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직장인이 월급을 생활비로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의 중간 가격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12년 5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실제 가계가 사용할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기간은 16년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여기서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지금부터 12년 동안 돈을 모으면 과연 12년 뒤에는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통계의 ‘12년 5개월’은 12년 뒤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 아파트 가격과 현재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수치다. 앞으로 집값이 소득보다 빠르게 상승한다면 12년 동안 돈을 모으더라도 목표로 했던 아파트 가격이 다시 멀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한국부동산원과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서울지역 중위가격 아파트는 9억7,100만원, 도시근로자가구의 연환산 평균소득은 7,812만원으로 집계됐다.
가구소득 전액을 주택 구입에 사용한다는 가정 아래 약 12.4년, 즉 12년 5개월이 필요한 셈이다.
집값 69.9% 오를 때 소득은 39.1% 증가
문제는 집값과 소득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2017년 5억2,316만원에서 2025년 8억8,900만원으로 69.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도시근로자가구의 연환산 평균소득은 5,357만7천원에서 7,450만8천원으로 39.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집값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을 약 31%포인트 앞선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 전액을 모아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2017년 9.8년에서 2018년 11.2년, 2019년 13.0년으로 늘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3.6년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14.7년까지 치솟았다.
이후 집값 조정 등의 영향으로 2023년 12.3년, 2024년과 2025년 각각 11.9년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12.4년으로 늘었다.
소득을 열심히 모으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처분가능소득으로 계산하면 ‘16년’
가계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을 적용하면 내 집 마련의 벽은 더욱 높아진다.
도시근로자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전액 주택 구입에 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2017년 12.2년에서 2022년 18.6년까지 늘었다.
이후 2023년 15.8년, 2024년 15.2년, 2025년 15.3년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올해 다시 16.0년으로 증가했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69.9% 상승하는 동안 도시근로자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3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처분가능소득을 모두 모은다는 가정에서도 내 집 마련에 필요한 기간은 2017년 12.2년에서 2025년 15.3년으로 3.1년 길어졌다.
더구나 이는 생활비와 교육비, 의료비 등을 전혀 지출하지 않는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정이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취득 관련 비용 등 금융·거래 비용도 충분히 반영된 계산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 가구가 느끼는 내 집 마련 부담은 통계상의 12년 또는 16년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주택전문가 “12년 뒤에도 살 수 있다는 의미 아니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수치를 ‘앞으로 12년만 모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현재 가격과 소득을 기준으로 산출한 단순 배수인 만큼 앞으로의 주택가격 상승률과 임금 상승률, 금리, 대출 규제, 주택 공급량 등에 따라 실제 구입 가능 시점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10년과 같이 주택가격 상승률이 가구소득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웃돌 경우 문제가 더욱 커진다. 직장인이 매년 저축액을 늘려도 목표로 하는 주택의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면 필요한 기간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전문가는 “12.4년이라는 숫자는 현재 서울 중위 아파트 가격을 현재 연간소득으로 나눈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12년 뒤 실제 구입 가능성을 보장하는 지표가 아니다”며 “장기간 집값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보다 높게 유지된다면 가구가 저축하는 동안 주택가격도 함께 상승해 내 집 마련 시점이 계속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가능성을 높이려면 단순히 대출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수요가 많은 지역의 안정적인 공급과 주거 이동 사다리를 함께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2년 동안 모으는데 집값도 12년 동안 오른다
이번 통계에서 기자가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12년 5개월’이라는 숫자는 상당히 충격적이지만 현실은 이보다 복잡하다.
직장인이 12년 동안 돈을 모으는 사이 아파트 가격이 현재의 9억7,100만원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5억2,316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2025년 8억8,900만원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득도 증가했지만 집값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내 집 마련 문제의 핵심은 ‘몇 년을 모아야 하는가’뿐만 아니라 ‘내가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가’에 있다.
집값 상승 속도가 소득과 저축 증가 속도를 계속 앞선다면 12년이라는 시간은 목표에 가까워지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목표가 함께 멀어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박성훈 의원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2년, 실제 쓸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는 16년을 모아야 서울의 중간 가격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한 직장인에게 내 집 마련이 얼마나 멀어진 꿈인지 보여주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고 실수요자의 주거 상향 이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12년이냐 16년이냐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 긴 시간을 견디며 돈을 모은 뒤에도 집값이 다시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올라가 있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다.
결국 주택정책의 성패는 단순히 집값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구소득 증가와 주택가격 사이의 격차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좁히느냐에 달려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자신의 소득과 저축으로 언젠가는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유지돼야 ‘내 집 마련 사다리’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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