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시의원, 학생 운동장이 왜 정부 소유 땅에?… 덕수초 30년 묵은 ‘운동장 환수’ 다시 수면 위

이정윤 발행일 2026-08-20 14:44:20
운동장 인접 화훼시설에 1톤 화물차 출입·농약 살포… 학생 안전 우려


서울 도심 한복판의 초등학교가 자신들이 사용하는 운동장을 정부로부터 매년 임대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 운동장 부지의 소유권과 안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욱이 해당 운동장은 평상시 학생들의 체육활동 공간이면서 지진 발생 시 정동·광화문 일대 시민 약 2,500명이 대피하도록 지정된 옥외대피장소다. 단순한 학교 부지 문제를 넘어 학생과 시민 안전 차원에서 관계기관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이정미 의원(국민의힘·중구1)은 지난 19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연구실에서 덕수초등학교 관계자들과 만나 운동장 부지 환수와 운동장 내 화훼시설의 안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 면담에는 박수민 덕수초등학교 교장과 김책 덕수초 운동장 되찾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손우석 비상대책위원 등이 참석했다.

1995년 소유권 바뀐 운동장… 학교는 매년 ‘임대’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길에 위치한 덕수초등학교 운동장은 당초 교육청 소유였지만 1995년 행정안전부 소유의 휘경공고, 현재 서울반도체고 부지와 맞교환되면서 행정안전부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후 덕수초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운동장을 매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은 단순한 빈 땅이 아니다. 체육수업과 학교 행사, 학생들의 놀이와 휴식 등 학교 교육과정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교육공간이다.

그럼에도 학교가 장기간 자신들의 운동장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공간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부지 소유권 문제는 행정기관 간 재산관리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그 결과가 학생들의 교육활동 공간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관 간 재산 분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운동장 옆 화훼시설… 화물차·농약에 학생 안전 우려

또 다른 쟁점은 운동장과 인접한 정부청사관리본부 화훼시설이다.

학교 측에서는 이 시설을 이용하는 1톤 조경용 화물트럭의 출입과 살충제·농약 살포 등으로 학생 안전과 교육환경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어린 학생들이 하루 대부분을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차량 동선과 학생 이동 동선이 가까울 경우 교통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농약이나 살충제를 사용하는 시설이 학교 운동장과 인접해 있다면 실제 사용 물질과 살포 방식, 작업시간, 학생들의 노출 가능성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막연한 불안만 키워서도 안 되지만, 문제가 없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관계기관이 실태를 조사하고 결과를 학교와 학부모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육 관계자 관점 “학교 운동장은 학생의 교육권과 안전권이 만나는 공간”

교육 현장에서 학교 운동장은 체육활동을 위한 부속시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학생들의 신체활동과 놀이, 또래 관계 형성, 학교 행사 등이 이뤄지는 핵심 교육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 학교일수록 주변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부족해 운동장의 교육적 가치가 더욱 크다.

교육계 관점에서는 학교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육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유권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아 운동장 활용이나 시설 개선에 제약이 생긴다면 결국 그 부담이 학생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와 인접한 공간에서 차량이 이동하거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이 이뤄진다면 학교와 시설 운영기관이 작업시간, 차량 진·출입 경로, 학생 이동시간 등을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시간과 등·하교 시간에는 화물차 이동을 최소화하거나 차량 동선과 학생 동선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방안 등 현실적인 안전대책을 검토할 수 있다.

시민 2,500명 대피하는 장소… 유리온실은 안전한가

덕수초 운동장 문제는 학교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해당 운동장은 지진 발생 시 정동·광화문 일대 시민 약 2,500명을 수용하는 지진 옥외대피장소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운동장 인근 유리온실과 비닐하우스 등 화훼시설이 실제 대피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진으로 유리가 파손될 경우 비산 위험이 있는지, 화훼시설 내부에 화재 위험 물질이 존재하는지, 대피자 2,500명이 이동할 충분한 통로가 확보돼 있는지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지진 옥외대피장소는 지도에 표시만 해 놓는 것으로 역할이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실제 재난 발생 시 시민들이 안전하게 진입하고 머무를 수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학교 운동장의 안전 문제가 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이정미 “교육청·행안부 넘어 서울시도 나서야”

이정미 시의원은 “아이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운동장을 돌려주는 것은 단순한 학교시설 문제를 넘어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덕수초 운동장은 지진 옥외대피장소로 지정돼 있어 학생 안전은 물론 정동·광화문 일대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운동장 부지 환수 문제를 교육청과 행정안전부 간의 사안으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운동장 부지 환수 문제는 교육청과 행정안전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도 함께 나서야 할 사안”이라며 “서울시를 비롯해 교육청,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시의회 차원에서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끌어온 문제… 이제는 ‘누구 땅인가’보다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덕수초 운동장 문제를 들여다보면 다소 낯선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학생들은 매일 운동장을 이용하지만 땅의 소유자는 학교나 교육청이 아닌 행정안전부다. 학교는 사실상 교육에 필수적인 운동장을 장기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1995년 부지 교환 이후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행정기관 간 소유권의 역사만 설명할 단계는 지났다.

더 중요한 질문은 현재 이 공간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느냐다.

현재 운동장의 가장 일상적인 이용자는 덕수초 학생들이다. 동시에 재난이 발생하면 인근 시민 약 2,500명이 대피해야 하는 공공 안전공간이 된다.

그렇다면 토지 관리 역시 현재의 기능에 맞게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환수’가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 소유권을 즉시 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유재산과 교육재산의 교환에는 재산 가치와 행정적 절차, 기존 교환의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구호보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행정안전부가 정확한 자료를 놓고 협의 테이블에 앉는 것이 먼저다.

운동장 환수보다 더 급한 것은 ‘오늘의 안전’

운동장 소유권 문제가 장기적인 과제라면 화훼시설과 관련한 안전 문제는 별도로 신속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지 환수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오늘도 같은 운동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관계기관은 1톤 화물차의 실제 운행 빈도와 경로, 농약·살충제 사용 종류와 살포 시간, 학생 동선과의 충돌 가능성 등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지진 대피장소로서의 적정성 역시 점검해야 한다. 유리온실 등이 지진 발생 시 대피자에게 위험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시설 보강이나 이전, 안전거리 확보 등의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을 단순히 ‘덕수초 운동장을 돌려달라’는 요구로만 보면 문제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학교 운동장은 학생들에게는 교육공간이고, 재난이 발생하면 시민에게는 생명을 지키는 대피공간이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소유권 문제를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지금 이 공간이 학생과 시민에게 실제로 안전한가 하는 문제다.

행정기관의 소유권보다 학생과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원칙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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