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탄소를 줄이는 것만큼 흡수하는 자연 생태계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갯벌과 염습지, 해초류 등 해양생태계가 육상 산림 못지않은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으면서 '블루카본'은 더 이상 환경 분야만의 의제가 아닌 국가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손잡고 충남 서천갯벌을 대규모 블루카본 생태계로 복원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단순한 환경복원을 넘어 기업의 ESG 투자와 지역경제 활성화, 탄소중립 정책을 결합한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양환경공단은 28일 해양수산부와 기아, 충청남도, 서천군, 한국해양재단 등 6개 기관이 '민관협력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60억 원 투자… 폐양식장을 탄소흡수 생태공간으로
이번 사업은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 동안 총 260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 대상지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 일대 갯벌이다. 방치된 폐양식장을 블루카본 정원으로 조성하고, 갯벌을 염생식물과 바닷새가 공존하는 생태공간으로 복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블루카본 홍보센터와 체험시설 등을 함께 조성해 환경교육과 생태관광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탄소흡수 기능을 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은 기아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전액 투자해 경기 화성시 매향리에서 추진한 제1차 블루카본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민간기업이 환경복원 사업에 적극 참여한 사례로 주목받았으며, 이번에는 규모와 참여 기관을 더욱 확대해 전국 단위 협력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심는 ESG'에서 '흡수하는 ESG'로 진화
최근 기업들의 ESG 경영은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나무를 심는 산림복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해양생태계를 활용한 블루카본 사업이 새로운 탄소중립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갯벌은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난 대표적인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생물다양성 회복과 연안재해 완화, 수산자원 보호 등 다양한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도 블루카본 확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번 서천 사업 역시 단순한 환경보전이 아니라 탄소흡수와 생태복원, ESG 투자, 지역발전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기존 환경사업과 차별성을 갖는다.
복원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관리
다만 블루카본 사업이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복원 이후 관리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태계 복원은 시설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염생식물의 정착과 바닷새 서식환경 유지, 수질 관리, 지속적인 생태 모니터링이 함께 이뤄져야 탄소흡수 효과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ESG 투자도 단발성 후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리와 성과 검증까지 이어질 때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해양환경공단은 올해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중심으로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하는 등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기후위기 시대, 민관 협력이 답이 될 수 있을까
탄소중립은 정부만의 노력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기업의 투자와 공공기관의 전문성, 지방정부의 행정 지원, 지역사회의 참여가 함께 이뤄질 때 지속 가능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서천갯벌 블루카본 사업은 이러한 협력 구조를 실제 사업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사업의 성공 여부는 260억 원이라는 투자 규모보다 얼마나 건강한 갯벌 생태계를 되살리고, 이를 지역경제와 연결하며, 실질적인 탄소흡수 효과까지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서천갯벌이 단순한 복원사업을 넘어 대한민국 블루카본 정책의 대표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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