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 사람도 버티기 힘든 폭염”…농식품부, 익산 육계농장·상추하우스 긴급 점검

이정윤 발행일 2026-08-08 22:33:40
송미령 장관, 8일 익산 현장 방문…가축·농작물 피해와 근로자 안전 동시 점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축산물 생산 현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닭과 같은 가축은 고온 스트레스로 폐사 위험이 높아지고,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상추 등 엽채류는 생육 지연과 병해충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비닐하우스와 축사에서 일하는 농업인과 외국인 근로자까지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되면서 폭염 대응이 단순한 농산물 수급 문제를 넘어 ‘현장 안전’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일 오전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에 위치한 육계 농장과 상추 시설하우스를 찾아 폭염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이번 현장 점검은 가축과 농작물의 피해 여부뿐 아니라 농업인과 외국인 근로자가 가장 무더운 시간대에 작업을 중단하는 이른바 ‘농작업 멈춤’을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국 최대 육계 사육지 전북…폭염 피해가 닭고기 수급까지 영향

송 장관이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육계 농장이었다.

전북은 전국에서 육계 사육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인 만큼 폭염 피해가 확대될 경우 개별 농가의 손실을 넘어 여름철 닭고기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닭은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온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축종으로 알려져 있다. 기온과 축사 내부 온도가 함께 상승하면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고 성장 속도가 늦어질 수 있으며, 극심한 경우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가 육계 농가의 냉방과 환기 시설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이유다.

송 장관은 현장에서 쿨링패드 등 냉방·환기시설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여름철 사용량이 늘어나는 전기설비의 관리 상황도 점검했다.

폭염기에 환풍기와 냉방시설 사용이 집중되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 누전이나 전기화재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축사 내부 온도 관리와 전기안전을 동시에 챙겨야 한다는 판단이다.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고온스트레스 완화제 급이 상황도 확인했다.

농식품부는 지방정부와 농축협, 축산자조금 등을 통해 고온스트레스 완화제 등 폭염 대응 물품을 지원하고 있으며 ‘찾아가는 살수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부터는 축산분야 폭염 대응 전담상황실을 가동해 오는 8월 31일까지 전국 피해 상황과 대응 실적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상추도 폭염 비상…“시설하우스 내부는 바깥보다 더 위험”

두 번째 점검 장소는 익산지역 상추 시설하우스였다.

익산은 전북에서 상추 재배면적이 가장 큰 주산지다. 이 때문에 장기간 이어지는 폭염이 상추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시장 공급과 가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상추와 같은 엽채류는 고온이 장기간 지속되면 생육이 늦어지고 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며 병해충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시설하우스는 외부 기온보다 내부 온도가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작물뿐 아니라 작업자에게도 위험한 공간이다. 송 장관은 상추 생육 상태와 관수관리, 폭염 피해 예방 상황을 살펴보고 현장에서 일하는 농업인과 외국인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조치도 점검했다.

농식품부는 상추 등 시설채소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기상과 생육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고온 피해 예방용 약제와 차광도포제 등 농자재 지원, 관수관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 입장 “농산물 피해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사람”

이번 현장 점검에서 농식품부가 특히 강조한 것은 생산량보다 ‘사람의 안전’이었다.

폭염으로 농축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면 수급과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농업인이나 외국인 근로자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사고는 무엇보다 먼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농축산물 생산 현장에서 애쓰는 농업인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농식품부는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축 사양관리와 농작물 생육관리 등 폭염 대응 요령을 현장에서 적극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무엇보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농업인과 외국인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이라며 폭염특보 확인, 무더운 시간대 작업 자제, 물·그늘·휴식 등 온열질환 예방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폭염 피해가 농산물 가격 급등이나 수급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안정적인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농림전문가 시각 “폭염은 이제 일시적 재난 아닌 농업의 상시 위험”

농업·기후 분야 전문가들은 최근 반복되는 폭염을 일시적인 기상이변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폭염 발생 기간이 길어지고 강도가 높아질수록 농축산물 생산 시스템 자체를 고온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축산 분야에서는 단순히 물을 뿌리거나 환풍기를 가동하는 수준을 넘어 축사 단열과 환기구조 개선, 냉방설비 확충, 정전 대비 비상전원 확보 등이 필요하다.

특히 육계는 사육밀도가 높고 고온에 취약한 만큼 축사 내부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시설원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비닐하우스는 외부 기온이 35도를 넘으면 내부 온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어 차광과 환기, 관수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온 대응 품종 개발과 스마트팜 기술 확대, 자동환기·냉방시설 보급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 “폭염 속 노동은 생산성 문제가 아니라 생명 문제”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농작업자의 안전이다.

농촌 현장에서는 수확 시기를 놓칠 수 없거나 가축 관리가 중단되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폭염특보가 내려져도 작업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설하우스나 축사 내부에서는 체감온도가 외부보다 크게 높아질 수 있어 짧은 시간의 작업도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령 농업인이 많은 농촌의 특성도 위험요인이다.

고령자는 젊은 사람보다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갈증을 늦게 느끼는 경우가 있어 폭염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언어 장벽 때문에 폭염특보나 안전수칙을 충분히 전달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더운 시간에는 가능하면 쉬어야 한다’는 권고 수준을 넘어 일정 수준 이상의 폭염에서는 작업을 중단하는 명확한 현장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닭고기·상추 가격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현장 사람’

폭염 기사가 나올 때마다 관심은 결국 가격으로 모인다. 닭이 폐사하면 닭고기 가격이 오를 것인지, 상추 생산량이 줄면 채소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가 먼저 주목받는다.

물론 농축산물 수급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이번 폭염 대응에서 더 먼저 봐야 할 것은 그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시설하우스 한낮 온도는 일반 시민이 생활하는 공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질 수 있다. 축사 역시 냉방시설과 환기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작업자가 장시간 머물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그런데 농업 현장에서는 ‘일을 멈추기 어렵다’는 현실이 존재한다.

가축은 폭염이라고 사료 급여와 축사관리를 멈출 수 없고, 농작물은 수확 시기를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정부가 말하는 ‘농작업 멈춤’이 단순한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작업을 멈춰도 농가가 감당해야 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책과 대체인력, 자동화시설, 냉방 인프라 확대가 함께 따라야 한다.

폭염은 앞으로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농업의 새로운 위험요인이다. 올여름 닭 몇 마리가 폐사했고 상추 생산량이 얼마나 줄었는지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축사와 시설하우스를 얼마나 더 안전한 작업장으로 바꿀 것인지, 고령 농업인과 외국인 근로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까지 포함한 농업 폭염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농산물 수급 안정의 시작도 결국 농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게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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