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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이 보내온 지구촌 인류에 대한 경고 ... 기후위기의 얼굴, '북극곰'
    환경

    동물이 보내온 지구촌 인류에 대한 경고 ... 기후위기의 얼굴, '북극곰'

    - 얼음이 사라지자 육지로 내려온 북극곰 … 기후위기가 바꾼 북극의 생존지도 - 2025년 북극 해빙 최대 면적, 47년 위성관측 사상 최저, 2026년에도 기록적 저수준 - 사냥터 잃은 북극곰, 긴 단식과 번식 저하 직면, 마을 접근 늘며 주민 안전도 위협
    북극곰에게 바다의 얼음은 단순히 쉬어가는 장소가 아니다. 먹이를 구하는 사냥터이자 이동로이며, 짝을 만나고 새끼를 기르는 생존 기반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일찍 녹고 늦게 얼면서 북극곰의 삶을 지탱하던 ‘얼음 위 생태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2025년 북극 해빙은 3월 22일 약 1,433만㎢까지 확장한 뒤 연간 최대 면적에 도달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에 따르면 이는 47년간 이어진 위성관측 기록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였다. 1981∼2010년 평균보다 약 131만㎢ 부족했다.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약 13배에 해당하는 얼음이 평균치보다 사라진 셈이다. 상황은 이듬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6년 북극 해빙 최대 면적도 2025년과 통계적으로 사실상 같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NSIDC 2026년 분석은 특정한 한 해의 이상 현상이 아니라 북극의 겨울철 얼음마저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얼음이 사라지면 사냥할 시간도 줄어든다북극곰의 주된 먹이는 지방이 풍부한 고리무늬물범과 턱수염물범이다. 북극곰은 물속에서 물범을 추격하기보다 해빙 위에서 숨구멍이나 얼음 가장자리를 지키며 사냥한다. 얼음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먹이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뜻이다.특히 봄철은 북극곰이 여름철 단식에 대비해 몸에 지방을 축적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봄에 얼음이 일찍 무너지면 충분한 먹이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육지에 올라와야 한다. 가을 결빙까지 늦어지면 먹지 못하고 버텨야 하는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캐나다 허드슨만에서는 최근 30년 동안 수온 상승과 함께 봄철 해빙이 빨라지고 가을철 결빙은 늦어지면서 얼음이 없는 기간이 약 한 달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북극곰의 물범 사냥과 체중 축적, 번식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떨어뜨린다. 육지의 먹이로는 물범을 대신하기 어렵다얼음에서 밀려난 북극곰은 육지에서 새알과 풀, 열매, 순록 사체 등을 먹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북극곰이 육지 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한다. 하지만 육상 먹이만으로는 물범의 지방이 제공하는 고열량을 대신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캐나다 매니토바주 서부 허드슨만의 북극곰 20마리에 카메라와 추적장치를 달아 육지 생활을 관찰했다. 일부는 활동량을 줄였고 일부는 먹이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녔지만, 대부분 체중이 감소했다. 육지에서 더 많이 움직이고 다양한 먹이를 먹더라도 소비한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하지 못한 것이다. 긴 단식은 새끼와 임신한 암컷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어미가 충분한 지방을 축적하지 못하면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해빙 감소와 함께 일부 북극곰 집단에서 체중 저하와 생존율·번식률 감소가 관찰되는 이유다.다만 모든 지역의 북극곰이 같은 속도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스발바르와 바렌츠해 일부 개체군처럼 먹이를 바꾸거나 새로운 환경을 이용하며 당장은 양호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사례도 확인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지역별 적응이 해빙의 지속적인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북극곰의 위기는 한 장의 사진보다 복잡하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큰 위협이 해빙 상실이라는 과학계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굶주린 북극곰이 마을로 향한다육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북극곰과 사람의 생활공간도 가까워지고 있다. 먹이 냄새를 맡은 북극곰이 쓰레기장이나 식량 저장소, 주거지역 주변으로 접근하면 주민의 안전과 북극곰의 생존이 모두 위험해진다.북극 원주민과 지역 주민에게 북극곰은 기후위기의 상징이기 전에 실제로 마주칠 수 있는 대형 포식자다.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곰을 쫓아내거나 사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 북극곰전문가그룹은 기후변화로 북극곰의 육지 체류가 길어지는 동시에 북극 지역의 산업·관광 활동까지 증가하면서 사람과 곰의 충돌을 줄이는 대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역사회에서는 음식물과 쓰레기를 곰이 열 수 없는 시설에 보관하고, 감시요원이 접근한 곰을 조기에 발견해 비살상 방식으로 쫓는 대응이 시행되고 있다. 주민 교육과 경보체계, 주거지 주변 조명, 안전한 폐기물 관리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충돌을 줄이는 대책일 뿐 북극곰의 사냥터가 사라지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북극곰 보호는 결국 온실가스 감축 문제밀렵 방지와 서식지 보호, 해양오염 관리도 중요하지만 북극곰의 장기적인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은 지구의 온도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북극 해빙은 더욱 일찍 녹고 늦게 형성돼 북극곰이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은 계속 줄어든다.북극곰이 육지로 내려오는 모습은 야생동물 한 종의 문제가 아니다. 얼음에 햇빛을 반사하던 북극해가 어두운 바다로 바뀌면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고, 이는 다시 온난화와 해빙 감소를 촉진한다. 북극에서 시작된 변화가 해수면과 해류, 기상 체계를 통해 세계 곳곳의 폭염과 집중호우, 한파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얼음 위에 홀로 선 북극곰은 도움을 기다리는 동물이면서 동시에 인류를 향해 경고를 보내는 존재다. 북극곰이 육지로 향하는 것은 새로운 삶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의 삶을 가능하게 했던 바다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의 생존지도를 바꾸고 있는 힘은 결국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다.
    2026-09-07 07:12:06 안영준
  • [지구촌 환경 핫이슈 TOP 5] 태양광의 약점이던 ‘밤’, 배터리가 해결하기 시작했다
    환경

    [지구촌 환경 핫이슈 TOP 5] 태양광의 약점이던 ‘밤’, 배터리가 해결하기 시작했다

    - 2025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100여 년 만에 석탄 추월 - 태양광·풍력이 전력수요 증가분의 99% 담당…화석연료 발전량 0.2% 감소 - ESS 가격 45% 급락했지만 전력망·장주기 저장·석탄발전 퇴출은 여전히 과제
    낮에만 전기를 생산한다는 태양광의 오랜 약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낮 동안 남는 태양광 전력을 저장했다가 저녁과 밤에 꺼내 쓰는 대형 배터리 저장장치가 빠르게 보급되면서다. 2025년 세계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역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을 통과했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저탄소 전력 증가량이 세계 전력수요 증가분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석탄을 추월했다. 경제위기나 감염병으로 전력수요가 줄어든 상황이 아니라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화석연료 발전량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국제에너지 연구기관 Ember가 발표한 ‘세계 전력 보고서 2026’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전력수요는 전년보다 849TWh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각각 636TWh와 205TWh 늘었다. 두 전원 증가량을 합치면 841TWh로, 세계 전력수요 증가분의 약 99%에 해당한다.Ember 세계 전력 보고서 2026에 따르면 원자력과 수력 등까지 포함한 저탄소 전력 증가량은 887TWh에 달해 전체 전력수요 증가분을 넘어섰다. 늘어난 전력 소비를 청정전원이 모두 충당하고도 남았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 33.8% … 석탄 33.0% 첫 추월2025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1만730TWh로 전체 발전량의 33.8%를 차지했다. 석탄발전 비중은 33.0%로 떨어졌다. 현대적인 세계 전력 통계상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넘어선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태양광 발전량은 1년 만에 30% 증가한 약 2778TWh를 기록했다. 세계 전력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4.6%에서 2025년 8.7%로 3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다.태양광 발전 증가량 636TWh는 영국의 연간 전력소비량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태양광 하나만으로 세계 전력수요 증가분의 약 75%를 충당했다.반면 세계 석탄발전량은 약 63TWh 감소했다. 가스발전은 일부 지역에서 증가했지만 전체 화석연료 발전량은 전년보다 약 38TWh, 비율로는 0.2% 줄었다. 감소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전력수요가 증가한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청정전력이 화석발전을 밀어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2009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때에도 화석연료 발전량은 감소했다. 당시에는 경기침체와 이동 제한으로 전력수요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2025년에는 세계 전력수요가 2.7%가량 늘었는데도 화석연료 발전이 감소했다.재생에너지 증가가 경기불황의 결과가 아니라 발전 기술과 비용구조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배터리 가격 45% 하락 … 태양광에 ‘시간’을 더하다태양광은 저렴하고 설치가 빠르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발전하고, 전력수요가 높아지는 저녁에는 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덕 커브’ 문제다.태양광이 많이 설치된 지역에서는 정오에 전기가 남아 발전을 강제로 중단하면서도, 해가 진 저녁에는 가스나 석탄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는 이 시간 차이를 줄인다. 전기가 남는 낮에 충전하고 수요와 가격이 오르는 저녁에 방전한다. 태양광에 발전량뿐 아니라 발전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셈이다.2025년 전력망용 고정식 배터리 팩의 평균 가격은 1kWh당 약 70달러로 전년보다 45% 떨어졌다. 다만 모든 종류의 배터리 평균가격이 45% 하락한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NEF 배터리 가격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용을 포함한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팩의 평균가격 하락률은 약 8%였고, 고정식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에서 45%라는 가장 큰 하락이 나타났다. 가격 하락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생산설비 확충과 치열한 시장경쟁, 제조 효율 향상,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화재 안정성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보급이 영향을 미쳤다.Ember는 2025년 세계 배터리 저장장치 설치량을 약 250GWh로 추산했다. 전년보다 46% 증가한 규모다. IEA는 출력 기준으로 2025년 세계에서 새로 설치된 배터리 저장설비를 108GW로 집계했다. 전년보다 약 40% 늘었으며 2021년과 비교하면 전체 설치 규모가 11배로 커졌다.IEA 배터리 저장장치 분석에 따르면 2025년에 설치된 신규 배터리는 같은 해 새로 증가한 태양광 발전량의 약 14%를 정오에서 다른 시간대로 옮길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 모든 태양광을 밤까지 저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태양광과 배터리가 하나의 발전 패키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중국과 인도에서 동시에 줄어든 석탄발전세계 전력 전환의 중심에는 중국과 인도가 있다. 두 나라는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중국의 2025년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약 4000만톤, 0.7%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석탄발전량은 약 1.6% 줄었다. 중국은 2024년 이미 2030년 풍력·태양광 설비 목표를 6년 앞당겨 달성했으며, 2025년에도 세계 태양광 증가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인도의 석탄발전량도 2025년 약 3% 감소했다. 코로나19 충격을 제외하면 반세기 만에 나타난 이례적인 감소다.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가 전력수요 증가를 웃돌면서 석탄발전 가동률을 낮춘 결과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배출 감소를 곧바로 구조적 탈석탄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인도는 2025년 비교적 온화한 기온과 전력수요 증가세 둔화, 수력발전 증가의 영향을 함께 받았다. 상반기 화석연료 발전 감소분 가운데 약 65%가 수요 증가 둔화, 20%가 청정에너지 설비 확대, 15%가 수력발전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중국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이 급증했지만 석탄발전소 건설도 계속됐다. 2025년 새로 제안되거나 재추진된 중국의 석탄발전 사업은 161GW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발전량은 줄었어도 석탄발전 설비 자체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발전량 감소와 발전소 폐쇄는 다른 문제재생에너지가 전력수요 증가분을 충당하면 기존 화력발전소의 가동시간은 줄어든다. 그러나 발전량이 줄었다고 발전소가 자동으로 폐쇄되는 것은 아니다.석탄발전소는 건설비를 회수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발전량이 감소하더라도 전력회사는 투자비 회수와 지역 고용, 전력 공급 안정성을 이유로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려 한다. 정부가 화력발전소에 비상 대기와 공급능력 유지를 이유로 별도의 보상금을 지급하면 발전량이 줄어도 시설은 계속 남는다.중국은 석탄발전을 태양광과 풍력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예비전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새 석탄발전소가 대거 건설되면 투자비 회수를 위해 일정 시간 이상 가동해야 한다는 압력이 생긴다. 결국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한하거나 탄소배출 감축 속도를 늦출 수 있다.2025년 세계 석탄발전량이 감소했지만 세계 석탄발전 설비의 순폐쇄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밖에서도 석탄발전소 폐쇄가 늦어지면서 석탄발전 설비가 순증했다. 재생에너지의 ‘증가’와 화석연료의 ‘퇴출’이 서로 다른 정책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배터리가 모든 밤을 책임질 수는 없다현재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2∼4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하는 데 적합하다. 낮의 태양광을 저녁 피크 시간으로 옮기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흐린 날이 며칠 이어지거나 바람이 장기간 약해지는 상황, 계절 간 전력 이동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재생에너지 비중이 더 높아지면 배터리뿐 아니라 양수발전, 장주기 에너지저장, 수소, 열에너지 저장, 국가 간 송전망, 전기차 충전시간 조절과 같은 수요반응이 함께 필요하다.또 다른 병목은 전력망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를 빠르게 건설해도 송전망이 부족하면 생산한 전기를 소비지역으로 보낼 수 없다. 전력망이 수용하지 못해 발전을 중단하는 출력제한도 늘어난다.IEA는 2030년까지 늘어날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를 수용하려면 현재 연간 약 4000억달러 수준인 세계 전력망 투자를 약 50%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발전설비 건설 경쟁이 전력망·변전소·저장장치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격 하락 뒤에 숨은 공급망 집중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모듈과 배터리는 세계 재생에너지 전환을 빠르게 만든 핵심 동력이다. 동시에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된 공급망은 새로운 위험이 되고 있다.중국은 태양광 웨이퍼·셀·모듈과 배터리 핵심 소재, LFP 배터리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중 무역갈등이나 자원 수출 통제가 심화하면 가격 하락세가 멈추거나 각국의 에너지전환 속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배터리 원료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훼손과 수질오염, 노동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사용 후 배터리의 회수·재사용·재활용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탄소를 줄이기 위해 보급한 배터리가 또 다른 폐기물 문제가 될 수 있다.배터리 화재 안전성과 보험비용, 폐배터리 소유권, 재활용 원료의 품질기준도 대규모 보급 이전에 정비해야 할 과제다.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4600GW 추가 전망IEA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약 4600GW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직전 5년간의 증가량보다 두 배 많고 중국·유럽연합·일본의 전체 발전설비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IEA ‘Renewables 2025’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80%를 태양광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치기간이 짧고 대형 발전단지부터 공장·상가·주택 지붕까지 다양한 규모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투자는 2025년 약 4500억달러로 세계 에너지 투자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단일 분야가 됐다. 배터리 저장장치 투자도 65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하지만 2030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를 세 배로 확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목표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정책 변화와 중국의 보조금·가격제도 개편, 높은 금리, 개발도상국의 자금조달 비용이 성장 전망을 낮추고 있다.한국에도 필요한 ‘태양광 이후’의 정책한국도 태양광 설비 숫자를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전력 전환을 완성할 수 없다. 발전설비와 함께 지역 간 송전망, 변전소, 분산형 저장장치, 산업체 수요반응 시장을 동시에 확대해야 한다.전력 생산이 많은 시간대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공장 설비를 가동하며, 전력 부족 시간대에는 사용량을 줄이는 요금제도도 필요하다.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전력시장에 독립적으로 참여해 전력 저장과 계통 안정화의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석탄과 액화천연가스 발전소의 감축 일정도 명확히 해야 한다. 화력발전소의 폐쇄계획 없이 재생에너지만 늘리면 발전설비 과잉과 송전망 혼잡, 출력제한 비용이 커질 수 있다.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의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방세수 감소에 대한 전환 지원도 필수다. 탈석탄은 발전소 문을 닫는 행정명령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고용, 지역경제를 함께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이다.기자의 시선 "태양광은 이겼지만 석탄은 아직 물러나지 않았다"2025년의 세계 전력 통계는 기후위기 대응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흔들었다. 태양광과 풍력은 늘어난 세계 전력수요의 거의 전부를 충당했고, 배터리는 태양광 전기를 밤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화석연료를 보완하는 주변 전원이 아니라 세계 전력시장의 성장을 책임지는 주력 전원이 됐다.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석탄의 발전 비중을 추월했다는 사실과 석탄발전 시대가 끝났다는 말은 같지 않다. 2025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새 석탄발전소가 건설됐고 기존 발전소의 폐쇄는 늦어졌다. 배터리가 옮길 수 있는 전력도 신규 태양광 증가분의 약 14%에 그쳤다.태양광의 첫 번째 혁명은 값싼 전기를 대량 생산한 것이었다. 두 번째 혁명은 배터리와 전력망을 통해 그 전기를 필요한 시간과 장소로 옮기는 일이다. 세 번째이자 가장 어려운 혁명은 청정전력 증가를 석탄·가스발전소의 실제 폐쇄로 연결하는 정치적 결정이다.이제 질문은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이미 그 단계는 넘어섰다. 앞으로의 질문은 늘어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얼마나 빠르고 공정하게 퇴장시킬 수 있느냐다. 그 답에 따라 2025년은 탈탄소 전환이 시작된 해로 기록될 수도,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가 함께 팽창한 또 하나의 해로 남을 수도 있다.
    2026-09-04 07:41:22 안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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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문화 일반

