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 조직의 건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단순히 누가 최종 후보로 뽑혔느냐가 아니다.
현직 회장과 경쟁할 내부 인재가 있는지, 외부 인재에게도 문호를 열어놓는지, 차기 최고경영자를 놓고 조직 안팎에서 경쟁이 가능한지가 더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회장 인선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차기 회장 후보를 양종희 현 회장,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3명으로 압축했다. 현직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내부 경쟁자가 살아남았고, 외부 인사까지 후보군에 포함됐다.
회추위는 다음달 11일 2차 심층 인터뷰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주목할 부분은 ‘3파전’ 자체다.
현직 회장이 후보에 포함됐지만 경쟁 절차가 형식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근 부문장이 내부 후보로 남았다는 것은 KB금융 내부에 최고경영자를 노릴 수 있는 인재가 존재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직 회장의 연임 여부와 별개로 내부에서 차기 회장에 도전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는 것은 조직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CEO가 바뀌어도 조직이 계속 굴러갈 수 있는 후계자 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임종룡 회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되면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당시 후보군에는 내부와 외부 인사가 함께 포함됐지만 최종적으로 임 회장만 남았다.
임 회장의 경영성과를 고려하면 연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포스트 임종룡’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회장 한 명의 연임과 조직의 후계자 육성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직 CEO의 성과가 뛰어날수록 오히려 그 다음을 맡을 인재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EO가 강력한 리더십을 갖는 것과 조직이 특정 CEO에게 의존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며 “후계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조직은 당장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부 경쟁과 혁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금융의 3인 숏리스트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직 회장 연임, 내부 승계, 외부 영입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가 동시에 열려 있다. 최종적으로 누가 회장이 되느냐와 별개로 경쟁 가능한 인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조직에 긴장감을 준다.
반면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후계자 육성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금융지주에서 진짜 위험한 것은 회장이 연임하는 것 자체가 아니다. 회장이 아니면 조직을 이끌 사람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할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 내부에 인재가 축적돼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최고경영자 한 사람에게 권한과 기대가 집중되고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면 조직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KB금융의 이번 회장 인선은 적어도 이런 점에서 ‘건강한 조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회장에게 도전할 내부 인재가 있고 외부 인사도 경쟁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우리금융 사정에 잘 아는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이제 임 회장의 연임을 넘어 다음 단계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며 “금융지주의 경쟁력은 회장 한 명이 아니라 회장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인가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회장 인선을 둘러 싼 KB금융과의 차이에서 해답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