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양식장 덮친 고수온…우럭 28만7천 마리 폐사, “보험금 지급보다 예방체계가 먼저”

이정윤 발행일 2026-08-20 11:38:08
충청지역 최근 5년 양식보험 사고 중 고수온 피해 95% 이상

여름철 바닷물 온도 상승이 양식 어가의 생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충남 태안의 조피볼락(우럭)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대규모 폐사가 발생하면서 피해 발생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후 지원뿐 아니라 상시적인 고수온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노동진 회장은 지난 19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천수만 일대 조피볼락 양식장을 방문해 고수온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피해 어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수협은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 수산물 피해가 확산함에 따라 제주와 경남지역을 시작으로 주요 양식 현장에 대한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태안 양식장 우럭 28만7천 마리 폐사

충청지역은 올해 7월 말 기준 양식보험 가입 총 62건 가운데 조피볼락이 28건으로 약 45%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다.

특히 해당 지역은 최근 5년간 양식보험 사고 가운데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가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온이 일시적인 자연재해를 넘어 양식업 경영을 위협하는 반복적인 위험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노동진 회장이 방문한 태안군 중장리 소재 양식장에서는 지속된 고수온으로 방문 전날 기준 성어와 중간어, 치어 등 약 28만7천 마리가 폐사했다.

추정 보험금은 약 3억 원 규모다.

현장에서 어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노 회장은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 어가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어가의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손해사정과 보험금 지급 등 중앙회 차원의 지원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협은 피해 현장에 손해사정 인력을 조기에 투입해 사고 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피해 어업인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해양양식 전문가 관점 “고수온, 이제 예외적인 재해로만 봐선 안 돼”

해양양식 분야에서는 고수온 피해가 반복되는 지역의 경우 사후 보상 중심의 대책만으로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특히 조피볼락과 같은 양식어류는 적정 수온 범위를 벗어난 고수온 환경이 지속되면 먹이 섭취와 생리활성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 여기에 용존산소 부족 등 다른 환경 요인이 겹치면 폐사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수온이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한 뒤 대응하는 것보다 실시간 수온과 용존산소 관측, 사육밀도 조절, 먹이 공급 관리, 산소공급 장비 점검 등 양식장별 사전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천수만처럼 과거 고수온 피해가 반복된 지역에서는 장기적으로 고수온에 상대적으로 강한 품종 개발과 양식 방식 개선, 양식장 환경에 맞춘 조기경보 체계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수온 피해가 매년 반복될 경우 양식수산물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량 폐사가 이어지면 개별 어가의 손실을 넘어 향후 출하량 감소와 가격 변동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금 신속 지급 중요하지만 ‘가입하지 않은 어가’도 살펴야

이번 피해에서 또 하나 살펴봐야 할 부분은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의 역할이다.

대규모 폐사가 발생한 어가에는 신속한 손해사정과 보험금 지급이 경영 정상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해 직후 양식장을 다시 운영하기 위해서는 치어 구입과 시설 정비 등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장 범위 밖의 피해를 입은 어가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보험금 지급 속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실제 피해액과 보험 보장액 사이의 차이, 보험 가입률, 어업인이 부담하는 보험료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고수온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수협은 지난 14일에도 전남 완도군 육상 넙치 양식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전국적인 고수온 피해 현장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물고기가 죽은 뒤 지급하는 보험만으로는 부족하다

태안에서 폐사한 우럭 28만7천 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양식 어업인에게는 수개월 또는 그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키운 생계의 기반이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충청지역의 최근 5년 양식보험 사고 가운데 고수온 피해가 95%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면 이를 더 이상 예상하기 어려운 일회성 재난으로만 다루기 어렵다. ‘올해도 더워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설명을 되풀이하기보다 고수온을 상시적인 양식업 위험요인으로 전제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피해 현장을 찾아 어업인의 목소리를 듣고 손해사정을 앞당겨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고수온 대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협이 확보한 해수온 관측정보가 실제 양식장까지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는지, 위험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어가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산소공급기와 냉각·순환설비 등 대응 시설을 갖추는 데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까지 점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양식 품종과 사육 방식의 변화도 검토해야 한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피해가 반복된다면 기존 방식이 변화하는 해양환경에 계속 적합한지를 과학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험은 피해를 보상할 수 있지만 죽은 물고기를 되살릴 수는 없다.

고수온 대응 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보험금을 지급했는가’를 넘어 ‘얼마나 많은 폐사를 사전에 막았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태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폐사는 우리 양식업이 변화하는 해양환경에 맞춰 사후 복구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신호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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