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이에 놓인 화분과 담장 주변의 작은 녹지가 회색 바닥을 간신히 끊어 놓는다. 조금 떨어진 근린공원에 들어서야 흙길과 나무, 빗물이 스며들 여지가 나타난다.
기자가 촬영한 현장사진만으로 해당 지역의 불투수면적률을 정확히 산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로·주차장·보도·건물 지붕이 연결된 전형적인 신도시 고밀도 상가주택지이다.
사진 속 도로는 대부분 아스팔트이고 주차장과 건물 주변에는 콘크리트 및 보도블록 포장이 혼재한다. 이를 모두 단순히 ‘시멘트 바닥’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면’으로 정의하는 것이 정확하다.
기자가 거주하는 동네 장기동 먹자골목은 2008년 장기택지개발 과정에서 약 160채의 주거·상가 복합건물로 조성됐다. 2020년 기준으로 약 4,800명이 거주하고 240여 개 상점이 입주한 것으로 보도됐다. 김포한강신도시 초기 상권이자 주거·상업시설이 한데 모인 생활권이다.
다른 신도시도 마찬가지겠지만 불투수면의 기후위험은 폭우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면적 1㏊에 비가 10㎜ 내리면 물 100㎥가 떨어진다. 무게로 약 100톤이다. 100㎜ 집중호우라면 1㏊당 1,000톤, 10㏊에는 10만 톤의 물이 쏟아진다.
단순 비교를 위해 아스팔트·콘크리트 지역의 유출계수를 0.9, 식생이 있는 토양의 유출계수를 0.2로 가정하면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는 실제 배수시설, 토양 종류, 선행강우, 경사, 지하수위 등을 제외한 설명용 계산이다. 그러나 불투수면이 많을수록 짧은 시간에 하수관으로 몰리는 물의 양과 첨두유량이 커진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환경부도 불투수면 증가가 강수 침투량과 지하수 함양을 줄이고, 집중호우 때 직접 유출량과 침수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한다. 건기에는 하천으로 천천히 흘러가야 할 지하수가 줄어 하천 건천화와 수생태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신도시의 도로와 주차장, 건물 지붕이 빗물받이와 하수관으로 바로 연결된 곳에서는 문제가 더 커진다. 지붕에 떨어진 비까지 홈통을 통해 도로로 나가면 사실상 동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물받이판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회색 바닥은 낮의 열을 밤까지 붙잡는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낮 동안 태양에너지를 흡수해 저장했다가 저녁과 밤에 다시 방출한다.
흙과 식생은 물을 증발시키는 데 열을 사용하고,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표면으로 들어오는 복사에너지를 줄인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도시가 주변 비도시 지역보다 낮에는 약 0.6∼3.9도, 밤에는 약 1.1∼2.8도 더 더울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는 개별 도로 한 곳의 온도 차가 아니라 도시열섬에 관한 여러 연구를 종합한 범위다.
신도시에 조성된 마을의 실제 온도 차는 이동식 기상센서나 열화상 촬영으로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나무 그늘이 없는 주차장과 공원 안 흙길·녹지 사이에 체감온도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열이 다시 에너지 소비를 부른다는 데 있다. 바닥과 벽이 달궈지면 상점과 주택의 냉방시간이 늘고, 에어컨 실외기가 골목으로 열을 방출한다.
냉방 전력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도시열섬이 다시 기후변화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나무와 녹지는 건물에 그늘을 제공하고 증산작용으로 주변을 식힌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도시공원과 도시숲 같은 녹색 기반시설이 인접 건물의 에너지 수요를 약 10%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소개한다.
지역과 건물 조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므로 장기동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녹지가 단순 미관시설이 아니라 냉방 기반시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콘크리트와 흙의 탄소 차이, 무엇을 계산해야 하냐이다.
콘크리트 바닥과 흙바닥의 탄소 차이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바닥을 만들 때 발생하는 ‘내재탄소’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을 고온에서 가열하면 화학반응으로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소성로를 1,400도 이상 가열하는 과정에서도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시멘트 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8%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콘크리트의 내재탄소는 강도, 시멘트 함량, 혼화재, 운송거리 등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다. 영국 공공기관 자료에 제시된 생산단계 배출량도 1㎥당 약 120∼1,370㎏CO₂e 범위다.
일반 포장용 콘크리트를 1㎥당 120∼300㎏CO₂e로 보수적으로 가정하고 10㏊를 두께 15㎝로 새로 포장한다면 콘크리트 부피는 1만5,000㎥가 된다.
생산단계 배출량은 약 1,800∼4,500톤CO₂e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철거·운송·철근·기층공사·장비 연료를 제외한 예시다.
둘째는 토양과 식생이 장기간 저장할 수 있었던 탄소를 잃는 문제다. 흙을 콘크리트로 덮으면 식물의 뿌리와 낙엽을 통해 토양으로 들어가던 유기탄소 흐름이 약해진다. 토양 생물의 서식처와 물순환도 단절된다.
