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이 문장을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같은 절차를 제공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평등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이 말이 반드시 공정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과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면 과연 그것이 공정한 것일까? 같은 계단을 오르라고 요구하는 사회는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사회일 수는 있어도, 모두에게 공정한 사회는 아니다.
AI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은 AI가 사람보다 공정하다고 믿는다. 감정이나 선입견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 항상 공정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의 삶은 '평균'이라는 기준만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공공기관이 AI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모든 국민은 동일한 챗봇을 이용하고, 같은 화면에서 같은 절차를 거쳐 민원을 신청한다. 겉으로 보면 누구에게나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화면낭독기로 이용하기 어렵다면 어떨까? 청각장애인이 음성 안내만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면 어떨까?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긴 문장과 복잡한 절차 앞에서 서비스를 포기한다면 과연 이것은 공정한 행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서비스는 동일했지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동일하지 않았다. 이것이 평등(Equal Treatment)과 공정성(Equity)의 차이다.
평등은 모두를 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것이다. 공정성은 서로 다른 조건을 고려하여 누구나 동등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가치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장애인을 특별히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장벽을 제거하여 동등한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AI도 이 원칙을 따라야 한다. 최근 생성형 AI와 디지털 행정서비스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AI 서비스는 '비장애인 이용자'를 중심으로 설계된다. 장애인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이나 접근 환경, 인지 특성은 설계의 출발점이 아니라 사후 보완의 대상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접근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격차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AI가 시각장애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정보 접근권은 제한된다. 음성 기반 AI가 청각장애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의사소통의 기회는 줄어든다. 쉬운 문장(Easy Read)이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지원하지 않는 AI는 발달장애인의 정보 접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AI가 장애인을 차별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애인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AI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불평등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모두에게 같은 AI'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AI다.
국제사회도 이러한 방향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인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를 위해 접근성과 합리적 편의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을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누리기 위한 사회적 장치다.
AI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기술은 사람을 평균에 맞추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다양한 사람의 삶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방향을 '공정한 AI(Fair AI)', '포용하는 AI(Inclusive AI)'라고 부르고 싶다. 공정함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또한, 포용은 서로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AI 시대 장애인 복지가 지향해야 할 미래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다, 누구도 이용에서 배제되지 않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다. 기술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포용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선택해야할 헌법적 가치다. AI가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할수록 기술은 신뢰와 함께 발전한다. 나아가, AI가 더 다양한 사람을 포용할 때 비로소 사회도 함께 발전한다. AI 시대 장애인 복지의 목표는 가장 똑똑한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기술 앞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디지털 포용이며, 장애인권이 AI 시대에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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