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화장실 대란’의 이면에는 도로 관리 주체인 한국도로공사의 안일한 탁상행정과 예산 홀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행료를 매번 지불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인철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갑)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년 반복되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혼잡의 주원인은 도로공사의 법정 기준 미준수와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 등 부실 행정 탓으로 확인됐다.
법정 기준 무시한 ‘엉터리 비율’… 현장은 이용자 고통만 가중
현행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취지를 반영한 한국도로공사의 ‘변기수량 산출기준’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생리적 특성 및 이용 시간을 고려해 여성 변기 수는 남성 변기 수(대·소변기 합산)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2026년 기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이 같은 규정을 비웃듯 남성 변기가 여성 변기보다 수십 개 더 많거나 동일하게 설치된 곳이 다수 방치돼 있었다. 강릉(영동), 경주(경부), 단양팔경(중앙), 서천(서해안), 천안호두(경부) 등 주요 노선 휴게소 상당수가 여전히 남녀 1:1 수준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여성 화장실 혼잡을 구조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실제 명절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분통은 극에 달해 있다. 귀성길에 오른 한 운전자는 "비싼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고 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 하나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30분씩 줄을 서야 하는 현실이 정상이냐"며 "기본적인 생리현상 해결조차 보장하지 못하면서 공기업이 서비스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용자 수 파악조차 못 하는 ‘깜깜이’… 대책 예산은 63% 급감
행정의 무능함은 수요 예측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도로공사는 ‘인원을 계측할 시스템이 없다’는 핑계로 화장실 이용객 현황 통계조차 파악하지 않는 ‘깜깜이 행정’을 이어왔다.
더욱이 이용객 폭증 시 숨통을 틔워줘야 할 ‘명절 임시 화장실 설치 예산’마저 큰 폭으로 깎아버렸다. 명절 임시 화장실 예산은 2024년 1억 1천만 원에서 2026년 4천만 원으로 3년 만에 63.6% 급감했다. 혼잡도 조사는 손을 놓고, 그나마 있던 긴급 대책 예산까지 대폭 축소한 셈이다.
매년 명절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거대한 '주차장'을 넘어 '화장실 생지옥'으로 변한다. 특히 여성 화장실 앞에 똬리를 튼 수십 미터 대기줄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발을 동동 구르는 귀성객들의 분통 섞인 탄식은 이제 명절의 잔혹한 연례행사가 됐다.
휴게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막대한 통행료 수익을 올리는 공기업이 ‘예산이 없다’며 가장 기본적인 복지이자 안전 인프라인 화장실 확충을 외면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거세다.
조인철 의원은 “명절 귀성길마다 여성 화장실 앞에 끝없는 대기줄이 늘어섰던 것은 단순한 이용객 집중 때문이 아니라, 도로공사의 기준 미달 시설 방치와 예산 삭감이라는 탁상행정이 낳은 인재(人災)”라고 질타했다. 이어 “한국도로공사는 하루빨리 화장실 이용 수요와 혼잡도를 과학적으로 계측하고, 법적 기준에 맞춰 전면적인 개보수와 시설 확충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파행을 두고 조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의 파렴치한 부실 행정을 정조준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조 의원은 도로공사가 법적 의무조차 짓밟은 채 예산을 깎아내린 행태를 두고 "공기업의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대국민 기만"이라며 칼날을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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