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의 경제 칼럼] 지방국립대 등록금 0원, 인구유출을 늦출 뿐 정착을 만들지 못한다

김민규 칼럼니스트 발행일 2026-09-03 15:23:44
산업기반 없는 등록금 지원의 정책적 한계
▲ 김민규 칼럼니스트 (도시공학 박사수료)

지방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이 지방소멸을 완화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가능성은 낮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라는 위기 앞에서 파격적인 재정 지원책이 거론되지만 등록금 면제라는 유인책 하나로 인구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

인구 이동과 정주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등록금 절감이 아닌 일자리와 정주 여건이다.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는 취업 기회의 다양성, 직무 발전 가능성,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수준에 있다. 등록금 면제 혜택이 입학 단계에서 일시적인 학생 유치 효과를 낼 수는 있으나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졸업 시점에 맞물려 수도권으로의 재유출이 발생한다. 결국 소멸 위기 지역에 청년이 영구적으로 정착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방국립대가 배출하는 전공 인력의 구성과 지역 산업 생태계 간의 구조적 불일치는 이러한 유출을 더욱 가속화한다. 제조업이나 농식품, 전통 기간산업 위주로 형성된 지방 도시의 산업구조와 청년층이 선호하는 IT, 금융, 연구개발, 전문 서비스 직종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지역 내에 전공 지식을 발휘할 만한 기업과 연구 기반이 부재한 상태에서 등록금만 지원해 인재를 양성한다면 졸업과 동시에 이들은 수도권의 거대 노동시장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청년의 생활 터전이 아닌 일시적 학업 공간으로 기능하는 구조에서는 등록금 지원이 정주로 전환될 통로 자체가 막혀 있는 셈이다.

재정 투입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제약이 명확하다. 수조 원에 달하는 공공 재정을 모든 지방국립대 학생의 학비 지원에 포괄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은 실제 지역에 남아 경제 활동을 영위할 인구를 유지하는 데 비효율적이다. 지역 내 정주 확률이 낮은 전공이나 타 지역 출신 학생에게까지 무차별적인 혜택이 분산되면 투입 비용 대비 인구 분산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은 지방국립대 등록금 면제가 지방소멸 완화에 있어 명백한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일자리 생태계 조성과 기반시설 확충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등록금 지원은 인구유출을 단 몇 년 늦추는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 또한, 지방소멸 대응 예산의 우선순위를 고려할 때 직접적인 고용 및 산업유치 전략과 연계되지 않는 단편적 복지 정책은 지역인구 유입의 실질적 동력이 되지 못한다.

결국 지방소멸 대응 정책은 현금성 수혜를 통한 진입 장벽 낮추기에서 벗어나 청년이 지역에서 자립하고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물리적 토대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한정된 국가 재정을 등록금 전액 면제와 같은 포괄적 지원에 일괄 투입하기보다는 지역 거점 산업과 대학의 공동 R&D 투자, 도심 연계형 청년 주거 및 생활 인프라 확충 등 정주 유인을 직접 창출하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일자리와 도시 기능이라는 본질적인 정주 기반이 갖춰지지 않는 한 등록금 0원이라는 유인책은 지역 인구감소를 막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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