철은 안내방송과 객실 내 전광판 등을 통해 다음 정차역과 환승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안내방송을 듣지 못하거나 전광판이 다른 승객에게 가려지는 상황에서는 다음 역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고기판 시의원(사진)은 지난 8월 31일 제339회 임시회 교통위원회 서울교통공사 업무보고에서 열차 내 다음 정차역 안내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실제 승객의 이용환경을 반영한 개선을 주문했다.


고 의원은 “이어폰을 착용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아 안내방송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안내방송을 듣지 못하더라도 승객이 다음 정차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안내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광판이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승객이 실제로 볼 수 있느냐는 데 있다.

현재 열차 내 전광판 상당수가 출입문 주변에 설치돼 있어 객실이 혼잡할 경우 서 있는 승객에게 가려질 수 있다. 좌석 위치에 따라서는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움직여야 다음 정차역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출퇴근 시간처럼 승객이 몰리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고 의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전광판을 설치할 때 실제 승객이 앉거나 서 있는 위치와 시야를 기준으로 안내정보의 가독성을 점검했는지 질의했다.

특히 초행길 이용객이나 고령자, 외국인 등에게 다음 정차역 정보는 단순한 편의정보가 아니다.

익숙한 노선을 이용하는 시민은 주변 환경이나 이동시간 등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처음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한국어 안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은 전광판과 안내방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고령자의 경우 작은 글씨나 빠르게 바뀌는 화면을 즉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교통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안내체계가 특정한 하나의 전달수단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대중교통 전문가는 “지하철 안내정보는 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거나 전광판 하나가 보인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소리와 문자, 노선도, 색상 등 여러 수단을 동시에 활용해 한 가지 정보를 놓쳐도 다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혼잡한 객실에서는 승객의 머리나 신체에 가려 출입문 위 안내장치가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 혼잡 상황에서 좌석별·입석 위치별 시야를 조사해 사각지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정보의 양’보다 ‘정보를 얼마나 빨리 이해할 수 있느냐’다.

전광판을 추가하더라도 화면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표시하거나 글씨가 작고 화면 전환이 빠르다면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다음 정차역과 현재 위치, 진행 방향, 환승노선 등 승객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한국어뿐 아니라 외국인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색상과 기호 등을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통전문가는 “다음 정차역 안내는 고령자와 외국인뿐 아니라 청각장애인에게도 중요한 이동정보”라며 “교통약자를 위한 별도의 장치라는 관점보다 모든 승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설계’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개선방안으로 전광판 추가 설치와 객실 중앙부 또는 천장부를 활용한 안내, 기존 전광판의 시인성 개선 등을 제안했다.

다만 차량마다 구조와 제작 시기, 기존 안내장치가 다른 만큼 일률적인 전광판 증설에 앞서 차량 유형별 이용환경과 설치 효과,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후 전동차 교체나 객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안내장치 개선을 함께 추진하면 별도의 대규모 개조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단계적인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 의원은 “지하철 이용객이 안내방송을 듣지 못하거나 전광판을 확인하지 못해 내려야 할 역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현재 열차 내 안내체계가 실제 승객의 이용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전광판의 위치와 시인성을 개선하고 시각적 안내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시민들이 어느 좌석이나 위치에서도 다음 정차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안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의 안내체계 역시 시민들의 이용습관 변화에 맞춰 달라질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안내방송이 정보전달의 중심이었다면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이 일상화된 지금은 시각정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고령사회 역시 안내체계 개선에서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결국 지하철 안내의 기준은 ‘전광판이 설치돼 있는가’가 아니라 승객이 어느 좌석에 앉아 있든, 객실이 혼잡하든, 안내방송을 듣지 못하든 필요한 정보를 제때 확인할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실제 승객의 시야와 이동환경을 기준으로 객실 안내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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