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지나야 가격은 내려간다…늦더위 민어가 다시 보이는 이유

이정윤 발행일 2026-08-26 14:35:39
8월 신안 위판량 크게 늘며 가격도 하락…9월까지 조업 호황 전망
                                                                                               사진자료=AI

 복날이 지나면 민어철도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산지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여름 끝자락인 8월에도 어획량이 크게 늘고 늦더위까지 이어지면서 민어를 찾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여름보다 가격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민어 시장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초복 전날인 7월 14일 신안군수협 북부지점의 민어 위판량은 약 800kg 수준이었지만 8월 들어 물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 17일에는 하루 위판량이 41t까지 올라 8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량 증가와 함께 평균 위판가격도 초복 전날 6만 원대에서 1만 원대로 낮아졌다. 다만 위판가격은 크기와 등급, 암수, 어획량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 평균가격만으로 소비자가격 하락 폭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장에서는 9월까지 민어 조업이 비교적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어는 일반적으로 지방이 오르는 6~7월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산란철인 8~9월에도, 특히 수컷은 상품성이 유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날이 민어의 전부는 아니다

 민어는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이다. 하지만 ‘복날 민어’라는 인식이 강해 특정 기간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도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주목할 시점은 복날 이후다. 어획량이 늘어나고 가격 부담이 낮아진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좋은 시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산지 위판가격이 낮아졌다고 해서 소매가격이 같은 비율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통·손질·포장·배송비 등이 더해지는 만큼 소비자는 판매가격뿐 아니라 원산지와 중량, 손질 상태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산물 유통전문가들은 민어 가격이 어획량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크기와 선도, 암수, 산지, 유통단계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몇 월에 사느냐’보다 실제 상품의 품질과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유구가 ‘요긴하다’고 평가한 생선

 민어의 가치는 현대에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는‘난호어명고’에서 민어를 바다고기 가운데 수요가 많은 생선 중에서도 매우 요긴한 물고기로 평가했다.

 정약전도 ‘자산어보’에서 민어의 맛과 함께 익혀 먹거나 회로 먹고 말려서 이용하는 방법을 기록했다.

 민어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는 활용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회와 전, 탕, 찜은 물론 말려서 먹기도 했으며 살을 발라내고 남은 머리와 뼈까지 국물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부레는 민어를 상징하는 별미다.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생으로 썬 부레를 기름장에 곁들이면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부레가 음식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난호어명고』에는 민어 부레가 아교의 재료로 활용됐다는 내용도 나온다. 부레를 끓여 만든 어교는 과거 공예품 제작 등에 접착제로 이용됐다.

 살부터 내장과 뼈까지 활용했던 셈이다.

영양은 충분하지만 ‘만능 보양식’ 과장은 경계해야

 민어의 영양적 가치도 높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민어 100g은 열량 95kcal, 단백질 19g, 지방 1.5g으로 고단백·저지방 수산물에 해당한다. 필수아미노산도 100g당 9,331mg 함유돼 있으며 인과 칼륨, 셀레늄 등 무기질도 들어 있다.

 영양전문가의 관점에서는 민어를 단순히 ‘몸을 보하는 특별한 음식’으로 과장하기보다 양질의 단백질과 여러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식품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특정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피로가 사라지거나 건강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식생활 속에서 민어와 같은 고단백·저지방 수산물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싼 민어보다 ‘신선한 민어’를 골라야

 민어는 크기가 클수록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전남 신안 지역에서는 5kg 이상 크기의 민어가 특유의 맛과 식감을 제대로 느끼기에 좋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구매할 때 크기만 볼 필요는 없다.

 수산물 전문가들은 신선한 생선을 고르는 기본적인 기준으로 눈과 표면, 탄력, 냄새 등을 꼽는다. 눈이 맑고 몸통에 탄력이 있으며 비늘의 윤기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강한 비린내가 나는 제품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손질한 생선을 바로 먹지 않을 경우에는 보관에도 주의해야 한다. 단기간 내 먹을 양은 밀폐해 냉장 보관하고 장기간 보관할 경우 1회 섭취량으로 나눠 냉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특히 생선회로 섭취할 제품은 판매자가 안내하는 보관온도와 소비기한을 우선적으로 따라야 한다.

 ‘복날 프리미엄’보다 산지와 소비자를 연결할 때

 민어는 오랫동안 여름철 고급 보양식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특히 복날을 전후해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올라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음식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하지만 위판량이 증가하는 시기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산지에서는 어획량이 늘었는데 소비가 특정 시기에만 집중된다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소비자에게 정확한 어획 정보와 가격, 손질법, 조리법을 제공해 소비 기간을 넓힌다면 어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온라인 유통과 산지 직배송이 확대되면서 과거 특정 지역이나 전문 음식점에서 주로 접했던 민어를 가정에서도 구매하기 쉬워졌다

결국 민어 소비에서 중요한 것은 ‘복날에 먹어야 한다’는 공식이 아니다.

언제 잡혔는지, 얼마나 신선한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어떤 방식으로 유통됐는지를 따져보는 소비가 필요하다.

처서가 지났다고 여름 음식까지 서둘러 떠나보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어획량이 늘고 가격 부담이 낮아지는 여름 끝자락이 민어의 또 다른 제철일 수 있다.

 복날의 고가 보양식에서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제철 수산물로 소비의 폭을 넓히는 것. 그것이 민어 소비를 늘리는 동시에 산지 어민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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