    [이광희의 문화 칼럼] 유술(柔術)이란 명칭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요즘은 20~30대 암 발병률이 생각보다 높아서, 이제 건강은 젊을 때부터 신경 쓰고 하나의 루틴처럼 관리해야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보다 술 소비율이 적어지고 저녁 시간대에 스포츠 짐이나 무술 도장(道場)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젊은이를 쉽게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주로 마니아들이 수련하던 것이 점점 입소문을 타고 퍼져서 이제는 제법 수련 인구가 늘어가고 있는 무술이 있는데 바로 유술(柔術)이다. 최근 유술의 인기가 올라간 것은 아마 브라질리언 주짓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유술은 다른데, 예를 들어 개구리와 맹꽁이가 비슷하지만 같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유술과 주짓수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무술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면 구분하기가 어렵고 잘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우선 유술은 검(劍)의 동작을 그대로 맨손 무술 즉 체술(體術)에 대입하여 만들었다. 옛 무사(武士)가 검으로 대결하다가 검을 놓치거나 빼앗겼을 때 맨손으로 적을 상대하며 상대를 던지고 꺾는 기술이 유술이라면 브라질리언 주짓수는 일본의 마에다 미쓰요 유도 사범이 브라질에 가서 유도 기술을 가르친 것이고, 체질적으로 매우 유연하고 부드러운 브라질 사람에게 맞게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이 브라질리언 주짓수이다.1895년 17세의 나이로 강도관 유도에 입문한 마에다는 빠르게 성장하여 1901년에 3단에 승단하고 학교에서 유도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1904년부터 유도의 정립자 가노 지고로가 자신의 유도를 전 세계로 퍼트리고 알리기 위해 제자를 파견하는데 마에다도 그중 한 명이었다. 마에다는 중남미를 거쳐 1914년에 브라질에 도착해서 벨렝, 리우데자이네루, 상파울루 등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유도를 가르쳤다. 이때 카를루스 그레이시를 제자로 삼아 강도관 유도를 지도했고, 그레이시가 자신이 배운 것을 형제들과 친척들에게 가르치면서 브리질리언 주짓수가 탄생하게 된다. 유도 기술은 선기술에 중점을 많이 두지만 주짓수는 유도에서 말하는 굳히기 기술 즉 그라운드 기술에 더 많은 중점을 둔다. 또한 지금은 하체 관절기 기술이 금지된 유도와는 다르게 주짓수는 하체 관절기 기술을 자유롭게 구사한다.유술의 시작은 언제인가?유술의 시작은 언제인가? 유술의 시작은 정확하게 언제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삼국시대의 백제가 주로 사용한 군사 무술이라는 것을 필자가 약 25년 동안 많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서 밝혔고 2편의 논문을 통해서 발표한 적도 있으며 책으로도 <진짜 무술 이야기> 출간했다. 이러한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유술은 무사가 검을 놓쳤을 시 맨손으로 적을 제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맨손으로 상대를 제압하면 다 유술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유술이 성립되려면 우선 관절 기술과 던지기 기술이 주를 이루어야 하며 이러한 기술은 검을 사용하는 동작과 일치해야 한다.따라서 유술이라고 정확하게 말하려면 백제 무사가 구사하던 검술 동작이 내재해 있어야 하며 이 동작은 검술(劍術)이나 체술(體術)이나 즉 칼을 쓰는 기술이나, 맨손 무술이나 그리고 장술(杖術)이나 모두 하나의 동일한 몸동작이며, 같은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유술이다.하지만 국내에서는 정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며 유술이 아닌데 단지 단어만 차용해서 유술이라고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유술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터 사용되었나?유술은 삼국시대부터 있었지만 유술이란 말은 16세기에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다. 또한 같은 시기에 야와라(柔)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글자 그대로 부드러움을 강조했는데, 부드러움 안에는 강함이 내재해 있으므로 그 강함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부드러워야만 했다. 그러므로 강함은 곧 부드러움이고 강함을 강함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고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상대하여 제압했는데 이것이 바로 유능제강(柔能制剛)이며 유술의 원리다.이러한 유술은 16세기에 검술로 명성 있는 세키구찌류에서 처음 유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세키구찌(関口)의 가문(家門)도 백제계 도래인의 후손이며 시조는 이마가와 씨(今川氏)이고 청화 원 씨의 후손이자 원의가(源義家)의 자손이다. 원 씨는 13세기 가마쿠라 바쿠후(幕府)를 세우고 무사 정권으로 나라를 다스린 최고의 사무라이 가문이라는 것을 필자가 앞선 칼럼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다. 세키구찌 가문의 사람은 최고의 사무라이 가문의 자손이고 검술과 유술로도 유명했으며 현대 유도의 정립자인 가노 지고로가 유도의 형(形)을 만들 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세키구찌 가문에 의해서 유술이라는 무명이 사용되어지면서 유술은 더욱 급진적으로 발전했으며 더 폭넓게 퍼져 나갔고 많은 분파가 생겼다. 또한 이후 합기도 같은 지금의 호신술로도 만들어진 것이다.지금까지 유술의 역사 그리고 명칭이 처음 사용되어진 시기에 대해서 알아봤다. 유술은 우리의 선조가 군사적인 병법 즉 무술로 사용하던 것이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가서 더 폭넓게 전해진 것이고 유술이라는 무명(武名)도 백제계 도래인의 후손인 세키구찌 가문에 의해서 사용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즉 유술은 우리 선조의 병법이자 나라를 지키는 군사 무술이었고 오늘날까지 전해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위의 문헌을 보면 유술발명(柔術發明)은 도쿠가와 때 세키구찌 쥬우신(関口柔心)이 시작했고, 그 후 기슈(紀州)의 다이난고(大納言)로 임명되어 야와라(やわら)와 유술(柔術)로 명(名)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이광희 칼럼니스트 기자 yoshinkan_kr@naver.com*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09-03 20:10:28 이광희 칼럼니스트
  • [지구촌 환경 핫이슈 TOP 5] 우주에서 잡아낸 메탄 범인 … ‘보이지 않는 온실가스’의 시대가 끝난다
    환경

