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7개 군 28일부터 첫 지급 ... 중요한 것은 농촌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대책 마련 필요

이정윤 발행일 2026-08-26 07:33:41
- 구례·보성·화천·보은·진안·무주·청송 18만5천여 명 대상…신청률 87.4%
- 농촌전문가 “단기 소비 효과 넘어 인구 유지·지역경제 선순환 여부 검증해야”
농어촌 지역 주민에게 매월 15만원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추가 선정된 7개 군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정부는 소득 지원과 함께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해 농어촌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지만, 막대한 재정 투입이 실제 인구 유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역으로 추가 선정된 구례·보성·화천·보은·진안·무주·청송 등 7개 군에서 신청자에 대한 실거주 조사와 자격 확인을 거쳐 오는 28일부터 월 1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와 7개 군은 사업지역 선정 직후 농어촌 기본소득 상황실을 설치하고 신청·접수 체계를 마련했다.


읍·면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집중 신청기간을 운영하고 ‘찾아가는 신청·접수 서비스’와 마을별 전담공무원제 등을 도입했다. 매주 점검회의를 열어 지역별 신청 상황도 확인했다.

18만5,192명 가운데 16만1,851명 신청

구례군을 시작으로 신청·접수를 진행한 결과 7월 말 기준 7개 군 사업대상자 18만5,192명 가운데 16만1,851명이 신청해 87.4%의 신청률을 기록했다.

지역별 신청률은 무주군이 97.2%로 가장 높았으며 청송군 91.7%, 보성군 89.6%, 구례군 86.9%, 진안군 85.7%, 보은군 84.1%, 화천군 76.6% 순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고 있는지 등 자격요건을 확인하고 있다. 이후 읍·면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지급 대상자를 확정한다.

미신청 주민에게는 문자와 홍보물, 마을방송 등을 통해 신청을 안내하고 있다. 선정일인 6월 11일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계속 거주한 주민은 신청이 늦더라도 소급 적용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567억원 지역에 풀린다 …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

8월 28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7월분 소급 지급액을 포함해 총 567억원 규모다.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원금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고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특정 지역이나 업종에 소비가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 군이 설정한 생활권과 사용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기한은 기본적으로 3개월 이내이며 면 지역 주민에게는 6개월의 사용기간이 주어진다.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7개 군 주민의 높은 관심 속에 농어촌 기본소득 신청·접수와 실거주 조사 등 자격 확인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8월 말 첫 지급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소득이 농어촌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뉴스 내용을 기반으로 ChatGPT 생성


농촌전문가 “돈을 지급하는 것보다 ‘지역에서 돌게 하는 구조’ 중요”


농촌·지역경제 전문가 관점에서는 농어촌 기본소득의 효과를 단순히 지급액이나 신청률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은 주민의 생활비 부담을 일정 부분 줄이고 지역 상점의 매출을 높이는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소비 기반이 취약한 면 지역에서는 일정 규모의 소비가 정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지역 상권 유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농촌의 구조적인 문제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일자리 부족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지급하더라도 실제 소비를 받아낼 음식점과 소매점, 생활서비스업 등이 부족하다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67억원이라는 상당한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지급액 가운데 실제 지역 내 추가 소비로 이어진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기존 소비를 지역상품권으로 대체하는 효과에 그친 것은 아닌지 등을 구분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 농촌전문가 부분은 특정 전문가의 실제 발언을 인용한 것이 아니라 농촌경제 및 지역소멸 관점에서 사업의 쟁점을 분석해 정리한 것이다.

월 15만원 지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농촌에 머무느냐’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정책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농촌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주민 한 명에게 월 15만원을 지급하면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만큼 일정 부분 지역 내 소비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성공 여부를 신청률 87.4%라는 숫자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사업에서 더 중요한 숫자는 앞으로 나올 것이다. 지급 전후 지역 소상공인 매출이 얼마나 변했는지, 지역 내 소비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인구 유출이 줄었는지, 청년과 귀농·귀촌 인구의 정착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실거주 확인 역시 중요하다. 주민등록만 농촌에 두고 실제로는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이른바 ‘주소지만 이전한 주민’에게까지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사업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실거주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화폐 사용처도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품권을 지급해도 주민이 사용할 상점과 서비스가 부족하면 소비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기본소득 정책은 지역 상권과 의료·교통·교육 등 생활 인프라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범사업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뿐 아니라 한계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567억원이 지역에 풀렸다는 것보다 그 돈이 몇 차례 지역 안에서 돌았는지, 주민의 삶과 지역경제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최종 성적표는 ‘얼마를 지급했느냐’가 아니다. 사람이 농촌에 계속 살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냈느냐가 이 정책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

지난 6월 감사원은 ‘주요 농업정책자금 지원사업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농식품부는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사업의 자금이 조기에 소진되지 않도록 선발 인원과 예상 소요자금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업 방식을 변경할 경우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며,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의 조기 소진 문제가 단순한 예산 부족을 넘어 청년농의 농지 확보와 시설 투자, 영농 정착에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장의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보다는 농촌의 구조적인 문제인 인구 감소와 소멸, 고령화, 청년과 지역민 일자리 부족 문제, 그리고 청년·귀농귀촌 인구의 정착에 필요한 문제 해결 등 농어촌은 장기적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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