그렇다고 흙바닥이 자동으로 대량의 탄소를 계속 흡수한다고 표현해서도 안 된다. 탄소 흡수량은 토양 깊이와 유기물 함량, 식생 종류, 관리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나무나 풀이 없는 다져진 맨흙은 탄소 흡수와 빗물 침투 효과가 제한적이고 먼지·진흙·침식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
신도시에 조성된 마을에서 흙과 녹지의 가장 즉각적인 가치는 연간 탄소 흡수량보다 폭우 유출 저감, 증발산 냉각, 그늘 제공, 생물서식처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기존 바닥을 모두 뜯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이미 설치된 포장을 일시에 철거하는 것도 탄소와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철거장비가 연료를 쓰고 폐콘크리트를 운반·파쇄해야 한다.
멀쩡한 포장을 환경 명분으로 전면 교체하면 공사 과정의 배출량이 단기적인 편익을 넘어설 수 있다.
흙길은 휠체어·유모차 접근성, 겨울철 결빙, 비 오는 날 진흙, 차량 하중에도 취약하다. 음식점이 밀집한 골목에서는 위생과 보행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선택지는 ‘모두 콘크리트’와 ‘모두 흙’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차량이 다니는 중심 차로와 무장애 보행로는 안전성을 유지하되, 꼭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주차장 가장자리와 건물 후퇴공간, 쉼터, 골목 모서리부터 단계적으로 물이 스며드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주택 한 채에서 시작할 수 있는 기후대응
시도시에 위치한 주민과 건물주가 실행할 수 있는 대책은 거창한 숲 조성만이 아니다.
첫째, 빗물 홈통을 도로와 하수관에서 분리해야 한다. 지붕 빗물을 200∼1,000ℓ 빗물통에 저장해 화단 관수와 청소에 사용하면 초기 강우가 하수관으로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늦출 수 있다. 넘치는 물은 빗물정원이나 침투화단으로 유도해야 한다.
둘째, 주차면 전체를 콘크리트로 재포장하지 말고 차량 바퀴가 닿는 부분만 포장하거나 투수블록·잔디블록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투수포장은 미세토사로 막히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정기적인 진공청소와 표면 관리가 필요하다.
셋째, 장식용 작은 화분보다 토양 용량이 충분한 나무 한 그루가 낫다. 건물 남·서쪽과 주차장 가장자리에 낙엽교목을 심으면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고 겨울에는 햇빛을 통과시킬 수 있다. 뿌리가 자랄 공간과 빗물이 들어갈 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넷째, 쉼터의 포장면 일부를 걷어내고 벤치 주변에 나무 그늘과 침투화단을 결합해야 한다. 현재 장기동 공원처럼 나무와 흙이 있는 공간도 벤치 아래까지 모두 블록으로 덮기보다는 보행에 필요한 폭만 남기는 방식이 가능하다.
다섯째, 음식점은 에어컨 실외기의 열이 보행자에게 직접 향하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하고 고효율 냉난방기, 차양, 단열, 옥상녹화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전력 절감은 녹지의 탄소 흡수량을 기다리는 것보다 빠르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여섯째, 주민이 임의로 가로수 주변이나 공공도로를 철거해서는 안 된다. 사유지 안에서 시작하되 공공영역은 지자체 행정기관과 협의해 골목 단위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시민 실천만으로는 동네 전체의 물순환을 바꾸기 어렵다. 도로와 보도, 공영주차장, 빗물받이와 가로수는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어 노후 포장 교체 시점에 맞춰 ‘그린 스트리트’ 시범구역을 조성할 수 있다. 공영주차장에는 나무 그늘과 투수주차면을 넣고, 골목 저지대에는 빗물정원을 설치하며, 보도 폭이 넓은 구간은 식재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빗물은 가능한 한 떨어진 자리에서 저장·침투시키고 넘치는 양만 하수관으로 보내야 한다.
신도시에 조성된 마을은 세계 도시의 공통된 질문이다
신도시 마을 한 곳의 포장을 바꾼다고 지구 평균기온이 눈에 띄게 내려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전 세계 도시의 도로, 주차장, 지붕과 냉방설비가 축적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골목의 핵심 문제는 콘크리트가 탄소를 내뿜는다는 한 문장에 그치지 않는다. 포장을 만드는 단계에서 배출이 발생하고, 설치된 불투수면은 수십 년 동안 빗물 침투와 증발산을 차단한다. 뜨거워진 골목은 냉방수요를 키우고, 폭우가 오면 빗물을 하수관으로 밀어 넣는다.
반대로 흙과 나무, 투수포장, 빗물정원이 촘촘히 연결되면 같은 비와 같은 폭염에도 동네가 받는 충격은 달라진다. 도시의 기후정책은 거대한 선언보다 작은 땅 한 평을 어떻게 남겨 놓느냐에서 시작한다.
신도시를 조성하며, 회색의 마을 바닥 사이에 물이 머물고 나무가 자랄 틈을 되돌려 놓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거리 미화가 아니다. 시민의 일상에서 시작되는 기후적응이자 다음 세대에 넘겨줄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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