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후 하수관로 언제까지 버틸까…“교체 로드맵·물재생센터 운영 원칙 세워야”

이정윤 발행일 2026-09-04 14:13:15
물재생센터 민자사업·공단 운영 이원화 문제도 제기…“그때그때 대응해선 안 돼”
서울의 지하에 거미줄처럼 깔린 하수관로와 물재생시설의 노후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서울시의 장기적인 도시안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의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하수관로 정비는 단순한 시설 교체를 넘어 도시침수와 수질오염을 동시에 관리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체계적인 중장기 투자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물재생센터 현대화를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하수처리라는 공공서비스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할 과제로 꼽힌다.


서울특별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함대건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비례)은 지난 3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물순환안전국 및 서울물재생시설공단 업무보고에서 서울시 하수·치수·수질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노후 기반시설 정비를 위한 실효성 있는 중장기 계획과 물재생센터 운영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함 부위원장은 “수변감성 등 다양한 사업도 중요하지만 시민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시의적절한 예산 분배와 예측 가능한 계획·추계가 이뤄지도록 부서가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노후 하수관로, 고장 난 뒤 고치는 방식으로는 한계

함 부위원장이 이날 특히 강조한 것은 서울시 기반시설 관리계획 및 2040 인프라 마스터플랜과 연계한 노후 하수관로의 체계적인 정비다.

함 부위원장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친 노후 하수관거 정비를 연차별로 어떻게 추진할지 구체적인 빌드업과 중장기 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기획조정실 등이 함께 장기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하수관로는 대부분 지하에 매설돼 있어 시민들이 노후화 정도를 직접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도로 침하나 하수 유출, 악취, 수질오염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집중호우 때는 원활한 배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적 관리가 중요하다.

환경전문가 시각…“하수관로는 도시의 혈관, 예방투자가 중요”

환경·도시안전 전문가의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하수관로는 단순히 생활하수를 물재생센터로 보내는 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침수 대응과 공중위생, 하천 수질을 함께 떠받치는 기반시설이다.

노후화된 관로의 균열이나 파손은 하수 유출뿐 아니라 지하수 유입 등으로 처리시설의 부담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관로의 연식만을 기준으로 교체 우선순위를 정하기보다 구조적 상태와 주변 지반, 통수능력, 침수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는 극한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과거 강우자료에만 의존한 하수시설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노후 하수관로 정비와 함께 배수능력, 빗물저류시설, 펌프장 등 관련 시설을 하나의 도시 물관리 체계로 연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물재생센터 민자사업…재원만 볼 문제인가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물재생센터의 운영체계와 민간투자사업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센터 2곳과 공단이 운영하는 센터 2곳으로 운영체계가 나뉜 상황에서 함 부위원장은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의 공공주택 공급 및 민자사업 검토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서울시가 물재생센터의 장기적인 운영 원칙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 부위원장은 “시민의 물·수질과 직결되는 하수시설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민자로 전환하는 것이 과연 맞는 방향인지 고민이 깊다”며 “공단의 향후 방향성과 센터 운영체계를 그때그때 상황에 대응하기보다 물순환안전국이 명확한 비전을 갖고 새로 취임하는 공단 이사장과 함께 깊이 있게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정성국 물순환안전국장은 시설 현대화와 지하화 추진 과정에서 재원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민자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단 운영, 민자사업, 직영 여부 등을 포함한 전반적 검토와 방향 설정은 서울시와 물순환안전국의 몫인 만큼 심도 있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수질전문가 시각…운영주체보다 중요한 것은 ‘처리수질과 책임’

수질관리 측면에서는 물재생센터의 운영주체가 직영인지 공단인지, 민간인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어떤 방식에서도 안정적인 처리수질과 시설 유지관리 수준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물재생센터는 생활하수 등을 처리해 방류하는 도시 수질관리의 최종 방어선 역할을 한다. 운영 효율성만 강조해 시설 유지보수나 전문인력 확보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 경우 장기적으로 처리시설의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민간투자를 활용해 노후시설을 신속하게 현대화할 수 있다면 재정과 사업기간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민자사업 자체를 찬반의 문제로 단순화하기보다 사업 추진에 앞서 처리수질 기준, 시설투자 의무, 전문인력 확보, 사고 발생 시 책임주체, 운영성과 평가, 계약 종료 이후 시설관리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이는 사업’보다 지하의 기반시설도 챙겨야

시민들이 일상에서 하수관로와 물재생센터를 의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되거나 하수관로에 문제가 발생하고 하천 수질이 악화되면 그 중요성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문제는 노후 기반시설 정비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서 예산 편성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장기적인 투자 원칙과 연차별 정비계획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물재생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민간자본을 활용할 것인지, 공단이나 서울시가 계속 운영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에 서울시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하수처리시설을 어떤 원칙으로 운영할 것인지부터 시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함 부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결국 하수와 치수가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이 행정의 기본값”이라며 이날 논의된 내용이 향후 행정사무감사와 본예산 심사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의 하수관로와 물재생센터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시설이다. 그러나 도시침수와 수질오염을 막는 최전선이기도 하다.

노후시설을 사고가 난 뒤 보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를, 얼마의 예산으로 정비할 것인지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물재생센터 역시 직영·공단·민자 가운데 어떤 방식이 시민의 안전과 수질을 가장 안정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지 객관적인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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