    [지구촌 환경 핫이슈 TOP 5] 우주에서 잡아낸 메탄 범인 … ‘보이지 않는 온실가스’의 시대가 끝난다

    - UNEP, 30개 넘는 위성·AI 결합해 대형 메탄 배출원 추적 - 2026년 석유·가스에서 탄광·매립지까지 감시 확대 - 2025년 경보 대응률은 12% … “찾아내는 기술보다 움직이게 할 제도가 중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현장 작업자도 몰랐고 지방정부에는 자체 측정장비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상 수백㎞ 상공을 지나던 위성에는 거대한 메탄 기둥이 포착됐다. 유엔환경계획 산하 국제메탄배출관측소가 위성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르헨티나 추부트주의 한 유정에서 메탄이 지속적으로 새고 있었다. UNEP의 메탄경보대응시스템인 MARS는 지방정부 담당자에게 배출 위치와 규모를 통보했다.지방정부가 경보를 사업자에게 전달하자 운영사는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누출 지점은 예상하지 못했던 유정이었다. 해당 지층에서 가스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메탄 포집장치도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사업자는 가스를 회수하는 장비를 새로 설치했다. UNEP는 2025년 1월8일 후속 위성관측을 통해 해당 지점에서 메탄이 더 이상 탐지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UNEP 아르헨티나 사례에 따르면 누출이 지속된 기간 발생한 단기 기후영향은 휘발유 자동차 약 2만5000대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것으로 평가됐다. 눈에 보이지 않던 유정 하나의 누출을 우주에서 찾아내 실제 수리로 연결한 사례다.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한 ‘단기 온난화 폭탄’메탄은 천연가스의 주성분이다. 무색·무취이며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다. 석유·가스전과 송유관, 석탄광산, 가축, 논, 하수처리시설, 쓰레기 매립지 등에서 발생한다.대기 중 체류기간은 약 10∼12년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짧다. 하지만 배출 후 20년 동안의 온난화 효과는 같은 질량의 이산화탄소보다 약 80배 크다. 100년 기준으로도 약 28∼34배에 이른다.UNEP 메탄 자료에 의하면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지구온난화의 약 30%가 메탄과 관련된 것으로 추산된다. 메탄은 대기 중에서 반응해 지표면 오존 생성에도 관여한다. 지표면 오존은 사람의 호흡기 건강을 해치고 농작물 생산량을 떨어뜨린다. 메탄의 짧은 수명은 약점이면서 기회다. 지금 배출량을 크게 줄이면 대기 중 농도 증가세와 단기 온난화 속도를 비교적 빠르게 낮출 수 있다.이산화탄소 감축이 장기 기후안정을 위한 브레이크라면 메탄 감축은 당장 달아오르는 지구의 속도를 줄이는 비상제동장치에 가깝다.국가 배출통계와 실제 배출량이 달랐다과거 각국의 메탄 배출량은 주로 시설 수와 생산량에 표준 배출계수를 곱해 계산했다.가스정 한 곳이 평균적으로 얼마를 배출하는지, 송유관 길이 1㎞에서 메탄이 얼마나 새는지 추정해 국가 전체 배출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모든 시설을 직접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그러나 실제 누출은 평균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특정 밸브가 고장 나거나 압축기 밀봉장치가 마모되고, 가스 연소장치의 불꽃이 꺼지는 순간 대량의 메탄이 한꺼번에 방출된다.일부 시설에서는 짧은 기간의 비정상 배출이 연간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소수의 ‘슈퍼 배출원’이 지역 전체 배출량을 좌우하기도 한다.위성과 항공기, 드론, 지상센서를 이용한 실측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제출한 통계보다 실제 배출량이 훨씬 많은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사고성 누출과 간헐적 배출, 폐쇄되거나 버려진 유정이 공식 통계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온실가스 관리가 배출자의 자진신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30개 위성과 AI가 만드는 ‘메탄 감시망’UNEP는 2022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MARS 도입을 발표했다. 2023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4년 1월부터 본격 가동했다.MARS는 하나의 위성이 아니다. 서로 다른 탐지 능력을 가진 다수의 위성과 분석시스템을 연결한 국제 감시·통보 체계다.2026년 기준 MARS는 30개가 넘는 위성 관측기기의 자료와 과학적 분석, AI 모델을 결합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사용 가능한 위성기기를 35개 이상으로 설명한다.넓은 지역을 반복 관측하는 위성이 먼저 메탄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지역을 찾는다. 이후 공간해상도가 높은 위성자료를 이용해 배출 위치를 유전과 가스 처리시설, 파이프라인, 탄광, 매립지 같은 개별 시설로 좁힌다.AI는 대량의 위성영상에서 메탄 신호로 의심되는 패턴을 걸러내고 구름·먼지·지표 반사 등 환경 잡음과 구분한다. 주변 산업시설과 바람 방향, 기존 배출자료를 결합해 유력한 배출원을 찾는 과정에도 사용된다.다만 AI가 자동으로 기업의 책임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UNEP 전문가가 AI가 표시한 모든 탐지 결과를 다시 검토하고 과학적으로 확인한 뒤 경보를 보낸다.UNEP에 따르면 AI 도입 후 분석가는 기존보다 12∼15배 많은 자료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AI 기반 작업은 전문가 검토 이전에 최종 확인된 메탄 탐지의 약 80∼85%를 미리 찾아냈다. MARS는 2023년 이후 약 130만건의 위성 관측자료를 분석했다. 위성 탐지에서 현장 수리까지 5단계MARS가 기존 위성관측 사업과 다른 점은 메탄을 발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에 직접 알리고 현장조사와 감축 여부를 추적한다.MARS의 기본 대응 과정은 다음과 같다.1. 위성자료에서 대형 메탄 배출 신호를 탐지한다.2. AI와 전문가 분석으로 위치와 예상 배출원을 좁힌다.3. 해당 국가가 지정한 담당기관이나 사업자에게 경보를 보낸다.4. 운영사가 현장을 조사해 원인을 확인하고 수리·포집·연소 등 조치를 시행한다.5. 정부와 UNEP가 사업자의 답변 및 후속 위성관측을 통해 결과를 확인한다.IEA와 UNEP가 2026년 마련한 공동지침은 배출량과 반복성에 따라 사건을 긴급·신속·일반의 세 단계로 분류한다. 가장 긴급한 사건은 접수부터 조사·수리·검증·기록까지 30일 안에 마치도록 권고했다. 그 아래 단계는 각각 60일과 90일을 기준으로 제시했다.IEA·UNEP MARS 대응지침은 법적 강제규정이 아니다. 각국 정부가 담당기관에 조사와 자료 요구, 수리 명령 권한을 부여해야 실제 집행력을 갖는다.3500건이 넘는 경보 … 답변은 12%위성의 탐지능력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정부와 기업의 대응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UNEP는 2025년 3500건이 넘는 메탄 경보·통보를 관련 정부와 기업에 전달했다. 이 가운데 상세한 답변을 받은 비율은 약 12%에 그쳤다. 전년도 약 1%보다 크게 늘었지만 10건 가운데 거의 9건은 조사 결과조차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여기서 ‘응답률 12%’가 ‘12%를 수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UNEP가 응답으로 인정하려면 정부나 기업이 경보의 원인을 조사하고 배출 사건과 조치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답변을 했더라도 실제 감축이 완료되지 않았을 수 있다. 반대로 현장에서 배출이 멈췄지만 정부가 UNEP에 결과를 전달하지 않아 미응답으로 분류됐을 가능성도 있다.낮은 응답률을 모두 기업의 고의적 무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담당기관과 법적 권한이 없거나 전문인력·현장 장비가 부족한 국가도 있다. 내전과 제재, 외딴 지역, 시설 소유권 분쟁 때문에 조사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그럼에도 12%라는 숫자는 위성자료만 공개한다고 자동으로 배출량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모든 국가가 움직였다면 메탄 600만톤 줄일 수 있었다IEA는 2025년 MARS가 포착한 사건에 모든 국가가 권고 일정대로 대응했다면 세계 석유·가스 부문의 메탄 배출량을 약 600만톤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IEA 세계 메탄 추적보고서 2026은 메탄의 20년 온난화 효과를 이산화탄소의 약 80배로 계산하면 약 4억8000만톤의 이산화탄소 상당량에 해당한다. 단순 환산이지만 슈퍼 배출원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얼마나 큰 단기 기후효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시설 전체를 새로 건설하지 않아도 밸브와 압축기 밀봉장치를 교체하고, 증기회수장치를 설치하거나 꺼진 플레어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만으로 대량 배출을 막을 수 있다.IEA는 현재 사용 가능한 기술만으로 화석연료 부문 메탄 배출량의 약 70%, 약 8500만톤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가운데 3500만톤 이상은 회수한 가스를 판매하거나 사용했을 때 투자비를 상쇄할 수 있어 순비용 없이 감축할 수 있다.찾지 못해서 줄이지 못하는 단계에서, 찾아냈지만 움직이지 않아 줄이지 못하는 단계로 문제가 바뀌고 있다.아르헨티나·카자흐스탄·알제리에서 확인된 성과아르헨티나 추부트주 사례 외에도 MARS 경보가 실제 감축으로 이어진 사례가 늘고 있다.카자흐스탄의 한 유전에서는 시간당 약 6.9톤의 메탄이 배출되는 거대한 플룸이 발견됐다. UNEP는 해당 운영사와 정부에 경보를 전달했고 조사 결과 노후 파이프라인 구간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사업자는 파이프를 교체했고 이후 위성영상에서 배출 중단이 확인됐다.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작업자가 잉여가스를 태우는 플레어에 불을 붙이지 않아 약 48시간 동안 메탄이 그대로 배출됐다. 배출은 가스가 소진되며 멈췄지만 MARS 통보 이후 국영기업은 작업절차를 재점검하고 담당자들에게 경고했다.알제리에서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누출이 위성관측과 정부·기업의 대응으로 수리됐다. UNEP는 이 조치의 단기 기후효과를 휘발유 자동차 약 50만대의 연간 배출을 없애는 것과 비교했다.2026년 중반 기준 MARS가 감축을 촉발하고 검증한 사례는 10개 국가 40건을 넘어섰다. 해당 배출원들이 방출한 것으로 추산되는 메탄은 약 120만톤이다.2026년부터 탄광·쓰레기 매립지도 감시MARS는 출범 초기 석유·가스 시설의 대형 배출원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2026년 5월 UNEP는 탐지·통보 범위를 탄광과 폐기물 처리시설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탄광에서는 석탄층에 갇혀 있던 메탄이 채굴 과정에서 빠져나온다. 특히 지하광산은 작업자의 폭발·질식 위험을 줄이기 위해 메탄을 환기시설로 배출한다. 이를 포집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연소·산화하면 온난화 효과를 크게 낮출 수 있다.매립지에서는 음식물과 종이, 목재 같은 유기폐기물이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분해되며 메탄이 발생한다. 가스 포집관과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일부를 회수할 수 있지만 관리가 부족한 매립지에서는 틈새로 대량 배출된다.UNEP는 세계 대형 메탄 배출원 상위 50곳 가운데 상당수가 탄광과 폐기물 분야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석유·가스에 집중됐던 메탄 감시가 철강 공급망과 도시 폐기물 정책으로 확대되는 이유다. 농축산업 메탄은 위성만으로 찾기 어렵다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주요 배출원에는 화석연료뿐 아니라 축산과 벼농사도 포함된다.소와 양의 소화과정, 가축분뇨, 물을 댄 논에서 메탄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배출은 넓은 지역에 낮은 농도로 분산돼 있어 한 지점에서 대량 배출되는 유정·파이프라인 누출보다 위성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농업 메탄은 사료 개선, 가축분뇨 처리, 논의 물 관리, 품종과 재배방식 변경 등을 결합해야 한다. 개별 농가를 위성으로 단속하는 방식보다 지역 단위 배출량 측정과 농업지원정책이 중요하다.MARS가 모든 메탄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대규모 산업 배출원을 신속히 찾는 도구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위성도 구름과 바다 앞에서는 장님이 된다위성감시는 강력하지만 완전하지 않다.메탄 관측위성 상당수는 지표에서 반사된 햇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나타나는 특정 파장의 흡수 신호를 분석한다. 구름이 많거나 햇빛이 약하면 관측이 어렵다.눈과 얼음, 울창한 산림, 복잡한 산악지형에서도 신호 해석이 어려워진다. 바다 위 해양플랫폼은 수면 반사 조건 때문에 육상시설보다 탐지가 제한될 수 있다. 고위도 지역은 겨울철 햇빛이 부족하다.위성이 한 지역을 통과하지 않는 시간에 짧게 발생한 누출도 놓칠 수 있다. 배출량이 탐지한계보다 작거나 여러 소규모 배출원이 넓게 흩어져 있으면 개별 시설로 특정하기 어렵다.UNEP가 공개하는 세계 50대 메탄 배출원 명단도 세계 모든 배출원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 아니다. 위성이 관측할 수 있었던 대형 배출원 가운데 상위 목록이다. 명단에 없다고 청정한 기업이나 국가라는 뜻은 아니다. 위성은 항공기·드론·차량·고정센서와 결합해야 한다. 우주에서 의심 지점을 찾고 현장에서 원인과 설비를 확인하는 다층 감시체계가 필요하다.AI가 판단하지만 최종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AI는 수백만장의 위성영상을 빠르게 분류하지만 오탐과 누락 가능성이 있다.구름 가장자리와 지표 광물, 연기, 수증기, 센서오류가 메탄 신호처럼 보일 수 있다. 바람 방향을 잘못 추정하면 실제 배출원과 가까운 다른 사업장을 지목할 위험도 있다.UNEP가 AI 탐지 결과를 전문가가 재검토한 뒤 경보를 발송하는 이유다. 배출업체에 대한 과징금이나 법적 처분은 위성영상 하나가 아니라 현장조사와 검증된 측정자료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AI 모델의 학습자료와 판정기준, 탐지한계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이 특정 지역이나 기업에 더 많은 관측을 집중하면 통계적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환경감시 AI의 목표는 자동으로 범인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조사해야 할 지점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데 있다.메탄 경보는 처벌 명령이 아니다MARS는 국제 감시·통보 시스템이지 국제 환경경찰이 아니다.UNEP는 정부와 기업에 배출사건을 알리고 답변과 감축을 요청할 수 있지만 직접 현장에 들어가 시설을 수리하거나 벌금을 부과할 권한은 없다.2026년 초 기준 MARS 경보를 직접 받을 국가 담당자를 지정한 곳은 24개국과 9개 지방정부에 그쳤다. 담당자가 있어도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과 수리를 명령할 법적 권한이 없으면 경보 전달에서 멈출 수 있다.효과를 높이려면 각국이 다음과 같은 제도를 갖춰야 한다.- MARS 경보를 받는 국가·지방정부 담당기관 지정- 사업자에게 현장조사와 자료 제출을 요구할 법적 권한- 긴급 누출에 대한 즉각적인 수리 명령- 반복 배출원에 대한 과징금과 허가조건 강화- 독립된 제3자 검증- 배출량과 정부 대응 결과 공개- 메탄을 회수한 기업에 대한 시장·재정 지원- 조사장비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지원UN 사무총장은 각국에 MARS 경보의 80% 이상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세계 평균 12%와는 큰 차이가 있다.기업에는 평판·금융·수출 위험위성자료가 공개되면 메탄 누출은 환경부서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투자자는 반복적으로 대형 누출을 방치하는 기업의 설비관리와 지배구조를 평가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사고위험과 손실 가능성을 보험료에 반영할 수 있다. 가스 구매자는 공급망의 메탄 배출집약도를 계약조건에 포함할 수 있다.유럽연합은 수입 석유와 가스의 메탄 배출정보를 요구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메탄 집약도가 높은 연료가 시장 접근과 가격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기업이 국가 평균 배출계수 뒤에 숨는 시대에서 개별 유전·파이프라인·탄광·매립지의 실제 배출량이 거래조건이 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한국도 위성경보를 국내 규제와 연결해야한국 역시 천연가스 공급망과 정유·석유화학시설, 폐광산, 하수처리시설, 가축분뇨, 폐기물 매립지에서 메탄이 발생한다.국가 온실가스 통계만으로는 개별 시설의 비정상 배출을 신속히 찾기 어렵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의 생산·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도 국내 소비의 공급망 배출에 포함된다.한국은 국제 위성자료와 국내 정지궤도 환경위성, 항공·드론·지상 측정망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대형 누출이 확인됐을 때 어느 기관이 사업자에게 조사를 명령하고 결과를 공개할지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데이터를 확보하고도 부처 간 관할 논쟁이나 기업의 자율조치에만 맡긴다면 MARS가 보여준 12% 대응률의 한계를 되풀이할 수 있다.기자의 시선 "범인은 보이기 시작했지만 체포할 법은 부족하다"위성과 AI는 메탄 문제의 성격을 바꿨다. 과거에는 기업이 배출량을 신고하지 않으면 정부도 알기 어려웠다. 이제는 수백㎞ 상공에서 누출 위치와 규모를 찾아내고 수리 전후까지 비교할 수 있다.오염기업이 완전히 숨을 곳이 없어졌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구름과 바다, 산악지역, 소규모·간헐적 배출은 여전히 감시망의 틈에 남는다. 그러나 대형 메탄 배출을 몰랐다는 변명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문제는 기술 다음이다. 2025년 경보 대응률 12%는 위성이 범인을 찾아도 정부와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데이터가 화면 속 붉은 점으로만 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메탄 누출은 먼 미래의 신기술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낡은 밸브와 파이프를 교체하고, 가스를 회수하며, 꺼진 플레어를 정상 작동시키고, 매립지 포집시설을 보완하면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 일부 조치는 회수한 가스를 판매해 비용까지 충당한다.위성은 범행 현장을 발견할 수 있지만 수리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AI는 배출원을 좁힐 수 있지만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한다. 실제 감축은 법과 행정, 기업의 현장 작업이 완성한다.‘보이지 않는 온실가스’의 시대는 기술적으로 끝나가고 있다. 이제 끝내야 할 것은 메탄이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책임을 묻지 않아 계속 배출되는 시대다.
    2026-09-03 07:07:56 안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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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환경 핫이슈 TOP 5] 하늘에서 탄소를 빨아들이는 공장 … ‘50만톤 실험’의 명암

