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벌점 소송으로 묶어두고… 1,500억대 공공감리 쓸어 담은 부실 업체들

이정윤 발행일 2026-09-21 14:33:41
가처분·본안소송 악용해 3년 넘게 제재 무력화… 6개 사, 1,521억 원 규모 낙찰 따내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2022년 ‘무량판 구조 철근 누락’ 사태로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감리·건설사업관리 업체들이 사법절차의 맹점을 악용해 벌점을 회피하고, 수천억 원대의 공공 건설 감리 물량을 지속적으로 수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벌점 집행정지 처분으로 인해 낙찰받은 현황('24.4월~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시갑)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정부 전수조사에서 무량판 기둥 철근 누락 책임이 적발된 6개 업체가 제재 지연을 틈타 따낸 건설사업관리용역 낙찰 규모는 총 1,521억 8,660만 원에 달했다.

이들 업체가 현장에서 여전히 일감을 쓸어 담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송을 통한 행정처분 효력 정지’라는 제도적 허점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 사법체계상 정부가 벌점을 부과하더라도 업체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을 제기하면 확정판결 전까지 벌점의 효력이 멈춘다.

해당 6개 업체는 이를 이용해 3년 넘게 법적 공방을 이어가며 입찰 불이익을 완전히 피해 갔다.


실제 음성금석 A2지구에서 무량판 기둥 123개 중 101개소의 전단보강근 누락을 걸러내지 못했던 A업체는 사태 이후 남양주진접2 A-1BL 등 8개 사업에서 314억 8,800만 원 규모의 감리용역을 따냈다.

감리를 맡았던 C업체 역시 8개 사업(413억 2,700만 원), E업체도 11건(297억 1,700만 원)을 낙찰받았다. 특히 이들 6개 업체가 사업 전반을 총괄 주도하는 ‘대표사’ 자격으로 따낸 계약만 22건에 이른다.

조달청이 뒤늦게 대응에 나서 2025년 9월부터 주요 벌점 부과 사업을 유사용역수행실적 평가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시행했으나,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소송이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벌점 부과 처분 자체가 확정되지 않아 실제 적용 건수는 ‘0건’에 그쳤고, 제도 시행 이후에도 해당 업체들은 버젓이 12건의 낙찰 실적을 추가했다.

건설안전 전문가들은 건설사업관리자(감리) 본연의 책무 붕괴와 사법 절차 악용 구조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안전공학 교수는 “건설사업관리자는 발주청을 대신해 시공 과정의 구조적 결함과 위험 요소를 사전에 걸러내는 최종 안전망이자 법적 책임 주체”라며 “100곳이 넘는 기둥의 철근 누락을 방치한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닌 감리 시스템의 총체적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생명과 직결된 중대 결함을 낸 업체가 소송 장기화를 방패 삼아 또다시 다른 현장의 감리 대표사로 들어가는 것은 안전 불감증에 합법적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며 “판결 확정 전이라도 중대 과실 혐의가 입증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거나 평가 페널티를 부과하는 실질적 안전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진석 의원은 “사법체계 존중과 별개로, 공사 관리를 부실하게 한 업체가 대규모 공공 감리를 계속 독점하도록 방치한다면 건설 안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며 “최소한의 제재를 위해서라도 조달청의 입찰보증금 납부 면제 혜택 대상에서 이들 업체를 즉시 배제하고, 소송 남용을 통한 일감 따내기를 차단할 수 있는 실효적 법·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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