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쪽 구석에 내걸린 대형 홍보 간판의 문구는 화려했다. ‘친환경 RE100 산업벨트’, ‘국가 AI 데이터센터 거점’
본래 약속했던 관광·정주 인프라는 20년간 팽개쳐 둔 채, 국가적 유행어가 된 ‘RE100’과 ‘AI’라는 간판만 덧칠해 토지 분양 장사에 나선 민간 시행사의 민낯이었다.
공공 혈세로 깔아준 인프라, 과실은 민간 대기업으로… “전형적인 개발 세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구자근 의원은 22일, 정부와 지자체의 대규모 공공 재정 지원이 솔라시도 개발 주체인 BS그룹의 토지 가치 상승과 천문학적 사적 이익으로 귀속되고 있다고 맹폭했다.
솔라시도는 지난 2005년 문체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이래 2013년 착공 후 10년이 넘도록 아파트 한 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기업 없는 기업도시’라는 오명 속에 전남도의회의 질타가 쏟아지자, 사업시행사인 BS그룹은 최근 재생에너지 산단과 데이터센터 유치로 사업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에 대해 구자근(사진) 의원은 “국민 혈세와 지자체 예산으로 도로·전력망 등 필수 기반시설을 죄다 닦아주니, 민간 기업이 20년의 사업 파탄 책임을 덮기 위해 ‘RE100’이라는 면죄부를 쓰고 분양 차익을 거두려는 파렴치한 땅 장사를 벌이고 있다”며 “공공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 폭리를 취하는 명백한 ‘개발 사기극’”이라고 직격했다.
특히 토지이용계획안의 변경 흐름 역시 구 의원의 비판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관광·문화 집적지구로 묶여 분양이 제한됐던 노른자위 땅들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와 맞물려 ‘산업·복합용지’로 용도 전환되며 공시지가와 민간의 자산가치를 비정상적으로 부풀리고 있는 구조가 역력했다.
태양광 전문가 “계통 왜곡한 금융 머니게임… 기형적 인센티브가 낳은 비극”
신재생에너지 및 전력계통 전문가들의 기술적 진단은 더욱 처참하다. 기자가 접촉한 복수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솔라시도에 들어선 대규모 태양광 단지가 국가 에너지 안보나 분산에너지 전환보다는, ‘단기 금융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형적 산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전력계통 전문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솔라시도 태양광 단지는 2019년 산업부 분산에너지과로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중치 ‘5.0’을 인가받아 막대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수익을 챙겼다”면서 “ESS 가중치 5.0은 태양광 피크 시간대 계통 유연성에 기여하기보다 특정 시간대 집중 충·방전 꼼수를 통해 비정상적인 폭리를 안겨준 대표적 정책 실패작이었고, 결국 2020년 4.0 축소를 거쳐 2021년 완전히 폐지됐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현재 호남권은 송배전망 부족으로 태양광 발전 강제 중단(출력제어)이 일상화된 위험 지대”라며 “현실적인 전력망 대책도 없이 민간 땅값을 띄우기 위해 ‘RE100 산단’과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는 것은 전력 공학적으로 명백한 허상이자 대국민 기만”이라고 꼬집었다.
인가권 쥔 관료가 민간기업 고위직으로… 기자가 묻는다, “이것이 공정인가”
이번 사태의 가장 짙은 의혹이자 본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대목은 ‘인허가 당사자들의 민간기업 직행’이다. 정책 결정권을 행사했던 경제·산업 관료들이 대거 BS그룹의 수뇌부로 안착해 있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낸 고형권 씨가 BS그룹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며, 무엇보다 솔라시도 태양광에 ‘ESS 가중치 5.0’이라는 막대한 특혜성 인가를 내줬던 문병철 전 산업부 분산에너지과장마저 BS그룹 계열사 고위직으로 영입됐다. 인허가 도장을 찍어준 공직자가 그 특혜를 누리는 민간 수혜 기업의 임원으로 변신한 것이다.
구자근 의원은 “자신이 국가 공권력으로 천문학적 특혜를 안겨준 민간 기업의 최고위직으로 직행한 것은 단순한 전관예우나 이해충돌을 넘어선 권력형 범죄 카르텔”이라며 “국정감사에서 사업 승인부터 가중치 인가, 공직자 영입 뒷배까지 낱낱이 파헤칠 것이며 대가성 뇌물 수수와 직권남용에 대해 감사원 전면 감사와 사정 당국의 강제 수사를 즉각 요구하겠다”고 천명했다.
구 의원은 “국민 혈세와 공공 재정이 특정 민간 기업의 배를 불리는 도구로 악용되고, 그 뒤에서 전·현직 관료들이 인허가 장사를 벌여 사익을 나눠 먹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비리”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사업 승인부터 가중치 인가, 공직자 영입 뒷배까지 철저히 파헤쳐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할 것이며, 대가성 뇌물 수수와 직권남용 여부에 대해 검찰과 경찰 등 사정 당국의 즉각적이고 강제적인 수사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전했다.
국가 균형발전과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실패한 민간 개발사업의 손실을 공공 혈세로 메워주고 그 과실을 민관 유착 카르텔이 독식하는 구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약속했던 관광 인프라는 온데간데없고, 전력망도 없는 곳에 ‘AI·RE100’ 깃발만 꽂아 땅값을 올리는 이 기괴한 현장은 철저한 사법적 단죄 없이는 결코 바로잡힐 수 없다. 공직의 무게를 사익과 맞바꾼 전직 관료들과 이를 이용해 배를 불린 기업에 대해 사정 당국이 어떤 칼날을 들이댈지 끝까지 추적 취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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