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베트남·인도네시아서 ‘에너지 영토’ 확장…관건은 네트워크의 수주 전환

이정윤 발행일 2026-09-22 12:12:26
대우건설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에너지·인프라 시장 공략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과거 해외건설이 도로·항만·플랜트 등 개별 프로젝트를 수주해 시공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 대우건설의 행보는 원전과 LNG 발전, AI 데이터센터, 신도시 개발까지 묶어 사업을 제안하는 ‘복합 디벨로퍼’ 전략에 가깝다.

특히 정원주 회장이 직접 현지 정부와 발주처 고위 관계자를 만나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해외건설 업계에서는 고위급 네트워크 구축이 사업 초기 진입에는 유리하지만, 실제 수주와 수익성 확보까지 이어지려면 금융조달과 사업성 검증, 현지 파트너 확보라는 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 사옥

베트남 30년 네트워크, 원전·LNG 사업으로 확장

대우건설은 베트남에서 장기간 축적한 도시개발 경험을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정원주 회장은 지난 8일 방한한 부 다이 탕 하노이 시장을 만나 스타레이크 신도시를 비롯해 향후 신도시·인프라·에너지 분야의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에서 스타레이크시티를 비롯한 도시개발 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분야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레 마잉 훙 베트남 산업통상부 장관과 만나 원전과 LNG 터미널 등 에너지 사업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베트남 산업통상부 방한단이 국내 건설사 가운데 대우건설과 별도 면담을 진행한 것도 회사 측이 강조하는 현지 네트워크의 한 단면이다.

주목할 부분은 대우건설이 베트남 사업의 무게중심을 기존 도시개발에서 원전·LNG·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로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원전 사업은 일반 건설공사와 성격이 다르다. 건설사의 시공 능력만으로 수주가 결정되지 않고 정부 간 협력, 금융지원, 원전 기술 공급망, 현지 기업 참여, 장기간의 정책 안정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베트남에서 구축한 30년 사업 경험이 초기 경쟁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이것이 곧 원전 수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베트남 산업부 장관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SMR+LNG+AI 데이터센터’…단순 시공 넘어 개발사업 노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더욱 공격적인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자카르타를 방문해 현지 정부·정계 인사와 주요 개발사를 만나 SMR과 LNG 터미널·발전소, 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구축하는 이른바 ‘올인원 융복합 개발’ 모델을 제안했다.

이는 해외건설업계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변화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대우건설이 원전·SMR이나 LNG 발전시설과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것은 ‘발전시설을 짓는 건설사’에서 ‘전력 생산과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을 동시에 개발하는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올해 4월 데이터센터 TFT를 신설하고 부지 매입과 인허가, 설계·시공에서 운영·관리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7월에는 데이터센터 전문 운영사 KINX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데이터센터 사업의 개발·시공·운영 역량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9일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이 토도투아 파사리부 차관 등 주요 정부 인사와 면담을 가졌다. 사진 가운데 왼쪽 방향으로,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토도투아 파사리부(Todotua Pasaribu) 투자·다운스트림부 차관, 안디 마울라나(Andi Maulana) 투자서비스국 국장, 리코 루스톰비(Rico Rustombi) 투자·다운스트림 산업부장관 특별보좌관>

해외건설 전문가 시각…“기술보다 어려운 것은 사업 구조와 금융”

다만 SMR·LNG·AI 데이터센터를 한꺼번에 결합하는 사업은 규모가 커지는 만큼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

해외 대형 인프라 사업은 발주처가 공사비를 지급하는 단순 도급방식에서 벗어나 건설사가 금융조달과 지분투자, 운영까지 참여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사업을 제안했느냐’가 아니라 사업비를 어떤 구조로 조달하고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특히 원전과 SMR은 국가 에너지정책과 규제, 인허가가 핵심 변수이고 LNG 사업은 국제 에너지가격과 장기 구매계약에 영향을 받는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전력망 확보와 냉각용수, 통신망, 실제 입주 수요가 사업성을 좌우한다.

따라서 세 사업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한 분야의 일정 지연이나 사업비 증가가 전체 프로젝트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해외건설 전문가 관점에서 대우건설의 전략을 평가할 때 ‘고위급 네트워크’보다 향후 금융조달 구조와 현지 사업 파트너, 전력 구매계약, 사업비 회수 방식 등을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체코 원전 경험 앞세워 ‘글로벌인프라본부’까지 신설

대우건설 내부의 조직 변화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4월 해외사업단과 원자력사업단을 통합·확대해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신설했다. 해외 영업망과 원전 기술 경쟁력을 하나의 조직으로 결집해 신규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체코 원전 사업 참여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과 베트남 등 신규 해외 원전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LNG 분야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건설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지난 8월 모잠비크 ‘Rovuma LNG 1단계’ 프로젝트와 관련한 낙찰의향서를 접수했다. 최종투자결정과 EPC 본계약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대형 LNG 사업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동남아 에너지 시장 공략에서도 활용 가능한 경험이다.

  ‘회장 네트워크’ 넘어 실제 계약과 수익성으로 증명해야

대우건설의 최근 해외 행보는 분명 과거와 결이 다르다. 단순히 해외 공사를 따내는 수준을 넘어 도시개발과 원전, LNG,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사업 자체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베트남에서 쌓아온 장기간의 사업 경험과 인도네시아 정부·기업과의 네트워크는 신규 시장 진입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해외건설에서 정상급·장관급 면담이나 MOU는 사업의 출발점이지 최종 성과가 아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는 사업 발표 이후에도 인허가와 재원조달, 사업성 검토, 최종투자결정 등을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업 규모가 축소되거나 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

특히 원전·SMR과 AI 데이터센터를 결합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일수록 초기 수주액보다 장기적인 수익성과 위험 배분 구조가 중요하다.

대우건설이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 목표를 기존 18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상향한 만큼 해외 대형 프로젝트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 3조9,949억 원, 영업이익 4,87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정원주 회장이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의 진정한 성과는 ‘누구를 만났느냐’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를 실제 계약으로 연결하고, 그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남기느냐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대우건설의 에너지·인프라 확장 전략이 단순한 해외 영업을 넘어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제 시장의 관심은 ‘네트워크 구축’에서 ‘수주와 수익성 증명’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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