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8억이 3680억으로…기후동행카드 예산 2.5배 증가, 수요예측 적정성 도마

이정윤 발행일 2026-09-03 20:25:48
두 차례 추경 거치며 본예산 대비 247% 수준으로 확대…페이백·운송손실금 추가
교통전문가 “교통복지 효과뿐 아니라 이용자 1인당 재정부담·국비 분담까지 함께 평가해야”

서울시 대표 대중교통 정책인 기후동행카드 관련 예산이 당초 1488억원에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거치며 3680억원 규모로 확대되면서 사업 초기 수요와 재정 부담을 제대로 예측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시민의 대중교통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의 필요성과 별개로 당초 편성한 예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재원이 추가로 필요해졌다면 이용자 규모와 운송손실, 지원 비용 등에 대한 서울시의 사전 추계가 적절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체 교통지원 제도가 마련된 상황에서 서울시 자체 재정을 계속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의회 고찬양 시의원(사진)은 기후동행카드 사업 예산이 당초 본예산보다 크게 증가했다며 서울시의 수요예측과 재정운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본예산 1488억원→3680억원…두 차례 추경으로 2192억원 늘어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관련 본예산은 당초 1488억원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1차 추경에서 기후동행카드 페이백 사업을 위해 1068억원을 증액한 데 이어 2차 추경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운송손실금 지원을 위해 1124억원을 추가 편성해 제출했다.

이를 모두 합하면 관련 예산은 3680억원에 달한다. 당초 본예산의 약 2.47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추경은 당초 예상하기 어려웠던 재정수요나 불가피한 추가 사업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하나의 사업에서 연이어 대규모 추가 예산이 필요해졌다면 사업 초기 수요와 비용 추계 과정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액형 교통패스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시민의 교통비 절감 효과는 커질 수 있지만 서울시와 운송기관이 부담해야 할 재정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다.

따라서 가입자 증가 자체만으로 정책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보다 이용자 증가에 따라 어느 정도의 추가 재정이 발생하는지까지 함께 예측해야 한다.

페이백 정책은 의회 심의 전 발표…절차 논란

예산 편성 절차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 의원은 1차 추경 당시 기후동행카드 페이백 사업이 서울시의회 예산 심의·의결에 앞서 시민에게 발표된 점을 문제 삼았다.

고 의원은 “예산이 수반되는 정책이라면 시민에게 발표하기에 앞서 의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정책 발표와 예산 편성 사이의 순서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가 정책을 먼저 공식 발표한 뒤 필요한 예산을 의회에 제출하면 예산을 심사하는 의회 입장에서는 이미 시민에게 약속한 사업을 삭감하거나 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일수록 사업 시행에 필요한 예산과 재원 조달방안, 지속 가능성을 먼저 검토하고 의회의 예산심사를 거친 뒤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확정하는 것이 재정운용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운송손실금 1124억원 추가…초기 수요예측 적절했나

2차 추경에 반영된 1124억원 규모의 서울교통공사 운송손실금 지원 역시 따져볼 대목이다.

기후동행카드 이용자가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정액요금과 실제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수입 차이 등을 보전하기 위한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 도입 단계에서 이용자 규모별 재정 시나리오를 충분히 마련했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30만명일 때와 50만명, 70만명으로 증가했을 때 서울시 부담이 각각 어느 정도로 늘어나는지 사전에 분석했다면 추가 재정 규모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의원은 “보다 정확한 수요·재정 추계를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불필요한 추가 재정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비 지원 대안 있었나…정책 간 재정부담 비교 필요

고 의원은 정부의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모두의카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후동행카드에 서울시 재정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것과 달리 국비 지원이 가능한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면 서울시의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고 의원은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들을 신속하게 모두의카드로 전환하도록 정책을 유도했다면 지금처럼 막대한 운송손실금과 각종 지원 비용을 떠안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책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국비가 지원되는가’만 비교해서는 부족하다.

두 제도가 시민에게 제공하는 할인 수준과 대상자 범위, 이용방식, 서울시 부담액, 중앙정부 지원액 등이 서로 다를 수 있는 만큼 동일한 조건에서 비용과 편익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교통전문가 “가입자 숫자보다 이용자 1명당 재정비용 따져야”

교통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지원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때 이용자 숫자와 만족도뿐 아니라 재정 투입 대비 효과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대중교통 전문가는 “정액 교통패스는 시민의 교통비 부담을 낮추고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보전금도 늘어날 수 있다”며 “가입자가 많다는 것만으로 사업의 재정적 지속가능성까지 확보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평가에서는 이용자 1인당 얼마의 재정이 투입됐는지, 승용차 이용이 실제 대중교통으로 얼마나 전환됐는지, 가계 교통비가 얼마나 줄었는지 등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유사한 대중교통 지원제도를 동시에 운영하는 상황에서는 재원 분담 구조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는 “시민에게 동일하거나 비슷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면 지방비 100%에 가까운 방식과 국비가 투입되는 방식 가운데 지방정부의 장기적인 재정부담이 어느 쪽이 작은지 비교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며 “다만 단순히 국비 지원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시민이 받는 혜택과 정책 효과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복지와 재정건전성, 둘 중 하나의 문제 아니다

고 의원은 기후동행카드 사업이 사실상 종료되고 모두의카드로 통합 운영되는 상황에서도 추가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향후 운송손실금 지원이 이번 추경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도 약 50만명의 시민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고 의원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사업 종료 또는 전환 과정에서 추가적인 운송손실 정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서울시가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비를 낮추는 정책은 고물가 상황에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교통복지 정책이다.

하지만 시민에게 혜택을 많이 제공하는 것과 그 재원을 지속 가능하게 마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장기간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수요예측과 재정추계가 선행돼야 한다.

고 의원은 “시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비용을 전액 서울시 재정으로 계속 부담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정책이었는지는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국비 지원이 가능한 제도가 있다면 이를 적극 활용해 서울시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행정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3680억원이 남긴 질문…‘얼마나 썼나’보다 ‘얼마나 예측했나’

이번 논란에서 서울시가 설명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3680억원이라는 예산 규모만은 아니다.

당초 1488억원을 편성할 당시 이용자 수와 운송손실금을 어느 수준으로 예상했는지, 실제 수요가 예상과 얼마나 달랐는지, 1·2차 추경에서 각각 1068억원과 1124억원을 추가해야 했던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가 함께 공개돼야 한다.

또 국비 지원이 가능한 대체 제도를 활용했을 경우 서울시 부담액이 실제 얼마나 감소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비교도 필요하다.

기후동행카드가 시민의 교통비를 줄였다는 정책적 성과가 있더라도 당초 예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재원이 필요했다면 재정추계의 정확성은 별도로 평가받아야 한다.

교통복지는 지속돼야 하지만 그 비용 역시 결국 시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기후동행카드가 남긴 과제는 단순히 하나의 교통카드를 유지할 것인지 종료할 것인지가 아니다. 시민에게 필요한 교통 혜택을 유지하면서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비용을 어떻게 나누고,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재정을 관리할 것인지가 향후 서울시 대중교통 정책의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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