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병, 농협 ‘기득권 구조’ 정면 겨냥…200만 조합원에 중앙회장 선택권 돌리나

이정윤 발행일 2026-09-22 12:59:50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농협중앙회의 권력구조를 바꾸기 위한 농협법 개정 논의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중앙회장을 소수 조합장이 선출하는 현행 방식
에서 벗어나 전체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고, 중앙회 내부 감사 기능을 독립된 조직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사진) 의원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번 개정 논의가 주목되는 것은 단순히 중앙회장 선거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농협중앙회의 권력과 감사 구조 자체를 손보는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앞서 특별감사와 정부합동 감사 과정에서 취약한 내부통제와 인사·경영의 불투명성, 금품선거 문제 등이 확인됐다며 농협 지배구조 개혁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4월 당정협의를 통해 차기 중앙회장 선거부터 조합원 직선제를 도입하는 방향을 발표했다.

윤준병, 선거제도 넘어 ‘농협 권력구조’ 수술대 올렸다

윤 의원이 추진하는 개혁의 핵심은 중앙회장 선출권을 전체 조합원에게 확대하고 감사 기능을 중앙회 권력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다.

윤 의원이 이날 밝힌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의 협의 내용에 따르면 농협감사위원회는 법 통과 후 6개월 이내 이행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1년 안에 분사화를 시행한 뒤 2년 이내 독립 법인화를 완료하는 단계적 방안이 제시됐다.

전 조합원 직선제의 경우 중앙회가 선거비용을 부담하고, 선거의 과도한 정치화를 막기 위해 입후보자의 정당 가입 제한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 같은 방향은 정부가 올해 들어 추진해 온 농협 개혁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농식품부는 농협개혁 추진단을 구성해 협동조합·지배구조 전문가와 농업계·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4월에는 직선제와 내부통제 강화 등을 포함한 후속 개혁 논의에도 착수했다.

윤 의원은 “개혁의 주체인 정부와 대상인 농협중앙회가 오랜 협의 끝에 대타협을 이뤄냈다”며 국회가 입법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천여 조합장 중심 선거에서 200만 조합원 참여로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중앙회장 선출 구조다.

농식품부가 지난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중앙회장 선거는 약 1,110명의 조합장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소수의 투표권자가 공개돼 있는 선거구조가 금품선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합원 참여 확대를 추진해 왔다. 당시 정부가 밝힌 전체 조합원 규모는 약 204만 명이다.

이는 농협의 대표성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된다.

농협은 일반 주식회사와 달리 조합원이 출자하고 조합원의 경제·사회적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이런 구조에서 중앙회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선출권을 조합장에게 둘 것인지, 일반 조합원까지 확대할 것인지는 농협 지배구조의 성격을 결정하는 문제다.

윤 의원이 이번 개혁을 ‘조합원 주권 회복’으로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협 전문가 시각…“직선제만 도입한다고 개혁 완성되는 것 아니다”

다만 농협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핵심은 선거 방식 하나만이 아니다.

농협중앙회장 선출을 200만여 조합원에게 확대하면 대표성을 강화할 여지가 있지만, 전국 단위 선거로 확대되는 만큼 선거비용 증가와 후보 난립, 조직 동원, 정치화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실제로 농식품부 역시 현장 의견수렴 과정에서 직선제에 따른 선거 과열과 정치화, 독립 감사위원회 신설에 따른 재정 부담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에 선거 공영제와 피선거권 강화, 회장·조합장 동시선거 등의 보완책을 검토해 왔다.

따라서 농협 개혁의 성패는 ‘직선제냐 간선제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협동조합 지배구조 관점에서는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어떻게 분산하고, 인사와 사업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어떻게 높이며, 감사조직이 실제로 경영진과 독립해 감시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

특히 감사위원회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더라도 인사권과 예산권이 실질적으로 독립되지 않는다면 조직만 분리하는 데 그칠 수 있다. 반대로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중앙회와 지역 농·축협의 정상적인 경영까지 과도하게 제한한다면 협동조합의 자율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국민의힘·일부 농협 측은 “관치·자율성 훼손” 우려

반대 목소리도 존재한다.

농협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는 직선제가 선거 과열과 정치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 감독 강화 및 외부 독립 감사기구 설치가 농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지난 4월 국회 논의에서도 국민의힘 측에서는 개정안 처리 절차와 정부의 개입 확대 등을 놓고 ‘관치 농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농협 내부의 반발도 상당했다. 지난 4월 농협중앙회가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고 밝힌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96.1%가 중앙회장 전 조합원 직선제에 반대했다는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전체 조합원 조사가 아니라 현행 선거권을 가진 조합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윤준병이 던진 질문은 ‘누가 농협의 주인인가’

이번 농협법 개정 논의에서 윤준병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중앙회장을 누가 뽑느냐에 머물지 않는다.

‘농협의 실질적인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정부가 특별감사와 정부합동 감사를 거쳐 내부통제와 경영 투명성 문제를 개혁 과제로 제시했고, 농식품부가 직선제와 독립 감사기구 도입을 추진해 온 만큼 이제 국회에서는 찬반 구호보다 제도의 실효성을 따지는 작업이 중요하다.

윤 의원이 직선제와 감사기구 독립을 국회 의제로 밀어 올리면서 농협 개혁 논의를 구체적인 입법 단계로 끌고 온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직선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금품선거와 중앙회 권력 집중 문제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비용 관리와 후보자 검증, 중앙회장의 권한 분산, 감사위원회의 인사·예산 독립성까지 함께 설계돼야 개혁 취지가 제도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농협법 개정의 평가는 여야 어느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느냐가 아니라, 200만여 조합원의 권한이 실제로 확대되고 중앙회 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윤준병 의원이 밀어붙이고 있는 농협 개혁안 역시 그 기준에서 검증돼야 한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바꾸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이 중앙회를 통제하고 중앙회가 다시 농민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도록 만드는 구조까지 구축할 수 있느냐가 이번 개혁의 최종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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