    - 텍사스 ‘스트라토스’, 2026년 말 완전 가동 목표…당초 일정 거듭 연기 - 현무암·바이오차·유기폐기물 저장 등 탄소제거 기술 경쟁 본격화 - 세계 배출량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감축 대신하는 화석연료 면죄부 경계해야
    인류는 200년 넘게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를 태우며 지하에 묻혀 있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끌어냈다. 이제 공기 중에 퍼진 이산화탄소를 다시 모아 땅속에 넣겠다는 거대한 역방향 실험이 시작됐다. 미국 텍사스주 서부 퍼미안 분지에 건설된 ‘스트라토스(STRATOS)’는 그 실험의 상징이다. 석유회사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의 탄소관리 자회사 1PointFive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추진한 이 시설은 완전 가동 시 공기에서 연간 최대 5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분리해 지하에 저장하도록 설계됐다.기존 세계 최대 직접공기포집 시설보다 설계용량이 10배 이상 크다. 계획대로 가동된다면 직접공기포집 기술이 소규모 실증설비에서 산업시설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험대가 된다.그러나 스트라토스는 아직 ‘연간 50만톤을 제거하는 공장’이 아니다. 50만톤은 완전 가동을 전제로 한 설계용량이다. 당초 2024년 말 또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일정이 여러 차례 미뤄졌다. 2026년 시운전 과정에서도 일부 비공정 설비에 문제가 발생해 수리가 진행됐다. 옥시덴털은 3·4번 설비열차 수리와 시운전을 거쳐 2026년 말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거대한 설계 숫자와 실제 검증된 제거량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CCS와 CDR은 서로 다른 기술탄소포집이라는 말은 여러 기술을 한꺼번에 지칭해 혼란을 일으킨다.화력발전소나 시멘트·철강·수소 공장의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저장하는 기술은 탄소포집·저장(CCS)이다. 이 기술은 공장에서 발생할 배출량의 일부가 대기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배출 회피 또는 감축 기술이지, 이미 대기 중에 쌓인 탄소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반면 탄소제거(CDR)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실제로 꺼내 육상·해양·암석·지질층 등에 저장하는 활동이다. 제거된 양이 생산·운송·저장 과정에서 새로 발생한 배출량보다 많아야 순제거로 인정할 수 있다.직접공기포집(DAC)은 CDR에 사용되는 기술 가운데 하나다. 공기를 장치 안으로 끌어들여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흡수한 뒤 분리한다. 포집된 탄소를 지하에 영구 저장하면 직접공기포집·저장(DACCS)이 된다.반대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합성연료나 탄산음료처럼 짧은 기간 사용한 뒤 다시 대기로 배출하면 영구적인 탄소제거로 보기 어렵다. 공기 2500톤에서 이산화탄소 1톤 찾기화력발전소의 배기가스에는 이산화탄소가 비교적 높은 농도로 들어 있다. 반면 일반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0.04%에 불과하다.대략 공기 2500톤 이상을 처리해야 이산화탄소 1톤에 해당하는 양을 만날 수 있다. 실제 설비에서는 포집효율과 공기 흐름, 수분, 온도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더 많은 공기를 움직여야 한다.직접 공기포집 시설에 거대한 팬과 넓은 접촉면이 필요한 이유다.스트라토스는 액체 흡수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대형 팬으로 공기를 끌어들여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는 알칼리성 용액에 접촉시킨다. 이후 여러 화학반응과 고온 재생과정을 거쳐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분리한다.분리된 이산화탄소는 압축돼 파이프라인 또는 관련 설비를 거쳐 깊은 지질층에 주입된다. 흡수제는 재생해 다시 사용한다.문제는 흡수제를 재생하고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데 많은 열과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ARPA-E 자료에 따르면 직접공기포집은 기술에 따라 이산화탄소 1톤을 제거하는 데 최대 약 10GJ의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다.이 에너지를 석탄이나 천연가스로 공급하면 탄소를 포집하면서 또 다른 탄소를 배출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천연가스 채굴·수송 과정에서 누출되는 메탄까지 포함하면 순제거량은 더 작아질 수 있다.따라서 시설 정면에 표시된 ‘포집량’보다 전력·열 생산과 자재, 운송, 압축, 지중주입을 모두 뺀 ‘순제거량’이 중요하다.연간 50만톤, 세계 배출량의 0.001% 수준연간 50만톤은 개별 탄소제거 시설로는 매우 큰 규모다. 그러나 세계 배출량과 비교하면 극히 작다.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380억톤에 이른다. 스트라토스가 설계용량을 매년 100% 달성하고 모든 과정이 순제거로 인정된다고 가정해도 세계 연간 에너지 배출량의 약 0.0013%에 해당한다.세계 배출량 1년치를 제거하려면 이론적으로 스트라토스와 같은 시설 약 7만6000개가 1년 동안 완전 가동돼야 한다. 여기에는 각 시설에 필요한 에너지와 흡수제, 철강, 시멘트, 파이프라인, 지중저장소가 고려되지 않았다.스트라토스의 의미는 세계 배출량을 당장 크게 줄이는 데 있지 않다. 대형 직접공기포집 시설이 실제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어느 정도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설계용량과 실제 제거량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는 데 있다.2년 지연된 스트라토스 … 상용화의 현실 보여줘스트라토스는 당초 일정보다 가동이 계속 늦어졌다. 2026년 시운전 중 발견된 문제는 핵심 포집공정보다 주변 구성품과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대형 설비를 상용 규모로 통합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실험실에서 흡수제의 성능이 좋다고 해서 수만 개의 부품과 팬, 펌프, 열교환기, 재생설비가 연결된 공장이 곧바로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가동률도 중요하다. 연간 50만톤 설비가 정비와 고장, 에너지 부족으로 절반만 가동되면 실제 포집량은 25만톤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시설 운영에서 발생한 배출량을 빼면 인증 가능한 순제거량은 더 적어진다.스트라토스의 최종 성적표는 준공식이 아니라 다음 자료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실제 연간 포집량- 설계용량 대비 가동률- 이산화탄소 1톤당 전력·열 사용량- 시설 전체 생애주기 배출량- 지하에 주입한 양과 누출 여부- 제거 1톤당 총비용- 정부 보조금과 세제혜택 비중- 판매된 탄소배출권과 실제 저장량의 일치 여부2026년 8월 현재 스트라토스는 완전 가동 후 실적을 발표한 시설이 아니라 시운전과 수리를 거쳐 연말 가동을 목표로 하는 시설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1PointFive 스트라토스 프로젝트포집한 탄소는 어디에 저장하나직접공기포집이 실제 탄소제거가 되려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장기간 격리해야 한다.미 EPA 허가 관련 보도에 따르면 스트라토스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압축해 텍사스 지하 염수층에 저장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지하수 보호를 위해 별도의 Class VI 주입정 허가를 부여했다. 운영사는 주입 전 지질조사와 압력관리, 지하수 감시, 폐쇄 후 모니터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적절한 지질층에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암석 틈에 갇히거나 염수에 녹고, 장기적으로 일부가 광물과 반응해 고정될 수 있다.하지만 저장소 선정과 누출 감시, 지하 압력, 유발지진, 폐쇄 후 책임을 둘러싼 문제가 남는다. 운영회사가 수십 년 뒤 사라졌을 때 누가 저장소를 관리할지도 정해야 한다.포집량만 측정하고 저장 과정의 누출과 장기 안정성을 확인하지 않으면 탄소제거의 완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제거 비용 1톤당 수백달러 … 100달러 목표는 아직 멀어직접공기포집의 가장 큰 장벽은 비용이다.현재 DAC 비용은 기술과 에너지원, 금융비용, 시설 규모에 따라 이산화탄소 1톤당 수백달러에서 1000달러 이상까지 다양하게 추정된다. 실제 초기 상업시설의 순제거 비용은 400∼700달러 수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국제에너지기구 IEA 온실가스 연구개발프로그램 비용 평가는 기술혁신과 대규모 보급, 값싼 재생에너지를 전제로 장기적으로 1톤당 100달러 아래로 낮아질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최근 분석에서는 대형 액체식 DAC가 충분히 보급된 뒤에도 순제거 비용이 약 150∼230달러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비용이 전체 비용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이 높으면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빅테크·금융·항공기업에 시장이 집중된다. 정부 보조금과 세제지원이 줄거나 기업의 탄소중립 약속이 후퇴하면 수요도 급격히 줄 수 있다.기술의 성패는 탄소를 잡을 수 있느냐뿐 아니라 누가 그 비용을 지속적으로 지불하느냐에 달렸다.숲이 제거하는 탄소와 기계가 제거하는 탄소2026년 세계에서 제거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약 22억톤으로 추산된다. 숫자만 보면 스트라토스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그러나 대부분은 신규 기계설비가 아니라 조림·재조림·산림관리 등 전통적인 육상 흡수원에서 나온다. 직접공기포집, 바이오차, 강화 암석풍화 같은 신규 CDR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0.1%에 불과하다.세계 탄소제거 현황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1.5도 안팎으로 제한하는 지속 가능한 경로에서는 2050년 연간 약 70억∼90억톤의 탄소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 현재 연간 약 22억톤에서 네 배가량 늘려야 한다. 특히 영구성이 높은 신규 제거기술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확대돼야 한다. 나무와 토양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생태계 복원 효과가 있지만 산불·가뭄·벌목·병해충으로 저장한 탄소가 다시 배출될 수 있다. 넓은 토지가 필요해 식량생산과 지역주민의 토지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지질저장과 광물화는 수백년에서 수천년의 영구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비용과 에너지 사용량이 높다. 어느 한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서로 다른 제거기술을 목적과 지역에 맞게 조합해야 한다.현무암을 논에 뿌려 탄소를 돌로 바꾼다2025년 1억달러 규모의 XPRIZE 탄소제거 대회에서 대상과 상금 5000만달러를 받은 기업은 거대한 기계식 포집설비가 아니었다.Mati Carbon은 인도와 아프리카의 소규모 농경지에 잘게 부순 현무암을 뿌리는 ‘강화 암석풍화’ 기술을 제시했다.자연에서는 빗물에 녹은 이산화탄소가 약한 탄산을 만들고, 이 물이 규산염 암석과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탄소는 중탄산이온 형태로 바뀌어 물을 따라 이동하고, 장기간 저장될 수 있다.Mati Carbon은 이 자연풍화를 빠르게 만들기 위해 현무암을 잘게 분쇄해 표면적을 넓힌 뒤 논과 밭에 살포한다. 현무암에서 나온 칼슘·마그네슘 등은 산성화된 토양을 개선하고 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XPRIZE는 Mati Carbon이 농민과 협력해 실제 현장에 기술을 적용하고, 제거량을 측정·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현무암을 채굴하고 분쇄·운송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탄소가 사용된다. 지역별 토양과 강수량, 온도에 따라 반응속도도 다르다. 실제 제거량을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최대 과제다.암석을 얼마나 뿌렸는지가 아니라 그 가운데 얼마가 실제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반응했고, 얼마나 오래 저장됐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바이오차·유기폐기물 저장도 상용화 경쟁XPRIZE 준우승 기술들은 탄소제거가 하나의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바이오차프랑스 기업 NetZero는 작물 부산물을 산소가 적은 조건에서 열분해해 바이오차를 만든다. 식물이 성장하며 흡수한 탄소 일부를 잘 분해되지 않는 고체 형태로 바꿔 토양에 저장한다.토양의 수분 보유력과 비옥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원료를 지속 가능하게 조달해야 한다. 바이오차 생산을 위해 산림을 훼손하거나 농업잔재를 과도하게 수거하면 생태계 편익이 사라질 수 있다.유기폐기물 지중 저장Vaulted Deep은 처리하기 어려운 유기폐기물을 슬러리 형태로 만들어 깊은 지하층에 주입한다. 폐기물이 분해되며 메탄을 발생시키는 것을 막고 유기탄소를 장기간 격리한다는 개념이다.그러나 지하수 오염과 주입정 안정성, 저장물질의 장기 변화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해양 탄소제거해수의 알칼리도를 높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더 흡수하게 하거나 해수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분리하는 기술도 시험 중이다.바다는 막대한 탄소를 저장할 잠재력이 있지만 해양 생태계와 화학 조성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 제거량이 실제로 얼마나 추가됐는지 측정하는 것도 어렵다.탄소배출권 1장과 실제 제거 1톤은 같은가CDR 산업은 탄소배출권 판매에 크게 의존한다. 기업은 제거사업에 돈을 지불하고 이산화탄소 1톤을 제거했다는 인증서를 구매한다.그러나 탄소배출권 1장이 항상 실제 순제거 1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시설 운영에 사용된 에너지와 원료 생산·운송 배출량을 빼야 한다. 나무나 토양처럼 탄소가 다시 배출될 수 있는 방식은 영구성 위험도 반영해야 한다. 같은 제거량을 사업자와 국가, 구매기업이 중복으로 계산해서도 안 된다.탄소제거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다음 사항이 공개돼야 한다.- 기준선보다 추가로 제거된 탄소인지- 전체 생애주기를 반영한 순제거량인지- 저장기간이 몇 년인지- 누출과 재배출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제3자 검증을 받았는지- 동일 제거량이 이중 판매되지 않았는지- 제거 실패 시 누가 보상할 것인지탄소제거 산업의 핵심 기술은 팬이나 흡수제뿐 아니라 측정·보고·검증, 즉 MRV 체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석유회사가 탄소제거를 주도하는 역설스트라토스의 모기업은 세계적인 석유·가스 생산회사 옥시덴털이다. 옥시덴털은 DAC 기술기업 Carbon Engineering을 인수하고 탄소제거 사업을 새로운 성장 분야로 추진하고 있다.석유회사는 대형 화학공장과 파이프라인, 지질탐사, 지하주입 설비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DAC와 지중저장 사업에 필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동시에 근본적인 이해상충이 발생한다. 탄소제거 기술이 대규모로 가능하다는 주장이 석유와 가스 생산을 계속하는 명분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고갈된 유전에 주입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석유회수증진법(EOR)에 사용하면 제거사업이 추가 화석연료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라토스는 지하 염수층 영구저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기업의 석유사업과 탄소제거 전략을 분리해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된다.CDR은 시멘트 공정배출이나 일부 농업·항공처럼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잔여배출’을 상쇄하는 데 우선 사용해야 한다. 계속 배출하기 쉬운 산업이 비싼 제거 크레디트를 구매해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탄소제거가 지구를 과거로 되돌리지는 못한다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면 장기적으로 온난화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모든 피해를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빙하 붕괴와 생태계 멸종, 해수면 상승, 영구동토 융해, 해양순환 변화 가운데 일부는 탄소농도가 낮아져도 수십 년에서 수천 년간 지속될 수 있다.먼저 배출해 온도를 1.5도 이상 올린 뒤 미래 기술로 탄소를 제거하면 된다는 ‘오버슈트’ 전략은 위험하다. 탄소제거 기술이 예상만큼 확대되지 않거나 비용이 떨어지지 않으면 인류는 높은 온도와 막대한 부채만 떠안게 된다.CDR은 보험이 될 수 있지만 사고를 예방하는 브레이크를 대신할 수는 없다.기자의 시선 "탄소를 빨아들이기 전에 배출 밸브부터 잠가야 한다"스트라토스는 실패해도 의미가 있고 성공해도 한계가 분명한 실험이다.성공한다면 대형 직접공기포집 시설의 실제 에너지 사용량과 비용, 가동률, 지중저장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이 반복 건설을 통해 저렴해질 가능성도 시험할 수 있다.실패하거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탄소중립 계획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래 제거량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길 것이다.연간 50만톤은 개별 공장으로는 거대한 숫자지만 세계 연간 에너지 배출량의 약 0.001%에 불과하다. 한쪽에서 공기 중 탄소를 어렵게 제거하는 동안 다른 쪽에서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 석탄발전소를 확대한다면 제거기술은 끝없는 뒤처리를 맡게 된다.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탄소대책은 애초에 배출하지 않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전기화, 화석연료 감축이 먼저고 탄소제거는 그 뒤에 남는 배출을 처리해야 한다.인류는 결국 대기 중 이산화탄소 일부를 제거해야 한다. 이미 너무 많은 탄소를 배출했고 농업·산업 공정처럼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배출도 남기 때문이다. 문제는 CDR의 존재가 아니라 사용 순서다.탄소제거를 감축과 분리해 추진하면 필요한 기후기술이 된다. 감축 대신 사용하면 화석연료 산업의 수명연장 장치가 된다.하늘에서 탄소를 빨아들이는 공장은 인류의 기술적 자신감을 보여준다. 동시에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버리는 것은 너무 쉬웠지만 다시 꺼내는 일은 얼마나 비싸고 어려운지를 증명하는 거대한 경고판이기도 하다.
    2026-09-02 10:44:13 안영준
  • [지구촌 환경 핫이슈 TOP 5] 탄소가 새로운 ‘관세’가 됐다 … EU 국경에서 청구되는 제품의 숨은 배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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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환경 핫이슈 TOP 5] 탄소가 새로운 ‘관세’가 됐다 … EU 국경에서 청구되는 제품의 숨은 배출량

