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K-패스와 연계할 경우 국비 지원을 통해 서울시의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었음에도 서울시가 자체 재원을 투입하는 페이백 정책을 추진하면서다.
여기에 서울교통공사가 부담해 온 손실금과 실물카드 처리 문제까지 겹치면서 기후동행카드의 성과와 별개로 사업 전반에 대한 재정적·환경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7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39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김미주 시의원(구로1)은 기후동행카드 정책의 재정부담과 추진 절차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국비 활용할 수 있는데 1,068억 시비 투입…재정 효율성 논란
쟁점은 정부의 K-패스와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간 재정부담 차이다.
서울시는 당초 국토교통부의 K-패스 정액권 출시에 따라 기후동행카드 이용자 상당수가 K-패스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K-패스와 연계할 경우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서울시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국토부가 K-패스 50% 환급 관련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서울시는 100% 시비가 투입되는 기후동행카드 50% 페이백 정책을 추진했고, 관련 사업비 규모는 1,06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문제는 정책의 필요성뿐 아니라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라는 재정 효율성이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교통비 절감 효과를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해 달성할 수 있다면 서울시가 별도의 자체 사업에 1,0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야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정질문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으며 오세훈 시장 역시 재원 절약이라는 관점에서 김 의원의 지적에 “100% 타당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정책부터 발표하고 예산은 나중에…‘선 발표·후 추경’ 도마 위
예산 편성 과정도 논란이다.
김 시의원은 서울시가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정책을 대외적으로 먼저 발표한 뒤 관련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의 주요 사업은 정책적 필요성뿐 아니라 재원조달 가능성과 사업 효과를 검토하고 의회의 예산 심의를 거치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1,000억 원이 넘는 사업이라면 정책 발표 이전에 사업 규모와 재정부담, 기존 정부사업과의 중복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책을 먼저 발표해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 뒤 의회에 예산 승인을 요구하는 방식이 반복될 경우 지방의회의 예산심의권이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통공사에 1,429억 부담…사업비 ‘착시’ 있었나
기후동행카드 사업의 실질적인 재정부담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교통공사가 기후동행카드와 관련해 부담한 손실금은 1,429억 원으로 제시됐다. 서울시는 이후 제2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124억 원 규모의 손실부담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문제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상황이다.
교통공사가 이미 막대한 누적적자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사업에 따른 손실까지 공사가 부담하도록 했다면 기후동행카드에 실제로 투입된 공공재정의 규모를 서울시 직접 예산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서울시 예산에서 직접 지출되지 않았더라도 산하기관의 손실로 반영됐다가 결국 시 재정으로 지원되는 구조라면 사실상 시민이 부담하는 공공비용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는 서울시 직접 투입예산뿐 아니라 서울교통공사 등 참여기관이 부담한 손실까지 포함한 ‘총비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기후’ 이름 붙였는데 실물카드 417만 장…폐기·재활용 대책 필요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숙제가 남았다.
기후동행카드는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해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한다는 정책적 의미를 내세워왔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 판매된 실물카드가 417만여 장에 달하는 것으로 제시되면서 향후 카드의 회수와 재활용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물카드는 PVC 등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는 만큼 사업체계가 변경되거나 기존 카드의 활용도가 떨어질 경우 상당량이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환경정책을 표방한 사업이라면 교통 분야 탄소저감 효과뿐 아니라 정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의 생산과 폐기까지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카드 발급 단계에서부터 모바일 이용 확대와 기존 카드 재사용, 회수·재활용 방안을 함께 설계했다면 정책의 환경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정책 효과만큼 중요한 것이 비용을 누가 부담했느냐다”
재정·교통 분야 전문가들은 정액형 대중교통 정책 자체의 필요성과 재정운용 방식은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중교통 이용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승용차 이용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교통복지와 환경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유사 사업이 존재하고 국비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지방정부가 별도의 자체 재원을 대규모로 투입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특히 지자체가 자체 브랜드 사업을 확대할 경우 정책 효과뿐 아니라 중앙정부 사업과의 중복 여부, 지방비 추가 부담, 산하기관에 전가되는 비용까지 함께 공개해야 시민들이 사업의 실제 경제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치른 ‘총비용’
기후동행카드를 단순히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려는 정책적 취지는 분명 평가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정책의 취지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재정 운용 과정의 문제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서울시가 답해야 할 핵심은 간단하다.
국비 지원을 활용할 수 있었다면 왜 1,000억 원이 넘는 자체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려 했는지,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시의회의 충분한 예산 심의를 거쳤는지, 서울교통공사에 돌아간 부담까지 포함하면 기후동행카드의 실제 총사업비는 얼마였는지 명확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름을 대표 정책과 결합하는 ‘브랜드 행정’은 더욱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정책이 정치적 브랜드로 자리 잡을수록 사업의 지속 여부가 경제성과 효율성보다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은 단체장의 임기보다 길어야 하고, 시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동행카드가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 역시 여기에 있다.
‘누구의 브랜드였느냐’가 아니라 ‘시민의 세금으로 얼마나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들었느냐’가 지방행정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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