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 들면서 기준은 ‘주먹구구’… 서울시 균형발전, ‘깜깜이 선정’ 끊어내야

이정윤 발행일 2026-09-02 16:42:53
서울시의회 임시회서 균형발전사업 선정 모호성 도마 위
전문가 “근거 없는 지정이 지역 갈등 유발… 체계적 평가틀 구축해야”



서울시가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매년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사업 선정 과정에서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관행적 사업 선정 방식을 탈피하고, 계획 수립 단계부터 투명한 평가지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시의회 박희정 의원(사진)은 지난 1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균형발전본부 소관 업무보고에서 서울시 균형발전사업의 모호한 선정 프로세스를 집중 조명했다.

박 시의원이 균형발전본부의 주요 업무보고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16개 대규모 과제는 사업의 타당성을 입증할 객관적 근거나 정밀한 수요조사 프로세스 없이 단순히 나열된 수준에 그쳤다.

 
이날 질의에서 박 의원은 “균형발전사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장기 과제인 만큼, 사업이 끝난 뒤 잘했는지 따지는 결과 중심 평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초기 계획 수립 단계부터 사업 추진 전 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과정 중심의 평가 체계’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지역이 왜 선정됐는지 명확한 지표가 있어야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고, 소외 지역의 역차별 논란과 지역 간 갈등도 비로소 해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석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과거부터 제안되었던 사업이거나 차량기지 이전 등 새로운 개발지가 등장함에 따라 사업을 구상해 진행해 온 측면이 있다”며 객관적 지표가 부족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강 본부장은 “장기 사업 특성상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서울연구원의 연구 보고서 등을 면밀히 검토해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도시계획 및 지역발전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며, 서울시의 정책 프로세스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계획학 과 교수는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관행적 결정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어느 지역에 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데이터가 사전에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에서 제외된 지역은 상실감과 역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연구원이 제안한 ‘균형발전 역량 평가제’와 같이 계획 단계부터 성과 관리, 사후 영향 분석까지 연결되는 통합 평가지표 체계를 신속히 제도화해야 1조 7,0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의 2026년 세출예산은 1조 7,808억 원에 달한다. 거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단순한 사업 나열식 행정에서 벗어나 타당성과 투명성을 갖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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