    - 2026년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 …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6개 분야 적용 - 법적 납부자는 EU 수입업자지만 비용은 수출기업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 - 기후정책인가, 녹색 보호무역인가 … 2031년부터 한국 기업 부담 본격 확대 전망
    철강 1톤에는 철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철광석을 녹이는 데 사용한 석탄과 전기, 운송 과정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도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함께 들어 있다.그동안 이 탄소비용은 제품의 가격표나 세관 신고서에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탄소가격이 높은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과 탄소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제품이 오히려 더 저렴해지는 역설도 발생했다. 유럽연합이 2026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한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은 이 보이지 않던 탄소를 국경에서 계산하는 제도다.EU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탄소집약적 제품을 수입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량을 산정하고, EU 역내 제품에 부과되는 탄소가격과 비슷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기후정책이 공장 굴뚝을 넘어 세관과 무역계약서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탄소관세’로 불리지만 일반 관세와는 다르다CBAM은 흔히 ‘탄소관세’라고 불리지만 법적으로는 일반적인 관세와 구조가 다르다.관세가 제품 가격이나 수입량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부과한다면 CBAM은 수입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한 ‘내재배출량’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같은 가격의 철강이라도 석탄을 이용한 고로에서 생산했는지, 전기로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했는지에 따라 부담액이 달라질 수 있다.EU 수입업자는 승인받은 CBAM 신고인이 돼 수입량과 제품별 내재배출량을 신고하고, 그 배출량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EU CBAM 개정 규정에 따르면 인증서 가격은 EU 탄소배출권거래제인 EU ETS의 배출권 가격과 연동된다. 2026년 수입제품에 적용되는 인증서 가격은 제품이 수입된 분기의 EU ETS 배출권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따라서 CBAM 비용은 고정된 세율이 아니다. EU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수입품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올라간다.2026년 수입분, 2027년 9월 첫 정산CBAM이 2026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고 해서 수입 통관 순간 현금으로 탄소세를 내는 것은 아니다.2026년에 수입한 제품의 내재배출량을 집계한 EU 수입업자는 2027년 9월30일까지 첫 연간 CBAM 신고서를 제출하고 해당 인증서를 정산해야 한다. 따라 EU 집행위원회 CBAM 공식 안내에 의하면 2026년은 비용 산정의 첫 대상연도이고, 실제 최초 신고·인증서 제출은 2027년에 이뤄진다. 그러나 비용 정산이 뒤에 이뤄진다고 기업 부담까지 미뤄지는 것은 아니다. EU 수입업자는 2026년 체결하는 계약부터 예상 CBAM 비용과 탄소자료 제출 의무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수출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배출량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면 EU가 정한 기본값이 적용될 수 있다. 기본값에는 불확실성을 고려한 가산치가 붙어 실제 배출량보다 높은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결국 탄소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검증하는 능력이 가격 경쟁력으로 바뀐다.누가 비용을 내나 … 법적으로 수입업자, 경제적으로 수출업자CBAM 인증서를 구매하고 제출할 법적 의무는 EU 역내 수입업자에게 있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이 수입업자에게만 머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EU 수입업자는 추가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거나 해외 공급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다른 공급업체로 거래처를 바꿀 수도 있다.따라서 한국 기업이 EU 당국에 직접 돈을 내지 않더라도 다음과 같은 형태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납품단가 인하 요구- 탄소배출량 산정·검증 비용- 저탄소 원료와 재생에너지 구매비- 생산설비 전환 투자- EU 수입업자와의 계약조건 강화- 자료가 부족할 때 적용되는 불리한 기본값- 고탄소 제품의 주문 감소CBAM의 실질적 영향은 세관에서 부과되는 비용보다 공급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저탄소 전환비용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제3국에서 낸 탄소가격은 공제수출품 생산국에서 이미 탄소가격을 부담했다면 그 금액은 CBAM 인증서 의무에서 공제할 수 있다. 같은 탄소에 EU와 수출국이 이중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하지만 해당 국가에 배출권거래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공제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불한 탄소가격을 입증해야 한다.한국은 국가 배출권거래제인 K-ETS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무상할당을 받았거나 실제 지불한 금액이 적으면 공제액도 제한될 수 있다.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한국보다 높을 경우 두 제도의 가격 차이도 부담으로 남는다.한국이 탄소가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기업이 제품별로 얼마의 탄소비용을 실제 부담했는지 증명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50톤 미만 수입업자 대부분 면제 … 배출량 99%는 관리EU는 복잡한 행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5년 CBAM 제도를 간소화했다.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 등 주요 대상 품목을 한 수입업자가 연간 합계 50톤 이하로 수입하면 원칙적으로 CBAM 의무를 면제하는 기준이 도입됐다. EU는 이를 통해 CBAM 대상 수입업자의 약 90%가 행정부담에서 벗어나지만, 전체 대상 배출량의 99% 이상은 계속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는 소량 수입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조치다. 그러나 한국 대형 철강·알루미늄 기업과 이들 제품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EU 수입업자는 대부분 면제 대상이 아니다.전력과 수소처럼 중량 50톤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품목은 별도 규정에 따라 관리된다.2026년 부담은 2.5% … 2031년부터 급격히 커진다CBAM 비용은 2026년부터 한꺼번에 100% 부과되지 않는다. EU 역내 기업이 받고 있는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이 줄어드는 속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된다.EU가 수입품에만 탄소비용을 전액 부과하면서 자국 기업에는 무상 배출권을 계속 제공하면 이중 보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EU 역내 무상할당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그만큼 CBAM 부담을 늘리는 구조를 택했다. 2026년에는 CBAM 실질 적용 비율이 2.5%여서 인증서 비용만 놓고 보면 초기 부담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2030년 48.5%, 2031년 61%로 급격히 올라간다. 2034년에는 EU 역내 무상할당이 사라지면서 CBAM 부담도 전면 적용된다.한국무역협회는 2031년을 한국 수출기업의 CBAM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분기점으로 분석했다. 당장의 비용이 낮다고 대응을 미루면 고로·전기로·수소환원제철 같은 대형 설비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놓칠 수 있다. 한국은 철강이 가장 큰 영향권한국의 CBAM 대상 수출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철강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한국의 CBAM 관련 대EU 수출액 가운데 철강 비중이 90%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한국 철강산업은 기술 수준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편이지만 철광석을 석탄으로 환원하는 고로 중심 생산구조는 본질적으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전기로는 고철을 녹여 철강을 생산하기 때문에 고로보다 탄소배출량이 적다. 하지만 전기로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석탄과 가스로 생산되면 간접배출량이 늘어난다.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와 고품질 철스크랩 공급도 필요하다.장기적으로는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하는 수소환원제철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기술 상용화와 대규모 청정수소 공급, 설비교체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연구기관 분석에서는 국내 철강업계의 CBAM 인증서 부담이 2026년 약 851억원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장기 비용은 EU 배출권 가격과 환율, 수출량, 기업별 배출집약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단일 수치로 확정할 수 없다. 완제품까지 확대되면 반도체·자동차·가전도 영향현재 CBAM은 6개 기초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EU는 철강과 알루미늄이 많이 들어간 일부 완제품과 중간재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2025년 12월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개정안에는 내연기관, 산업용 기계, 화물자동차, 세탁기, 건조기 등 약 180개 파생 품목을 추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유럽의회와 회원국 협의를 거쳐 채택되면 2028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CBAM은 철강회사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탄소집약적인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자동차·기계·가전·전자제품의 공급망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제품에 들어가는 소재의 원산지와 탄소배출량을 추적해야 하므로 대기업뿐 아니라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에도 데이터 제출 요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EU가 내세우는 명분은 ‘탄소누출’ 방지EU가 CBAM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탄소누출’을 막기 위해서다.EU 기업은 배출권거래제와 환경규제로 높은 탄소비용을 부담한다. 반면 탄소가격이 없거나 낮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은 상대적으로 싸게 EU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이 격차가 커지면 EU 기업이 생산시설을 규제가 약한 국가로 옮기거나 EU 시장이 고탄소 수입품으로 대체될 수 있다. 공장은 이동하지만 세계 전체 배출량은 줄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CBAM은 수입품에도 EU와 유사한 탄소가격을 적용해 탄소규제가 강한 기업이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것을 막겠다는 제도다. 동시에 수출국이 자체 탄소가격제와 저탄소 생산설비를 도입하도록 유도한다.EU 대신 수출국 정부에 탄소가격을 내면 CBAM에서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출국 입장에서는 탄소수입을 EU에 넘기기보다 자국 탄소제도를 강화할 유인이 생긴다.이런 정책 확산 효과가 현실화하면 CBAM은 EU 국경을 넘어 세계 탄소가격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개발도상국 “역사적 책임은 선진국에 있는데 비용은 우리 몫”반대 논리도 강하다. 중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은 CBAM을 일방적인 무역장벽 또는 녹색 보호무역으로 비판한다.현재 탄소집약도가 높은 국가 상당수는 산업화가 진행 중인 개발도상국이다. 이들은 값싼 석탄 전력과 노후 설비에 의존하지만 저탄소 설비로 전환할 자금과 기술은 부족하다.선진국이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 뒤 이제 와서 개발도상국 제품에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역사적 책임과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CBAM이 적용될 경우 대상 탄소집약 업종에서 개발도상국의 대EU 수출이 약 1.4%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UNCTAD CBAM 분석에 따르면 EU 생산자는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일부 산업은 수출과 고용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 개발도상국 노출도 분석 또한 거시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작더라도 알루미늄 수출 의존도가 높은 모잠비크나 비료산업 비중이 큰 이집트처럼 특정 산업과 수출시장에 의존하는 국가는 충격이 클 수 있다. CBAM 수입을 취약국 전환에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녹색 보호무역 논쟁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CBAM 수입의 일부를 개발도상국의 산업 탈탄소화에 사용하는 방안이 제시된다.EU가 국경에서 거둔 돈을 자국 예산으로만 사용하면 기후정책보다 산업보호라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고탄소 생산시설을 저탄소 설비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탄소측정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면 제도의 기후 정당성을 높일 수 있다.다만 EU는 CBAM을 세수 확보 목적의 관세가 아니라 EU ETS와 연계한 환경조치로 설계했다는 입장이다. 수입을 특정 국가에 직접 환급하는 구조는 제도와 예산 운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WTO 규칙을 통과할 수 있을까CBAM은 세계무역기구 규범과의 충돌 가능성도 안고 있다.특정 국가를 차별하지 않고 EU 제품과 수입제품에 동일한 탄소비용을 적용한다면 환경보호를 위한 정당한 조치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출국에서 실제 지불한 탄소가격을 공제하고 EU 기업의 무상할당을 동시에 폐지하는 이유도 차별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반면 국가마다 다른 발전단계와 감축정책을 탄소가격 하나로만 평가하거나 실제 배출량 증명이 어려운 국가에 불리한 기본값을 적용하면 차별적 무역조치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수출국이 규제와 재생에너지 투자로 배출량을 줄였지만 명시적인 탄소가격을 부과하지 않았을 경우 그 노력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논쟁거리다.CBAM이 WTO 분쟁으로 이어지면 기후변화와 자유무역 가운데 어느 원칙을 우선할지를 다루는 중요한 국제 판례가 될 수 있다.한국 기업, 탄소회계가 수출 경쟁력 된다한국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기업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만으로는 부족하다.원료 채굴과 구매, 생산설비, 사용 전력, 중간재, 공정별 배출량을 제품 단위로 연결해야 한다. EU 수입업자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독립된 검증기관의 확인도 받아야 한다.중소기업은 전담인력과 측정설비가 부족해 대응이 어렵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자료 제출만 요구하면 비용과 책임이 공급망 아래쪽으로 전가될 수 있다. 공통 배출계수와 디지털 탄소관리 시스템, 검증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정부도 단순 설명회보다 다음과 같은 구조적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 공정의 저탄소 설비 전환 지원-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제도 개선- 중소기업용 제품 탄소배출량 산정 플랫폼 구축- EU가 인정할 수 있는 검증기관과 전문인력 확대- 한국 배출권거래제와 EU ETS의 제도적 정합성 강화- 수소환원제철·전기로·철스크랩 순환체계 투자- EU와 배출량 산정방식 및 탄소가격 인정범위 협의한국 정부는 CBAM 대상 산업의 탄소감축 투자에 대한 저금리 융자와 기업별 상담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설비를 바꾸는 데는 수조원의 자금과 장기간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단기 행정지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기자의 시선 "탄소는 이제 환경정보가 아니라 제품의 원가다"CBAM이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간단하다. 이제 탄소는 환경보고서에만 적는 숫자가 아니라 제품의 가격과 수출 가능성을 결정하는 원가가 됐다.탄소배출량을 측정하지 못하면 낮은 배출량을 입증할 수도 없다. 입증하지 못한 기업은 실제보다 높은 기본값과 위험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싸게 생산하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적게 배출하고 그것을 얼마나 정확하게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다.그러나 EU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만으로 모든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국 기업에는 보조금과 전환자금을 제공하면서 개발도상국 기업에는 탄소비용만 요구한다면 CBAM은 녹색 보호무역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진정한 기후정책이라면 탄소가 많은 제품을 국경에서 걸러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CBAM으로 얻는 재원과 저탄소 기술을 취약국과 공유하고, 생산국이 스스로 산업을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한국도 CBAM을 EU가 만든 귀찮은 무역규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유럽을 시작으로 영국과 다른 주요 시장까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확대하면 세계 교역의 기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탄소가격이 낮다는 것이 더 이상 수출 경쟁력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저탄소 투자를 미룬 비용으로 되돌아오는 시대다.CBAM이 기후정책으로 남을지 보호무역으로 변질될지는 EU만의 선택에 달려 있지 않다. 탄소비용을 공정하게 계산하는 국제기준, 개발도상국에 대한 전환 지원, 각국의 실질적인 산업 감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제품 가격표에 없던 탄소비용은 이미 국경에서 계산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그 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 그리고 그 돈이 실제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데 사용될 것인지다.
    2026-09-01 13:40:45 안영준
  •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메마른 사막에 100억 그루 나무를... 산유국 사우디의 대담한 '녹색 반전'
    세계 일반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메마른 사막에 100억 그루 나무를... 산유국 사우디의 대담한 '녹색 반전'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 거대한 녹색 대륙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파격적인 환경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국토의 대부분이 황량한 사막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인공지능(AI) 기술과 재생수 공학을 총동원한 국가 단위의 생태 복원 사업이 한창이다. 사막을 숲으로 바꾸는 도전 ...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SGI)'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국정 비전인 '비전 2030'의 핵심 축으로 추진 중인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Saudi Green Initiative)'는 향후 몇 십년에 걸쳐 사우디 전역에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초대형 식목 프로젝트다. 이는 국토 7,400만 헥타르의 황폐해진 토지를 복원하는 사업으로, 중동 전체 목표량(500억 그루)의 핵심을 담당한다.수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막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사우디 왕립도시고급위원회(RCRC)와 환경수자원농업부는 일반적인 수돗물 대신 담수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및 하수 재처리수(TSE)를 100% 활용하는 지능형 드립 이리게이션(Drip Irrigation) 관개 시스템을 구축했다. 토양 센서와 AI가 나무 뿌리 근처의 습도를 측정해 필요한 최적의 물만 정밀하게 분사하는 이색적인 고효율 기술이다. 차 없는 미래 도시 '더 라인'과 오아시스형 국립공원 네트워크사우디 정부는 단순한 나무 심기를 넘어 도시 계획 자체를 환경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네옴(NEOM) 신도시 프로젝트의 핵심인 '더 라인(The Line)'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도로가 전혀 없는 도시를 표방한다. 모든 에너지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도시 면적의 95%를 자연 그대로 보존하도록 설계됐다.또한 사우디 야생동물청(NCW)은 국토의 30% 이상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과거 사막화로 자취를 감추었던 아라비아오릭스, 가젤, 아라비아표범 등 자생 희귀 동물을 사육 후 사막 보호구역으로 재방사하는 대규모 생태계 복원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기자의 시선] '석유 공룡'의 화려한 변신, 진정성 증명할 지속가능성이 관건화석연료의 상징과도 같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식목 및 친환경 정책을 발표했을 때, 국제사회의 시선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했다.그러나 리야드 현지와 사막 복원 현장에서 확인한 사우디의 움직임은 단순한 수식어를 넘어선 국가적 생존 전략에 가깝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 가속과 극심한 고온 현상은 산유국 사우디에도 당장 직면한 생존의 위협이기 때문이다. 오일머니로 축적한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첨단 수자원 공학과 AI 기술을 이식해 사막을 녹지로 개간하려는 시도는 기술이 주도하는 환경 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막대한 양의 전력이 소요되는 해수 담수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극단적인 사막 기후 속에서 심은 나무들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생존할 수 있을지가 사우디 녹색 생태학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다.
    2026-08-31 10:23:37 정이든 청년기자
  • [지구촌 환경 핫이슈 TOP 5] 돈은 약속했지만 화석연료 퇴출 시계는 또 멈췄다
    환경

