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대규모 부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수십 년간 국가공원으로 추진해온 공간을 단기적인 주택 공급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보전론이 맞서는 모습이다.
최유희 시의원(사진)은 지난 6일 서울시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계기로 용산공원과 용산어린이정원 부지 내 주택 공급 구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 시의원은 “용산공원은 서울 도심에 남은 소중한 국가공원 예정지이자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공공자산”이라며 “용산공원과 어린이정원 부지에는 단 한 채의 주택도 건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용산공원은 관련 특별법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조성과 관리가 추진되는 공간이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용산공원의 관리청을 국토교통부장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택난 절박하지만…공원까지 공급 부지로 활용해야 하나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서울 집값과 주거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도심 내 신규 주택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고,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도심 부지 활용 역시 주택 공급 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거론된다.
용산 역시 서울 중심부라는 입지와 철도·도로망 등을 감안하면 개발 잠재력이 큰 지역이다.
하지만 문제는 주택을 ‘어디에 공급할 것인가’다.
용산공원은 일반적인 유휴 국공유지와 성격이 다르다. 미군기지 반환을 거쳐 장기간 국가공원 조성을 목표로 추진해온 부지라는 점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계획을 변경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과 공공성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한번 공동주택과 도로, 상업시설 등 도시시설이 들어서면 다시 대규모 공원으로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때문에 당장의 주택 공급 효과뿐만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후 서울의 도시 구조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만 늘어나면 끝인가”…교통·학교·생활환경도 문제
용산구민 입장에서 이번 논쟁은 단순히 ‘공원이냐 주택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규모 주택이 새롭게 들어서면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량 확대와 학교, 병원, 어린이집, 주차시설 등 생활 인프라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특히 용산은 한강대로와 이태원·한남동, 서울역과 용산역 주변 등 주요 도로의 교통량이 적지 않은 지역이다.
추가적인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설 경우 주변 도로와 대중교통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신규 아파트 몇 천 가구를 공급하는 것만으로 정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학교 배치와 통학 문제, 차량 증가, 상하수도와 전력 등 기반시설 용량, 공공시설 확충까지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기존 주민들이 개발에 따른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주택 공급 확대를 원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대규모 부지를 전부 공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특히 직장과 주거지가 멀어 장시간 출퇴근하는 시민에게는 도심 주택 공급 자체가 중요한 주거 정책이기 때문이다.
결국 용산구민과 서울시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고 공원 보전 효과와 주택 공급 효과, 기반시설 부담을 비교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용산공원은 단순한 ‘빈 땅’이 아니다
도시환경 측면에서 용산공원의 가치는 단순히 나무가 많은 대형 공원을 하나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울처럼 건축물과 도로가 밀집한 도시에서 대규모 녹지는 여름철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시민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또 도시 곳곳에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는 생태축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용산은 남산과 한강 사이에 위치한다.
장기적으로 용산공원이 충분한 녹지를 확보할 경우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도시 녹지축의 중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계획적인 가치가 크다.
주택 공급 역시 시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이지만 공원 역시 일종의 도시 기반시설이다. 도로와 학교가 필요하듯 고밀도 도시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녹지와 휴식공간 역시 필요하다.
따라서 용산공원 개발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몇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느냐’는 숫자만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녹지를 없앴을 때 발생할 장기적인 환경 비용과 교통·기반시설 확충 비용까지 포함해 판단해야 한다.
주택 공급 대안은 없나…역세권·유휴부지·정비사업 함께 검토해야
최 의원은 용산공원을 활용하지 않고도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역세권을 복합개발하거나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정상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같은 대안 역시 실제 공급 규모와 사업 기간, 주민 갈등, 사업성을 따져봐야 한다. 용산공원 보전을 주장한다고 해서 서울의 주택 공급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원을 지켜야 한다면 정부와 서울시는 그에 상응하는 현실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주택 공급을 위해 용산공원 일부를 활용하겠다면 정확한 개발 면적과 공급 가구 수, 녹지 감소 규모, 교통대책 등을 시민에게 먼저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용산공원 논쟁, ‘집이냐 공원이냐’로 단순화해선 안 된다
서울 시민에게 집은 절박하다. 하지만 녹지 역시 한번 사라지면 다시 확보하기 어려운 공공자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문제를 ‘주택 공급에 찬성하면 개발론자’, ‘공원을 지키자고 하면 주택난을 외면한다’는 식의 이분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먼저 답해야 할 것은 구체적인 숫자다.
용산공원을 활용한다면 실제 몇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지, 서울 전체 주택 공급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공원 면적은 얼마나 줄어드는지, 추가 교통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
반대로 공원 전체를 보전한다면 용산공원이 서울의 환경과 시민 생활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주는지도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특히 용산공원은 수십 년간 국가 차원에서 공원 조성을 추진해온 공간이라는 점에서 정책 변경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이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쉽게 변경된다면 장기 도시계획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최 의원의 “단 한 채도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공원 보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메시지지만, 동시에 서울의 주택 부족 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을 현실적으로 마련할 것인지까지 함께 논의돼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개발과 보전 중 어느 한쪽의 목소리가 큰가가 아니다. 30년, 50년 뒤 서울 시민에게 어떤 선택이 더 큰 자산으로 남을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서울의 중심부에 다시 만들기 어려운 대규모 공원을 남길 것인지, 일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이라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한번 내려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만큼 정부와 서울시는 정치적 구호보다 객관적인 자료와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먼저 시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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