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지 5년 만이다. 김보현 사장이 물러나고 1996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한 이강석 대외협력단장이 사장 내정자로 낙점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단순한 최고경영자 교체가 아니라 ‘대우건설의 중흥 색깔 지우기’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8일 재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건설업계의 주요 그룹으로 급부상했다. 정창선 회장에게 대우건설은 그룹의 외형을 키우는 승부수였다.
대우건설의 기술력과 해외 네트워크에 중흥의 자금력과 오너십을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시장의 질문은 달라졌다. ‘중흥이 대우건설의 가치를 얼마나 키웠느냐’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변동성을 겪었다. 올해 들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과거 대우건설이 보여줬던 해외사업 경쟁력과 글로벌 건설사로서의 존재감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일반적인 중견 건설사와 달리 대우그룹 시절부터 축적한 해외사업 경험과 조직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대주주가 바뀌었다고 기업문화와 조직의 DNA까지 바꾸는 것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의 상징성은 이강석 사장 내정자가 ‘중흥맨’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내정자는 대우건설 내부에서 성장한 정통 대우맨이다. 해외사업과 영업, 대외협력 등을 두루 경험해 회사의 조직문화와 사업구조를 잘 알고 있다.
결국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5년 만에 선택한 카드는 ‘중흥식 인물’이 아닌 ‘대우건설 내부 인재’였다.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대우건설의 경쟁력은 단순한 주택사업이 아니라 해외 플랜트와 인프라 등에서 쌓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라며 “내부 출신 CEO가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해외 수주와 수익성 개선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인사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창선 회장과 중흥그룹에도 이번 인사는 시험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5년이 지난 시점에서 결국 대우건설 내부 출신 인사를 사장 내정자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자칫 지난 5년간의 경영 방식에 대한 사실상의 수정으로 비칠 수도 있다.
물론 ‘대우맨’의 귀환만으로 중흥식 경영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이강석 내정자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느냐다. 대우건설의 독자적인 기업문화를 인정하면서도 대주주가 주요 경영 판단에 계속 개입한다면 이번 인사는 보여주기식 인사에 그칠 수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성패는 이강석 내정자 개인보다 대주주가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하느냐에 달렸다”며 “대우건설을 중흥화하기보다 대우건설의 경쟁력을 키워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국 대우건설의 미래는 중흥의 색깔을 얼마나 입히느냐가 아니라, 대우건설이 원래 갖고 있던 경쟁력을 얼마나 되살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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