    [지구촌 환경 핫이슈 TOP 5] 돈은 약속했지만 화석연료 퇴출 시계는 또 멈췄다

    - COP30 이후의 기후정치…‘연간 1조3000억달러’의 실체와 화석연료 전환을 둘러싼 전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자금의 규모를 키웠지만, 위기의 근원인 석유·석탄·가스를 언제까지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는 합의하지 못했다.COP30 최종 결정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35년까지 모든 공공·민간 재원을 합쳐 연간 최소 1조3000억달러 규모의 기후재원을 조성한다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선진국 정부가 매년 1조3000억달러를 출연하기로 약속한 확정 예산이 아니다. 각국 정부와 국제개발은행의 공공자금뿐 아니라 민간투자, 개발도상국의 국내 재원까지 폭넓게 끌어모으겠다는 국제적 목표다. 막대한 숫자 뒤에 누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돈을 낼 것인지는 여전히 선명하지 않다.더욱 뼈아픈 대목은 화석연료다. COP28에서 어렵게 채택한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한다’는 합의를 구체적인 감축 일정과 실행계획으로 발전시키려 했지만, COP30 공식 결정문에는 이를 의무화하는 로드맵이 들어가지 못했다.COP30은 돈의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기후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를 실제로 퇴출시키는 정치적 시계는 다시 멈춰 세웠다.1조3000억달러와 3000억달러는 같은 약속이 아니다COP30의 ‘글로벌 무치랑 결정’은 개발도상국 기후대응 재원을 2035년까지 연간 최소 1조3000억달러로 확대하기 위한 행동을 시급히 추진한다고 규정했다.동시에 선진국이 주도해 개발도상국을 위해 동원해야 할 핵심 재원 목표로는 연간 최소 3000억달러가 제시됐다. 두 숫자의 법적·정치적 성격은 다르다. 따라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매년 1조30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해석은 정확하지 않다. 1조3000억달러는 각국 재정과 국제금융기관, 민간자본, 보증·대출·투자를 포함해 전체 금융 흐름을 키우겠다는 숫자에 가깝다.UNFCCC COP30 글로벌 무치랑 결정문은 1조3000억달러 확대를 위한 행동을 요구하지만, 국가별 납부액이나 연도별 조달 일정, 보조금과 대출의 비율, 목표 미달 때의 책임은 규정하지 않았다. ‘제공’이 아니라 ‘동원’ … 숫자가 커지는 방식기후협상에서 ‘제공한다’와 ‘동원한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제공은 정부가 예산을 직접 내놓는 의미가 강하다. 반면 동원은 공공자금이 보증이나 대출, 지분투자 등을 통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금액까지 포함할 수 있다. 하나의 공공투자가 여러 단계의 금융을 유발하면 어느 범위까지 기후재원으로 계산할 것인지도 논란이 된다.OECD에 따르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위해 제공·동원한 기후재원은 2023년 1328억달러, 2024년 1367억달러였다. OECD 기후재원 집계에 따르면 2035년 3000억달러 목표조차 현재 규모의 두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1조3000억달러에 도달하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금융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문제는 재원의 질이다. 개발도상국은 고금리 외화대출로 태양광발전소나 방재시설을 건설하면 기후위기에 대응할수록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역설에 직면한다.수익을 만들기 쉬운 발전·전력망 사업에는 민간투자가 몰릴 수 있지만,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방조제나 가뭄 대응, 농민 보호, 보건체계 강화에는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간자본만으로 적응재원 부족을 해결하기 힘든 이유다.‘얼마를 동원했는가’만큼 다음 사항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배경이다.- 보조금인가, 대출인가- 신규 재원인가, 기존 개발원조의 명칭만 바꾼 것인가- 실제 개발도상국에 도착한 순재원은 얼마인가- 이자와 원금 상환을 제외하면 실질 지원액은 얼마인가- 감축과 적응 가운데 어디에 사용됐는가적응재원 세 배 확대에도 부족한 돈COP30은 적응재원을 2035년까지 최소 세 배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폭염과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피해를 겪는 취약국에는 중요한 진전이다.그러나 목표 시점이 2030년이 아닌 2035년으로 설정됐다는 점과 기준 및 이행책임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남았다.유엔환경계획(UNEP)은 개발도상국의 적응 비용이 2035년 연간 3100억~36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비해 UNEP 적응격차보고서 2025는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간 국제 공공 적응재원은 2023년 260억달러였다. 필요한 금액의 약 12분의 1에 불과하다. 현재 적응재원을 세 배로 늘리더라도 필요액 전체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적응투자는 지연될수록 비용이 커진다. 방재시설과 조기경보체계에 미리 투자하지 않으면 재난 이후 인명 구조, 주택 복구, 농업 손실과 이주 대책에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기후재원은 단순한 원조가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국가와 현재 피해가 집중되는 국가 사이의 책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1.5도 목표와 멀어진 2035년 감축계획COP30은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제출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이른바 차세대 NDC를 점검하는 무대이기도 했다.COP30 직전 집계된 64개국의 신규 NDC는 2019년 세계 배출량의 약 30%만을 포괄해 전체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제한적이었다. 이후 UNFCCC 2025 NDC 종합보고서, UNFCCC 업데이트 확대 집계에서는 제출된 신규 목표가 제대로 이행될 경우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5년까지 2019년보다 약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UNEP 배출격차보고서 2025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2035년 세계 연간 배출량을 2019년보다 약 55% 줄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가계획과 과학이 요구하는 감축량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12% 감축계획과 55% 감축 필요량의 차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그 사이에는 더 강한 폭염과 산불, 집중호우, 식량가격 상승, 생태계 붕괴와 기후이주가 놓여 있다.왜 ‘화석연료’ 두 단어가 결정문에서 사라졌나COP28의 ‘UAE 합의’는 국제기후협상 역사상 처음으로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COP30의 과제는 이 선언을 실제 로드맵으로 바꾸는 일이었다.그러나 석유와 가스 수출에 국가재정이 크게 의존하는 산유국, 석탄을 에너지안보와 산업성장의 기반으로 보는 신흥국, 감축 책임의 형평성을 강조한 일부 개발도상국의 반대가 부딪쳤다.개발도상국 일각에서는 선진국이 150년 넘게 화석연료를 사용해 성장한 뒤 금융과 기술지원은 충분히 내놓지 않으면서 가난한 국가에 똑같은 속도의 퇴출을 요구한다고 비판한다. 반대로 기후취약국과 유럽·중남미 일부 국가는 일정 없는 ‘전환’은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막지 못하는 빈말이라고 맞선다.유엔 기후협상은 사실상 모든 당사국의 합의를 요구한다. 주요 산유국이나 대형 배출국이 반대하면 강제력 있는 문구가 약화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COP30에서도 결국 화석연료 전환의 구체적인 일정과 국가별 이행 의무는 공식 합의에 들어가지 못했다.브라질 COP30 의장국은 협상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공식 합의와 별도로 ‘공정하고 질서 있으며 형평성 있는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6년에도 이해관계자 협의와 실행조건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COP30 당사국 전체가 채택한 구속력 있는 결정이 아니다. 의장국이 주도하는 자발적 정치 프로세스라는 점에서 참여하지 않는 국가를 움직일 수단이 제한적이다.돈과 퇴출은 별개의 의제가 아니다기후재원과 화석연료 퇴출은 흔히 다른 협상 의제처럼 다뤄지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문제다.석탄발전소를 폐쇄하려면 노동자의 재취업과 지역경제 전환, 송전망과 저장장치 건설, 에너지 가격 충격을 완화할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석유 수출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는 새로운 세원과 산업이 마련되지 않으면 퇴출 합의에 동의하기 어렵다.반대로 화석연료 감축 기준 없이 기후재원만 늘리면 청정에너지 사업과 동시에 새로운 가스전·송유관·석유화학시설에도 투자가 계속될 수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전력 부문 투자가 약 1조5000억달러에 이르러 석유·가스·석탄 공급 투자보다 약 50%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IEA 세계에너지투자 2025에 따르면 금융의 방향은 바뀌고 있지만 화석연료 투자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따라서 1조3000억달러가 진정한 기후재원이 되려면 새 화석연료 인프라를 확대하는 자금과 분리되고, 실제 배출 감축과 취약계층 보호 성과를 검증받아야 한다.1조3000억달러를 ‘정치적 숫자’로 끝내지 않으려면첫째, 선진국의 공공재원 확대 일정이 필요하다. 민간투자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적응과 손실·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둘째, 최빈국과 군소도서국에는 대출보다 보조금을 우선해야 한다. 기후재난으로 빚을 지고, 그 빚 때문에 다시 방재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셋째, 다자개발은행의 대출 여력을 키우되 환율·이자율 위험을 낮춰야 한다. 같은 태양광 사업도 아프리카나 남아시아에서는 높은 금융비용 때문에 선진국보다 훨씬 비싸질 수 있다.넷째, 재원 집계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 액면가 기준의 대출 전액을 지원액으로 계산할 것인지, 보조금 상당액만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숫자는 크게 달라진다.다섯째,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재원 배분 기준과 연결해야 한다. 석탄·석유·가스 의존도를 실제로 낮추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국가에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에도 ‘남의 협상’이 아니다수출 제조업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COP30 이후의 기후정치는 산업·통상·외교 문제다.한국이 2035년 감축목표를 실제 정책으로 옮기려면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저장장치, 산업공정 전환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목표만 제출하고 석탄발전 폐쇄 일정이나 산업부문의 감축수단을 미루면 국제사회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동시에 선진 공여국으로서 국제기후재원에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참여할지, 지원을 보조금과 저리금융 가운데 어떻게 구성할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내 감축과 개도국 지원은 서로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 함께 수행해야 할 책임이다.기자의 시선COP30이 남긴 가장 큰 질문은 “세계에 돈이 부족한가”가 아니다. 세계의 돈을 어느 방향으로 흐르게 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가이다.연간 1조3000억달러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숫자가 아니다. 이미 세계 에너지시장과 금융시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자금이 매년 움직인다. 문제는 기후재난을 막고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사업보다 단기 수익과 화석연료 개발에 자본이 더 쉽게 흘러간다는 데 있다.화석연료 전환 시계가 없는 기후재원은 불을 끄는 돈과 불을 키우는 돈이 동시에 집행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재정과 기술지원 없는 화석연료 퇴출 요구는 가난한 국가에 성장과 에너지 접근을 포기하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COP30은 두 문제를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 돈의 목표는 키웠지만 책임표와 조달표를 완성하지 못했고, 화석연료 전환의 필요성은 확인했지만 시한과 의무를 합의하지 못했다.이제 1조3000억달러의 진실성은 정상회의 연설이 아니라 실제 예산, 보조금 비율, 집행 속도와 배출량 감소로 판단해야 한다.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 역시 참여국 수가 아니라 신규 탄광·유전·가스전 계획이 얼마나 취소되고 기존 시설이 얼마나 공정하게 폐쇄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기후정치의 시간은 회의 일정에 따라 흐르지만, 기후위기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2026-08-31 10:23:30 안영준
  • [기후 위기] 비 한 방울 없었는데 산이 무너졌다 … 네팔 덮친 ‘빙하 재앙’, 12년 전 경고가 현실로
    환경

