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데 ‘보통’이라고?”… 시민은 ‘지옥철’, 통계는 ‘상쾌’한 서울 지하철의 기만

이정윤 발행일 2026-09-02 21:26:00
비판·고발형: 144% 밀집도에도 ‘안전’하다는 교통공사… ‘지옥철’ 안 보이는 탁상행정
“출근길은 지옥철인데 혼잡도는 ‘보통’?”… 현실 외면한 서울 지하철 지표

매일 아침 서울 지하철 7호선 중곡역에서 군자역 방면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열차 탑승 시도조차 쉽지 않다. 이씨는 “서로 몸을 밀쳐가며 타야 하고 숨이 막힐 지경인데, 이것이 관리 기준상 ‘보통’ 단계라는 사실을 최근 알고 황당했다”며 “현장 상황과 까마득히 떨어진 행정 편의적 수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지하철의 혼잡도 산정 방식이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김회근 의원(사진)은 제339회 임시회 서울교통공사 주요 업무보고에서 현행 지하철 혼잡도 산정 및 안내 체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열차 혼잡도는 승차 정원 대비 실제 탑승인원 비율로 산정된다. 기준상 ▲150% 이하 ‘보통’ ▲150~170% ‘주의’ ▲170~190% ‘혼잡’ ▲190% 이상은 ‘심각’ 단계로 분류된다. 올해 2분기 최고 혼잡도를 기록한 2호선 사당→방배 구간(144.6%)과 7호선 중곡→군자 구간(144.0%) 역시 공식 통계상으로는 모두 ‘보통’ 수준에 머물렀다.

김 의원은 “출근길 7호선을 직접 타본 시민들은 예외 없이 ‘지옥철’을 호소하는데, 공사의 분류표상으로는 단순 ‘보통’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심각한 괴리는 정책에 대한 시민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단순히 '칸당 탑승 인원 비율'만으로 혼잡도를 측정하는 방식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운다. 교통공학 분야의 한 전문가는 “열차 내부 좌석 배치, 입석 공간의 실질적 구조, 승객 이동 동선에 따라 승객이 체감하는 압박감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단순 인원 비율이 아닌 해외 주요 도시처럼 ‘제곱미터(㎡)당 승객 수’ 등 단위 면적당 밀도를 반영하는 다각적 지표 도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지적에 김 의원 또한 해외 사례를 적극 참고해 면적당 승객 수 등 보완 지표를 함께 도입할 것을 공사 측에 주문했다.

아울러 열차 내부를 넘어 역사(Station) 자체의 혼잡도 안내 체계 마련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열차 내부 혼잡도는 일부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대규모 행사나 집회 시 특정 역 승강장과 대합실에 인파가 얼마나 몰렸는지 사전에 알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한 실정이다.

  ‘숫자 놀음’에 갇힌 안전… 시민 체감 기준으로 직시해야

‘보통’이라는 단어가 주는 착시는 위험하다. 밀집도가 극에 달하는 출퇴근길 지하철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안전사고 위험과 직결되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서울교통공사가 과거 수치에 의존해 140%가 넘는 혼잡 상태를 ‘보통’이라 규정하는 것은 지표 관리의 편의를 시민 안전보다 우선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표는 현장을 설명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한 도구여야지, 현장의 고통을 은폐하는 정당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단위 면적당 실제 승객 밀도를 측정한 체감 지표의 도입은 물론, 특정 역 인파 밀집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예보 시스템 구축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숫자상의 보통’에 안주하는 사이 시민들의 안전과 일상은 매일 아침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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