    [기후 위기] 비 한 방울 없었는데 산이 무너졌다 … 네팔 덮친 ‘빙하 재앙’, 12년 전 경고가 현실로

    - 히말라야 빙하·암석 1200m 아래로 추락 … 강 막은 천연댐 붕괴하며 30분 만에 수위 9m 상승 - 네팔·티베트서 600명 이상 사망·수천 명 실종 … EBS가 2014년 경고한 ‘빙하 쓰나미’ 재조명 - 폭우 없어도 홍수 나는 시대 … 온난화가 얼음과 영구동토로 붙어 있던 산의 기반까지 흔들어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거대한 홍수가 산골 마을을 집어삼켰다. 하늘이 아니라 산에서 물과 흙, 바위, 얼음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수천 년 동안 히말라야 고산지대를 지탱하던 빙하와 암반이 무너지면서 계곡은 순식간에 거대한 흙탕물의 통로로 변했다.지난 26일 오전 네팔 중북부 라수와 지역과 중국 티베트 지룽현 접경에서 발생한 대재앙은 기존의 ‘폭우 뒤 홍수’라는 재난 상식을 뒤집었다. 당시 피해 지역 상공은 대체로 맑았고 대홍수를 일으킬 만한 집중호우도 관측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테코시강과 트리슐리강의 수위는 불과 30분 만에 최대 9m가량 치솟았다. 29일 외신과 현지 당국 집계를 종합하면 네팔에서 최소 626명, 티베트에서 7명이 숨졌으며 실종자는 양쪽 지역을 합쳐 약 3000명에 이른다. 사망·실종자 집계가 계속 변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재민과 긴급 지원이 필요한 주민도 9만 명을 넘어섰다. 도로와 교량, 학교, 병원, 수력발전 시설까지 광범위하게 파괴되면서 구조와 구호 활동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진 홍수’에서 ‘빙하·암석 붕괴’로사고 직후에는 티베트 지역에서 감지된 지진이 빙하를 무너뜨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위성영상과 지진파를 다시 분석한 전문가들은 지진이 원인이 아니라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충격이 지진처럼 관측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위성영상에는 해발 약 5200m 지점의 빙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약 1200m 아래 계곡으로 추락한 흔적이 포착됐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암석과 토사를 끌고 내려오면서 ‘얼음·암석 눈사태’를 만들었고, 이 잔해가 강을 막아 일종의 천연댐을 형성한 것으로 분석된다.뒤에서 불어난 강물이 이 임시 댐을 무너뜨리자 얼음과 바위, 진흙, 물이 뒤섞인 대규모 토석류가 좁은 계곡을 따라 폭발적으로 내려갔다. 일반 홍수보다 밀도와 파괴력이 훨씬 큰 흐름이었다. 물만 밀려온 것이 아니라 산의 일부가 통째로 이동한 셈이다.로이터통신 분석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사고 당일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에 따른 빠른 눈·얼음 융해가 붕괴 규모를 키웠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특정 빙하의 붕괴를 기후변화 하나만으로 단정하려면 현장조사와 장기 기후자료 분석이 더 필요하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빙하 붕괴→얼음·암석 눈사태→강 차단→천연댐 붕괴→돌발홍수’로 이어진 복합재난의 윤곽이다. 12년 전 EBS가 경고한 ‘빙하 쓰나미’이번 참사 이후 2014년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히말라야의 대재앙, 빙하 쓰나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당시 제작진은 에베레스트 인근 해발 약 5000m의 임자 빙하호를 찾아갔다. 50여 년 전 작은 연못에 불과했던 곳이 빙하가 녹으면서 길이 2.3㎞, 너비 580m, 수심 100m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로 변한 현장을 보여줬다.프로그램은 빙하호를 막고 있는 불안정한 흙과 돌의 자연제방이 무너지면 막대한 물과 토사가 하류를 덮치는 ‘빙하호 범람홍수(GLOF)’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 관계자는 당시 네팔 히말라야의 빙하호 가운데 21개가 잠재적 위험성을 지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EBS가 다룬 재난과 이번 사고를 동일한 사건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당시 다큐멘터리는 주로 팽창한 빙하호의 자연제방이 무너지는 재난을 경고했지만, 이번 사고는 빙하와 암석 자체가 계곡으로 붕괴해 강을 막은 뒤 그 천연댐이 터진 것으로 추정된다.발생 방식은 다르지만 두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은 같다. 기후변화로 히말라야의 얼음 환경, 즉 ‘빙권’ 전체가 빠르게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2년 전 경고는 특정 날짜와 장소를 맞힌 예언이라기보다, 온난화로 축적된 위험이 언젠가 대재앙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과학적 경고였다.만년설은 왜 비가 오지 않아도 무너졌나빙하는 단순히 산 위에 쌓인 눈이 아니다. 압축된 얼음이 중력에 따라 매우 천천히 이동하는 거대한 자연 구조물이다. 빙하는 경사면과 암석을 붙잡고, 얼어 있는 지반과 영구동토는 산악지대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기온이 오르면 빙하 표면뿐 아니라 내부와 바닥에도 녹은 물이 스며든다. 이 물은 빙하와 암반 사이의 마찰력을 낮춰 얼음의 이동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암석의 균열은 점점 넓어지고 영구동토가 녹으면 암벽을 붙잡던 힘도 약해진다.이 상태에서는 집중호우가 없어도 급격한 기온 상승이나 눈·얼음의 융해, 빙하 내부 압력 변화, 작은 낙석 등이 대규모 붕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폭우는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문제는 위험의 연쇄성이다.빙하가 무너지면 눈사태로 끝나지 않는다. 얼음과 암석이 강을 막고, 새 호수를 만들고, 그 호수가 다시 터지면서 하류를 덮친다. 산사태가 도로와 통신망을 끊으면 구조가 늦어지고, 식수·위생 시설이 파괴되면 감염병 위험까지 커진다. 하나의 기후 충격이 홍수와 산사태, 고립, 식수난, 에너지 공급 중단으로 번지는 ‘재난의 도미노’다.AP통신은 현재 사고 현장 상류에도 얼음과 토사가 강을 막아 형성된 새로운 호수들이 남아 있다. 수백만㎥의 물을 가둔 것으로 추정되는 호수가 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구조대와 하류 주민에게 2차 대피 경보가 내려졌다. 히말라야 빙하, 10년 사이 소실 속도 65% 빨라져이번 참사를 우연한 산악사고로만 보기 어려운 배경에는 히말라야 전역에서 관측되는 급격한 빙하 감소가 있다.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에 따르면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의 빙하 소실 속도는 2011∼2020년 이전 10년보다 65% 빨라졌다.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경로가 계속되면 이 지역 빙하는 2100년까지 현재 부피의 최대 80%를 잃을 수 있다. 홍수와 산사태 같은 산악재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기상기구(WMO) 아시아 기후 보고서는 고산아시아에서 관측한 빙하 24곳 가운데 23곳이 2023∼2024년 질량을 잃었다고 밝혔다. 겨울철 적설 감소와 여름철 극심한 고온이 빙하 손실을 가속한 것으로 분석됐다.히말라야는 남극과 북극에 이어 지구에서 가장 많은 얼음을 보유해 ‘제3의 극지’로 불린다. 이곳에서 발원하는 강은 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약 19억 명의 식수와 농업·발전용수를 뒷받침한다.단기적으로는 빙하가 빠르게 녹아 홍수와 빙하호 붕괴 위험이 커진다. 장기적으로 빙하가 줄어들면 건기에 공급되는 물이 감소해 식수·농업·에너지 위기로 이어진다. 지금은 물이 너무 많아 재난이 발생하지만, 미래에는 물이 부족해지는 이중 위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가난한 산악국가가 떠안는 기후위기의 불평등네팔의 세계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극히 작다. 그러나 기후변화 피해는 가장 가혹하게 받고 있다. 가파른 산악지형과 좁은 계곡에 마을과 도로, 수력발전소가 밀집해 있고, 고가의 위성·레이더·지진계·수위계와 통신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기도 어렵다.위험한 빙하와 빙하호를 모두 실시간 감시하려면 국경을 넘는 자료 공유도 필수적이다. 이번처럼 위험이 티베트에서 시작돼 네팔로 내려오는 경우 중국 측 위성·수문·지진 정보가 수분 안에 전달돼야 한다. 강은 국경을 따르지 않지만 재난정보는 여전히 국경에 막혀 있다.앞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복구가 아니다. 위험 빙하와 암벽의 위성 감시, 계곡 상류 지진·음향센서와 수위계 설치, 하류 마을의 사이렌·휴대전화 경보, 고지대 대피로와 대피소 확보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수력발전소와 교량도 과거 강수량이 아니라 빙하 붕괴와 토석류까지 반영한 새로운 위험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네팔 같은 취약국의 조기경보·재난 대응에 필요한 기후재원을 부담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만든 책임은 불균등한데 피해와 복구비용을 재난 당사국에만 떠넘기는 것은 또 다른 불평등이다.기자의 시선 "산이 보내온 경고, 지금은 생명을 구할 시간"12년 전 EBS가 전한 경고가 오늘 다시 소환되는 이유는 방송이 미래를 정확히 예언했기 때문이 아니다. 과학이 오래전부터 위험의 방향을 알렸지만 세계가 충분히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만년설’이라는 이름은 얼음이 영원히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오를수록 산을 지탱하던 얼음과 영구동토가 풀리고, 과거에는 안정적이던 경사면이 어느 순간 붕괴할 수 있다. 이제 폭우가 없었다는 사실은 안심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하늘뿐 아니라 산과 바다, 얼어붙은 땅속에서도 시작된다.인류는 네팔 참사를 먼 나라에서 일어난 특이한 자연재해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미룰수록 극지와 고산지대에 축적된 위험은 더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되돌아온다. 지구촌 기후위기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감축과 적응을 동시에 서둘러야 할 때다.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원인 논쟁이나 책임 공방이 아니다.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이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모든 역량을 수색과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 끊어진 도로와 통신을 복구하고 고립된 주민에게 식수·의약품·식량과 임시 거처를 제공해야 한다. 상류에 남은 천연댐과 빙하를 실시간으로 감시해 구조대와 주민이 2차 재난에 희생되는 일도 막아야 한다.국경과 정치적 이해를 넘어 위성자료와 구조기술, 헬기, 수색견, 의료진, 신원확인 장비를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지금,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안전한 구조와 빈틈없는 현장 지원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각성과 행동은 바로 그 생명을 지키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
    2026-08-31 10:23:26 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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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일반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동물이 주인인 '초록 다리'부터 처방전이 된 자연까지 ... 캐나다의 파격 생태 보존학

    세계에서 두 번째로 광대한 영토를 가진 캐나다가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혁신적인 환경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토를 관통하는 대형 고속도로에 동물의 이동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초대형 생태 통로망을 구축하는가 하면, 의료 현장에서 '자연 입장권'을 처방하는 이색적인 환경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주목받고 있다. 동물에 양보한 고속도로 ... 세계 최대 규모의 '생태 통로(Wildlife Crossings)'캐나다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횡단 고속도로(Trans-Canada Highway)변에는 자동차 대신 숲과 풀밭이 이어진 거대한 다리들이 우뚝 서 있다. 캐나다 국립공원청(Parks Canada)이 앨버타주 밴프 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 일대에 조성한 '생태 통로 시스템'이다.고속도로 개통 이후 곰, 늑대, 엘크 등 야생동물의 로드킬(Roadkill)이 급증하고 서식지가 단절되자, 국립공원청은 고속도로 양옆에 총 82km에 달하는 차단 펜스를 치고 44개(육교형 6개, 굴다리형 38개)의 야생동물 전용 통로를 설치했다.이 육교는 단순한 콘크리트 다리가 아니다. 상부에 실제 산림과 동일한 흙을 깔고 자생 식물과 나무를 심어 야생동물이 고속도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안전하게 건너도록 정교하게 설계됐다. 30년 가까이 누적된 국립공원청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 시스템 도입 이후 대형 포유류의 로드킬 사고는 80% 이상 급감했다."자연 속을 걸으세요" 환자에게 국립공원 이용권을 주는 'PaRx' 프로그램캐나다 보건당국과 환경 단체가 손잡고 추진하는 'PaRx(Parks Prescriptions)' 정책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색 프로그램이다.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ECCC)와 국립공원청의 후원 아래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수천 명의 현직 의사와 보건 전문가들이 참여한다.의사가 우울증, 스트레스, 고혈압, 만성 질환 등을 앓는 환자에게 약물 처방과 함께 "주 2시간 이상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라"는 공식 처방전을 발행한다. 이 처방전을 받은 환자는 캐나다 전역의 국립공원과 역사 유적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아웃도어 패스(Discovery Pass)'를 제공받는다. 자연 보호가 단순한 환경 운동을 넘어 국민 보건 증진과 의료비 절감으로 연결된다는 개념을 국가 정책으로 실현한 사례다.[기자의 시선] 거대한 자연을 다루는 캐나다의 지혜, '공존'을 과학으로 입증하다캐나다의 환경 정책이 보여주는 핵심은 '압도적인 자연을 인간이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다. 도로 건설로 생태계의 허리를 잘라놓은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고,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동물들에게 안전한 길을 되돌려주었다.더 나아가 자연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에 가두지 않고, 국민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치유하는 '의료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역발상(PaRx)은 캐나다 환경 정책만의 독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단순한 배경으로 처리하는 시대를 넘어, 동물의 이동권과 인간의 보건 복지까지 환경 정책의 영역으로 포섭한 캐나다의 대담한 시도는 기후위기 시대에 거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
    2026-08-28 09:47:36 정이든 청년기자
  • [지구촌 환경 핫이슈] "1.5°C 일시 초과 불가피" … UN, 2026 세계 환경의 날서 '비상 행동' 경고
    환경

    [지구촌 환경 핫이슈] "1.5°C 일시 초과 불가피" … UN, 2026 세계 환경의 날서 '비상 행동' 경고

    지구 온난화의 보루로 여겨지던 '1.5°C 제한' 목표가 사실상 일시적으로 무너질 것이라는 UN 공식 경고가 나왔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2026년 유엔 세계 환경의 날(World Environment Day) 본행사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난 11년은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11년이었다"며 "지구가 파리협정의 1.5°C 한계선을 한시적으로 넘어서는 '오버슛(Overshoot, 일시 초과)'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인류의 최우선 과제는 이 오버슛 폭을 가장 작게, 기간을 가장 짧게, 그리고 안전하게 유지한 뒤 온도를 다시 신속히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강력한 메탄가스 배출 감축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 그리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 재정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유엔환경계획(UNEP)은 극심한 폭염이 전 세계 도시의 일상을 위협함에 따라, 글로벌 50개 이상 도시가 참여하는 '50@50' 극심한 폭염 대응 이니셔티브를 가동하고 지속 가능한 냉방 솔루션 및 적응책 마련에 나섰다. 기자의 시선 "1.5°C 사수에서 피해 최소화(Damage Control)로의 서글픈 패러다임 전환"이번 2026년 세계 환경의 날 선언은 국제사회가 더 이상 "1.5°C 상승을 완벽히 막아내겠다"는 이상적 목표를 고수하기 힘들어졌음을 자인한 결정적 순간이다. UN 최고 수장이 '1.5°C 일시 초과'를 공식 인정함에 따라, 글로벌 기후 정책의 중심축은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Mitigation)'에서 기온이 올라간 상태에서의 '생존 및 적응(Adaptation)'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특히 전 세계 50여 개 주요 도시가 긴급 폭염 대응망을 형성한 것은, 기후 변화가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지금 당장 인명을 위협하는 '실재하는 재난'이 되었음을 증명한다. 메탄가스 급감과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는 단순한 친환경 구호가 아닌, 1.5°C를 넘어서 발생할 재앙적 연쇄 반응(Tipping Point)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벌이용 전략이다. 국제사회가 이번 오버슛 경고를 계기로 말뿐인 약속을 넘어 실질적인 탄소 감축 정책과 개도국 지원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아니면 '목표 초과'마저 용인하는 타성으로 치달을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2026-08-28 09:47:31 안영준
  •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베토벤 명곡 들리면 봉투 들고 달린다 ... 대만의 ‘쓰레기차 추격전’과 스마트 순환경제
    세계 일반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베토벤 명곡 들리면 봉투 들고 달린다 ... 대만의 ‘쓰레기차 추격전’과 스마트 순환경제

    오후 5시가 넘어가면 대만 전역의 주택가 골목길에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나 바다르제프스카의 '소녀의 기도'가 울려 퍼진다. 음악 소리가 들리자마자 주민들이 종량제 봉투와 분리수거함을 손에 들고 집 밖으로 뛰어나온다. 대만 정부가 1990년대부터 도입해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은 독특한 쓰레기 수거 정책, 일명 '쓰레기가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라(垃圾不落地, Garbage Doesn't Touch the Ground)' 제도의 풍경이다. 거리의 쓰레기통을 없애라 ... '노란 음악 쓰레기차'의 기적대만 환경부(Ministry of Environment)와 각 지자체는 거리에 고정식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대신, 정해진 시간에 음악을 틀며 이동하는 청소차 시스템을 구축했다. 쓰레기통을 길거리에 방치할 경우 악취와 해충, 무단 투기가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주민들은 쓰레기차 뒤를 따르는 분리수거 차량의 환경 환경요원에게 직접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전달해야 한다. 쓰레기를 길가에 미리 버려두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 간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지는 이색적인 문화 현상까지 만들어냈다.지하철역에서 공병 넣으면 교통카드 충전 ... 'iTrash' 스마트 수거기바쁜 현대인을 위해 타이베이시 등 주요 지자체가 도입한 첨단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어모은다. 24시간 작동하는 AI 기반 스마트 쓰레기 수거 장치인 '아이트래시(iTrash)'가 대표적이다.주민이 일반 쓰레기나 재활용품(플라스틱병·캔)을 넣으면 센서가 무게와 종류를 즉시 측정한다. 버린 양에 따라 대만의 교통카드인 '아이패스(iPASS)'나 '이지카드(EasyCard)'에 현금 포인트가 즉시 충전된다. 버린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종량제의 엄격함에 '재활용 보상제'를 접목하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이다.[기자의 시선] '쓰레기 섬' 악명을 벗겨낸 대만의 대담한 생활 밀착형 혁신1990년대 초반만 해도 대만은 쏟아지는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해 '쓰레기 섬(Garbage Island)'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정부의 강한 의지와 철저한 시민 참여가 결합하면서 현재 대만의 도시 폐기물 재활용률은 55%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현지에서 본 대만 환경 정책의 힘은 '생활 속 불편함을 유쾌하고 명확한 규칙으로 바꾼 것'에 있다. 쓰레기차에 친숙한 클래식 음악을 입히고, 수거 요원과 주민이 매일 얼굴을 맞대며 분리배출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단순한 제도적 규제를 넘어 하나의 대중문화이자 생활 습관으로 정착시킨 셈이다.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 국가들까지 벤치마킹하는 대만의 '음악 쓰레기차'와 'iTrash' 사례는 환경 정책이 시민들의 일상 행동 양식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모델이다.
    2026-08-27 11:37:55 정이든 청년기자
  •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파편화된 열대우림을 잇는다 ... 말레이시아의 ‘중앙 산림 척추(CFS)’ 프로젝트와 스마트 맹그로브
    세계 일반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파편화된 열대우림을 잇는다 ... 말레이시아의 ‘중앙 산림 척추(CFS)’ 프로젝트와 스마트 맹그로브

    급격한 도시화와 농경지 개간으로 열대우림 섬처럼 분리되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를 거대한 하나의 생태계로 재연결하는 초대형 환경 프로젝트에 나섰다. 열대 생물다양성의 요충지인 말레이시아는 파편화된 숲을 '생태 통로(Ecological Corridor)'로 잇는 국토 재구성 정책과 IoT 센서를 활용한 스마트 맹그로브 복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단절된 숲을 '생태 통로'로 잇는 거대 국가 프로젝트, CFS말레이시아 천연자원환경지속가능성부(NRES)와 산림청(FDPM)이 주도하는 '중앙 산림 척추(Central Forest Spine, CFS)' 마스터플랜은 말레이반도 내 4대 핵심 산림 지대 약 530만 헥타르를 하나로 연결하는 초대형 보존 정책이다.도로 건설과 도로 확장, 팜유 농장 개간 등으로 숲이 단절되면서 말레이호랑이, 아시아코끼리, 말레이맥 등 멸종위기종의 로드킬이 급증하고 유전적 고립이 심화하자 정부가 직접 나섰다. CFS 프로젝트는 파편화된 산림 사이에 '일차적·이차적 생태 통로'를 조성하여 야생동물이 인가나 도로에 노출되지 않고 숲과 숲 사이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육교 형태의 생태 통로(Ecoduct)를 설치하고 훼손지를 복원한다.IoT 센서가 맹그로브 묘목을 지킨다 ... '스마트 맹그로브' 프로젝트해안가 보존을 위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접근 방식도 이색적이다. 말레이시아 기후변화 및 녹색기술공사(MGTC)와 환경 부처가 협력하여 추진한 '커넥티드 맹그로브(Connected Mangroves)' 사업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맹그로브 복원에 접목했다.태풍과 해일 등 자연재해 방파제 역할을 하는 맹그로브 묘목의 폐사율이 60%에 달하자, 심어놓은 묘목마다 토양 습도, 염도, 수온, 침수 수위 등을 실시간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했다. 클라우드로 수집된 데이터는 지역 관리자에게 전달되어 폐사 위험 요소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이 첨단 시스템 도입 이후 묘목의 생존율은 기존 대비 50% 이상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기자의 시선] 개발과 보존의 균형점, '인프라형 생태 정책'으로 답을 찾다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신흥공업국인 말레이시아는 오랜 기간 '경제 개발'과 '환경 파괴'라는 양날의 검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왔다. 무분별한 산림 채벌과 개발 위주의 정책은 국가 상징인 말레이호랑이를 extinction(멸종) 위기까지 몰아넣었다.현지에서 살펴본 말레이시아의 환경 정책은 단순히 '개발 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과거의 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 있었다. AI와 IoT 등 첨단 ICT 기술을 환경 현장에 적극 이식하고, 끊어진 생태계를 토목 기술로 다시 연결하는 '적극적·기술 친화적 보존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물론 대규모 생태 통로 구축과 정교한 스마트 모니터링 체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 투입과 지역 사회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생태계의 뼈대를 다시 세우려는 말레이시아의 대담한 시도가 열대우림 보존과 국가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08-26 13:23:21 정이든 청년기자
  • [지구촌 환경 핫이슈] '기후 금융의 아이콘' 카니의 반전 … 캐나다, 실용주의 명분으로 2030 기후 목표 사실상 철회
    환경

    [지구촌 환경 핫이슈] '기후 금융의 아이콘' 카니의 반전 … 캐나다, 실용주의 명분으로 2030 기후 목표 사실상 철회

    글로벌 기후금융을 이끌며 ‘친환경 경제’의 대표 주자로 꼽혔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국정 운영의 방향을 '이상적 감축'에서 '현실적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급선회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오타와 의회 언론브리핑에서 국가 에너지 전력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겠다던 기존 파리협정 이행 목표에 대해 명확한 확답을 피했다. 대신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력 발전 규제를 완화하고 전력망 확충에 화석연료의 역할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카니 총리는 "이념에 사로잡힌 기존 규제 중심 정책을 고수할 경우 가계 유틸리티 비용 폭등과 전력 부족 사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실용적 접근법을 통해 에너지 부담금을 낮추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투자를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자의 시선 "기후 수호자의 실용주의인가, 국제 약속의 퇴행인가"이번 발표는 국제 환경 사회에 거대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 시절 도입된 소비자 탄소세 폐지에 이어, 석유·가스 생산 배출량 캡(상한제) 완화, 그리고 이번 천연가스 비중 확대까지 이어지며 캐나다의 기후 정책은 완전히 다른 궤도로 진입했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이자 UN 기후변화 특사로 활동했던 카니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역설적으로 전 세계 선진국들이 직면한 '기후 정치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지친 내수 민심을 달래기 위해, 한때 '기후 수호자'로 불리던 인물조차 현실적 타협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캐나다가 2030년 목표 달성선에서 이탈하면서, G7 국가들의 연쇄적인 목표 하향 조정이나 이행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기후 분석 기관 기후행동트래커(CAT) 등은 캐나다의 정책 후퇴가 글로벌 탄소중립 전선에 심각한 균열을 낼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2026-08-26 13:23:07 안영준
  •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토끼와의 100년 전쟁부터 AI 고양이 울타리까지 ... 호주의 ‘독특한’ 생태계 잔혹사
    세계 일반

    [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토끼와의 100년 전쟁부터 AI 고양이 울타리까지 ... 호주의 ‘독특한’ 생태계 잔혹사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대륙 호주가 외래종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파격적인 환경 정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고유종 보호라는 명목 아래 추진되는 호주의 생태계 복원 프로그램들은 다른 국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고 이색적이다. 야생 고양이와의 사투 ... 'AI 살충 울타리'의 등장호주 정부가 현재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은 야생 고양이(Feral Cat) 퇴치다. 호주 환경부에 따르면 야생 고양이는 매일 수백만 마리의 토종 조류와 소형 포유류를 포식하며 최소 20종 이상의 호주 고유종 멸종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이에 서호주주(Western Australia) 환경보호청은 첨단 기술을 결합한 ‘펠리카트(Felixer)’라는 AI 기반 생태 울타리 장치를 도입했다. 이 장치는 AI 카메라와 레이저 센서로 접근하는 동물의 체구와 걸음걸이를 실시간 분석한다. 둔한 캥거루나 남방털코알라 등 토종 동물이 지나갈 때는 작동하지 않지만, 야생 고양이의 특유의 체형을 인식하면 치명적인 독성 젤(독소 1080)을 분사한다. 털에 독소가 묻은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는 과정에서 독을 섭취해 사살된다. 기술을 활용해 다른 야생동물의 피해는 줄이고 표적만 정확히 제거하는 이색 정책이다.'토끼 대열병 바이러스'와 '사냥 포상금제'호주의 외래종 잔혹사는 19세기로 올라간다. 1859년 수입된 단 24마리의 토끼가 번식해 대륙 전체를 황폐화하자, 호주 정부는 20세기 중반 토끼 전염병인 ‘점액종 바이러스’와 ‘토끼 출혈열 바이러스(RHDV)’를 인공적으로 유포하는 치명적인 생물학적 퇴치 정책을 펼쳤다.또한 퀸즐랜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생태계 파괴종인 ‘수리남두꺼비(Cane Toad)’를 잡아 오면 마리당 포상금을 지급하거나, 이를 수거해 유기농 비료로 재활용하는 주민 참여형 환경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 중이다.[기자의 시선] 잔혹함과 명분 사이,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호주의 중대한 결단외래종을 향한 호주의 환경 정책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모두 고운 것은 아니다. 고양이에게 독극물을 분사하거나 전염병 바이러스를 생태계에 뿌리는 방식은 동물권 단체들로부터 "과도하게 잔혹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하지만 호주 현지에서 만난 생태학자들과 환경 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수천만 년간 고립되어 독자적으로 진화한 호주의 취약한 생태계는 외래종의 침입에 스스로를 방어할 무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방치할 경우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귀중한 토종 생명체들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결국 호주의 이색적이고 다소 과격한 환경 정책은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린 인간의 과거 실수를 수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배수의 진'이다. 기술의 발전(AI)을 활용해 타격 대상의 정확도를 높이고 고통을 줄이려는 최근의 시도들은 잔혹한 퇴치법을 넘어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명분을 지켜내기 위한 호주 정부의 깊은 고민을 잘 보여준다.
    2026-08-25 07:46:25 정이든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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